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⑦] 플랫폼C – 사회운동의 문턱을 낮추는 활동가들의 플랫폼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0-12-18

청년허브 입주단체 Interview Series

 

사회운동의 문턱을 낮추는 활동가들의 플랫폼, 플랫폼C┃홍명교

플랫폼C가 어떤 단체로 보이길 바라냐는 물음에 홍명교 활동가는 망설임 없이 “재미있어 보이는 곳”이라고 답했다. 자본주의 구조의 폭력과 낡은 사회운동을 지양하는 플랫폼C는 우리 사회의 대안을 즐겁게 모색하기 위해 마르크스와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5·18 민주화운동, 홍콩항쟁, 기후위기 등에 관해 토론한다. 관심 있는 주제로 글을 써서 책을 만들고, 우리 역사에서 유의미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사회운동이 무엇인지 경험해보고 싶은 누구에게나, 플랫폼C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성소영 사진 유재철, 플랫폼C(제공)

플랫폼C
사회운동의 혁신을 위해 비평과 교육 등 영역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는 단체다. 노동자와 학생, 노조와 단체의 활동가, 연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으며, 공개토론‧강연‧세미나‧집필 활동 등을 기획하고 있다.

단체소개 바로보기_ youthhub.kr/hub/supported_group/platformc

2020년 주요 활동
2020.01~ 마르크스주의 책읽기 모임 개시
2020.02~ 매월 월례포럼 ‘플랫폼 자본주의와 플랫폼 노동‘, ‘기후위기와 기후정의운동’ 등
2020.09  ‘홍콩 사회의 모순과 홍콩 항쟁의 전개’ Zoom Live 강연
2020.09  <비혁명의 시대> 저자(김정한)와의 대담 Zoom Live 강연
2020.10  <홍콩은 불타는가 – 홍콩 사회의 모순과 홍콩 항쟁> 책 출간
2020.10. 30~11. 01 여순항쟁 역사기행 사업
2020.11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책 출간


플랫폼C을 운영하는 홍명교 활동가

 

20대 때부터 줄곧 사회운동을 해오셨는데, 어떤 계기로 플랫폼C를 만들었나요?
제가 대학을 두 번 다녔는데, 첫 학교에서는 학생회 활동을 했어요. 반전평화운동과 학내 청소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이후 예술대학에 입학해 영화를 전공하면서 계속 사회운동에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대학 졸업 후 노동조합에 가서 활동했고, 몇몇 사회운동 단체에서도 활동가로 일했죠. 처음에는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의욕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계속 이런 식으로 하는 건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한계가 느껴졌어요?
사회운동이 전반적으로 고령화되어 있거든요. 고령화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합한지 모르겠지만, 재생산이 잘 되지 않아요. 노동운동도 그렇고, 진보정당도 그렇고요. 시대가 흐르고, 세상이 바뀌는 만큼 새로 등장하는 세대의 청년 활동가들이 가진 문제의식, 장기 등을 토대로 자유롭게 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거의 단절돼 있거든요. 이전 세대가 해온 사회운동의 경험을 잘 이어받고, 전수받아 새로운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이전까지 해온 방식에 맞춰 청년 활동가들이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그 상태 안에 있는 게 답답했어요.

플랫폼C를 만들기 직전까지 중국에서 지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중국에 간 것도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된 거였나요?
삼성전자서비스노조에서 상근활동가로 일을 했었거든요. 삼성은 무노조 정책을 가지고 있어서 노조를 만들면 탄압이 무척 심한데요. 2014년 당시에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해 서비스센터 몇 군데를 위장 폐업시켜서 100여 명의 인원을 해고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해고된 사람들과 함께 지방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 등을 돌면서 노동조합으로 활동하자는 캠페인을 했는데, 구미, 광주 공장에 갔을 때 “여기 있는 노동자들이 몇 달 전에 다 해고됐다”라는 소식을 들었어요. 알고 보니 삼성에서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시켰더라고요. 그때 회의감이 많이 들었죠. 열심히 일해도, 공장이 베트남으로 옮겨갈 계획이라면 노동자에게 남는 건 해고뿐이잖아요. 이미 삼성 경영진들은 큰 그림을 그리면서 공장을 동남아시아로 옮기고 있는데, 우리가 노동조합을 하자고 외치는 건 악다구니 하는 거 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인터넷 댓글을 보면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 일자리 가져간다’고 욕하지, 이렇게 일을 추진한 경영진을 욕하지는 않아요 이러한 혐오는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누군가는 여기에 대비할 구상이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원대한 비전이 있었군요.
앞선 이야기는 좀 멋있는 버전의 답이고요(웃음). 다른 하나는 ‘중국어라도 할 줄 알면 다 그만 둬도 먹고는 살겠지’라는 생각이었어요. 베이징에서 1년간 있으면서 중국어 공부도 하고, 베이징에 있는 NGO 활동가들도 만나러 다녔죠.

