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④] 플랫폼510 – 이제 새로운 플랫폼으로 향할 시간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0-12-18

청년허브 입주단체 Interview Series

이제 새로운 플랫폼으로 향할 시간, 플랫폼 510 신일진・윤둥실

청년청 1층에서 신선한 음료와 음식을 판매하고 지역 청년과 도시 청년을 잇는 역할을 하던 플랫폼510이 영업을 종료했다. 가치와 이윤을 모두 잡아야 했던 공간 운영자에게 코로나19는 혹독했다. 아쉬움도 크다. 하지만 플랫폼510의 운영자 신일진과 윤둥실은 말한다. 서울을 떠나 지역살이를 선택하는 청년들에게 그것이 삶의 과정 중 일부이듯, 플랫폼510이라는 하나의 과정이 종료되었을 뿐이라고. 플랫폼510에 안녕을 고하고 다음 승강장으로 떠날 채비 중인 두 사람에게 물었다. 청년허브에서 보낸 1여 년의 시간은 어땠는지, 무엇을 채우고 발견하는 과정이었는지.

박은아 사진 유재철, 플랫폼510(제공)

플랫폼510
로컬정보&식문화 교류공간 교류 플랫폼으로, 2019년 7월부터 서울혁신파크 청년청 1층에서 청년 농부들의 농산물로 만든 음료와 간식, 식사 메뉴와 함께 지역 청년들이 재배한 재철 식재료, 각종 물품 등을 판매해왔다. 이 외에도 생태 도서를 함께 읽는 독서 소모임, 식생활을 돌보는 소셜 다이닝 등 로컬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20년 9월 청년허브 자립실험실에서의 영업을 종료했다.

단체소개 바로보기_ youthhub.kr/hub/supported_group/플랫폼510

2020년 주요 활동
2019.07~2020.09 청년허브 자립실험실 플랫폼510 카페 운영
2020.03~08 점심 도시락 판매, 서울혁신파크 내 배달 서비스 시행



플랫폼510의 운영자 신일진(좌)과 윤둥실(우)

 

아쉽게도 예정된 위탁 운영 기간보다 빨리 플랫폼510 영업을 종료했어요. 플랫폼 510은 어떤 공간이었나요?
신: 플랫폼510은 플랫폼510협동조합에서 운영한 카페 공간이고요. 6명의 조합원 중에서 저와 둥실이 카페를 맡아서 담당했어요. 서울에도 지역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청년들이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발신하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합을 설립했고, 처음부터 공간 운영을 계획했어요. 서울 외의 지역에도 청년허브와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을 엮는다거나 청년 네트워크를 만드는 단체들이 있거든요. 그런 곳들과 협력해서 지역살이하는 청년들의 사례를 많이 알려보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모일 수 있는 거점 공간이 매우 중요하잖아요. 대면할 수 있는 공간이 필수라고 판단했고, 모임 운영과 수입 창출이 모두 가능한 모델이어야 했어요. 그래서 카페 운영을 해보자고 생각했죠. 청년허브에 입주하기 전인 2018년에 안국동 상생상회에서 공간 운영을 먼저 시작했었고, 청년허브에는 2019년 5월에 미닫이실험실 입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이후 2019년 7월부터 자립실험실에서 카페 운영을 시작했고요.

농촌과 도시 청년 간의 교류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신: 경기도 지역의 농촌에서 자랐어요. 집 밖에 나가면 논이 펼쳐져 있고 여름에는 오디를 따 먹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울에서 일했는데, 자연이 어우러지는 지역에서 사는 게 잘 맞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친구들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시도하는 걸 직접 보면서, ‘이런 삶의 선택지도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되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다양한 지역도 다녀보고, 지역의 청년 농부들이 어떤 농사를 짓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직접 보기도 했고요. 그런 과정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된 거 같아요.
윤: 저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스무 살에 서울에 왔는데, 서울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했었어요. 시골은 직접 농사를 짓고 밭에 있는 식재료를 따서 만든 식탁이 대부분인데, 그렇지 않은, 식재료를 모두 사서 만든 서울의 식탁은 어떨지 궁금하더라고요. 바쁘거나 여건이 되지 않는 청년들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알고 싶기도 했고요.

상생상회
지역과 서울의 상생을 목표로 생산자에게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플랫폼 상점. 서울시지역상생교류사업단이 운영한다.

