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①] 소플 SOPLE, 문턱 없는 콘텐츠와 디자인으로 만들어가는 ‘어떤’ 변화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0-12-18

청년허브 입주단체 Interview Series

문턱 없는 콘텐츠와 디자인으로 만들어가는 ‘어떤’ 변화, SOPLE 이유정・박선민

SOPLE은 SOME(어떤)과 PEOPLE(사람들)을 합친 이름으로, ‘세상을 바꾸는 콘텐츠’ ‘세상을 바꾸는 어떤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애 인식개선 콘텐츠 제작부터 미디어 접근 서비스, 배리어프리 공공디자인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나와는 다른 ‘어떤 사람들’이 아닌 우리 중 일부인 ‘어떤 사람들’을 위한 활동을 펼치는 SOPLE의 이유정, 박선민을 만났다. 올해 3월 단체를 구성한 직후부터 수많은 ‘처음’을 경험하고 실험하며 달려 온 SOPLE에게 2020년은 어떤 한 해였을까.

박은아 사진 유재철, SOPLE(제공)

SOPLE(소플)
장애청년과 비장애청년이 함께 배리어프리(Barrier-Free) 콘텐츠로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업. 지루하고 딱딱한 콘텐츠에서 벗어나, 당사자와 주변인의 관점으로 보다 쉽고 재미있게 장애 인권 감수성을 이야기한다. 크게 장애 인식개선 관련 교육 콘텐츠 제작, 미디어 접근 서비스 제공, 배리어프리 공공디자인 개발 등의 분야에서 활동한다. 단체명인 SOPLE은 SOME PEOPLE(어떤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어떤 사람’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는 어떤 사람’ ‘우리 사회 장애인도 어떤 사람들 중 일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체소개 바로보기_ youthhub.kr/hub/supported_group/sople

2020년 주요 활동
2020.03 단체 구성
2020.05~ 서울시 공공디자인 사업 선정 및 개발 참여
2020.06 장애경제인대회 창업경진대회 모의크라우드펀딩 진행
2020.07 다큐멘터리 영화 <비건들의 수다> 배리어프리 자막 작업 진행
2020.10 장애인창업아이템 경진대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 수상
2020.10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의 사업화 연계 프로그램 ‘2020 장애인 크리에이터 대회’ 우수상
2020.11 서울복지재단 장애인 지역사회 통합 영상 공모전 ‘스몰스파크’ 최우수상 수상
2020.12 ‘2021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선정
2020.12 이유정 대표 ‘2020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SOPLE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박선민(좌)와 이유정 대표(우)

 

최근 장애경제인대회에서 창업경진대회 장려상(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걸 축하해요. 어떤 상인지 자세히 듣고 싶어요.
이유정(이하 이): 예비창업자들의 창업 아이템을 갖고 모의 크라우드펀딩과 교육 등을 진행한 후에 수상팀을 선정하는 대회예요. 예비창업자일 때 아이템 평가와 피드백을 받고 사업화하고자 참여했었어요. 당시 저희가 진행했던 아이템은 장애인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였어요.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콘텐츠 자체가 별로 없고, 있더라도 비장애인이 기획 제작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편의 제공 매뉴얼이나 장애 인식개선용 교육용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때 제작한 영상이 SOPLE 유튜브 채널에도 올라와 있어요. 운 좋게 1, 2차에 합격하고 수상까지 하게 되었어요. 상금도 있어요(웃음). 무엇보다도 반년간 작업한 프로젝트라서 의미가 커요. 과분한 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SOPLE(소플)은 올해 설립된 단체인데요. 어떤 계기와 과정을 통해 SOPLE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 대학생 때부터 장애인 학생회에서 활동했어요. 회장직을 맡기도 했고요. 그때 선민님과도 함께 활동했었어요. 당시 단체 행사에서 단편영화를 제작하면서 영상 작업 하는 법을 급하게 배웠는데, 디자인이나 영상 작업이 재미있더라고요. 재능도 있다고 느꼈고 무엇보다 작업할 때 행복했어요. 계속 이런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제가 장애인이면 더 애정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업화하기 전에 장애 인식개선 관련 공모전에 선정도 많이 되었는데, 장애인 기관에서 자료 요청을 굉장히 많이 하시더라고요. 장애 인식개선 관련 콘텐츠가 정말 부족하다는 생각에 SOPLE을 만들게 되었어요.
사업자등록을 한 건 올해 5월이에요. 그냥 단체 형태로 미닫이실험실에 입주했는데, 청년허브 매니저인 티백님이 공공디자인 관련 사업 공고가 있다며 소개해주셨어요. 사업자가 필요해서 바로 등록해버렸죠.
박선민(이하 박): 저는 처음에는 ‘능력 있는 대표님이 어떤 걸 하실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디자인부터 영상 편집까지, 업무 범위가 굉장히 넓더라고요. 지금은 장애 인식개선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아직도 상식적이지 않은 얘기를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재활에 초점을 맞춰서 장애인에게 “이겨낼 수 있어”, “기도하면 나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하고, “장애인은 화장 안 하잖아”라는 이상한 얘기를 하기도 하고요. 장애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한다는 이유로 감동적인 서사를 기대하기도 해요.

