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②] 유미러니 YUMYRONY – 경계를 허물며 ‘우리’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0-12-18

청년허브 입주단체 Interview Series

경계를 허물며 ‘우리’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YUMYRONY 박유미

비건 메뉴가 있는 팝업 술집을 열고 비건 식재료 연구 모임을 진행한다. 대학원에서 아랍지역학을 공부하면서 낯선 문화에 관한 시야를 넓히는 다큐멘터리 평론 모임을 운영하고, 91년 5월 투쟁의 의미를 기리는 사진전도 준비 중이며, 2021년 목표는 수어 배우기다. 비건, 난민, 사회운동, 장애ⵈ 다양한 키워드 사이를 신나게 종횡 무진하는 YUMYRONY는 꿈꾼다. 모든 경계가 허물어져, 마침내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박은아 사진 유재철, YUMYRONY(제공)

YUMYRONY(유미러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인활동가 유미와 친구들의 연구소. 비건, 난민, 사회운동 등 다양한 키워드를 오가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건 옵션이 있는 팝업 술집 ‘대낮부터샹그리아’로 시작해 비건 재료 실험실, 비건 칵테일 클래스 등 비건 관련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하며, 아랍지역학을 전공하면서 난민활동가로서의 행보도 준비하고 있다.

단체소개 바로보기_ youthhub.kr/hub/supported_group/yumyrony

2020년 주요 활동
2019.03~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평론 모임 운영
2019.08~ 비건 옵션 팝업 술집 ‘대낮부터 샹그리아’ 운영
2020.07~ 비건 칵테일 클래스 진행
2020.09~ ‘요리보고 조리보고 비건 재료 실험실’ with 소셜스티치
2020.09~ 유미러니 사무실 앞 무인숍 운영

YUMYRONY(유미러니)라는 이름이 독특해요. 언제 만들어진 단체명인가요?
올해 만든 이름이에요. 청년허브 미닫이실험실 입주 신청서를 쓰다 보니 단체명을 기입해야 하더라고요. 단체명에 제 이름을 넣을 수는 없어서 처음에는 <유미의 세포들>로 지원했어요. 동명의 웹툰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저는 이름이 유미이고 저를 이루는 하나하나의 세포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쫓겠다!’ 이런 대찬 포부를 띄고 지원했는데 막상 단체명이 된다면 저작권법에 걸리지 않을까 티백님(청년허브 담당자)이 걱정을 하셨어요. 저도 무빙건 작가님(유미의 세포들 작가)의 연락을 받고 싶지는 않아서(웃음) 이름을 바꾸기로 했어요. 제 삶 자체가 아이러니하기도 하니까 유미와 아이러니라는 단어를 합쳐서 YUMYRONY(유미러니)라고 지었죠.

어떤 점에서 자신의 삶이 아이러니하다고 느끼는 건가요?
저라는 사람이 비건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가 아이러니했어요. 어릴 때부터 환경에 관해 배우긴 했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주변에 채식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들을 위해서 비건 요리를 하게 됐는데 어느 순간 일이 되고 생계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채식을 지향하고는 있지만 지금도 비건은 아니거든요. 이런 제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어요. 난민이 아니면서 난민 문제에 몰입하는 것도, 비장애인이면서 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두는 것도 약간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고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경계 없이 다가가요. 그래서 아이러니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나 싶어요.

YUMYRONY는 비건 요리부터 난민, 사회운동 등 매우 다양한 키워드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원래 관심사가 다방면으로 많았나요?
어릴 때부터 산만하긴 했어요. 근데 고등학교 때는 공부 외에 할 수 있는 방황이라고 해 봐야, 야간자율학습시간에 팟캐스트 듣는 정도였거든요. 근데 대학에 가니 머물 공간과 교류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더라고요. 저는 사람을 만나고 사람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모든 사람을 다 만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시간과 마음을 쏟을 곳을 찾다가, 사회 운동을 했던 이들을 추모하는 추모사업회 학내기구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학교 선배이자 민주화 열사인 분들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학생운동을 했는데 그게 제 대학생활의 전부였어요. 그래서 대학원 가겠다고 했을 때 교수님들이 놀라셨어요. “네가? “이 성적으로?”라며(웃음). 대학에서 아랍지역학을 전공했는데, 졸업을 앞두고서야 아랍 문화가 좋아져서 조금 더 공부해보자 싶었어요.

