[연구활동가 인터뷰] 장윤석 : 녹색 전환을 위해서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1-01-12

 

 

청년허브가 청년 연구활동가를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청년 당사자의 이야기를 꺼내어 보고 연구의 방법으로 담아내는 시도,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방안이나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청년허브는 청년 연구자가 연구활동을 통해 갖추게 된 역량과,
이들의 실효적인 연구 결과물이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환원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청년허브는 40여명의 연구활동가를 만났습니다.
코로나19, 환경, 주거, 젠더, 문화예술, 디지털 등 다양한 현장의 고민과 이야기를 연구로 담아냈습니다.
오늘날 청년이 마주한 환경에 있어 연구자, 활동가, 연구활동가 등
경계를 넘나드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제시할 새로운 해법을 기대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기후위기 #전지구적생태학살 #그린뉴딜

저는 장윤석이고, 4개월 차 연구활동가입니다. 현재 소속된 곳은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생태적지혜연구소, 그리고 청년기후긴급행동(a.k.a. 김공룡과 친구들)이라는 곳에서 베트남에 지어질 붕앙-2라는 석탄발전소 하나를 전력을 다해서 막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생태학살이라는 주제에 관해 부연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기업의 아시아 생태학살(Ecocide’)이라는 주제로 연구활동을 진행 중인데, 그러다 보니 처음에 기후위기와 그린뉴딜을 키워드로 잡았던 걸 지우고 싶어졌습니다. 생태학살을 파다 보니까, 순수한 의미로 기후변화와 그린뉴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는 기후변화가 아닌 생태학살이고, 그건 대지와 하늘을 독살하는 행위입니다. 지구온도가 상승해서 앞으로 살기가 좀 어려워진다는 서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사태는 그보다 심각할 뿐더러 온갖 불평등과 부조리가 기후 문제를 복잡하게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이 문제들을 진정 해결할 수 있는 그린뉴딜인지 근본적으로 묻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개발과성장 이라는 신화, 가해와 피해가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 숨겨진 서사를 말하려 합니다. 한국에서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대중의 95%가 알고, 석탄발전소 폐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80%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해외석탄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에 50%가 찬성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있습니다. 이 굉장히 다른 온도차를 보면, 기후변화도 같은 기후변화가 아닌 것 입니다.

Q. 생태학살을 다루는 연구활동가로서 한계 안에서 지금 상황을 보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계획, 협업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첫번째는 쫓기고 싶지 않지만, 1.5도 탄소 예산 소진까지 7년이라는 시간 감각이 있고, 그래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지금 공부 열심히 해서 나중에 박사 따고 교수 된 후에 뭔가 하겠다는 생각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두 번째 한계는 ‘연구활동가’의 한계인데, 몸이 한 개라서 이 연구와 활동 두 가지를 다 해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고요. 세 번째 한계는, 풀어야 하는 문제의 맥락이 너무 복잡하거나 넓다는 겁니다. 지금 붕앙-2만 잡고 있는데도 끝이 없습니다. AYARF 연구 관련해서 가장 많이 들었던 피드백은 ‘이건 연구팀이 해야 할 주제다’는 말이었습니다. 이런 세 가지 한계를 바탕으로 뭐가 필요하냐 했을 때, 결국 동료나 팀이겠죠. 연구활동가는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Q. 본인의 연구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너무 소중합니다. 특히 이런 활동은 막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별로 안 좋은 표현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습니다.

첫 번째로는 생계 보장입니다. 주위에서 뛰어난 재능이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생계를 찾아가면서 세미나를 이탈하곤 합니다. 저는 연구활동가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려고 하면서 한 달에 평균 지출이 30%쯤 늘었습니다. 고정된 직장 혹은 임금 없이 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가 하면, 용돈이 떨어지면 어렵겠다 싶습니다. 저는 현재 그 용돈을 받기 때문에 연구활동가로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이 많으니 연구활동가라는 이름이 사치스러운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어제 노동조합 투쟁이나 서울역 노숙인 분들 보며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프로보케이션을 하면서 학위나 뚜렷한 직책 없이도 생계 보장이 되어야 연구활동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딘가에 논문을 내려고 해도 저는 학부생으로 남아있으니까, 그런 거 없이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거든요.

