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⑥] 듣는연구소 – 책상 위 궁리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로 이끄는 변화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0-12-18

청년허브 입주단체 Interview Series

책상 위 궁리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로 이끄는 변화, 듣는연구소┃우성희・송하진

듣는연구소를 시작할 당시, 우성희와 송하진은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었다. ‘왜 현장의 목소리는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까? 수많은 간담회가 개최되는데 그 이야기들은 어째서 숫자로만 취합될까?’라는 근본적 물음이었다. 현장에서 당사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잘’ 듣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고 싶다는 바람으로 두 사람은 듣는연구소를 만들었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솔루션을 찾는 연구와 실행 사업을 진행했다. 설립 3년차인 올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갈림길에 서 있다. 앞으로 듣는연구소에 일어날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성소영 사진 유재철, 듣는연구소(제공)

듣는연구소
사회변화를 위한 연구와 활동을 하는 연구활동가 그룹이다. 현장에서 자기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듣는연구를 지향한다. 보편적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듣는 연구 방법론을 정립하고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으며, 연구를 원하는 활동가들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단체소개 바로가기_ youthhub.kr/hub/supported_group/듣는연구소

2020년 주요 활동
2020.03~04 듣는연구법 스터디2020.07    N개의공론장 <금산에서, 잘 살 수 있을까? : 우리가 필요한 지역 기반 만들기> 개최 with 문화예술협동조합 들락날락
2020.06~09 서대문구청 <마을공동체 효과적 지원을 위한 서대문구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연구
2020.06~11 서울 도시재생 열린공모 <청년에게 도시 서울을 묻는다> 운영 지원


듣는연구소를 함께 이끌어 온 두 사람, 송하진(좌)와 우성희(우)

 

두 분은 ‘듣는연구소’를 설립하기 전 희망제작소에서 함께 일한 동료였다고 들었어요.
우성희(이하 우): 맞아요. 쌤(송하진 대표)은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에서 오래 일했고, 저는 뿌리센터에서 지역활성화를 촉진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조직개편이 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파트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사업과 연구 활동을 같이 한 사이였죠.
송하진(이하 송): 바로 옆 자리에 앉은 동료였는데, 제가 두 달 먼저 퇴사했어요.

옆자리 동료이자, 퇴사 동기였던 셈이네요. 퇴사 후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송: 다른 단체로 이직했다가 퇴사 후 독립활동가로 잠시 지내고, 또 다른 조직에 들어가는 등 방황하는 시간을 2년 정도 보냈어요.
우: 저는 ‘농사짓는 연구자’라고 명함을 파서 독립활동가로 일했어요. 당시 조직생활 자체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당사자성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굶어 죽지 않으면서 이러한 활동을 하려면 농사를 짓는 게 유일한 답이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텃밭을 만들어서 1년 여간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어요. 페이스북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으기도 했는데, 망했죠(웃음). ‘농사를 지으니 굶어 죽지는 않겠다’라는 심리적 든든함은 느꼈지만 지속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두 분이 의기투합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듣는연구소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우: 물론 독립활동가의 삶도 참 좋았어요. 매일 같은 시간에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고, 제가 일을 기획해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것도 만족스러웠거든요. 그런데 계약상의 불안정함, 먹고 사는 것의 힘듦, 혼자 책상을 바라보는 외로움 같은 걸 견디는 게 어렵더라고요. 이런 고민과 문제는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송: 다시 만났을 때, 처지가 비슷했거든요(웃음). ‘각자 고군분투하느니 조직을 만들어서 같이 해보자’라는 생각이 컸던 거 같아요. 그래서 서울시NPO지원센터의 미트쉐어로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독립활동가들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는데요. 그게 흐지부지 되면서 우리 둘이 해볼 수 있는 일은 뭘지 고민하다가 연구활동 기관인 듣는연구소를 만들었어요.
우: 며칠 동안 각자가 원하는 목표, 합의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일지 포스트잇에 써서 벽에 붙여 놓고 어떤 단체를 만들지 고민했어요. 뚜렷한 합의점은 없었지만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반영하고 싶다’는 마음은 일치하더라고요.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공론장은 많이 있지만, 거기서 나온 이야기가 단순히 숫자로 취합될 뿐 정책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또 정책 연구 등을 통해 당사자 인터뷰를 하더라도, 솔루션은 연구자의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본질적 욕구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문제의식에 관한 대안을 찾아보고 싶었죠. 그래서 이름도 ‘듣는연구소’라고 지었어요.