YUMYRONY의 사무실 공간. 다양한 관심사만큼 다양한 물건들이 공간 곳곳을 채우고 있다.

 

학부 때 아랍지역학은 어떤 이유로 선택했었나요?
대학 입학은 전공자유학부로 했어요. 2학년이 되면서 전공을 선택하려고 하니, 인기 학과는 학점 커트라인이 높더라고요. 포기하고 가장 특이해 보이는 아랍어학과를 선택했어요. 근데 막상 공부해보니 너무 어려운 거예요. 아랍 문화도 너무 낯설고, 관련 영화를 봐도 이해가 안 되고. 아랍 문화에 전혀 공감이 안 가서,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튀니지는 어떻게 가게 된 건가요?
졸업을 앞두니 불안하더라고요. 아랍지역학을 전공했는데 아랍어를 한마디도 못 하면 어쩌나 싶고요. 당시 필수 과목으로 원어민 수업을 들었는데, ‘숙제’를 못 알아들어서 저만 숙제를 안 한 거예요. 그 상황이 너무 창피했죠. 그 시기쯤 부모님께서 학자금 대출금 중 천만 원 정도를 갚아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 돈으로 학자금을 갚는 대신 튀니지에 가서 1년 정도 살았어요.
튀니지 생활은 너무 좋았어요. 물가도 저렴하고, 지중해라서 그리스처럼 멋진 해안 도시가 펼쳐져 있어요. 그리고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에서 살아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아랍과 이슬람 종교에 대한 편견도 많이 사라졌고요. 기도 시간이 되었다고 수업 도중에 기도하러 달려가는 게 아니더라고요. 잠시 조용히 기도문 한 줄을 읊조리고 다시 수업을 이어나가는 방식이죠. 히잡을 쓰는 것도 의무가 아니었고요. 나를 환대해주는 모습에도 감동 받았어요. 난민 문제가 한국에서도 심각해진 게 2018년도였는데, 그때 튀니지에 있었거든요. ‘얼른 돌아가서 이 문제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라는 사명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난민을 향한 혐오는 집단 정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독 강한 거 같아요. 이유가 뭘까요?
안 친해서, 잘 몰라서인 것 같아요. 예전에 신영복 선생님 책에서 본 얘기가 있어요. 윗집 아이가 너무 쿵쿵거려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올라갔는데, 그 후로도 아이는 여전히 쿵쿵거렸지만, 아는 아이가 쿵쿵거린다고 생각하니까 불만이 덜했다는 거예요. 그때 누군가를 안다는 게 너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무래도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이 잘 되길 바라잖아요. 이런 심리가 바람직하게 느껴지진 않는데, 그러면 아예 ‘모두 다 아는 사람이 되게 만들자!’ 싶어요. 그러면 세상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한국에서는 중동 지역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잖아요. 그러다 보니 더 쉽게 혐오하는 거 같아요. 가까운 가족들의 생각만이라도 바꾸려고 해요. 가족들은 나를 사랑하니까, 그런 내가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귀를 기울이거든요. 그렇게 주변부터 조금씩 바꿔나가고 싶어요.

독서 모임과 다큐멘터리 평론 모임도 그런 취지도 시작했나요?
그렇죠. <가버나움>이라는 영화가 지난해 소소하게 히트했어요. 그걸 본 친구들이 난민이나 중동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볼 수 있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얼씨구나 했죠.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이슬람 문명>이라는 책을 함께 봤어요. 요즘은 주기적으로 책을 읽지는 못하고, 아랍영화제 같은 행사가 있으면 같이 가요. 괜찮은 책이 있으면 추천해 주고요.
다큐멘터리 평론 모임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어요. 다큐멘터리를 본 후 각자 평론을 쓰고 얘기를 나눠요. 다큐멘터리의 장점은 직접 경험해볼 수 없는 걸 간접 경험하게 해준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세네갈의 민주주의를 설명해 주는데, 이 낯선 나라가 프랑스보다 먼저 민주주의를 이뤄냈더라고요. 아프리카라는 사실만으로 이 대단한 업적을 주목 받지 못한 게 안타까웠어요. 난민 문제도 단순히 연민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그들의 유구한 문명이나 문화를 알려주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식의 활동이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가버나움
2019년 1월 한국 개봉한 영화로, 아랍 여성 감독인 나딘 라바키가 연출했다. 12살 소년의 눈을 통해 레바논의 열악한 현실과 빈곤, 난민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경우 보통 조직의 활동가를 선택하잖아요. 개인 활동가 노선을 걷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직이나 단체는 규칙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저는 탈색을 하고 싶은데, 탈색한 머리로 추모제에 참석하는 게 조심스럽죠. 꼭 뭐라고 말을 하지 않더라도요. 기본적으로 경계가 없는 환경을 선호해요. 제 행동과 말이 온전히 저의 것이기를 원하고요. 실수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제 경계 없음과 산만함이 타인에게는 불편함이나 혼란스러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혼자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싶었어요. 외롭기도 하지만 좋은 점도 많아요.