중국에서 보낸 시간이 플랫폼C를 만드는 데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그렇죠. 베이징에 있는 청년 활동가들이 새로운 사회운동을 추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제약이 심해요. 탄압도 많고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한정돼 있음에도,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려는 청년 활동가들을 보는 게 좋았어요. 그들의 창의적인 시도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자극도 받았죠. 사실 2년 정도는 베이징에 머물 생각이었는데, 당시 만났던 학생 운동가들이 잡혀가는 걸 봤어요. 계속 있기엔 겁이 나서 작년에 돌아왔죠.


종합해보면 ‘새로운 사회운동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플랫폼C의 문을 열었던 거네요.
처음에는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던 지인들과 세미나 모임을 하는 정도로 가볍게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올해 초쯤 본격적으로 단체 만드는 일을 도모해보자고 뜻이 모아져서 플랫폼C를 만들게 됐어요. 처음에는 20명 정도의 회원이 있었는데, 현재 약 80여 명까지 늘었어요.

주로 활동하는 회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나이로 따지면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고요. 40대 이상인 회원도 많이 계세요. 직장인, 대학원생, 반빈곤운동단체 활동가, 노조활동가 등 다양해요.

플랫폼C의 주요 활동들을 소개해주세요.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마르크스, 페미니즘, 동아시아 등에 관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세미나 모임이 있고요. 한 달에 한 번씩 월례포럼을 개최해서 주요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강연이나 토론을 하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플랫폼C 사이트에 관심 있는 분야의 글을 써서 올리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는 동아시아를 맡았고요. 기후위기, 진보정치, 사회운동 등에 대한 글을 쓰는 회원들도 있죠. 그리고 지난 주말에 2박3일간 여순항쟁 기행을 다녀왔는데요. 너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서, 앞으로 다크투어도 계속 하려고요. 내년에는 제주도도 가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오키나와도 가고 싶어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플랫폼C 사이트에는 5가지 카테고리에 칼럼이 업로드 되어 있어요. 이렇게 카테고리를 구분한 이유가 있나요?
지금은 ‘사회운동, 기후위기, 동아시아, 페미니즘, 진보정치’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이렇게 나눈 이유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키워드라고 생각했고, 다른 하나는 글 쓰는 회원들이 자신 있게 글을 풀어낼 수 있는 주제가 이렇게 다섯 가지 범주로 모아지기 때문이에요. 노동운동 카테고리도 만들고 싶었는데 노조 활동가로 일하는 회원들이 너무 바빠서 못 만들었어요. 나머지 카테고리도 일주일에 하나씩은 글을 올리자고 약속했는데 잘 안 되고 있죠(웃음). 내년에는 홈페이지를 개편해서 역사기행 카테고리도 추가하려고요.


플랫폼C는 오월항쟁강연회와 여순항생 다크 투어 등 역사를 되집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 및 참여를 하고 있다.

 

최근 다녀온 여순항쟁은 어땠나요? 수많은 역사적 사건 중에서도 ‘여순항쟁’을 주제로 다크투어를 다녀온 이유가 궁금해요.
1948년 10월 말에 일어난 사건인 여순항쟁에 관해 알고자 떠나게 된 여행이에요. 사실 저도 잘 몰랐던 역사인데, 회원 중 한 명이 여수 출신이라서 적극 제안을 했어요. 플랫폼C의 주요한 활동으로 다크투어를 시작하기에 앞서 연습 삼아 갔던 건데 너무 좋았어요. 여수지역사회연구소에서 가이드를 해주셔서, 저희는 팜플렛만 만들어서 갔거든요. 총 17명이 참여했고, 학살 현장이나 사적지 등을 돌면서 여순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저희끼리 세미나도 하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냈죠.

팜플렛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가 책 한 권 분량이에요. 준비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을 것 같아요.
일주일 정도 걸렸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대략적으로 여순항쟁에 대해 공부한 자료들을 토대로글을 썼거든요. 각자 역할을 나눠서 쓴 글을 한데 모으는 작업이라 그리 힘들진 않았어요. 

지난 10월에는 홍콩 항쟁에 대해 책 <홍콩은 불타는가>도 펴냈어요.
제가 9월에 ‘홍콩 사회의 모순과 홍콩 항쟁의 전개’에 관해 줌 라이브 방송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40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홍콩 항쟁의 주요 쟁점은 무엇인지, 홍콩항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을 주제로 3시간 가량 이야기를 했는데요. 당시 진행했던 라이브 방송의 강연 내용과 그동안 제가 썼던 홍콩 항쟁 관련 칼럼들을 모아서 책으로 묶었어요.

