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⑤] 안티카 Antica – 예술로 정신장애인을 향한 ‘혐오’와 ‘광기’의 언어를 전복하다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0-12-18

청년허브 입주단체 Interview Series

청년허브, 미닫이실험실, 안티카, 정신장애인, 정신장애예술단체, 공연예술, 예술단체, 매드프라이드서울

예술로 정신장애인을 향한 ‘혐오’와 ‘광기’의 언어를 전복하다. 안티카 | 심명진・임대륜・왈왈

정신장애인은 격리되어 존재하지 않게 되거나 편견에 찬 시선으로 왜곡된 사람들이다. 여기, 존재함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존재하는 시민으로서 자리를 재탈환하고자 예술이란 언어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창작문화예술단체 ‘안티카’다. 안티카는 ‘혐오’와 ‘광기’의 언어를 전복하고 다양한 소수자의 창작을 통한 연대를 꿈꾼다. 2020년, 청년허브 미닫이실험실에서 실험과 도전, 연대로 사회에 예술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 ‘안티카’ 심명진 대표와 상근 단원 임대륜, 창작 단원 왈왈(활동명)을 만났다.

이다혜 사진 유재철, 안티카(제공)

안티카 ANTICA
‘혐오를 넘어선 광기, 혐오를 녹이는 온기’를 슬로건으로 활동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창작문화예술단체. 2018년 2월 15명의 정신장애인 단원과 심명진 활동가가 함께 설립했다. 2018년부터 당사자 창작 연극 <약 먹어도 괜찮아>, <하얀 방>, <거리로 나온 하얀 방>, <사라진 하얀 방>, <가족은 그때를 기억할까>를 발표하고 2019년을 시작으로 매년 정신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당사자와 지지자의 축제, ‘매드 프라이드 서울’을 개최하고 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자조 모임, 독서 모임, 미술 모임 등 다양한 예술 모임과 교육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예술적 성장과 정신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편견을 탈피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단체소개 바로보기_ youthhub.kr/hub/supported_group/안티카

2020년 주요 활동
2020.05 안티카 첫 회원 온라인 총회 개최, <즉흥연극> 워크숍, <파묻힌 집> 대본 리딩
2020.06 유튜브 채널 ‘춤추는 광기’ 오픈
2020.08 즉흥연극 <가족은 그때를 기억할까> 공연
2020.10 2020 매드 프라이드 서울 개최

* 본 기사는 안티카 임대륜 상근 단원과 왈왈 창작 단원 대면 인터뷰, 심명진 대표 서면 인터뷰를 바탕으로 편집했습니다.

안티카 활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심명진 안티카 대표(이하 ‘심’): 2017년 정신장애인 대상 미디어 교육을 하며 단원들과 처음 만났어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본 게 처음이었어요. 정신장애인을 향한 편견 어린 시선, 폐쇄병동에 격리되어 ‘관리’되어야 하는 사람으로 존재해야 할 수밖에 없는 문제 등 이야기를 들으며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단원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는 경험이 생소했어요. 늘 그들의 이야기는 ‘헛소리’, ‘쓸데없는 소리’로 치부되곤 했으니까요. 미디어 교육이 끝나고도 15명 정도가 매주 모였어요.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예술로 우리 이야기를 전해보기로 했죠. 

‘안티카’ 이름의 뜻이 궁금해요.
심: 이탈리아에서는 1960년대 정신보건 개혁이 시작돼 폐쇄병동 대부분이 사라졌어요. 정신보건 개혁 운동과 함께 사회로 나온 정신장애인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 ‘논첼로’ 입니다. 논첼로 협동조합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위캔두댓>에서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병원을 나와 마을을 만드는데요, 그 마을 이름이 ‘안티카’예요. 안티카는 논첼로 협동조합의 사례를 참고하며 우리만의 창작문화예술 활동으로 지역사회에 다가가고 정신장애인을 향한 ‘혐오’와 ‘광기’의 언어를 전복하려고 해요. 