팝업 술집인 ‘대낮부터 샹그리아’에서 비건요리도 선보이고 있는데요. 비건 요리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술집을 해보고 싶었어요. 근데 자본이 없잖아요. 그러다가 신촌에 술집을 차렸다는, 건너 건너 아는 선배를 우연히 터미널에서 만났어요. 몇 마디 주고받다가 술집에 놀러 가기로 했고, 진짜 갔어요. 인사치레로 오라고 한 걸 텐데(웃음). 막상 가보니 공간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가게가 쉬는 날인 일요일에 공간을 빌려달라고 하고, 한 달에 10만 원씩 내면서 장사를 했죠.
어느 날 친구가 놀러 와서 음식을 해준 적이 있는데, 채식주의자였어요. 그 사실을 깜빡 잊고 논비건 음식을 했고, 친구는 한 입도 먹지 못했어요. 너무 미안했죠. 그때가 제 요리 인생에서 가장 큰 상처였다고 생각해요. 이후로 모두가 행복한 식탁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비건 옵션을 넣기로 했어요. 그렇게 비건 요리와 식재료를 연구하면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다 보니 알음알음 소문이 났죠. 비건을 위한 술집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그 가게에서 주 4회씩 요리 담당으로 일하고 있기도 해요.

대낮부터 샹그리아
일요일마다 열리는 비건 옵션 팝업 술집. 지향하는 바가 달라도 모두가 차별 없이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 있기를 바람으로 YUMYROMY가 운영한다. 신촌 미스터리 술집 공간에서 열린다. SNS_ instagram.com/sangriainthedaytime

지금은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건가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예 외면할 것 같아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실천하려고 해요. 이게 바로 저의 아이러니함이죠. 이런 저를 향해 “너는 좋아하는 것만 하잖아”라면서 공격하는 분도 있어요. “사람이 하기 싫은 것도 해야지”라는 뉘앙스로 말하는데, 꼭 그렇게 살아야 하나요? 저는 먹고사는 일도 해야 하고, 나 자신이 하루하루 행복했으면 좋겠고, 동시에 혁명도 놓치지 않고 싶어요. 그래서 관심 있는 사회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수행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요. 20대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는 살아있는 것 자체가 다행이라는 말을 많이 해요. 실제로 누군가의 자살 소식을 1년에 한 번 정도는 들어요. 그래서 지금 청년 세대에게 사회 문제에 관한 관심은 세상을 구하겠다는 거창한 마음이라기보다는, ‘세상을 구하긴 뭘 구해? 너나 구해! 나부터 건강 할래!’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요리보고 조리보고 비건 재료 실험실 포스터(좌)와 온라인으로 진행된 비건 칵테일 클래스 모습(우)

 

올해는 유난히 비건 관련 활동을 많이 했잖아요. 대표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나요?
비건 칵테일 클래스와 비건 재료 실험실을 진행했어요. 비건 칵테일 클래스는 손님에게 먼저 제안을 받아서 판을 벌렸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은 1회밖에 진행 못 했어요. 그러다가 청년허브에서 입주단체 대상으로 온라인 클래스를 해 보라고 제안해주셨어요. 사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좋았어요. 일단 설거지가 많이 안 나와서(웃음). 그런데 미리 재료를 구매한 후에 소분해서 나눠드렸거든요. 플라스틱 대신 유리 용기를 쓰긴 했는데 어쨌든 용기 몇십 개를 구입해야 하니 고민되더라고요. 코로나19 시대에 모임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는 계속 적응하고 연구해봐야 할 거 같아요.
9월부터는 소셜스티치와 ‘요리보고 조리보고 비건 재료 실험실’을 진행했어요. 여러 가지 비건 식재료를 연구하고 맛보는 모임을 하려고, 시작도 전에 ‘나 이런 거 할 거야!’라며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녔거든요. 그랬더니 소셜스티치에서 마침 주방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 중이었다며, 직접 요리까지 하는 프로그램을 해 보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브런치부터 가정식, 디저트 등 매회 주제를 정해서 비건 제품과 요리를 알려주는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원래 오프라인을 계획했는데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고요. 청년허브의 자문 지원으로 쌍문동에 있는 먀큐아에서 비건 요리법을 배워오기도 했어요.

