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활동가 인터뷰] 우춘희 :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이동의 제한이 이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1-01-08

청년허브가 청년 연구활동가를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청년 당사자의 이야기를 꺼내어 보고 연구의 방법으로 담아내는 시도,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방안이나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청년허브는 청년 연구자가 연구활동을 통해 갖추게 된 역량과,
이들의 실효적인 연구 결과물이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환원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청년허브는 40여명의 연구활동가를 만났습니다.
코로나19, 환경, 주거, 젠더, 문화예술, 디지털 등 다양한 현장의 고민과 이야기를 연구로 담아냈습니다.
오늘날 청년이 마주한 환경에 있어 연구자, 활동가, 연구활동가 등
경계를 넘나드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제시할 새로운 해법을 기대합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학부 때는 사회학을 공부 했고, 석사는 여성학을 공부 했었습니다. 대학교 기관에서 조금 일 하다가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주, 젠더, 아시아, 농업 노동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이주 노동자, 특히 농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대우를 받고 있고, 그 사람들의 어떤 손을 거쳐서 우리 식탁에 밥이 올라왔는지 그런 전체 과정들을 좀 보고 싶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제적인 건 없는지, 그렇다면 그게 한국사회에서 무엇을 의미 하는지 이렇게 큰 것들을 보고 있습니다.

Q. 구체화된 분야로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생산자가 아니라 음식 소비자니까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미국에서 수업을 듣는데, 미국 학교에 농과대학이 있었습니다. 일 년짜리 수업인데, 학생 10~15명이 직접 자기가 농작물 3개를 선택을 해서 그걸 직접 길러서 그걸 꾸러미도 하고 슈퍼에 납품도 하고, 농민학생장터들, 학생농민장터들 이런 것들을 하는 것을 제가 같이 한 2년 동안같이 참여를 했거든요. 농사짓고 이게 당근인지 잡초인지 모르겠는데 캐고 학생들이랑 땀 흘리고 같이 술도 마시고 그러다 보니까 생산자 쪽에 먹거리 생산자 쪽에 좀 더 관심이 생겨서, 이제 생산자 쪽에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대해서 잘 아니까 한국생산자는 누구지? 하고 봤더니 거의 다 이주 농업 노동자들 인거에요. 그래서 현장에 가면 “이제 뭐 외국인 없이 농사 못 짓지” 라는 말을 정말 그냥 들을 수가 있습니다. 외국인 없이 농사가 안 돌아간다면, 그게 무엇일지 좀 더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외국인은 누구지? 왜 한국에 와서 하필 농업을 하고 있지? 좀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실 노동환경이 안 좋다는 건 우리 신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많이 알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하루 열 시간씩 한 달에 두 번 쉬고 일 한다는 게 이 사람들한테 무슨 의미이지? 임금체불도 있고 주거환경도 너무 안 좋고 성희롱,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이 사람들이 피땀 흘려 만든 농산물을 내가 먹 문제의식 없이 먹는 게 맞을까? 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 앞에서 시위한다고 하기에 다 같이 가서 피켓 들고 시위하고, 노동자들과 만나고 단체와 같이 자원활동 하면서 인터뷰도 하고 연구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연구를 하면서 추가적으로 활동을 하시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아무래도 여성학 베이스다보니까, 여성학과에서는 연구를 그렇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현상이 있는데, 이게 뭐지? 하고 이걸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데이터 돌리고 낸 뒤 끝내는 게 아니라, ‘액션이 있었지.’ 하면서 내가 직접 행동하면서 연구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래서 연구는 연구랑 나랑 밀고 당기기 같이 하면서, 어떨 때는 싸우기도 했다가 토라졌다가 어떨 때는 또 해볼 만했다가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객관적인 사실이 있어, 내가 저걸 밝혀낼 거야.’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게 맞다 틀리다고 여전히 학구적으로 논쟁이 있지만 저에게는 계속 관계 맺으면서 연구 자체가 어떤 날은 해볼 만한데, 어떨 때는 ‘어휴, 내가 이것밖에 못 하는데’ 이런 식으로 연구와 좀 더 같이 해보는 것 같습니다.