미트쉐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진행된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시민공익활동 지원사업

듣는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가치가 무엇이었나요? 기존 조직에 반해서 새롭게 뜻을 모은 만큼,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송: 아주 기본적인 부분이긴 한데요. 연구를 위해 인터뷰를 했으면 당사자에게 소액이라도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연구 윤리를 잘 지키려 했어요. 또 인터뷰에 참여한 분들이 가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했죠. 이 인터뷰가 어떤 범위에서, 어떻게 사용될지 전달하고 인터뷰이가 원하지 않는 내용이나 연구자가 잘못 이해한 내용이 결과에 반영되지 않도록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무엇보다 ‘듣는연구소에 어울리는 연구’인지 명확히 가르는 게 중요했어요. 연구 비용이 아무리 크더라도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정체성에 맞지 않으면 정중히 거절했죠.
우: 저희가 듣는연구소를 기획하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동안 일하면서 싫었던 것들에 대해 마구 쏟아냈거든요(웃음). 저희끼리는 “이게 억울해요, 안 억울해요?”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듣는연구소를 운영하면서도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발주처와 우리 사이의 억울함, 우리 두 사람 혹은 우리와 프리랜서 활동가 사이의 억울함 등이요. 그래서 나름대로 프리랜서 표준계약서 같은 걸 만들어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는데,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듣는연구소가 만든 프리랜서 표준계약서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공유한 계약서에서 특히 사람들의 호응을 많이 받았던 항목이 있나요?
우: ‘일주일에 몇 일 일한다’라는 항목도 명시했고요. 만약 계약서상 내용보다 일을 더 하게 되면 활동비를 높이거나 업무량을 조정한다는 사항도 정확히 적었어요. 저작권에도 신경 썼고요. 프리랜서 연구자로 함께 연구를 진행했을 때, 그 결과물은 듣는연구소의 이름으로 남지, 프리랜서 연구자의 결과물로 남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이 경력을 단순히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다른 단체에서 발표를 하거나 활동할 때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가장 중요하면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듣는연구소가 말하는 ‘듣는 연구’는 뭔가요?
송: 표면적으로 알 수 없는 내용까지 깊이 들어가는 연구라고 생각해요. 한 개인이나 공동체를 관찰하고, 대상자의 말을 중요하게 듣는다는 점에서 ‘질적 연구’의 개념과 비슷해 보이기도 할 텐데요. 듣는 연구는 질적 연구의 방법을 활용해서 사람들이 직접 표현하지 않지만, 마음 속에 있는 진심을 드러나게 하는 연구인 것 같아요.
우: 대상자가 말하지 않았던 숨은 의미를 찾는다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잖아요. 사실 이건 질적 연구에서도 잘 쓰지 않는 방법일 텐데요. 조금 쉽게 설명한다면 연구에 참가한 사람들이 그룹인터뷰에서 “공간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면, 정말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나 이슈가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인지 본래 의도를 찾아주는 연구예요. 물론 대상자의 이야기를 저희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건 듣는 연구의 본질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 과정에서 계속 점검을 하죠. ‘우리가 너무 나간 거 아닌가?’라는 브레이크를 걸기도 하고, 실무자에게 “이런 점이 발견됐는데,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기도 하고요. 혹은 대상자의 말이 왜곡되지 않았는지 이해관계자들을 모아서 워크숍을 하기도 해요.

듣는 연구를 잘 하기 위해 ‘듣는연구 오픈 세미나’도 진행하는 걸로 알아요.
우: 맞아요. 저희도 듣는 연구에 관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수준이라, 연말 연초에는 세미나를 열어 매년 우리의 연구를 평가하고, 듣는 연구에 관심이 많은 외부인들과 함께 연구방법론 스터디를 해요. 지난해에는 송쌤이 커뮤니티 기반 참여 연구 방법론을 소개해 주셨는데, 하반기에 들어온 연구 용역에 참여 연구 방법론을 적용해서 연구를 진행했어요. 해당 내용을 설명했더니 발주 기관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거든요.