<비건들의 수다> 영화 출연과 상영회 모더레이터도 맡았잖아요. 그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작년에 혁신파크에서 열린 비건 페스티벌에 갔는데, 그때 <비건들이 수다> 제작팀이 촬영을 하고 있었어요. 즉석에서 섭외를 받아 어떤 제품을 샀는지 얘기하는 영상을 찍고 헤어졌는데, 신촌의 한 비건 식당에서 다시 마주쳐서 또 즉석 인터뷰를 했어요. 영화가 완성된 후에 공동체 상영을 할 계획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러면 나도 이 영화의 출연자이니까 입주해있는 혁신파크 공간을 이용해도 좋겠다 싶어서 상상청과 미래청 공간을 대관해 상영회도 하고 모더레이터까지 맡았어요. 사회자 필요하지 않냐, 내가 하겠다고 하면서.

소셜스티치
서울혁신파크 연수동에 위치한, 실험과 휴식이 있는 소셜 커뮤니티 호스텔. 유의미한 경험이 일어나는 숙박•연수•커뮤니티 공간으로, 올해 프로젝트 중 하나로 창작자들이 한 달 간 입주해 여러 활동을 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 ‘한달 살기_OO의 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홈페이지_ socialstitch.imweb.me/home

비건들의 수다
비건과 비거니즘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의 인터뷰 위주로 이뤄져 있으며, 공동체 상영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작연도: 2020년 3월/ 러닝타임: 96분

혁신파크 공간을 매우 알차게 사용하고 있네요. 청년허브 미닫이실험실에는 올해 입주했는데, 입주를 신청한 이유는 뭐였나요?
공간이 절실했어요. 새로운 공간에서 나만의 모임을 열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원래 혁신파크도 좋아했기에 입주 신청을 했는데, 면접볼 때 느낌도 좋았어요. 면접은 당연히 저를 보여주는 자리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청년허브를 살펴보는 시간이기도 하잖아요. 학생인 제가 해 왔던 활동은 너무 작은 것들인데,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감동이더라고요. 음, 나쁘지 않은 어른들이군! 싶었죠.
미닫이실험실에 입주한 후에는 제 공간이 생겼다는 것 자체에 안정감이 들고 너무 좋았어요. 사무실이 집이고, 혁신파크가 앞마당으로 느껴져요. 그래서 다른 곳들도 엄청나게 돌아 다녀요. ‘여기는 뭘 하는 곳인가’ ‘이 단체는 야근을 많이 하네’ 이러면서. 혁신파크의 똥개 같이 지내요(웃음).

다른 입주단체와 교류나 협업도 많이 하는 편인가요?
네, 일단 플랫폼C 회원가입을 했어요. 플랫폼C는 정치 연구를 하는 곳이거든요. 거기서 진행하는 북토크에 갔는데, 마침 관심사인 91년도 5월 투쟁에 관련된 내용이었어요. 근데 북토크가 무료인 게 미안해서 회원가입을 했죠. AR490은 사무실이 바로 옆이라 수시로 소통하면서 여러 기획을 같이 하고 있어요. 9월에는 은경님이 진행하는 ‘보름달상점’에서 웰컴드링크로 따뜻한 뱅쇼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고요. 집에서 쓰던 물건들을 판매하고 물건에 담긴 스토리도 함께 보여주는 플리마켓 ‘내방을 털어보자’도 진행 예정이고 청년허브 입주단체 교류회 때 아예 온라인 플리마켓을 하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와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는 고민 중이에요. SOPLE과는 11월에 배리어프리 요리 클래스를 진행했어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 클래스가 가능한 공간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마침 제가 소셜스티치에서 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 ‘OO의 방’에 참여하면서 입주해있던 상황이었어요. 그곳 주방이 조리대 높이도 적당하고 휠체어 접근도 가능했거든요. 원래 대관은 따로 안 하는데 입주자는 사용 가능해서, 요리 클래스를 진행했죠. 달냥 카페에서 같이 장을 보고, 팬케이크를 만들었어요. 장애인 2명과 동행인 2명이 참여하셨는데 저에게도 너무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SOPLE과는 내년에 수어 클래스도 해 보려고 해요. SOPLE을 찾아가서 수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같이 하자고 해 주셔서, 이것저것 기획해보고 있어요.

