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활동가 인터뷰] 이소연 : 쓰레기 분리배출의 역설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1-01-12

 

청년허브가 청년 연구활동가를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청년 당사자의 이야기를 꺼내어 보고 연구의 방법으로 담아내는 시도,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방안이나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청년허브는 청년 연구자가 연구활동을 통해 갖추게 된 역량과,
이들의 실효적인 연구 결과물이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환원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청년허브는 40여명의 연구활동가를 만났습니다.
코로나19, 환경, 주거, 젠더, 문화예술, 디지털 등 다양한 현장의 고민과 이야기를 연구로 담아냈습니다.
오늘날 청년이 마주한 환경에 있어 연구자, 활동가, 연구활동가 등
경계를 넘나드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제시할 새로운 해법을 기대합니다.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환경에디터 #커뮤니케이션 #변화 #Smallchangebigdifference

저는 뉴닉(NEWNEEK)이라는 스타트업에서 환경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따로 수식어가 없는) ‘에디터’인데 제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환경을 넣었습니다. 물론 경제나 정치에 관해서도 쓰지만,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더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제가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강점이 있는 부분입니다. 예컨대 그저 “분리배출 잘하자” 식의 메시지 전달방식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하죠. 그리고 이번에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보다 조금 더 윗 단을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예컨대 어떤 정책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배경을 살펴보며, 커뮤니케이션에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던 상황을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정책-시민, 시민-시민 커뮤니케이션이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방식만 조금 바꿔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mall change big difference(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 활동을 하며 든 생각은 딱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작은 변화가 세상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 처음엔 제 연구가 너무 소소한 것 같아서 의기소침했는데, 하지만 아무리 소소하더라도 어떤 방향으로든 세상을 조금은 바꿨을 것이라고 믿게 됐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 시민, 전문가를 만나며 저 스스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었습니다. 어제는 몰랐던 사실을 오늘은 하나라도 알게 되는 게 좋았고,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내가 되는 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세상도 조금이나마 그렇게 되고 있다고 믿게 됐습니다.

Q. 첫 번째 질문에서 결국 소통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변화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소통방식이나 정책이 필요할지 궁금합니다.

그게 저의 궁극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크게 이야기되는 제도는 처벌, 보상 등등 여러 방식이 있는데, 보상은 꼭 경제적이고 직접적인 보상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하지만 크게 느낄 수 있는, 다시 말해 넛징(nudging)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저도 연구를 진행하며 한 인터뷰이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는데, 빈 병을 반납하면 현금으로 바꿔주는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폐기물을 하나의 자원으로 생각하게 하는 방법인 거죠. 이건 다만 하나의 예시이고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저도 고민 중입니다.

Q. 연구활동가로서 앞으로 협업하며 해나갈 일들은 무엇일까요?

AYARF 2기 펠로우십에 함께 참여했던 루크 롸이드아웃 펠로우와 ‘콜렉티브 뒹굴’의 이준영 펠로우와 함께 Piece Seoul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예술 작품을 하며 나오는 용품을 예술가가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인데, 어렵게만 느껴졌던 ‘순환경제’, ‘폐기물 문제’, ‘예술과 사회 문제’를 눈에 보이는 서비스로 제공하게 된 게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프로젝트 내에서 에디토리얼적인 부분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단순히 판매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이 플랫폼에서 함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게 공론의 장을 펼쳐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으로 먼저 팀 블로그를 개설해 우리의 이야기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AYARF 인터뷰를 하며 알게 된 도시재생연구소 박순열 소장님과 인연이 이어지고 습니다. 소장님께서 소개해주신 북 세미나도 함께 하고 있는데, 저는 제가 activist(활동가)인 줄 알았는데, 점점 더 researcher(연구자)로서 제 안에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Q. 협업이 처음에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이준영 펠로우와 루크 롸이드아웃 펠로우는 AYARF 레지던시 기간 중 강의나 조별 과제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습니다. 아야프가 끝나고 두 사람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는 걸 알게 됐고, 저는 최종 프로보케이션 이후에 흥미로워 보여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지금 하고 있는 연구활동이 진행됨으로써 어떤 것들이 변화하리라 생각합니까? 