자기 문제가 제일 크게 보이지 않습니까. 왜 남이 다친 것 보다 나 하나 종이에 베인 게 더 아프듯 내가 관심이 있어야 이게 같이 연구도 더 가고 밀접하게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청년세대의 연구자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우리 학계에서 연구자라 하면 특권있는 일부만 하는 것 같은데 일반사람들도 당연히 연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변칙들의 연구, 연구가 그냥 이론을 가지고 현상을 분석해서 페이퍼 내는 게 연구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목소리로 다양한 얘기를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또 이런 것들이 청년허브의 취지 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 부모님은 두 분 다 초등학교까지 졸업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 제 논문을 읽고 감동을 하며 눈물을 흘릴 일은 아마 없으시겠죠. 그런데 저는 제 연구가 그냥 죽은 지식이 될까봐 가장 걱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좀 더 빨리 알려내고, 쉬운 언어로 다듬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Q. 연구와, 연구자로서의 키워드가 궁금합니다.

첫째는, ‘인권 없이 밥상 없다.’ 이분들이 저희 밥상을 차려주시잖아요. 그리고 한국에서 연구자들이 이 사람들은 인권이 아니라 굉장히 인력으로 봅니다. 고용노동부도 그렇고 법무부도 그렇고 인력이 없으니까 어떻게 인력 수급방안을 세울 것인지를 보는데 이 사람들 인력이기 이전에, 사람이지 않습니까.

(이주노동자 숙소에)자기 방이 없으니까 주방에다 이불을 깔았다가, 주방싱크대 앞에. 일 끝나고 밥 먹을 때 식탁이 없으니까 방바닥에 놓고 먹는데, 이불 개고 밥을 먹고 다시 이불을 펴고 자는. 그런 자기만의 공간도 없이 그렇게 열 시간씩 일하고, 성인이 5명이서 한방에 산다는 게 솔직히 힘들잖아요? 생리 주기인 친구도 있을 거고, 어떤 친구는 남자친구와 통화를 10시간씩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환경에서 조금 안전하고 깨끗하고. 화장실도 실내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고, 그 사람들이 덜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그 사람들이 만든 농작물을 우리가 맛있게 먹는 좋은 순환이 있었으면 좋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우리 모두는 이주노동자’ 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우리도 다른 지역에서 서울로 오는 경우도 있고, 우리는 다 이주하잖아요? 그래서 이주노동자다. 그래서 단순히 이주노동자에 있어 선 긋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고. ‘눈물로 얼룩진 농업 노동’. 좀 현실이 너무 안 좋다는 걸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를 나타내는 세 가지 키워드는 첫 번째는 ‘정당한 분노’. 왜냐하면 질적 방법에서 연구자는 기본적으로는 화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화도 냈다가 분노도 했다가. ‘내가 다 분석해서 고발 해버릴 꺼야!’ 정당하게 분노하고, 정당하게 화를 내고. 그걸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는 게 연구자이기 때문에.

두 번째로 많은 연구자들이 말할 것 같은데요, ‘귀 기울이는 것’. 이게 사실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왜냐면 연구자들이 인터뷰 한 명만 한 것도 아니고 한 10명쯤 넘어가면 다 똑같은 말 하고 있고 다 비슷한 맥락이고 모르는 이야기 아니고. 그렇게 돼서 이제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그렇게 하지 않고 이 사람 말이 무슨 말인지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거. 제가 아직도 부족하긴 한데, 그게 제가 되고 싶은 것 입니다.

세 번째로는 캄보디아어로 했는데요. ‘쏙써바이떼’. ‘써바이’가 행복하다, 안부를 묻는 것 입니다.

써바이가 행복인데요, 그냥 너 행복해? 이게 아니라 그냥 “안녕하세요?”, “잘 지내요?” 그런 느낌의 “쏙써바이떼?” 이렇게 물어보는데요. 연구자는 사실 어느 부분에는 좀 못 됐죠. 남의 이야기를 훔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남의 이야기를 훔치면서 글도 쓰지만 저는 여전히 캄보디아 사람들과 연대도 계속하고 싶고 문제제기의 목소리를 내고 싶고 그리고 계속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연구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잘 지내요? 뭐, 인터뷰하고 딱 끝. 안녕 고마웠어. ‘아싸, 나는 또 한명의 인터뷰를 했고 내 논문은 잘 될 거야.’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 시간을 내줘서 너무 고맙고. 왜 남에게 자기 이야기를 해주겠습니까? 별의 별 이야기를 다 해주시고 그것에 대해 감사하고 내가 계속 ‘잘 지내요?’라고 물을 수 있는 연구자였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에 캄보디아 어로 ‘쏙써바이떼?’라고 이야기 해봤습니다.

(우춘희 연구자의 방에 위치한 벽면에 붙은 포스트잇 사진. 연구자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라 한다. / 사진 우춘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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