SOPLE 활동이 그런 편견을 바꾸어가는 과정인 거네요. 단체 소개를 보면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장애인 교육을 하고 싶다’라고 되어 있는데, 소플이 생각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은 어떤 건가요?
이: 유튜브에 있는 장애 인식개선 콘텐츠는 대부분 수년 전에 나온 올드하고 딱딱한 콘텐츠예요. ‘장애란 무엇인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콘텐츠는 누가 봐도 지루하잖아요.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고요. 최고의 인식개선은 직접 보여주고 들려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최대한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나 이야기, 그리고 모습을 보여주는 게 소플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의 트렌디한 감성도 담고 싶어요. 올드하거나 정형화된 것들에서 벗어나 우리 이웃의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게 소플만의 방식이죠.
박: 너무 무겁거나 낯설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힘들잖아요. 편하게, 거창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해요.


SOPLE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보이는 장애인 관련 콘텐츠들. 장애 인식개선 콘텐츠나 장애 관련 유용한 정보를 정리해 제공한다.

 

SOPLE 이름으로 처음 제작한 콘텐츠가 장애인들을 위한 운전 관련 정보였죠?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이: 네, 맞아요. 흩어져 있는 장애인 운전 지원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영상을 제작했어요. 영상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시청각 장애를 고려한 접근성이에요. 미디어 접근성 서비스는 보통 자막과 수어 통역, 화면 음성 지원이 들어가는데요.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농인 분들에게 꼭 피드백을 받아요. 당사자들이 직접 해주는 피드백은 다르거든요. “이 부분은 수어 화면을 크게 바꾸면 좋겠다”라거나 “여기는 수어 통역에 텐션을 뺏기면 안 된다”와 같은 자세한 피드백을 주시니까 도움이 많이 돼요.

최근 영화 <비건들의 수다>의 배리어프리 작업도 했다고 들었어요.
박: 교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YOMYRONY의 유미님을 통해 연결이 되었어요. <비건들의 수다> 감독님이 자막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걸 보고, 영화에 출연한 유미님이 저희를 연결해주셨어요. 장편 영화의 자막 작업은 처음이었어요. 공동체 상영 방식으로 상영을 시작했고, 배리어프리 버전 상영회는 11월 27일에 했어요. 원래 오프라인 상영회를 준비했다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했어요. 급하게 준비를 하다 보니 실수도 생기고 관객분들과 소통을 많이 하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응원해주시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얘기해주셔서 감사하더라고요.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관객과의 대화를 함께 할 수 있는 상영회를 추가로 진행하려고 해요.