연구 프로젝트 진행 시의 듣는연구소 사무실 풍경(좌)과 회의 모습(우)

 

무척 의미 있는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어떤 연구였는지 소개해주세요.
우: 지난해에 청년들의 삶에 대한 연구를 다수 진행했거든요. 저희끼리는 ‘청년연구 3부작’이라고 부르는데요. 그중 하나가 ‘청년수당 참여자를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사람의 일’로, 청년지원사업모델사업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직무와 역량을 도출하는 연구였어요. 쉽게 말해, 서울시 청년수당을 받는 청년들이 지역 내 모임이나 지원 정보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네매니저의 직무 역량을 탐구하는 과정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연구에 참여하길 원하는 12명의 동네매니저에게 ‘협력연구자’라는 지위를 부여했어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미팅을 해서 그 사이에 만난 모든 동네매니저의 인터뷰 내용과, 저희가 모은 자료를 보고 함께 이야기하며 분석한 내용을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죠. 3~4개월의 짧은 기간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완벽한 참여연구를 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연구를 진행한 저희에게도, 참여한 동네매니저 분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듣는연구소의 청년 연구 3부작

① 청년수당 참여자를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사람의 일(자치구단위 청년지원사업모델사업 운영자 직무 및 역량 도출 연구)/ 발주기관_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기간_ 2019.07~2020.01
: 서울시 청년수당을 받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현장에 밀착해 이들의 삶의 필요를 따지고, 관련한 자원을 연결하는 ‘자치구단위 청년지원사업모델사업’에는 실무 인력인 동네매니저가 있다. 이들의 직무 범위와 역량을 정리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에 도움이 되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② 이주청년의 정착을 돕는 지역의 사회적 기반은 무엇인가(지역교류형 청년일자리 사업모델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 현황 연구) / 발주기관_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기간_ 2019.07~12
: 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필요한 지역사회의 사회적기반 여건과, 현황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③ 청년들의 ‘커뮤니티-하기’를 탐색하기(서울의 청년커뮤니티 작동에 관한 탐색적 연구) / 발주기관_서울시 청년허브, 기간_ 2019. 05~11
: 서울의 청년들을 지원하는 중간지원 조직(서울시 청년허브 및 무중력지대)의 ‘청년커뮤니티 지원사업’에 지원한 청년 커뮤니티들의 ‘커뮤니티-하기’의 과정을 살피고, 개인화된 시대에 청년들이 커뮤니티 활동 하기를 결정하는 이유와, 활동 과정 중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탐색하는 연구.


듣는연구소에서 진행한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지역사회기반현황 연구결과보고서’, ‘다년차 마을활동가 역량도출 및 지원 방안(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연구 결과 보고서'(위)와 2019년 참가한 NPO(비영리기구) 지원 박람회 ‘NPO 파트너 페어’에서 듣는연구소를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청년커뮤니티 연구 스티커와 활동가 역량 연구 스티커(아래).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연구 과정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인터뷰로 듣는 것’과 ‘당사자를 연구에 참여시키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얼핏 들으면 비슷한 개념인 듯 느껴지거든요.
우: 참여연구를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부분이 많아요. 예를 들어 저희가 열심히 심층면담을 해서 동네매니저의 일이 어떤 것인지 정리해 협력연구자 모임에 가져갔는데요. 그분들이 “여기 써있는 게 다 우리가 하는 일이 맞지만, 정말 내 일을 설명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결국 연구를 다시 뒤엎고 새로 시작했죠. 덕분에 청년매니저들이 대면하는 대상인 ‘청년수당을 받는 청년들’까지 만나 인터뷰를 해서 연구 내용을 보완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마지막 모임에서는 청년매니저 분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내 일을 누구에게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다”거나 “이 일을 이력서에 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보니 쓸 수 있겠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주 좋은 질적 연구를 했더라도, 청년매니저가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결과가 나왔을 거예요. 짧은 시간 안에 연구를 마치느라 제한적이나마 참여 연구를 시도해 본 셈이지만, 매우 유용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송: 사실 참여연구가 무엇인지는 학계에서도 아직 명확한 규정되지 않은 상태예요. 다만 저희가 지향하는 바를 말씀 드린다면 당사자 그룹과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한 후 연구자가 취사선택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게 의미 있을지 다시 한번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요. 만약 우리가 틀렸다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개방성을 가지는 태도도 중요하고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연구 내용에 대해 토의할 수 있는 창을 열어 두고, 우리가 연구한 내용을 주기적으로 브리핑해서 당사자에게 수정, 보완 사항을 듣는 과정을 연구 내내 진행했어요.

