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프] ‘플랫폼으로서 그렸던 아야프, 나아갈 미래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다’_안연정 센터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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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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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7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 8월 말, 제2회 아야프(AYARF)를 준비하는 청년허브의 ‘팀 아야프’ 식구들은 특히 더 바빴습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서울혁신파크 내 공간들을 매일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환기하는 것부터 2기 펠로우 20명의 건강을 확인하는 일까지 전부 직접 챙겼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모든 게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아야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꼭 진행해야 했다”고 안연정 서울시 청년허브 센터장은 말합니다. 일부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더라도, 펠로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눈을 맞추고, 질문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나아가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팬데믹 속에서 무탈히 제2회 아야프를 마쳤다는 감사함과, 더 많은 것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안연정 센터장은 아야프라는 실험의 장(場)을 더 넓게 펼치기 위한 다음 단계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두 차례 아야프를 마친 소회와, 아야프의 미래에 대한 그의 고민을 들어봤습니다.

 

혼자 외롭고 힘들게 활동하는 청년들이 서로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고, 그 안에서 협력하는 커뮤니티가 생기면 세상이 더 빨리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아야프는 ‘아시아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전환적 미래상을 제안하는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를 지원하는 플랫폼입니다. 서울을 기반으로 한 청년허브가 ‘아시아’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현재 서울이 겪고 있는 문제는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위기만 해도 전 지구적인 문제이고요. 지금까지의 글로벌 거버넌스는 서구 중심의 지식 체계와 제도 중심으로 조직되어 왔기 때문에 아시아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서구의 이론이나 사례를 맥락 없이 이식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적으로나 사회 구조적으로 유사성을 공유하는 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함께 새로운 관점과 문제 해결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대만의 해바라기 혁명, 홍콩의 우산 혁명처럼 청년 세대가 주축이 되어 사회 변화를 이끄는 움직임을 목격하면서, 아시아의 새로운 시민이 탄생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어요. 이들이 특유의 역동성으로 아시아의 맥락에 맞는 민주적이고 시민 참여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한편 아시아 국가 간의 문화적 교류도 새로운 미래 사회를 그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생각도 들어요. 아시아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지역 특유의 생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일상이 빚어낸 독특한 미감과 같은 유산들을 접하게 됩니다. 이른바 ‘성숙한 시민 문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오랜 시간 체득한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생존 방식, 삶의 양식들에서 기후위기와 같은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런 전통 유산을 토대로 여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쌓아 올리면 전혀 새로운 도시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1회 때부터 아야프는 줄곧 ‘급진적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왜 청년들은 ‘급진적’ 미래를 구상해야 할까요?

“1회 아야프와 2회 아야프 사이의 불과 7개월 동안, 전 세계는 심각한 재난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멈춰야 할 것은 과감히 멈추고, 해야 할 것을 빠르게 실천해야 합니다. 여태껏 우리가 유지해온 사고방식, 의사결정 구조에 따라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은 더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의사결정 구조 안에 현재 문제들을 끼워넣는 식이 아니라, 아예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을 바꾸고, 그리하여 문제의 순위 자체를 뒤집어야 해요. 2회 ‘급진적 미래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평등’과 ‘인권’을 기준으로 경제 체제와 정치 구조를 재편하고, 사회·문화적 과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처럼요. 시간을 두고 해결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 문제들도 있습니다.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대전환을 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죠. 아야프는 이런 전환의 필요성을 집요하고 끈질기게 이야기하는 사람, 과감하게 실천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의 구상이 급진적 미래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해결하겠다는 ‘시그널’만 보내는 것으로는 부족해요. 해결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문제에도 계속 질문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상상할 기회 자체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아야프를 ‘연구나 활동만이 아닌,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아야프에서는 어떤 사업대상을 설정한 건가요?