안티카 상근 단원 임대륜(좌), 창작 단원 왈왈(우)


‘혐오’와 ‘광기’의 언어를 전복한다는 표현이 굉장히 와 닿는 것 같아요. ‘안티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임대륜(이하 임): 유튜브 채널 ‘춤추는 광기’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연기하는 연극 <하얀 방>, <가족은 그때를 기억할까>를 무대에 올렸고, 정신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행사, ‘매드 프라이드 서울’을 개최했어요. 자조 모임과 독서 모임, 그림 그리기 모임도 해요. 미디어 교육과 창작 교육 수업도 진행하고요. 여러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 중에서도 안티카만의 특색을 말씀드리자면, 문화예술 활동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코로나19 청도 대남병원 사태나 폐쇄병동 문제 등 정신장애인 관련한 문제의식을 예술이라는 언어로 계속 표현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사회 운동과 예술을 오가는 것 같아요.
심:  안티카 활동은 자기 삶을 바꿔나가는 활동이죠. 창작단원은 그냥 좋아서, 삶의 방식으로 예술을 하고 있어요. 상근 단원과 저는 ‘운동으로서 예술 활동을 한다’라고 생각해요. 이 과정에서 정신장애인을 괴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사회적 편견이 문제라고 인식하면서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사람들도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해요. 처음엔 ‘정신장애’란 단어를 쓰는 것도 싫어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폐쇄병동에 입원했던 아무개입니다’ 이렇게 스스럼없이 소개하죠. 그게 운동의 힘이라면, 안티카는 예술 운동 단체가 맞아요.

지난 8월 연극 <가족은 그때를 기억할까>를 공연했어요. 각각 어떤 역할을 했나요?
임: 연습 중 다리를 다쳐 배우로 무대에 오르진 못하고 사회와 컨덕터(conductor) 역할을 했어요. 연기를 못해서 아쉽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기회였어요. 사회를 보며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이후 매드 프라이드 서울에서도 사회를 봤어요. 저는 독서 모임에서도 조용히 듣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안티카에서는 저에게 마이크가 돌아오는 순간이 있는 거예요.
왈: 저는 중간에 병원에 잠시 입원하는 바람에 이번 여름 무대에는 오르지 못하고 관객으로 참여했어요(안티카 단원들은 정신장애 증세가 심해질 때 활동을 멈췄다가 퇴원 후 다시 활동을 한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너무 잘했어요. 제 사연이 뽑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쓰고 나니 너무 부끄러웠거든요(웃음).

연극 <가족은 그때를 기억할까>
가족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만든 즉흥 연극, 정해진 대본이나 동선 없이 관객이 텔러가 되어 사연을 이야기하면 정신 장애인 당사자 배우가 무대에서 관객의 사연을 즉흥적으로 표현한다. 2020년에는 8월 14일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공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지침을 준수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 공연을 진행했다.


안티카 단원들의 즉흥연극 연습 현장 모습. 평소 다양한 상황과 기법을 훈련하고 응용하는 연습을 한다.

 

<가족은 그때를 기억할까> 공연 분위기는 어땠나요?
임: <가족은 그때를 기억할까>에서 어머님이 돌아가신 이야기, 왕따를 당했던 이야기 등 다양한 관객 사연을 즉흥 연기로 표현했어요. 배우들이 연습할 때보다 공연 당일에 연기를 더 잘했어요. 왕따 경험을 나눠준 관객에게 모든 관객과 단원이 힘차게 ‘화이팅’을 외쳐주기도 했죠.

관객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연기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가요.
임: 다른 사람의 가족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아요. 가족 구성원으로 겪는 공통된 경험도 있지만, 부모의 이혼과 같이 경험해보지 않은 가족 이야기는 아무래도 표현하기 어렵죠. 서로 생각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관객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해요.