앞서 말했듯 지난해에는 청년들의 삶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했는데요. 각기 다른 주제의 연구였지만, 청년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하나로 관통하는 문제의식도 발견했을 것 같아요.
우: 이전 세대들은 앞서 세상을 산 사람들을 계승하고, 사회의 문법을 따라가면 어느 정도 삶의 기반이 마련되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현재의 청년들은 ‘이 사회는 내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이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많았어요. 새로운 시대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들이 역동적으로 삶의 기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너무 막혀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적 발언권이나 힘, 자원을 갖기 어려운 현재의 20~30대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송: 맞아요. 청년들은 개인적으로나마 삶의 지속가능성을 찾고, 좇고 있는 것 같아요. 그 기반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커뮤니티를 이루거나, 지역으로 내려가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고요. 어른들은 현재의 20~30대가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청년들이 무척 공동체적이고 협력적인 방식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전 세대와 청년 세대가 생각하는 공동체의 개념이 다른 거죠. 이전 세대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신으로 끈끈함을 공유했다면, 청년들은 연대의 방식으로 넓은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와 자원을 공유해요. 빠르게 모였다가, 원하는 걸 나누고 흩어지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거죠.

미닫이실험실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요?
송: 과거에 개인 공간을 하나 얻어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했었어요. 주민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는 등 마을 사람들과 함께 쓰는 거점 공간이자 작업실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기적인 수입 없이 월세를 감당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당시에 우군(우성희 대표)이 월세 일부를 ¬함께 부담해주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요. 그래서 공간을 알아보다가 미닫이실험실 공고가 뜬 걸 보고 신청했어요.

지향하는 바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얻는 이점이 있을 것 같아요.
우: 힘을 많이 얻어요. 듣는연구소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고민이 많을 때, 여기 입주해 계신 분들을 보면 ‘비영리인데 저렇게 잘 운영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고 새로운 희망이 생기죠. 함께 얘기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게 위안이 돼요. 과거에 입주했던 기업들을 볼 때도 힘이 나요. ‘텀블벅도 여기 있었어?’ ‘씨닷도 있었네?’ 하면서 나중에는 이 기업들처럼 우리의 사무실을 갖고 잘 살아갈 수 있는 미래가 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진 적이 있어요(웃음). 현재 미닫이실험실에 입주한 YOMYNONY, AR490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청년허브라는 커뮤니티에 느슨하지만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정말 좋죠.
송: 미닫이실험실에 입주해 있으면서 연결지점이 많아져서 좋은 것 같아요. 서울혁신센터, 청년허브 등에서 연구 용역을 주시기도 하고,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듣는연구소를 알릴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도, 부가적인 네트워크의 기회나 서비스를 받는 것도 좋은 점이라 생각하고요.

텀블벅
前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독립적인 문화창작자들의 지원을 목표로 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운영한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30093

씨닷
前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연결을 통해 사회혁신의 발전과 확산을 촉진하는 기관이다. 국제교류, 협력 행사 및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국제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컨설팅 및 코디네이션, 사회혁신분야의 국제교류 교육을 진행한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30152

YUMYRONY(유미러니)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인활동가 유미의 연구소. 비건, 난민, 사회운동 등 다양한 키워드를 오가며 활동을 펼치고 있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yumyrony

AR490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환경을 생각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1인 단체이다. 영국 대안기술센터에서의 친환경적인 삶을 기록한 책 <다시 시작, CAT Diary>를 출간했으며, 잉여 자원을 활용한 자투리 공작, 생활기술 워크숍을 진행한다. 나무 소재를 그대로 살린 친환경 생활소품을 직접 제작하며 환경 친화적인 삶을 소개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ar490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송: 원래 그리 많은 일을 하진 않았지만(웃음), 전반적으로 사업 규모가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작년에 제안 받은 연구 용역에 비해, 올해 들어오는 일들은 기간도 짧고 연구비는 더 적어졌죠. 또 저희는 대면해서 인터뷰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그 부분에서 제약이 좀 있었어요.
우: 사업적인 타격보다 저희의 심리상태에 큰 변화가 찾아왔어요. 듣는연구소를 만든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까지는 계속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2020년에는 새로운 동료도 찾고 더 많은 일을 하자고 도모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서 그게 잘 안 됐어요. 송쌤은 올해까지만 듣는연구소 활동을 할 예정이에요.