저는 아주 소소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일단 제 주변 사람, 예를 들어 가장 친한 친구나 가족이 문제 상황에 공감하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이번 AYARF 펠로우십을 통해 적어도 제 주변 사람들은 바뀐 것 같습니다. 쓰레기와 분리배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터라, 관련 설문이나 사전 조사를 주변인을 통해 많이 했었는데 아직까지도 ‘여기 재활용 이상하게 한다’라던가 ‘나 오늘 분리배출 신경 써서 잘했다’던가 이런 연락이 종종 와요. 이렇게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삶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AYARF 펠로우의 발표를 들으며, 더 큰 조직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도 참 강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떤 연구 덕분에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말을 믿지 않아요. 예컨대 시셰퍼드 동료들과 돌고래 방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아무리 해도 공론화가 잘 안 되다가, SNS상에서 거제 씨월드 돌고래에 사람이 올라탄 사진이 갑자기 유명해졌습니다. 그게 바이럴이 돼서 언론에 공격받고 갑자기 프로젝트에 인터뷰도 들어오고 그러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좋은 일을 하고 계시냐, 뭐 이런 질문도 받았었는데, 복잡한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나 활동이 의미있던 건 사실이지만, 변화는 시민들의 관심 덕분에 시작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튼 이런 경험을 돌이켜보면 사람들의 관심은 내가 끌어온다고 끌어올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어요. 지금 제가 쓰레기 주제를 맡고 있지만, 결국 시민들의 관심이 딱 맞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Small change big difference라는 키워드가 저와 되게 모순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믿는 게, 제 연구의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할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이걸 한 번 해보자’고 생각하면서 합니다.

Q. 왜 쓰레기 이야기를 하게 됐는지,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쓰레기는, 없는 걸로 치고 싶어도 자꾸 눈앞에 알짱거리는 주제입니다. 저는 솔직히 말하면 기후위기는 잘 모릅니다. 서울에 살고, 도심에서 살다 보니까 기후위기를 직접 체감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비가 갑자기 오면 ‘우산 사고 말지’하고, 날씨가 더우면 에어컨을 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쓰레기는 자꾸 내 눈 앞에 차오르니 달라요. 내가 만들어내고, 목격하고 있는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주변 사람들도 자꾸 만들어내는 것 같은데, 다들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와 닿는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쓰레기 연구를 하는 게 재밌고, 제 삶에서 의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환경문제가 그렇듯)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하는건지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쓰레기 문제는 권태로워지지 않습니다.

Q. 최근 ‘브리타 해킹(브리타 필터를 버리지 않고 내용물만 빼낼 수 있게 만들어 재충전 가능하게 만드는 프로젝트)‘같이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인식 변화와 행동을 보시면서 드는 생각들이 있으십니까?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환경 문제를 연구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련 직장에 들어가야 해’, 혹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가야 해’라고 생각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운동들을 보면 시민들이 더 이상 유예하지 않고, 그런 자격에 대한 강박 없이도 많은 걸 이뤄내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라고 했을 때 제가 들었던 피켓에는 ‘지금 바꿔라, 행동하라’라고 썼지만, 그들은 그 피켓을 들 시간에 진짜로 행동하고 있으니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희망적이냐고 물으면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큰 구조적인 변화도 같이 가야 하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되게 오랫동안 환경 문제만큼은 정책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강력한 하향식(top-down)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요, 요즘에는 풀뿌리 운동(bottom-up)의 힘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둘을 전혀 다른 두 개로 볼 게 아니라, 같이 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습니다.

Q. AYARF 전후로 변한 것이 있으십니까? 

이전에 활동가로서 정체성이 강했다면 이제는 연구자로서의 모습도 발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문제가 있으면 핵심에 들어가 관찰하고 연구하는 게 재밌습니다. AYARF 활동을 하면서 쓰레기 문제에 대한 당위를 더 찾았다기보다는 자기 확신이 더 생겼습니다. AYARF에 모인 여러 펠로우들과 토론도 하고 수다를 떨면서 느낀 건, 각자에게 자신의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에 각자 자기만의 사회문제를 정의한 사람들이 모였으니, 서로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보다 나는 내 문제, 너는 너의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환경문제가 ‘One and only’ 사회문제가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에 연장선에서, 요즘에는 특정 사안, 특히 환경문제에 대한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에 관심이 생깁니다. 어떤 확고한 신념들이 충돌할 때, 사실 너무 당위적인 논리로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을 때가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오히려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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