<가족은 그때를 기억할까> 무대를 통해 치유 받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배우에게도 특별한 경험일 테고요.
임: 안티카에서 즉흥 연기를 처음 접했어요. 사실 정신장애인이 내 이야기만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안티카 창작 단원 모두 관객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 이야기를 무대에서 표현했잖아요? 즉흥 연극을 통해 배우들도 한 걸음 발전했다고 느껴요. 특히 이 연극은 텔러(관객)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자기의 이야기가 무대에서 표현되는 것 자체로 큰 위로를 받을 것 같아요.


2020 매드 프라이드 서울 오프닝 공연, <사라진 하얀 방>의 모습

 

안티카 연극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하얀 방>이잖아요. 2019 매드프라이드 서울에서도 선보였고요. 연극 <하얀 방> 소개 부탁 드려요.
왈:  정신병원을 하얀 방이라고 부르잖아요. 연극 <하얀 방>은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풍자한 이야기예요. 2019년에는 <거리로 나온 하얀 방>, 2020년에는 <사라진 하얀 방>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했어요.

연극 <하얀 방>
‘하얀 방’은 정신병원에서의 경험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주는 영향을 이야기하고 폐쇄병동에서 자행되는 인권 문제를 풍자적으로 담은 창작극이다.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극작가와 배우로 참여한다. 2018년 무대에서 처음 선보인 후 2019년 매드프라이드 서울 오프닝 공연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로 나온 하얀 방>을 공연했다. 2020년에는 <사라진 하얀 방>이라는 제목으로 서울혁신파크 광장에서 방호복을 입고 대사 없는 퍼포먼스 공연을 하고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2019년과 2020년 제목이 다르네요. 코로나19로 연극 내용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왈:  올해 제일 충격적이었던 사건이 청도 대남병원 사태였어요. 코로나19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청도 대남병원 환자를 추모하고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정신장애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특히 <사라진 하얀 방>은 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표현했어요. 코로나19로 방호복을 입고 연기를 해야 했는데, 대사 전달이 어려워서 자연스럽게 대사가 사라졌죠. 저희로서는 새로운 실험이었어요. <거리로 나온 하얀 방>은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풍자한 창작극이에요. 코끼리 주사와 강제 입원을 없애자는 의미가 컸죠. 저도 폐쇄 병동에서 코끼리 주사 맞고 쓰러지곤 했거든요.

코끼리 주사요?
왈:  코끼리 주사는 코끼리도 3일 만에 쓰러져 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한 신경안정제로 현재 논란이 많아요.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좁은 안정실에서 코끼리 주사를 놔요. 어떤 사람들은 코끼리 주사를 맞고 24시간 내리 잠을 자기도 해요. 부작용이 심해요. 말이 어눌해지고, 잘 못 걷기도 해요.

<하얀 방> 연극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왈:  정신장애인을 병원으로 격리하기보다는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다양한 컬러로 구성된 2020 매드 프라이드 서울 포스터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매드 프라이드 서울을 개최 했어요. 올해 매드 프라이드 서울은 어떻게 진행했나요?
임: 2019년 매드 프라이드 서울은 광화문 광장에서 행진을 했는데요, 올해는 작년처럼 광장에서 많은 사람이 모일 상황이 아니었잖아요. 그래서 광장 대신 유튜브 라이브와 매드 프라이드 웹사이트에서 행사를 개최했어요. 유튜브 라이브로 연극과 공연, 대담 등 다양한 행사를 보여주고 인권, 창작 온라인 부스를 웹사이트 페이지로 제작해 보여주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규모에 맞게 작은 행진을 하긴 했어요. 함께 걷는 영상이 상영되는 트럭이 있었어요. 행진을 영상으로라도 함께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매드 프라이드 서울
매드 프라이드는 1993년 캐나다 토론토 온타리오에서 시작된 정신장애 당사자, 정신의료 서비스 이용자 및 생존자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광기어린 정체성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느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대중 운동이자 축제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 서울에서 안티카의 주도로  2019년 10월 26일 첫 매드 프라이드 행사가 개최됐다. 매드 프라이드 서울에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지지자 창작자 ‘매드프렌즈’의 공연, 인권단체와 창작 단체의 활동과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부스 운영, 플래시몹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매드 프라이드 서울의 메인 프로그램은 베드푸시와 행진이다. 폐쇄병동에서 거리로 나서는 의미를 함축해 병원 침대를 미는 ‘베드푸시’ 퍼포먼스와 이탈리아 정신보건혁명의 상징인 푸른 목마, ‘마르코 까발로’와 함께 퍼레이드를 한다. 2019년 매드 프라이드 서울은 광화문 광장에서, 2020 매드 프라이드 서울은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madpride-seoul.kr