송대표님은 어떤 이유로 활동을 그만두는 건가요?
송: 듣는연구소가 이제껏 이뤄온 일들, 만들어 온 의미에 대한 의심은 전혀 없어요. 다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는 게 가장 커요. 개인적으로도 이제 정기적인 수입이 필요하고요. 연구 용역은 거의 하반기에 있기 때문에 1~6월까지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지난해에 진행한 연구비를 1~2월에 받아 6개월을 살아야 하는데요. 거기서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조직 안에서 좀 더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디지털 정보와 디자인 구현을 통한 결과물도 만들어보고 싶거든요. 하지만 지금의 자원이나 인적 역량 안에서는 하기가 어려워서 이런 활동이 가능한 조직을 찾아보려고요.
우: 보내드려야 하는데, 혼자 남는다는 불안감이 커요. 듣는연구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송쌤과 저의 합이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함께 듣는연구소의 퀄리티를 만들어왔는데 한 명이 떠났을 때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앞으로도 듣는연구소를 제대로 운영해서 송쌤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어요.

두 분 모두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네요. 함께한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송: 앞으로 새로운 조직에 속해서 일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창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평생 조직에 기대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고 두려운데, 듣는연구소를 운영해 본 덕분에 ‘나는 새로운 역량을 쌓은 뒤, 다시 나와서 혼자 활동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렇게 해본 것에 대해서는 지금 다시 돌아봐도 후회가 없고, 언젠가 다시 또 하고 싶고요.
우: 저는 조직이 싫어서 뛰쳐나왔기 때문에, 듣는연구소 초기에는 조직화되는 걸 지양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바를 이루려면, 결국 조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제일 큰 고민은 이거예요. ‘지금까지 기존 조직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매번 욕했는데 그렇지 않은 조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옛날에는 잘못 하다간 욕 먹을 것 같고, 힘들어서 엄두를 못 냈거든요. 이제 ‘못하면 욕 좀 먹지 뭐’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동안 쌓인 경험, 인적 자원, 노하우도 있으니까 듣는연구소를 잘 꾸려나가 보려고요. 사실 현장에 계신 분들이 저희의 연구를 보고 “우리 활동을 구상하는데 큰 힘이 됐다, 연구에 참여해서 좋았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게 무척 큰 보람이고, 계속 듣는연구소를 운영해야 하는 이유예요. 그래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그분들이 해주신 말을 책상 앞에 포스트잇으로 붙여놨어요(웃음).

고민이 무척 많다는 게 느껴져요. 듣는연구소 시즌2는 어떻게 이끌어 갈 생각인가요?
우: 듣는연구의 취지에 맞게 ‘현장의 변화를 만드는 연구와 실천’을 하려면 지금처럼 기관에서 연구용역 일감을 받는 활동이 주가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장에 있는 활동가나 비영리단체에서도 연구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그 분들이 연구용역을 맡기려면 큰 비용이 들거든요. 연구용역이 아닌 형태로도 그 분들이 원하는 연구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에요. 비영리단체나 저희나 주머니 사정이 뻔한 가운데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자원을 끌어오는 일이 필요할 것 같고요. 적은 자원을 가지고 적정한 규모의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보려는 게 내년 가장 큰 목표예요.
가장 가까운 계획으로는 12월에 듣는연구소 시즌1 활동을 정리한 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레퍼런스가 될만한 구루(스승)들을 찾아 다니며 조언을 듣고 답을 구해보려고요. 또 2021년 하반기에는 연구 용역이 들어올 테니, 상반기 동안 송쌤의 빈자리를 채워줄 동료를 찾고 싶고, 듣는연구 교육과 워크숍도 개발해서 진행하고 싶어요. 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연구를 하고 싶지만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몰라서 망설이는 활동가’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활동가분들과 함께 연구방법론을 공부하고, 이분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가 서포트하는 형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요. 펀딩을 통해서 그분들의 활동비와 운영비를 조달 받고, 맨땅에 헤딩하는 연구가 아니라 듣는연구소와 함께 하는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에요.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1년은 꾸준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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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그 동안 저와 맞춰가느라 힘든 부분도 있었을 거예요. 하고 싶지만, 뜻이 맞지 않아 못한 일도 있고 시기가 맞지 않아 못한 것도 있는데 이 일들을 다시 한 번 실험해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지금보다 훨씬 추진력 있게,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 우군에게 있다고 믿어요. 분명히 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 말은 쉽지요(웃음). 둘 다 마찬가지일 거예요. 각자 가고 싶은 방향이 있는데, 합을 맞추느라 속도를 내지 못하고 환경을 못 만든 경향이 있거든요. “잘 놓아줄 때”라고 서로 이야기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잘 하고, 송쌤이 필요할 때 연락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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