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프] 아야프 패컬티 인터뷰(1) 권오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대표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0-10-22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경계를 늦출 수 없던 여름, 완전히 안전할 수는 없는 불안감 속에서도 제2회 아야프를 진행한 건 ‘한시라도 빨리 급진적 미래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습니다. 제1회 아야프가 끝난 이후, 지구는 더 많은 위기 상황에 더 빠른 속도로 휘말려 들어갔습니다. 2기 아야프 펠로우들이 선언한 것처럼, “우리는 일상을 파괴하는 위기에 처해 있어 책 속에 갇혀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7개월 만에, 그것도 팬데믹 위기 속에서 2기 아야프 펠로우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제2회 아야프가 무사히 기획되고 진행될 수 있었던 건 ‘선배’ 액티비스트리서처이자, 펠로우들의 든든한 지원군인 네 사람 덕분입니다. 아야프를 주관하는 서울시 청년허브의 안연정 센터장과 3인의 패컬티(faculty)인 강은지 다크매터랩스(Dark Matter Labs) 수석연구원, 권오현 빠띠(Parti) 대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바로 그들이죠. 지난달 4일, 제2회 아야프의 폐막 행사로 열렸던 ‘열린 제안 : 아야프 패컬티의 구상’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네 사람의 생각을 충분히 듣기에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았습니다. 그래서 이 날 못 다한 말을 이어 인터뷰로 정리해봤습니다. 1편은 권오현 대표와 나눈 대화입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런 균형 잡힌 시민을 상상해 봅니다.

 

Q. 이번 아야프에서 대표님이 설립하신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만든 ‘민주주의서울’에서 영감과 자극을 받았다고 한 펠로우들이 많았습니다. 빠띠는 어떤 조직이고, ‘민주주의서울’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빠띠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좋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고민하는 조직입니다. 시민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이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민주주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죠. 먼저 ‘더 많은 민주주의’란 더 많은 시민의 권리를 증진하는 거예요. 독재를 타도하거나 특정 소수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여기에 속해요. ‘더 좋은 민주주의’는 개인에게 이로운 것이 사회 전체에게도 이롭다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즉 신뢰를 토대로 구현되는 민주주의인 거죠. 이러한 신뢰 기반을 쌓으려면 데이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데이터가 수집되고 활용되는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그래서 빠띠가 만든 민주주의서울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디지털 기술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주권을 보장하고, 서로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제안된 플랫폼입니다.”

 

Q. 대표님이 바라본 현대 민주주의 문제 상황이 무엇인지, 그리고 디지털 분야에 접근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우리는 여러 갈등과 혐오 문제를 안고 있어요. 그럴수록 민주주의를 통해서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시스템마저 무력해지는 상황, 서로를 억압하는 갈등과 혐오의 상황, 한 국가라는 공동체의 의미조차 사라지게 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 있어요. 우리 서로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죠. 

한편 오늘날 디지털 주권이 인권과 동등한 위치에 놓이게 된 상황에서, 디지털 주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컨대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자 미국의 학생들이 무료 인터넷을 쓰려고 맥도날드를 전전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만 봐도 디지털 주권이 얼마나 중요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접근성, 활용성과 더불어 더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안전하고 자유롭게 낼 수 있게 하는 다양한 통로와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해졌어요. 개개인이 각자의 역량에 따라 미디어를 구축하거나 커뮤니티를 생성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사회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한편 대표님께서는 ‘열린탐구’ 세션을 비롯해 여러 자리에서 시민 민주주의가 자칫 파시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거듭 지적하셨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민주주의의 적(敵)은 독점, 독재, 엘리트 중심 과두정치입니다. 다수의 결정이 반드시 좋은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어떤 결정은 전문가가 내려야 해요.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일까 생각해봅시다. 수술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게 민주적이고, 반드시 좋은 걸까요? 아닐 겁니다. 여기서 민주주의는 수술 과정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게 아니라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맡기되, 수술 과정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공개되는 거예요. 민주주의는 상황마다 다르게, 다양한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이때 사람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전문가는 전문 지식에 기반한 자신의 판단을 사람들에게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앞서 말한 ‘신뢰’의 문제인 겁니다.