홍콩은 불타는가
플랫폼C가 발간한 첫 번째 소책자. 홍콩항쟁이 거쳐온 1년 반의 흐름을 시간 순으로 돌아보고, 역사적·사회적·정치적 쟁점과 각 쟁점은 어떤 모순을 안고 있는지 짚어본다.

칼럼 기고나 강연 등을 통해서 홍콩항쟁 이야기를 자주 해왔잖아요. 홍콩항쟁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건, 중국에서 지낸 경험 덕분일까요?
맞아요. 워낙 큰 사건이기도 했지만,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더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제가 베이징에서 홍콩 우산운동 관련 강연을 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홍콩이 앞으로 어려워질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후 2019년 2월에 홍콩에 갔는데 당시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운되어 있는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불과 몇 개월 후에 200만 명 규모의 시위가 터져서 너무 놀랐어요. 그때부터 전개 상황을 계속 지켜봤고, 작년에 홍콩에 몇 번 가기도 했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홍콩항쟁을 먼 이야기처럼 생각하잖아요. 우리는 1987년에 다 겪었던 일이라고 치부하면서 동정의 시선으로 홍콩을 바라보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과 홍콩항쟁은 굉장히 달라요.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 같아요. 홍콩은 우리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일 수 있거든요.

홍콩이 우리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일 수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미디어에서 재생산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6월 항쟁이나 광주 항쟁을 예로 들면서 ‘홍콩이 독재에 맞서 싸운다’는 심플한 프레임으로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제가 볼 땐 동아시아 지역에 쌓인 식민지 모순, 자본주의적 모순, 신자유주의 등이 중첩돼서 복잡하게 폭발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도시예요. 지니계수가 0.52일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하죠. 그러다 보니 주거문제나 청년실업도 심각해요. 집값이 세계에서 제일 비싸고요. 또 700만 명의 인구 중 40만 명이 이주노동자예요. 심지어 거의 다 여성 가사노동자죠. 그들은 집이 없으니까 주말이면 광장에 다 나와있거든요. 이러한 불평등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기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에요. 원래 홍콩이 가진 고질적 문제였죠. 그러니까 홍콩항 쟁은 우리가 겪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점점 심해지는 모순에 대한 저항을 홍콩이 먼저 겪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마치 우리가 민주화 운동의 선배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이상하더라고요. 앞으로는 플랫폼C에서 이렇게 생각할 거리가 있는 문제의 책을 계속 펴내려고 해요.

지니계수
빈부격차와 계층간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4다. 

플랫폼C를 이끌면서 생기는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조직을 이끌어 가면서 실무도 해야 하는데 자원과 역량은 한정돼 있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에요. 회원이 좀 더 늘면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요즘은 ‘잘 버텨서 회원을 늘려야 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플랫폼C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걸 지양하거든요. 지속적으로 자생할 힘을 만들고 싶은데 그게 가장 어렵네요.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결심은 단체의 자립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가요?
자력 갱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모든 회원의 뜻이에요. 지금처럼 청년허브 같은 기관에서 공간 지원을 받는 것까지 지양하는 건 아니지만, 활동비나 인건비 지원을 받는 사업은 참여하지 않으려고요. 과거 이명박 정권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요. 정권이 바뀌면서 갑자기 많은 단체들이 상근 활동가의 비율을 엄청 줄였어요. 정부 사업은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사업의 규모가 많이 바뀌거든요. 그런 거에 좌지우지되고 싶지 않아요.

이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회원이 많아지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웃음). 다만 플랫폼C의 회원이 되고 싶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자주 생각해요. 저는 노조활동을 오래 했지만 “우리가 옳은 일을 하니까 지원해주세요”라는 식으로 후원을 받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책 <홍콩은 불타는가>를 만든 것도 회원을 늘리기 위한 일환이에요. 일부러 회원에게만 발송하는 비매품으로 제작했죠. 갖고 싶은 책을 만들어서 플랫폼C에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했거든요. 실제로 이 책 덕분에 회원이 10여 명 늘었어요.(웃음) 앞으로도 3개월에 한 번은 다양한 주제로 책을 펴내려고요. 다음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책이 나올 거예요.

미닫이실험실은 어떤 계기로 신청했나요?
플랫폼C를 만들면서 사무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청년허브에 뜬 모집공고를 봤어요. 제가 2016년에 이 건물에서 졸업영화를 찍은 적이 있어서, 청년허브는 전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좋은 기회일 것 같아서 지원했어요. 들어와 보니 시설도 좋고, 입주 단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업무적인 교류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분들과 소통하면서 심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거든요. YUMYRONY 대표님은 플랫폼C 회원으로 가입도 하셨어요(웃음). 