“연구활동(activist research)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기보다는, 연구 기반의 청년에겐 현장 활동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현장 활동 기반의 청년에겐 연구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접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도 연구자를 키웁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요.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로 바꾸는 것보다는, 학교 밖의 전혀 다른 플랫폼에서 시도하는 게 훨씬 더 빠를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학교에 소속되지 않고서 ‘연구활동가’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학교에 소속돼 있지만 마이너한 주제에 몰두하기에 연구를 접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학교 바깥에 존재해야 한다고도 생각했고요. 이들이 안전하게 시도하고 실패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시공간이 절실하다고 본 겁니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미래에 대한 낙관적 관점을 잃지 않고서 복잡한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싶었어요. 혼자 외롭고 힘들게 활동하는 청년들이 서로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고, 그 안에서 협력하는 커뮤니티가 생기면 세상이 더 빨리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아야프는 이들이 모이고 느슨하게 흩어지며 동료가 되는, 그런 플랫폼이군요.

“저의 20대, 30대를 돌아봐도, 좋은 동료들과 커뮤니티 원하는 삶을 자립적으로 일구어나가는 데 큰 기반이 되었어요. 경제적으로는 조금 불안정할지언정,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그 기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이 사회에서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했기에 그 시간을 헤쳐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변화를 만들려 하고 또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목하자는 게 아야프의 첫 원칙입니다.

처음 아야프를 기획했을 때, 결과와 성과 중심인 기존 지원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었어요. 그래서 비슷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들로부터 조언도 듣고, 기존 프로그램과 결합하는 방법도 고민했었죠. 하지만 결국 청년허브다운 방식의 새로운 커뮤니티를 설계해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했던 건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가 너무도 거대해서, 작은 단위로 나누어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글로벌한 커뮤니티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Q. 제2회 아야프는 코로나19라는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마쳤지만, 팀 아야프를 비롯해  아야프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이 조마조마했을 것 같아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여러모로 제약이 많았습니다. 펠로우도 한국에 체류 중인 국내외 청년 연구활동가에 한해 선발했고, 12박 13일로 기획됐던 레지던시 일정도 7박 8일로 단축됐어요. 그럼에도 20명 펠로우가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고집한 건, 펠로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것 이상으로 이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작업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팀 아야프가 고생을 많이 했죠. 코로나19 확산 방지 관련 국내외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아야프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병원 수준의 방역 작업도 이들이 직접 했거든요. 프로그램 준비하기에도 정신없이 바쁠 텐데, 방역 작업까지 외부업체에 맡기지 않고 책임진 팀 아야프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팀 아야프를 보면서 제2회 아야프도 잘 진행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Q. 제2회 아야프 프로그램 곳곳에서 제1회 아야프 펠로우들의 얼굴들이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제2회 아야프에서는 사전 프로그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획했어요. 레지던시 일정이 시작되기 한 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1, 2기 펠로우들이 모여 서로 어떤 연구활동을 하는지, 어떤 배경에서 연구활동가의 길을 걷게 됐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패컬티들도 이 사전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라인으로 미리 펠로우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요. 

이 밖에 1기 펠로우 중 2기 펠로우 선발 심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람도 있고, 팀 아야프의 구성원으로 참여한 사람도 있어요. 게릴라 세션을 직접 기획해 2기 펠로우들과의 협업을 모색하기도 했고요. 특히 게릴라 세션엔 더 많은 1기 펠로우가 참여하고 싶어했는데, 대면 프로그램 진행이 어려워지고 레지던시 일정이 단축되면서 함께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도 있어요.” 