비건들의 수다
비건과 비거니즘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의 인터뷰 위주로 이뤄져 있으며, 공동체 상영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작연도: 2020년 3월/ 러닝타임: 96분

배리어프리 barrier-free
모든 시민이 자연스럽게 사회에 참가(직장생활, 가정생활, 지역사회생활)할 수 잇는 참가형의 성숙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참가를 방해하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축소・제거하는 것(출처_21세기 정치학대사전)

YUMYRONY(유미러니)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인활동가 유미의 연구소. 비건, 난민, 사회운동 등 다양한 키워드를 오가며 활동을 펼치고 있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yumyrony


교통약자를 위한 서울시 지하철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진행 현장. 현장 실사와 이용자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서 최적화된 디자인을 개발해왔다.

 

장애 인식개선 콘텐츠 제작과 미디어 접근 서비스 작업 외에 배리어프리 디자인도 하고 있어요. 올해 5월에 서울시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었는데, 해당 사업을 통해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나요?
이: 지하철 교통약자를 위한 공공디자인 작업을 했어요. 환승 가이드라인과 엘리베이터 탑승 안내 디자인인데요. 지하철 환승이 교통 약자 분들에게는 매우 복잡하고 소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에요. 환승 엘리베이터가 외진 곳에 있어서 찾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이번 공공디자인을 통해 바닥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가기만 하면 되는 디자인 모델을 개발했어요. 지하철 바닥의 점자블록 옆에 프린팅 디자인을 부착하는 형태예요.
또 하나는 엘리베이터를 탑승할 때 교통약자들이 우선 탑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을 만들었어요. 픽토그램을 활용한 디자인을 통해서 우선 탑승 대상자인 사람들이 먼저 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거죠. 현재 디자인은 마무리 단계이고, 시범 사업으로 역사 몇 곳에서 먼저 설치한 후에 차차 늘려가게 될 거 같아요. 최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가장 먼저 설치가 되었고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 같아요. 프로젝트 진행 과정은 어땠나요?
박: 많은 수정 작업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눈에 잘 띄는 이용자 중심의 이상적인 디자인을 설계했어요. 그런데 고려해야 할 상황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예를 들면 공공디자인이니까 주변의 디자인과 융화되어야 하는 거죠. 그리고 교통약자 당사자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자문을 받으면서, 이용자가 보는 시각은 또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무조건 이용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걸 배웠죠.
이: 하나의 프로젝트가 실현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설득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끼는 게 정말 많아요. 초반에는 지하철 내 휠체어석 디자인을 바꾸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용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휠체어석이 너무 눈에 띄거나 분리되는 걸 원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저기는 휠체석이구나’라는 느낌이 분명해지는 걸 꺼리시더라고요. 컬러나 문구 등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주셨어요.

교통약자도 범주가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을 거 같아요.
이: 맞아요. 그 부분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장애인과 임산부, 고령자 등의 교통약자를 모두 합하면 천만 명도 넘거든요. 고려해야 할 사항이 굉장히 많았죠. 예를 들어 급하게 오가는 지하철 역사에 설치되는 만큼, 어르신들도 쉽게 볼 수 있게 글씨가 눈에 잘 들어와야 하고 색깔이 묻히면 안 되고 디자인 명시를 위해 픽토그램과 글씨를 함께 표기해야 했어요. 컬러와 사이즈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해서 진행했어요.
박: 예를 들어서 처음에 엘리베이터 탑승용 디자인을 만들 때 휠체어 이용자, 고령자, 임산부 등을 나타내는 픽토그램을 엘리베이터 앞에 한 줄로 배치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교통약자 안에서도 우선 순서를 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더라고요. 이런 부분도 고려해서 결과물을 만들었어요.

교통약자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자, 어린이 등 공공 교통기관을 이용할 때 불편이 따르는 사람들을 총칭하는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 교통약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총 인구 5185만 명 중 교통약자의 수는 152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에 달한다.