‘더 많은 민주주의’에서 ‘더 좋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종국엔 더 많은 사람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해요. 이런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어린이, 청소년, 노인 등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소수가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내린 결정이 항상 옳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그 반대로 흐르게 돼요. 우리 모두가 평등하게 권한을 갖고 있다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Q. 패컬티 대담에서 ‘내가 하는 일보다 앞으로 펠로우들이 할 일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중요한 일을 많이 해오셨고 또 하고 계신데(아야프 패컬티를 포함해서), 어떤 맥락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청년 시절, 처음 일을 시작하며 ‘이런 일을 하면 세상이 좋아지겠지’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20년을 일해온 지금,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요.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은 20년 전 나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야프에서 만난 청년들을 보면서, 요즘 청년 세대는 20년 전 청년이었던 저보다 훨씬 더 새로운 기술과 변화하는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훨씬 더 잘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이들이 정말 뭔가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Q. “내가 뭔가 시작했을 때 ‘잘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청년들에게 단기 일자리, 창업이 아닌, 진짜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도 하셨어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지난 3월, 시민 개발자들과 함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어요. 여기서 만난 개발자들이 “회사 안 다니고 이렇게 공공성 있는 앱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군요. 이런 일 하면서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공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어야 시민사회가 건강해질 텐데, 우리 사회에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모델이 취업 아니면 창업밖에 없죠. 돈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 이 수요를 맞출 공급 모델이 없는 겁니다.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청년들에게도 직업 교육이나 창업 프로그램만 공급되고 있고요. 그렇다고 해서 창업이 정말 좋은 모델일지는 모르겠어요.”

 

Q. 그럼 어떤 대안이나, 전환적인 방향이 있을까요?

“창업을 하면 창업자 한 사람만 주목받고 그 외의 참여자에게 돌아가는 건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그 많은 창업자 모두가 주목받는 것도 아니에요. 학교에서도 전교 1등만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 주목받는 창업자 중에서도 실제로 큰돈을 번 사람은 손에 꼽힙니다. 정말 창업이 효과적인 방식인지 의문인데도, 정부는 창업에 막대한 정책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요. 

뛰어난 창업자 한 사람과 뛰어난 회사 한 곳이 살아남는 산업 논리, 엘리트를 양성하는 데 집중해 이 소수의 엘리트가 세상에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는 이런 논리가 과연 효과적인지 냉정하게 평가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청년들에게 창업자금을 주고 ‘한 번 창업 해보라’고 하는 것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상상을, 보다 안전하게 실험해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비록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 하더라도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사업에 투자하고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느니, 사회를 바꾸려는 급진적인 프로젝트에 도전해보라고 밀어주는 게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런 균형 잡힌 시민을 상상해봅니다.

 

Q. ‘액티비스트리서처’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서, 아야프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요?

“1기, 2기 펠로우들을 보면 ‘활동’과 ‘연구’를 동시에 다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대부분 어느 한쪽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펠로우를 선발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구가 기반인 사람과 활동이 기반이 사람이 만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야프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이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관심 분야, 국적, 기반이 다른 펠로우들이 레지던시 프로그램 안에서 교류하며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각자 가진 주제를 확장해 나갑니다. 이런 작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아야프의 발전방향을 생각해보자면, 우선 아야프는 액티비스트리서처들이 하고 싶은 걸 일단 해볼 수 있는 환경,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사회적 자산을 쌓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에요. 이런 아야프의 지향점을 사람들에게 잘 설명해야 합니다. 아야프가 왜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왜 필요한지 알려야 더 확장할 수 있겠죠.”

 

Q. 마지막으로, 아야프를 마무리하며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청년들이 모든 답을 제시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빠르게 변하고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또 가장 오래 살아갈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시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야프 펠로우들처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 나아가 이 역량을 더 키워나가려 하는 사람들, 타인과 협력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야프를 거쳐 간 펠로우들 중 어떤 이는 연구자로, 어떤 이는 활동가로, 어떤 이는 취업이나 창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랬을 때 이들이 안전한 환경에 있다가 갑자기 사회로 던져진, 마치 ‘대안학교 졸업생’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길 바라요. 아야프에서 사회로 연결되는 스텝들,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아야프를 경험하며 쌓은 사고방식을 유지하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사회를 살아갈 수 있어야 해요. 창업하더라도 기존의 창업 모델과는 다른 방식을 생각하고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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