 

Q. 사실 제2회 아야프는 아직 끝난 게 아니죠? 오는 11월 ‘프로보케이션’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제1회 아야프에서는 레지던시 일정 마지막 날 폐막식과 함께 펠로우들의 연구활동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프로보케이션’을 개최하고, 그 뒤로 각자 연구활동을 진행한 후 결과물을 온라인으로 소개하는 식으로 마무리됐어요. 이번 2회 아야프에서는 팀 아야프의 제안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프로보케이션 사이에 기간을 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좀 더 연구활동을 진행한 다음에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어요. 그래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열린제안’으로 마무리하고, 2개월 정도 연구활동 간을 둔 다음 11월에 프로보케이션을 열게 됐습니다. 협업 메신저 툴인 슬랙(Slack)으로 펠로우들끼리 꾸준히 소통하고 있고, 따로 만나서 교류하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10월 초에 2기 펠로우들의 상황을 공유받았는데, 다들 한 달 동안 정말 열심히 연구활동을 진행했더군요. 아주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실험이 동반되어야 하는 시나리오들도 보이고요.” 

 

Q. 이 프로보케이션 때 패컬티와 센터장님도 아야프의 미래 시나리오를 이야기하기로 하셨죠? 

“1회 아야프 레지던시를 마치자마자 엄청난 과제가 눈에 보였어요. 펠로우들이 구상한 급진적 제안들이 실행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이렇게 ‘사람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구나, 싶었죠. 다음 과제가 이렇게나 빨리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몹시 당혹스럽고 괴로웠어요(웃음). 다행히 1회 아야프의 패컬티 3인 모두 2회에도 함께 해주었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고민을 심화하면서 다음 단계를 구상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애초 아야프를 기획할 때 기존 아카데미아의 전통적인 연구 지원 방식, 연구자 생산 구조를 벗어나자는 미션을 갖고 있었어요. 통합적으로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게 한 축이었다면, 다른 한 축은 그렇게 해서 청년 연구활동가들이 만들어낸 미래 시나리오가 실제 실험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실험의 장과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겁니다.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계속 실험하고 경험하며 건강한 시민으로, 문제해결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게 다양한 자원을 연결해주는 거죠. 패컬티인 강은지 다크매터랩스 수석연구원이 이야기한 것처럼 ‘지루한 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이요. 산술적으로는 매회 20명씩 청년 연구활동가들이 아야프와 연결되겠지만, 이들의 활동이 다양한 시공간으로 확장돼 더 많은 사람, 자원과 접점을 만들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그렇게 아야프가 일종의 ‘문화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과제라고 봅니다.” 

 

Q. 사업의 발전을 비롯해, 아야프의 확장을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이렇게 아야프가 확장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 파트너가 필요해요. 긴 호흡으로 사람에게 투자할 수 있고, 결과물보다 사람의 성장을 중시하는 좋은 펀더(funder)를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또 아야프에서 만들어진 시나리오, 축적된 지식이 특정 주체의 저작물이 아니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고 참조할 수 있는 공공재가 될 수 있었으면 해요. 앞으로는 뛰어난 몇 사람의 역할보다 다양한 사람이 공통의 의제에 대해 서로 협력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접근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지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례들이 더 많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시공간 또한 많아져야 하고요. 연구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자원’에는 돈이나 시간뿐만 아니라 계속하고자 하는 의지,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보겠다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힘 또한 포함돼요. 그래서 같이 문제를 고민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협력자들과 만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만의 해바라기 혁명 : 2014년 3월 18일부터 4월 10일까지, 대만의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세대가 대만의 국회인 입법원을 점령한 사건. 희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 꽃을 들고 시위에 참가해 ‘해바라기 운동’이라고도 불린다. 언론보도 외에 학생들과 장외 지지자들이 실시간으로 현장을 온라인에 공개했으며,  1990년대 야백합운동 이후의 가장 큰 학생운동이다. [참고 : 위키백과(링크)]

**홍콩의 우산 혁명 : 2014년 9월 2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이어진 홍콩의 민주화 운동. 홍콩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한 저항운동으로,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가스 공격을 막기 위해 우산을 사용하면서 우산 혁명이라 불리게 되었다. [참고 : 네이버 지식백과(링크)] 

※ 1기 아야프 펠로우들의 연구활동 결과물 보기(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