비대면 행진 영상이라니 코로나19 시대에 딱 맞는 기획이라고 생각했어요. 많이 참여해 주었나요?
왈:  국내 정신장애인 관련 단체에 연락해 참여를 독려하며 비대면 행진 영상 기획을 소개하고 걷는 영상을 찍어 보내 달라고 요청했어요. 요청하면 세 가지 반응이 와요. “바쁘다.”, “할 수 있다.”, “언제까지 보내면 되냐.” 그래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분들이 많았어요.
임: 아무래도 비대면 행진 영상이라는 방식이 낯설다 보니 처음에는 참여가 저조했어요. 그런데 한분 두분 영상을 보내기 시작하며 조금씩 탄력을 받아 30분 이상 길이의 영상이 모였어요.


2020 매드 프라이드 서울. 영상 트럭을 활용한 비대면 행진과 베드푸쉬 영상, 유튜브 라이브 등 다양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2020 매드 프라이드 서울의 슬로건은 ‘쉘 위 매드(Shall we mad)’입니다. 슬로건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임: 코로나19로 비장애인도 격리를 경험했잖아요. 격리의 감각으로 공감대를 늘릴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이 상황에서 격리된 상태로 끝나지 않고 격리의 감각을 확장하고 폐쇄병동(격리) 너머의 삶 상상하는, 우리 광기의 세계로 정중하게 초대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아요. 특히 이런 큰 규모의 행사는 방식을 완전히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2020 매드 프라이드 서울이 2019 매드 프라이드 서울과 가장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요?
임: 2019년 매드프라이드 서울은 장소 중심의 행사였어요. 정신장애 당사자가 함께 햇볕을 내리쬐며 차와 다과를 즐기는 공간(세로토닌 존), 정신장애인 당사자이거나 안티카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는 창작자 ‘매드프렌즈’의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진 매드 스테이지, 인권 단체와 창작자의 활동을 소개하고 물건을 판매한 프라이드 부스존 이렇게 명확하게 장소 기준으로 프로그램이 분리됐어요. 올해는 시간으로 분리된 것 같아요. 2020년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10월 1일부터 8일까지 매드프렌즈의 온라인 공연을 순차적으로 공개했어요. 10월 9일에는 매드 프라이드 이브 행사를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했어요. 공연도 있었고, 관련 단체들의 대담도 있었죠. 미리 인터뷰한 영상을 편집해서 매드 프라이드 이브에 라이브로 송출하기도 했어요.  ‘정신 건강의 날’인 10월 10일에 매드 프라이드 서울 메인 행사를 했어요. <사라진 하얀 방> 연극으로 시작해서 10인 이내 릴레이 행진을 유튜브 라이브로 보여줬어요.

코로나19라는 상황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임: 저는 제 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에도 참여했거든요. 세종로 광장에 정신장애 당사자나 지지자들이 왁자하게 모여있고, 또 그사람들이 광화문을 행진하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런데 올해는 릴레이 행진을 하면서 인원이 9명 이내가 되게 하려다 보니 동시에 같이 행진을 하고 싶은 사람들과 다 행진을 할 수 없었어요. 그게 아쉬웠고요. 또 기자회견과 릴레이 행진 말미에 2시간 정도 수어 통역을 제공했는데, 6시간 전체 행사에 수어 통역을 제공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신장애인 중 중복장애 당사자도 있을 텐데, 신체장애인도 아우를 수 있는 축제로는 조금 미흡했죠.

