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⑩] 인포숍카페별꼴 –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차별 없는’ 공간을 만들어가다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0-12-18

청년허브 입주단체 Interview Series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차별 없는’ 공간을 만들어가다, 인포숍카페별꼴 유선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건물에 들어서면 ‘We Welcome All’라는 커다란 문구와 휠체어를 탄 사람이 그려진 일러스트 포스터, 간판 옆에서 알록달록 존재감을 드러내는 무지개 깃발 등이 공간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창문카페별꼴이 가장 먼저 사람들을 반긴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는 환대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창문카페 위탁운영 단체 인포숍카페별꼴의 유선 매니저에게 청년허브 창문카페에서 보낸 2여 년의 시간에 관해 물었다.

박은아 사진 유재철, 인포숍카페별꼴(제공)

인포숍카페별꼴
사회적 소수자의 접근성을 고려한 카페이자 인포숍으로, 2011년 ‘장애인문화예술판’이 만들었다. 서울 월곡동에서 인포숍카페별꼴을 운영 중이며 2018년부터는 청년허브 창문카페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인포숍이란 특정 정보(info)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인포숍카페별꼴은 소수자 운동에 관련된 정보들을 다루고 있으며, 이외에도 창작, 생산, 전시 및 아카이빙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다이애나랩과 ‘차별없는가게’ 프로젝트(wewelcomeall.net)를 공동 기획했다.

단체소개 바로보기_ youthhub.kr/hub/supported_group/인포숍카페별꼴

2020년 주요 활동
2018~ 청년허브 창문카페 ‘창문카페별꼴’ 위탁 운영
2020.08~ 차별없는가게 워크숍 진행
2020.12 차별없는가게 매뉴얼북 제작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창문카페 운영이 거의 불가능했죠.

네, 운영을 못 한 기간이 훨씬 길어요. 최근 SNS에서 ‘차별없는가게’에 등록된 카페 한곳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봤어요. 굉장히 유명한 카페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규모를 줄여서 이전한다고 하더라고요. 장사가 잘되던 카페가 그럴 정도면 다른 가게는 어떨까 싶어요.

카페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지속가능성에 관한 고민도 크겠어요.
창문카페는 공공기관의 공간이라 월세가 저렴하고 입주 시에 기기도 제공해주셔서 운영이 가능했어요. 월곡에 있는 인포숍카페별꼴도 지금은 매니저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지만 초반에는 ‘장애인문화예술판’이 보증금과 기계 등을 마련해줬고요. 사비를 들여서 차렸다면 유지하지 못했을 거예요. 지금도 오래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즐겁게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려고 해요.
다만 코로나19 시대에 공간이 갖는 의미가 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대부분의 활동이 온라인으로 대체되었고, 간편하게 ‘비대면으로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물론 조심하는 건 너무 중요하지만, 비대면의 룰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카페라는 공간에는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가게만 할 수 있는, 공간만이 할 수 있는 지점에 관해서도 생각해봤으면 해요.

2018년부터 청년허브 창문카페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데요. 어떤 계기로 입주하게 됐나요?
월곡동에서 인포숍카페별꼴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자유롭기는 하지만 안전한 온실 안에 있는 듯한 느낌도 있었어요. 창문카페는 공간 자체가 훨씬 열려 있으면서도, 청년허브 위탁 운영이니까 어느 정도 안전함도 보장될 거 같았어요. 반(半) 온실 같은 느낌? 이 정도의 공간이라면 뭔가 새롭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신청했어요.


창문카페별꼴을 운영하는 유선 매니저


입주 후 창문카페별꼴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했나요? 월곡동 인포숍카페별꼴과 다른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월곡동 카페는 사회적 소수자의 접근성을 고려한 공간이라는 특성을 알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은데, 창문카페는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왜 이 카페를 운영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음료를 판매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게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운영 초기에는 간판 옆에 무지개 깃발을 꽂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저희만의 색을 드러내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공간을 편하게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도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창문카페별꼴은 오픈 때부터 일회용품 사용 금지 방침을 고수해오고 있기도 해요. 이러한 운영 방식이 혁신파크 전반에 일회용품 사용 금지 문화를 확산시키는 기점이 되었다고 들었고요.
월곡동 인포숍카페별꼴 운영 때부터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만들고 싶었는데, 월곡 카페는 중증장애인 분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빨대가 꼭 필요한 경우도 있고, 뜨거우면 위험하니까 종이컵 2~3개를 겹쳐달라고 요청하시기도 하고요. 창문카페별꼴에서 일회용품을 안 쓰는 실험을 해보면서 자신감이 생겨 월곡 카페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었어요. 창문카페별꼴의 경우에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텀블러가 없으면 테이크아웃도 하지 않는 걸 이해 못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초반에 손님이 많이 떨어져 나갔죠(웃음). 물론 공감해주는 분들도 많았고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가 혁신파크 전체로 퍼진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얼마 후에 일회용품 사용금지법이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창문카페를 운영하면서 생긴 특별한 추억이나 경험도 있나요?
카페 매니저 중 3명이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수업을 하고 있어요. 그곳 학생분들이 창문카페에 몇 번 오셨어요. 시설에 거주하다가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인데, 장애인 시설에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에 그분들에게는 카페 공간을 방문하고 메뉴를 주문하는 일 자체가 매우 낯설거든요. 산수를 잘 못 하거나 이름을 쓰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요. 지역사회의 공간을 이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는데 적당한 공간이 없잖아요. 그래서 창문카페에 계절에 한 번 정도 와서 음료도 주문해보고 즐겁게 마시고 이야기 나누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차별없는가게 웹사이트. ‘장애인에게 열려있는 공간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가치 아래 차별 없는 환경을 제공하는 가게들을 소개한다.
턱 없는 입구, 휠체어 리프트, 성중립 화장실, LGBTAIQ 환영, 수어 가능, 음성 안내, 점자 메뉴판 등 20여 가지 접근성 정보를 아이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차별없는가게 프로젝트 얘기도 해보고 싶어요.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정서적 조건들이 갖춰진 가게들을 리스트화한 웹사이트를 구축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나요?