플랫폼C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사회운동의 혁신 및 재생산을 위한 교육과 비평의 공간이자, 활동가 그룹이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platformc

AR490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잉여 자원을 활용한 자투리 공작, 생활기술 워크숍을 진행하고 나무 소재를 살린 친환경 생활소품을 직접 제작하는 등, 환경 친화적인 삶을 소개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디자인한다. youthhub.kr/hub/supported_group/ar490

SOPLE(소플)
미닫이실험실 입주단체. 장애청년과 비장애청년이 함께 새로운 접근 방식의 장애 관련 콘텐츠와 공공 디자인을 만들고 있다.youthhub.kr/hub/supported_group/sople

달냥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 자리한 채식카페. 다양한 채식 요리 및 재료를 판매한다.


YUMYRONY 사무실 앞에서 운영 중인 무인상점 가판대


사무실 앞에서 창작자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무인상점도 운영하고 있잖아요. 인스타에 셀러 모집 글을 올리면서 청년허브 이용자들의 시민의식을 믿겠다고 했는데, 정말 아무도 안 훔쳐 갔나요?

아직은요. 만약 분실될 경우 책임은 질 수 없다고 셀러 분들께 양해를 구했어요. 주변에 독립 창작자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홍보할 방법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창작 활동하는 지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무인상점을 시작했어요.

대표님의 모든 활동은 사람을 향한 애정에서 시작되네요. 내가 아는 사람이 만든 작품이 잘 됐으면 좋겠고, 식탁에서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맞아요. 항상 사람에 대한 관심이 먼저인 거 같아요, 저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려주세요.
우선 수어는 꼭 배우고 싶어요.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활동이라 불안하기도 하지만 설렘이 더 커요.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주제를 이야기하려면 우선 저부터 즐거워야 하잖아요? 그래야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테니까요. 저에게는 그런 주제 중 또 하나가 1991년 5월 투쟁이에요. 1991년 민주화 운동은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시 젊은 세대가 한 달간 분신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왜 자신의 목숨까지 던졌을까요? 그때 청년들의 감성이 궁금해요. 내년이 1991년 민주화 투쟁 30주기라서, 추모사업회에서 사진전 진행을 해 보고 싶다고 얘기해 둔 상태예요. 당시의 사진을 보면서 질문을 주고 받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요리는 이제 저에게 익숙한 일이라서, 요리를 베이스로 한 활동은 계속 이어나갈 거 같아요. 전공하고 있는 아랍 문화와 요리를 합쳐서 무언가 하고 싶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한 우물만 파야 성공한다는 말을 많이 했잖아요. 활동 분야 하나를 명확하게 정하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나요? 현재 어떤 고민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엄청 많이 듣죠. 근데 아랍어, 난민, 비건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직업군이 없잖아요. 그래서인지 어떤 일을 하라는 말은 별로 안 들어요. 가끔 불안하긴 해요.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러다 보니 다 내 것이 아니라는 애매한 마음도 들거든요. ‘경계 없음’을 지향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래서 소속도, 안정감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럴 때는 그냥 최대한 생각을 안 하고 지금 몰입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해요. 그래도 불안하고 우울할 때가 있어요. 그럼 하루 우울하고 마는 거죠 뭐.
여러 관심사와 활동들이 어떻게 직업이 될 수 있을까에 관해서는 항상 고민해요. 유미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유미에서 끝나고 싶지는 않아요. 저처럼 우당탕 살아가는 청년들이 많기 때문에, 그 친구들에게도 무엇이든 해볼 만하다는 걸 보여주고 또 함께하고 싶어요. 난민이나 장애인, 비건 등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피하는 키워드에 관해서 ‘그거 아닌데?’를 보여주고 싶고요. 박막례 할머니가 하신 얘기처럼, 제가 재미있어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춤추고 노래하고 랩하다 보면 사람들도 와서 함께 리듬을 타게 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청년허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곳에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한이 생각보다 짧게 느껴져서, 바라는 건 그거밖에 없어요. 청년허브에 오래 머무는 것. 전 못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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