매드 프라이드 서울을 개최하기까지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코로나19로 준비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임: 조직위원회는 1월부터 시작했어요. 매달 모여 회의를 했고, 8월, 9월에는 격주로 모였어요. 조직위원회 회의를 준비하며 조직위원들에게 매번 연락을 돌리고 회의 당일에는 다과와 회의자료를 준비하고 바쁘게 보냈어요.
왈:  상근자가 매드 프라이드 서울을 준비하며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저는 창작단원으로 공연 준비에 비교적 매진할 수 있었고, 축제 준비 일이라고 하면, 국내 단체들에 연락을 돌리는 일 정도였어요. 연락을 돌리는 일은 비교적 수월했어요. 단체들도 6시 이후에는 퇴근해서 연락을 안 받으니(웃음).
임: 올해 행사를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급변하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었어요.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계속 변하잖아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는 실외 100명 미만이 모이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니 100명 미만으로 모이는 행사를 준비하자고 이야기 나눴는데, 하루 만에 3단계로 격상된 거예요. 3단계가 되니, 10명 이상 모임이 아예 금지됐죠. 다시 회의를 통해 이러한 상황에서 축제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논의했어요. 코로나19 상황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사 내용에도 변화가 많이 있었어요. 매드 프라이드 서울은 퍼레이드 성격이 강한 행사인데, 광화문에서 집결이 어려우니 작년과 유사하게 진행하기 어려움이 있었죠. 작년처럼 준비한다면 한 번 해봤으니 그 경험을 바탕으로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니다 보니 올해 축제는 올해대로 새로 준비하는 느낌이었죠.

* 위 내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내용은 축제 준비를 하던 8, 9월 정부지침에 따른 것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5단계 개편 이전 기준으로 정리되었습니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보람도 그만큼 컸을 것 같아요.
임: 사실 7월까지만 해도 감이 안 왔어요. 축제 준비가 처음이라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행사일이 다가올수록 할 일이 구체적으로 보였어요. 바빴지만, 오히려 즐거웠어요. 이게 축제구나. 우리가 축제를 만들고 있구나.

연극 <가족은 그때를 기억할까> 리뷰 및 연습 현장,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진행됐다.

 

청년허브에 입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심: 방음이 되지 않아 팟캐스트 녹음도 어려웠던 지하실 사무실에서 청년허브 입주단체 모집 공고를 봤어요. ‘대중을 향한 실험을 할 수 있는 단체’를 찾는다는 말에 ‘딱 우리네’ 싶었어요.

청년허브 미닫이실험실 입주가 안티카와 안티카 단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심: 청년허브 교류회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 점이 좋았어요. 그동안 우리끼리만 모여서 놀았는데, 우리를 환대하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었죠. 안티카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면 안 돼요. ‘존재함’을 밝히기 위한 단체니까. 청년허브 공간은 유리로 되어 있고 미닫이문이어서 안이 다 보여요. 청년허브가 위축돼 있던 사람들이 처음 밖으로 나가는 공간, 경계가 없어지는 첫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청년허브와 만남은 안티카 활동의 전환점이 됐어요. 단원들이 청년허브에 오면서 자신감을 얻었죠. 우리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환대해주는 첫 공간이었어요. 청년허브에 들어오지 못했다면 매드 프라이드 서울도 못 했을 거예요.
왈:  청년허브 입주단체 교류회에서 다른 입주단체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명상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인드트립이라는 입주단체가 있었어요. 개인과 사회 이야기를 담은 보드게임을 만드는 포푸리라는 단체도 있었는데, 그 단체들과 정신장애 관련 게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토론하기도 하고, 만든 게임에 직접 참여해보기도 했어요. 정신 장애인의 증상으로 만든 보드게임은 처음이잖아요. 재미있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좋았죠.
임: 공간이 생긴 점이 좋아요. 다목적홀, 세미나실, 상상청 건물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도 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어 좋았죠. 미닫이실험실 교류회도 좋았어요. 다른 청년 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게 되고. 왈왈이 말한 것처럼 마인드트립과 영상 워크숍을 하고 포푸리와 보드게임도 만들고요. 청년허브 입주단체 SOPLE(소플)은 매드 프라이드 서울 비대면 행진영상에도 참여해줬어요. 그리고 청년허브 다목적홀 외벽에 N개의 공론장 약속문이 있어요.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신체 및 정신적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그 약속문이 있어서 청년허브 내에서 편하게 제 성향,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어요.