과거의 농사는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어받는 업이었는데, 요즘에는 귀농을 선택하는 도시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이런 욕구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신: 어떤 이는 도피하고자 선택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서일 수도 있을 테고, 지역살이에도 다양한 욕구와 판단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나다운 삶이 아닐까요? 나다운 삶을 고민하고 찾기 위해서 선택한다고 생각해요.

플랫폼 510에서 510은 어떤 의미인가요?
신: 슬로(SLOW)의 스펠링 모양과 비슷한 숫자로 바꾼 거예요. 서울은 역동적이고 색깔이 뚜렷한 좋은 도시이지만,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게 아쉬워요. 삶의 속도가 조금만 느려져도 달라지는 게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일할 때도, 일상생활을 할 때도요. 하지만 서울은 환경적으로 그럴 수가 없는 곳이죠. 그래서 플랫폼510 카페 공간을 구상할 때, 이 공간에서만큼은 속도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하던 속도나 기존에 삶을 살아가던 속도에서 벗어나 천천히 흘러가는 공간이요. 천천히 머물면서 교류하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천천히 흘러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했나요?
신: 일단 메뉴들이 느린 방법으로 만들어져요. 예를 들어, 과일청을 만든다고 하면 시중 제품을 사면 빠르게 만들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직접 산 과일로 청을 만들고 음료를 제조했어요. 플랫폼510에 오는 사람들이 꼭 이런 느림을 느꼈으면 하는 의도라기보다는, 저희가 하나하나 거치는 과정이 들어간 시간을 중요하게 여겨서 그렇게 메뉴를 만들었던 거 같아요. 저희는 청년 농부들의 농산물을 받아서 판매도 하고 메뉴도 만들었거든요. 농산물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수확하자마자 먹는 거지만 서울에서는 긴 유통과정을 거친 농산물을 먹잖아요. 그런 과정을 줄여서 생산자도 소비자도 뭐랄까 잘, 온전하게, 충분히 누릴 수 있기를 바랐어요.

청년허브에 입주할 당시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신: 처음에는 미닫이실험실에 입주해 쇼룸 겸 사무실 용도로 사용했어요. ‘카페 공간은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이 남아 있는 상태였죠. 그러다가 청년청 1층 자립실험실 운영단체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어요. 선정 후 카페 오픈까지 한 달 정도밖에 안 걸렸던 것 같아요. 진짜 빠르게 진행되었죠. 기본적으로 저와 둥실이 업무를 같이 하되, 행정 업무나 조합 차원에서 처리해야 할 일은 제가 맡고 카페 운영에 관한 주 업무는 둥실이 했어요.

원하던 공간을 실현하는 과정은 어렵기도 하지만 너무 설렜겠어요.
신: 맞아요. 돈 써가면서 기물을 사고 공간을 꾸밀 때 가장 신났죠(웃음). 실제로 운영하면서는 카페라는 공간의 속성을 알게 된 거 같아요. 공간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늘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닫는 거더라고요. 이 공간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방문자가 언제 오더라도 열려 있을 거라는 신뢰를 주는 거요. 가장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기도 했고요.


카페 공간을 운영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매일 꾸준히 열고 닫는 일 외에도 어려운 점이 많았을 거 같아요.
윤: 둘 다 카페 공간을 운영하거나 일해 본 경험이 없어서,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하나하나 겪으면서 배웠죠. 처음에는 재료 전 처리를 왜 미리 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당일 아침에 준비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매일 아침 20인분의 식사 준비를 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해 보면서 알았죠. 여름에 당근비트사과 착즙주스를 판매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먹기 직전에 바로 내려서 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 잔 만드는 데 5분 넘게 걸리는 거예요. 보통 음료를 주문하러 오는 시간이 점심시간 직후나 오후의 출출한 시간 등으로 시간대가 몰리는데, 한 번에 착즙 주스 주문이 10잔 들어오면 마지막에 주문하신 분은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거죠. 1시간 전에만 미리 내려둬도 될 텐데, 굳이 바로 착즙해서 신선하게 드린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융통성이 없었죠. 장사를 해야 했는데, 장인의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최대한 신선한 농산물로 음료와 음식을 만들고 일반 조미료나 첨가물을 넣지 않다 보니 단가가 높아지는 것도 고민이었어요. 이곳을 이용하는 청년들이 어느 정도 가격이면 사 먹을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하니, 판매가 결정이 어렵더라고요. 카페를 운영하면 돈을 많이 번다는데 실제는 다르더라고요.