두 번째는 기회와 마이크라고 말해보고 싶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공론화와 함께 여론 조성을 할 수 있는 그런 자리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N개의 공론장>에 붕앙-2 및 해외석탄발전소 문제를 제안해보고 싶습니다. 한베평화재단이나 녹색연합 평화활동가들 초대해보고 싶고, 개발 판에서 라오스 댐 같이 공적개발원조를 통해 나왔던 정부에 의한 피해·가해를 다루셨던 국제민주연대 및 기업과 인권 네트워크 활동가들을 초대해보고 싶습니다. 세번째는 미디어입니다. 해외에서 일어난 생태학살을 비롯한 문제들을 기존 언론은 정말 실어주지 않습니다. AYARF에서 나오는 주제들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본 적이 많이 없습니다. 특히 서울인권영화제에 출품된 29편의, 마이너리티에 관련된 영화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지금의 언론들에서 다루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절실한데도 말입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장’이 필요할지 궁금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게 막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장이 너무 없습니다. 아야프도 일종의 장이 되려면, 하나의 물리적 공간이 있어서 학교에 들락날락하는 것처럼 기능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일회성이 되어버릴까 걱정됩니다. 우연성이 가득한 장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기후활동가들과의 연대가 정말 절실한데, 쉽지가 않습니다. 아야프 1기 펠로우 중에 베트남·인도네시아 분들이 계시니까, 연구활동가들이 찾아가고 만나서 미디어 보도를 생산할 수 있는 연구활동 기행을 꾸려보고 싶습니다.

Q. 지금 하고 있는 연구활동이 진행됨으로써 어떤 것들이 변화하리라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사실 변화의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하는 걸 엄청 좋아하고, 꽤 오랫동안 사회를 레고 모형 조립하듯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사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오직 희망만이 있을 뿐”이라고 했던 이반 일리치(Ivan Illich)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 조금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2030년, 2050년이 미래상이 막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저 지금 지킬 수 있는 걸 지키고, 확립할 수 있는 정의를 확립했으면 좋겠습니다. 변화를 기대하게 되면 너무 실망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이 행동을 하는 게 변화를 기대해서인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번아웃인 거죠. 흐르는 물에 씨를 뿌리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변화의 상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섬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사람들이 자기 안에만 눈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Q. AYARF에서 경험한 것은 무엇입니까?

저도 이제 AYARF에 소속감을 가지게 돼서, 같이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볼까, 어떻게 펠로우 채팅방을 잘 돌아가게 해볼까 고민이 됩니다. AYARF 레지던시에 있었던 그 시간들, 다양한 의제를 가진 사람들이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게 참 좋았고, 저도 제 세계관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게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물리적 거리가 정말 중요하구나 싶기도 합니다. 결국 계속 자리들을 많이 만들어가야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반 일리치가 1965년에 세운 그 공동체는 지금도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리치와 그 동료들은 같이 책도 내고 그랬는데, 그게 참 부러웠습니다. EU쪽에서 공동협력으로 나온 보고서 보면 헉 소리가 나올 때가 있는데, 이상하게 아시아 쪽 에서는 비제도권 싱크탱크들의 연대가 두드러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제연대와 국내이슈가 늘 따로 놀아온 것 같습니다. 비슷한 점, 교차점, 중복되는 지점, 아픔에 대한 연대 가능성이 많이 아쉽습니다. 한국에서는 AYARF가 아시아 연대를 표어로 내걸었으니까, 더 큰 힘을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물질화 된 장소면 더 좋고요.

Q. 언론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쟁점을 다루지 않는 것과 한국 시민들의 기후변화 자체에 대한 인식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사실 기후변화 인식도 조사를 하면 한국이 기후변화 인식률 세계 1·2·3위를 다툽니다. 동시에 기후변화가 이미 늦었다는 문항에 동의하는 응답이 66%로 세계 2위를 찍습니다. 이게 한국사회의 특수성이에요. 자살률, 노인빈곤률과 같이요. 기후변화를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에 대한 건 기후변화에 대응 하냐 마냐의 문제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미 늦었다는 응답은 학습된 무기력 같기도 합니다. ‘기후변화가 있는데 나랑 무슨 상관인데?’ 인식구조와 인식유형의 문제인데, 이게 기이해요. 언론이 의사소통을 잘못 해왔던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심층 보도가 거의 없는데,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무미건조하게 툭툭 던지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겨레에서도 기후변화 보도팀이 만들어진 것으로 아는데 이들처럼 기후변화 보도 윤리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도 이제 기후변화를 어떻게 사람과 사회와 직결된 문제로 가져올 것 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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