마인드트립
前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명상 클래스 ‘명상하고 앉아있네’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회복하고 삶의 여유와 자유로움을 키워갈 수 있는 시간을 함께 한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30365

포푸리
前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개인과 사회의 이야기를 담은 보드게임을 만들고 역사에 주목한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30371

소플(SOPLE)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장애청년과 비장애청년이 함께 새로운 접근 방식의 장애 관련 콘텐츠와 공공 디자인을 만들고 있다.youthhub.kr/hub/supported_group/sople

안티카 활동을 통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느껴지나요?
심: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가족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최대 ‘적’이 될 때가 많죠. 가족들도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또 헛소리한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당사자가 예술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가족들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고 적에서 든든한 후원자로 변화하죠. 정신장애 당사자의 가족 중 안티카 상근 단원이 된 사례도 나오고 있어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예술이라는 매체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니 정신장애에 대한 언론 보도나 기사에 달리는 댓글 반응도 많이 달라졌어요. 매드 프라이드 서울 관련 뉴스에서도 ‘조현병 환자들이 광장에서 뭐 하는 거냐’는 댓글이 달리면, 우리 대신 싸워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스스로 정신장애 당사자임을 숨겨오다가 세상에 밝히는 사람도 생겼어요.

단원 입장에서 안티카 활동을 통해 개인적으로 변화한 점이 있나요?
임: 대학생 때 경제적으로 힘들었어요. 병이 심했던 때라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어려웠어요. 안티카에서 활동하던 중 정신장애인으로 등록해 수급자로 조금씩 생활비를 받기 시작했죠. 상근단원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수급자로 받는 생계 급여는 줄었지만, 월급이 생겼어요. 제 생애 살아온 날들만 보면 지금 가장 돈이 많아요. 그리고 안티카에서 활동하다 보면 정신장애 당사자는 물론 예술인을 많이 만나요. 문화예술 분야를 선망해왔거든요. 안티카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 예술가, 활동가를 만나고 교류하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행복해요.
왈:  지지자를 만난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안티카 활동하며 만난 사람들이 편견 없이 저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줘요. 그 부분이 가장 좋아요.

2021년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임: 즉흥 연극 배우들이 정신장애인 당사자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예술적인 면에서도 인정받고 잘하는 전문가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어요. 2021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안티카 내부에서 수요조사를 했어요. 저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예술가로 활동도 좋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에도 흥미가 있어요.
왈:  연극도 계속하고 싶고, 축제 기획, 유튜브 기획과 촬영, 편집 다 잘 해내고 싶어요. 지금은 역량이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해보고 있어요. 더 역량이 커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티카의 지향점을 말해준다면
심:
매드 프라이드 서울을 하며 큰 자부심을 느꼈지만, 그 자부심은 결국 우리(안티카)에게 국한된 것이었죠. 올해 청도 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크게 충격 받았고 동시에 자괴감을 느꼈어요. 대남병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 격리된 사람들과도 같이 잘 살고 싶어요. 그래서 더 고민이 깊어졌어요. 우리는 그냥 여기 존재한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요. 넓은 광장에서. 그리고 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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