SOPLE이 작업 중인 교통약자를 위한 서울시 지하철 공공디자인 시안. 현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시범 설치되어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교통약자의 이동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공공디자인이 많은 것 같아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많고요. 이 자리를 빌려 배리어프리 관점의 공공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를 얘기해주세요.
박: 디자인은 생활과 굉장히 밀접해있고, 그래서 일상을 많이 바꿀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행동 유도를 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디자인이 길을 찾는 방법이 될 수도 있고요. 소수를 위해서 비용을 쓰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는 말도 있는데, 소수의 개념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백인만 출입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면 나머지는 억울한 소수가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인간의 기본권에는 효율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뭔가를 더 해달라는 게 아니라, 기본을 갖춰달라는 거잖아요.
이: 저도 공공디자인이 소수를 위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의 장애인 수가 260만 명이에요. 주변에 잘 보이지 않으니까 없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소수가 아니죠. 장애의 경계 역시 불분명해지고 있고, 노인과 임산부, 일시적 장애 상태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 거고요. 그리고 배리어프리의 모토는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예요.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자막 서비스도 시청각 장애인을 위해 제공하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이 자막의 편리함을 누리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이 일이 소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딱히 누군가를 위한 일이라고 경계를 짓기보다는, 모두가 즐기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만약 소수를 위한 일이라도 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배리어프리는 접근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필요성이 있고요.


SOPLE 사무실 창가에 놓인 청년허브 입주단체 소개집과 휠체어를 탄 인형. 통유리로 된 미닫이실험실 디자인을 활용해 SOPLE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2020년 5월에 미닫이실험실에 입주했어요. 어떤 계기로 입주하게 되었나요?
이: 활동 초반에는 공간이 없으니까 카페에서 회의를 했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더라고요. 안정적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공간을 사용할 수 있기도 하고, 지속적인 실험을 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곳이라고 하니 너무 좋았어요.
박: 처음 청년허브 건물에 와 봤을 때 “여기 너무 좋다. 우리도 여기 들어올 수 있는 거야?”라면서 꿈에 부풀었던 기억이 나요. 청년허브에 들어서면 보이는 창문카페별꼴의 차별없는가게 포스터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건물에 문턱이 없고,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요.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으로 보호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입주 후에 실제로 공간을 사용해보니 어떤가요?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이: 미닫이실험실에 입주한 단체들이 다양한 주제로 활동을 하잖아요. 다른 팀의 활동 모습을 보면서 자극과 영감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아요. 함께 협업을 하기도 좋은 환경이고요. <비건들의 수다> 자막 작업도 유미님이 연계해 줘서 진행한 프로젝트고, 최근에는 함께 배리어프리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안티카가 올해 매드 프라이드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때는 참여 영상을 찍어서 보내드리기도 했고요. 협업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최대한 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미닫이실험실 사무실이 통유리로 되어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저희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일하는 장애인의 모습을 많이 접하지 못했을 텐데, 저희 모습을 통해 인식 개선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요.
박: 저는 일단 공간이 예뻐서 좋고요(웃음). 입주단체마다 사무실 앞에 활동에 관련된 뭔가를 막 붙여 놓으시잖아요. 이곳 저곳 기웃거리면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보다 보면, ‘함께 무언가 하고 있다’라는 공동체 의식도 생기더라고요. 만약 지하 사무실 같은 곳을 얻어서 일하고 있었다면 못 느꼈을 생동감도 있고요.

창문카페별꼴
창문카페 입주단체. 인포숍카페별꼴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공간을 모으는 ‘차별없는가게’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인포숍카페별꼴

안티카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창작문화예술단체로 다양한 예술 모임과 교육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예술적 성장과 정신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편견을 탈피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안티카

얘기한 것처럼 청년허브는 장애인 접근성이 좋은 공간인데요. 더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나요?
이: 전체적으로 최대한 장벽이 없게끔 설계하신 거 같고, 길 찾는 디자인도 눈에 잘 띄어서 효용성이 높아요. 거의 모든 곳에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있고요. 다만 미래청 1층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데 좁아서 이용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장애인, 유모차 방문객 등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청년허브 출입하는 문이 자동문이면 좋겠어요. 혼자 열 때는 문 열기가 어려워서 지나가는 분들이나 직원 분들에게 도움을 받곤 하거든요.