YUMYRONY(유미러니)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인활동가 유미의 연구소. 비건, 난민, 사회운동 등 다양한 키워드를 오가며 활동을 펼치고 있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yumyrony

심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나처럼 대책 없이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묘하게 위안이 돼요(웃음). 저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바로 눈앞에 나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딱히 같이 뭘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용기가 되는 것 같아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에 제약이 많았을 것 같아요.
세미나, 강연, 책 읽기 모임 등을 주로 하는 단체이다 보니 모이기가 어려웠어요. 대부분 줌을 활용해서 온라인으로 진행했어요.

코로나19가 쉽게 끝나지 않을 텐데요. 앞으로의 활동을 어떻게 할지, 계획하는 바가 있나요?
사실 온라인으로 활동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어렵더라고요. 일단 집중이 잘 안 되고,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그런데 계속 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회원 중 한 분이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있는 활동은 오프라인으로 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뭐가 더 낫다 아니다를 따지는 게 아니라 플랫폼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온라인에서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면 온라인에 맞는 일들을 더 찾아서 적극적으로 해보는 수밖에 없다”라는 말을 하셨거든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잘 안 되는데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는 것보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30분씩 동아시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온라인으로 간략히 이야기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조금씩 새로운 걸 시도해보면서 온라인에 적합한 활동들을 찾아나가려고요.

코로나19로 다양한 사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잖아요. 빈부격차, 정보격차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거라는 예측도 많고요. 플랫폼c에서는 어떤 문제들을 주목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실제로 이에 관해서 10월에 강연을 진행했어요. ‘코로나 이후의 도시빈곤과 반빈곤운동’을 주제로 40분간 이야기하고 토론했는데요. 도시빈곤 문제는 과거에도,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문제인데 이 모순이 코로나19 이후에는 훨씬 더 확대되고, 겹쳐서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생각해보려고 하고요. 최근에는 ‘코로나 이후의 노동문제’를 주제로 짧게 발제하고, 토론하는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플랫폼C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일지 궁금해요.
비평하는 문화를 회복하고 싶어요. SNS에서 어떤 사안을 두고 무분별하게 욕하는 경우는 많지만, 반대로 날카로운 비평은 죽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비단 사회적 문제뿐 아니라 영화, 문학 등 예술 분야의 비평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플랫폼C에서 계속 글을 쓰는 이유는 여기에 있어요. 비평이 활발한 문화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하나는 활동가 재생산에 기여하고 싶어요. 노동조합이나 진보정당 등에서 활동가가 필요하면 보통 주변에 물어봐요. 함께 일할만한 청년이 있는지요. 활동가의 일은 단체와 뜻이 맞지 않거나, 사회운동 경험이 전무하면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취업 포털 사이트에 공고를 올려서 사람을 구하는 건 한계가 있거든요. 그런데 막상 추천하려고 해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요. 이건 활동가의 재생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죠. 요즘은 학생 운동이 거의 사라진 시대이다 보니까,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도 어디에서 어떻게 이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요. 또, 관심이 있다고 해서 바로 사회운동에 뛰어들기는 부담스럽잖아요. 이 일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맞는지, 할 수 있는 일인지 미래를 그려 보고, 정보도 얻어야 발을 디딜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그런 통로가 부족해요. 플랫폼C가 여러 활동을 통해 활동가를 재생산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플랫폼C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특별한 계획은 없고요. 지금껏 해오던 활동들을 꾸준히 하는 게 목표예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잘 될 것 같아요. 사실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잖아요. 내년에는 제주도로 다크투어도 가고, 책도 더 만들고, 강연이나 영화상영회 등도 기획해서 활발하게 진행할 생각이에요. 제가 얼마 전에 중국 다큐멘터리 영화 <싼허에는 사람이 있다(人在三和)>를 번역해서 반빈곤 영화제에서 상영한 적이 있거든요. 이와 비슷한 활동들을 플랫폼C에서도 해보려고요. 그리고 플랫폼C가 재미있는 곳으로 보였으면 좋겠어요(웃음). 사회운동을 하는 단체인데, 재미있어 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싼허에는 사람이 있다(人在三和)
굴지의 제조 공장들이 몰려 있는 중국 광둥성 선전시 롱허구 내에는 대형 인력시장들이 있다. 싼허인력시장이 그 대표적인 인력시장 중 하나인데, 이곳 주변을 맴돌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농민공들을 ‘싼허다션(三和大神)’이라고 부른다. <싼허에는 사람이 있다>는 이 지역 농민공들의 삶을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이다. 중국의 20대 청년이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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