현실과 플랫폼510이 지향하는 가치가 충돌하는 순간마다 고민이 많았겠어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윤: 저는 항상 가치에 치우쳐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신: 저도 엄청 현실적인 사람은 아닌데, 둥실과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런 역할을 담당했죠. 둥실과 저의 의견이 달라도 두 의견 다 중요한 지점이고, 그 사실을 둘 다 알아요.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지의 차이였죠. 조금씩 양보하면서 중간을 찾았던 거 같아요.
윤: 초반에는 거의 양보 없이 고집을 부려서 제가 하자는 방향으로 많이 따라줬던 것 같아요(웃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타협점을 찾아갔죠.

음식 판매 이외에 소모임이나 워크숍 등 청년들이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했잖아요. 모임 프로그램은 어떻게 기획하고 진행했는지 궁금해요.
신: 여러 지역 청년들이 교류 할 수 있는 행사를 하기도 하고, 작물을 생산한 농부님을 초대해서 참여자들과 함께 요리하고 밥을 먹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어요. 서울에도 자연과 생태가 살아있거든요. 그래서 관련 전문가를 초대해 같이 도시의 생태를 만날 수 있는 곳을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있고요. 기본적으로 플랫폼510과 가치관이 맞는 청년들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기 쉬운 키워드가 무엇일까를 많이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플랫폼510이 진행한 다양한 대면 행사의 홍보 포스터. 허브를 맛보고 가드닝하는 ‘허브의 온기’, 함께 밥을 먹으면서 교류하는 소셜 다이닝 ‘약간의 수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소모임은 진행을 거의 못 했겠어요. 카페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영업 종료를 선택했고요. 대면 교류를 중시하는 플랫폼이었기에 이 시국에 대한 고민이 더 컸을 거 같아요.
신:
오프라인으로 하던 일들을 온라인으로 전환한다거나 하는 체질 변화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의 플랫폼 510에게는 대체제가 될 수 없었어요. 온라인으로 많은 것이 전환되고 있고 온라인의 장점도 분명히 있지만, 온라인은 저희가 추구하는 바를 대체해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윤: 온라인으로 모임을 진행해보기도 했는데, 만나지 않고 화면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는 게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얘기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의심이 자꾸 들었어요.

그래도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해 도시락 판매와 같은 새로운 시도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윤: 건물 자체 출입이 불가능하다 보니, 예약을 받은 후 입구에서 도시락을 전달해주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러려면 테이크아웃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저희는 원래 일회용품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그냥 도시락 용기를 사용했어요. 그런데 예약보다는 현장에서 사 가는 분들이 더 많더라고요.
신: 혁신파크는 출퇴근 시간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던 거 같아요. 도시락 판매와 함께 메뉴 배달도 했어요. 혁신파크 안의 공간에서 음료나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 서비스를 했죠. 상반기만 해도 여름이 되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해볼 수 있는 시도는 최대한 해봤던 거 같아요. 하지만 떨어진 매출을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죠.

결정적으로 카페를 접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였나요?
신: 6월쯤 청년청 건물이 다시 오픈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오픈 전에 일주일 정도 쉬었는데, 다시 확진자가 늘면서 공간 오픈이 무기한 연기되었죠. 그때 이 문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요. 카페도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었고, 문을 닫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여름쯤에는 플랫폼510의 방향과는 다른 각자의 욕구가 생겼다는 걸 인지하기도 했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럼 카페를 접자’라고 의견을 모았어요.
윤: 8월 초에 청년청 공간이 일주일 정도 열리고 다시 닫혔는데 그게 분수령이었죠.
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결정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복합적이었죠.
윤: 제가 운영 중단을 결심한 건 코로나19가 제일 컸던 것 같아요. 플랫폼510이 대면으로 해오던 일들을 비대면으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그러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애정을 쏟은 만큼 운영 종료를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겠어요. 플랫폼510을 정리하고 있는 요즘의 마음은 어떠한지 물어봐도 될까요?
신: 반년 넘게 코로나19가 이어져 온 상황이었잖아요. 그래서 결정을 내릴 때는 오히려 ‘이것도 방법이지’ 싶었어요. 서울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더라도 실행하기까지는 쉽지 않아요. 반드시 옳은 결정이어야 하고, 그 지역에 정착해 잘 살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니까요. 실패하면 낙오자가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도시에 살던 청년들이 농사를 선택할 때, 그게 살면서 내리는 마지막 결정은 아닐 거예요. 살아보고 안 맞으면 다시 도시생활을 하거나 다른 일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지역살이를 했던 시간을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플랫폼510 운영을 접는 게 저에게는 그와 비슷한 것 같아요. 무언가 시작했으니까 꼭 성공으로 끝내야 한다는 무거운 생각이 아니라, 이 경험이 어떤 발판이 될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갈지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괜찮아졌어요.
윤: 카페 운영은 끝났지만, 아직 정리할 일은 많이 남았거든요. 그래서인지 아직은 완전히 끝났다는 실감이 들지는 않아요. 모든 게 다 정리되고 저희와 연결되어 있는 청년들과 청년 농부들, 플랫폼510을 이용했던 분들에게도 인사를 전하고 나면 끝났다는 기분이 들 거 같아요.