단체 설립부터 미닫이실험실 입주와 사업자 등록, 여러 프로젝트 진행까지 많은 활동을 하면서 한 해를 바쁘게 달려 왔네요. 사업 형태를 갖추면서 느끼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아무래도 제가 결정권자이다 보니, 의사결정을 하는 부분이 고민이에요.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의 의견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해요. 내년에는 사업적으로 어떤 것을 구체화시킬지도 고민이고요. 그런데 사업 체질인 거 같아요(웃음). 새로운 시도를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런 일에 흥미가 많아요.

SOPLE은 장애 청년들과 비장애 청년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단체인데요. 이를 고려해 업무 환경이나 방식이 달라지는 부분도 있나요?
이: 회의 공간을 찾을 때 접근성을 따지는 정도? 그 외에는 다른 건 없는 거 같아요. 일하는 건 다 똑같으니까요. 회의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선호하긴 해요. 서울시 지하철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위해서 농인 디자이너 1명이 합류해 함께 일하고 있는데, 온라인 회의를 하니 수어 통역이 계속 끊겨서 불편하더라고요. 오프라인 회의를 할 때는 화이트 보드나 모니터 화면을 켜놓고 계속 이야기하고 그려보면서 소통해요. 처음에는 수어 통역해주는 분이 없으면 소통이 잘 안될까 봐 걱정도 했는데, 타이핑으로도 대화가 되더라고요. 조율하고 물어보면서 하다 보면 어려움 없이 다 진행할 수 있어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잖아요. 사회적기업 등록을 준비 중인 건가요?
이: 네, 지금은 일반사업자인데, 사회적기업 등록을 할 계획이에요. 저희가 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에서 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했어요. 현재 최종 선발된 상태이고, 2021년부터 지원금과 컨설팅을 받게 돼요.

2021년도 바쁜 한 해가 되겠어요. 2021년에 계획하고 있는 일, 그리고 SOPLE이 꿈꾸는 미래가 궁금해요.
이: 배리어프리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요.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편의 제공 매뉴얼이에요. 예를 들어 세미나나 행사를 진행할 때 장애인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담은 매뉴얼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야기 형식을 취한 재미 있는 장애 인식개선 콘텐츠도 만들고 싶고요. SOPLE의 최종적인 바람은 배리어프리 버전 자체가 없어지는 거예요. 모든 영상 콘텐츠에 자막이 달리고, 디자인에서도 장애인용 카테고리가 따로 분리되지 않았으면 해요. 그런 분리가 생활의 분리로 이어지고, 낙인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박: 콘텐츠는 대표님이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계셔서, 재미있는 걸 많이 만들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도 배리어프리가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인 것이 되는 게 바람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장애인 운전 제도나 지원 제도 등을 조사하면서 정부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충격 받았어요.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으고 정리해서 안내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장애 인식개선 교육을 연 1회씩 해요. 하지만 2018년부터 시행된 교육이다 보니, 아직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지는 않은 거 같아요. 최종적으로는 장애 인식교육 관련 교재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두 분에게 청년허브는 어떤 공간인가요?
이: 청년허브는 계속 기회를 주는 곳이요. 실험해도, 실패해도 괜찮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곳이고요. 사용하는 문구 하나 하나나 은연 중에 드러나는 분위기 등 여러 면에서 그런 느낌을 받아요. 여러 입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실험을 하는 걸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공공디자인도 ‘아직은 무리가 아닐까?’가 아니라 실험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박: 입주단체들이 모이는 교류회도 정기적으로 갖고, 청년허브에서 자문 지원도 해주시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지지 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아요. 그리고 청년허브는 SOPLE에게 모든 처음을 만들어준 곳인 거 같아요. 저희의 첫 사무실이고, 첫 회의실이고요. 처음으로 사무실에 지인들을 초대해보기도 했어요. 나중에 이 공간을 떠나 다른 곳에 가게 되더라도, 청년허브는 우리의 처음으로 기억될 거 같아요.

청년허브에 바라는 점도 있나요?
이: 지금처럼 계속 청년들의 직업과 실험을 지지해주셨으면 해요. 출입문이 자동이었으면 좋겠고요. 그거 말고는 없어요(웃음).

 

▍ 청년허브의 입주단체 정보가 궁금하다면? https://youthhub.kr/hub/4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