저희가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가게가 너무 없어서 시작했어요. 다이애나랩과 공동 기획을 했고, 초반에는 사회운동과 연결되어 있는 곳들을 방문해 얘기를 나눴어요. 청각장애인이 오면 수어지원센터 영상통화를 걸거나 필담으로 주문을 받겠다거나,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 메뉴판을 제공하거나 음성으로 충분히 메뉴를 설명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제안했고요. 장애인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여러 약속도 받고, 경사로 등의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기도 하면서 가게 리스트를 하나씩 만들었어요. 그리고 어떤 집단은 차별하지 않는데 다른 집단은 차별하는 태도를 지닌 공간은 리스트에 넣지 않았어요. 장애인은 되는데 LGBTQ+는 안 된다든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되는데 발달 장애인은 안 된다든지 하는 곳들이요. 노키즈존은 무조건 제외했고요.

차별없는가게 프로젝트
사회적 소수자를 환대하며 물리적으로도 이용이 가능한 가게들을 섭외/조성해 지도에 표기하는 프로젝트. 인포숍카페별꼴과 다이애나랩이 공동기획했다. 차별없는가게 웹사이트 wewelcomeall.net에서 서울시 내의 차별없는가게들의 리스트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이애나랩
시각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콜랙티브. 인포숍카페별꼴 매니저 일부가 다이애나랩 멤버로, 사회적 소수자라는 주제에 맞닿은 작업을 할 때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 차별없는가게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현재 사이트에 31곳 정도의 가게가 올라와 있던데요. 등록 가게는 계속 늘려나갈 계획인가요?
시간과 인력이 들기 때문에 빠르게 수를 늘리기는 어려워요. 꼭 많은 수가 아니더라도 차별없는가게의 모델을 보여주는 일 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차별없는가게들을 보면 ‘아, 우리 가게도 이런 점을 생각해볼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니 참여하고 싶다며 연락해오는 가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하나하나 방문해 대화를 나누거나 조성하기는 어려워서, 차별없는가게의 개념과 사례를 안내하는 매뉴얼북을 제작하고 있어요. 곧 나올 예정이에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점주와 예비 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워낙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고려 없이 공간 설계가 되는 데다가, 가게는 영업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차별없는가게를 지향하기가 쉽지는 않을 거 같아요.
차별없는가게 중에 보틀팩토리라는 카페가 있어요. 계단이 2~3개 있어서 경사로 설치를 진행했는데, 개인 카페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게 신기했는지 설치 기사분들이 “여기 장애인이 많이 오냐”라고 질문을 했대요. 생각해보면 되게 이상한 질문인 거예요. 애초에 경사로가 없으면 휠체어가 아예 올 수가 없는데(웃음). 장애인이 오는 공간, 오지 않는 공간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거죠. 사실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게 장사에 도움이 되지는 않으니까 왜 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윤과 관계없이 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잖아요.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이러한 차별들이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2년간 창문카페별꼴을 운영해 온 소감이 궁금해요.
청년허브 입주 심사 때, 카페 공간이 이윤을 추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실험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요. 글이나 수치로 명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일반 카페와는 뭔가 다른 분위기가 분명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분위기는 운영하는 매니저들이 만들기도 했지만 청년허브, 그리고 카페를 이용하는 분들도 크게 기여해주셨다고 느껴요.

마지막으로 창문카페별꼴의 매니저로서의 바람이나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입주 초기에는 청년허브가 ‘우리의 자율성을 침해하지는 않을까’라는 의심을 조금 품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태도라서 놀라웠어요. 안전한 공간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해볼 수 있었어요. 창문카페에서의 2년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기간이었어요. 차별없는가게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창문카페 운영을 좀 더 하고는 싶은데, 만약 저희가 안 되더라도 차별 없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 있는 분들이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이 건강한 음료를 좀 먹었으면 좋겠어요(웃음). 몸에 좋은 걸 만들어서 팔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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