도시와 농촌의 청년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는데, 직접 도시를 떠나 지역살이를 해 볼 계획도 있나요?
신: 지금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어떤 순간이 오면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어떤 이유로든 지역에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온다면 두려움은 적을 거 같아요. 사례도 많이 접했고, 실제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아니까요. 만약 플랫폼510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서울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두렵게 느껴졌을 거예요.
윤: 가장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는 곳은 서울이에요.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선생님을 찾기도 쉽고, 여러 가지를 비교해서 물건을 살 수도 있고. 그래서 지역에 살면 커뮤니티가 더 절실하리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는 편리하게, 혹은 돈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지역에서는 커뮤니티를 통해 채울 수 있는 것 같아요. 느슨하면서도 결속된 커뮤니티가 있고, 내려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언젠가 지역에서 살 것 같아요.

플랫폼510 운영을 통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윤: 다신 장사를 하면 안 되겠다, 가치만 갖고 장사를 할 수는 없다는 깨달음(웃음)? 좋았던 점은 제가 꿈꾸는 느슨한 커뮤니티와도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청년청 건물의 입주단체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참 좋았어요. 같은 업종은 아니지만 원하는 일을 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하면 꾸준히 할 수 있을까를 함께 이야기 나눴던 시간이 좋았어요. 돌이켜보면 카페를 열고 닫는데 집중하느라 더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오게 하는 방법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어요. 카페 운영이 처음이라 여유가 없었죠. 그게 아쉬워요.

플랫폼510을 운영하면서 느낀 좋은 공간의 조건이 있나요?
신: 공간지기를 성별과 관계 없이 마담이라고 표현한다면, 마담이 훌륭할수록 좋은 공간이 되는 것 같아요. 여기서 훌륭하다는 건 마담이 좀 헐렁하고, 이 공간에서 비벼봐도 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거예요. 그럴 때 사람들도 이용자를 넘어 운영자와 이용자 사이에 존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플랫폼510 카페가 그런 느낌을 냈다면 그건 둥실의 덕이라고 생각해요. 둥실이 플랫폼510 공간의 무드를 굉장히 말랑말랑하게,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죠. 그런 공간이 되어야 공간 자체가 오래갈 수도 있고 생명력도 생길 거고요.

청년허브는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도 궁금해요.
신: 카페를 운영하는 단체라서 다른 입주단체와 협업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청년허브라는 커뮤니티에 속해 있고, 플랫폼510이 사람들이 모여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어간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러웠어요. 저희가 입주한 공간명이 자립실험실이고 플랫폼510이 추구한 키워드 중 하나도 자립이었는데, 사실 완벽한 자립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개인이 혼자서 자립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예요. 나와 연결된 수많은 유・무형의 지원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죠. 자립실험을 해보겠다며 이곳에 입주했지만 청년허브 사업의 참여팀으로 공간에 입주해서 지원을 받았고, 청년허브 매니저분들에게 정서적 지지도 많이 받았어요. 자립실험실에 함께 참여하는 팀들 간의 유대감도 힘이 많이 되었고요. 개인이 사회에서 자기 몫을 해내기 위해서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그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겠죠? 그런 것을 몸으로 배울 수 있었어요.

공간 운영에 대한 미련이나 차후 계획은 없는 건가요?
신: 없어요.
윤: 저도 없네요(웃음).

마지막으로 다음 스텝으로 향하는 전환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안부를 전해주세요.
윤: 오래 전부터 배우고 싶던 바느질을 최근 시작했어요. 좀 더 잘 만들게 되면 바느질 소모임을 해보고 싶어요.
신: 현재 협동조합을 포함해 그 동안의 모든 활동을 정리하는 중이에요. 이직과 이직 사이에 마가 뜨면 굉장히 두렵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저 자신에게 여유를 주고 싶어요. 너무 불안해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나다운 삶은 어떤 건지를 여유 있게 고민해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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