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프] ‘열린 제안 : 아야프 패컬티의 구상’ 현장스케치

분류
행사리뷰, 허브소식
날짜
2020-09-08

“…우리는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청년입니다. 우리의 다양성은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의 상상력은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한 예상치 못한 방법들을 창조하면서 반영됩니다. 우리는 일상을 파괴하는 위기에 처해 있어 책 속에 갇혀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의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존재하기 위해 사는 것인가, 아니면 살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젊은 전문가와 연구자로서 함께 이론과 실천의 간극을 메울 것입니다…”

 

지난 4일 서울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는 9일 전 같은 공간에서 ‘급진적 미래 콘퍼런스’의 시작을 알렸던 2기 아야프(AYARF) 펠로우들의 선언문 낭독 영상이 다시 한 번 재생됐습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진행된 ‘열린제안 : 아야프 패컬티의 구상’ 세션은 지난 열흘간의 2기 아야프 레지던시 일정을 마무리 짓는 의미에서 폐회식과 함께 패컬티 3인의 대담으로 꾸려졌는데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튜브 채널로 온라인 생중계됐습니다. 다목적홀에는 아야프를 이끄는 청년허브의 안연정 센터장과, 강은지 다크매터랩스 수석연구원·권오현 빠띠 대표·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등 3인으로 꾸려진 패컬티 그리고 행사 진행 스태프들만 모였고, 펠로우들도 모두 온라인으로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행사 진행을 맡은 안연정 센터장은 아야프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1회 아야프의 급진적 미래 콘퍼러스에 연사로 참석했던 잭커리 라고(Zackery Rago) 잠수부·산호 연구자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활동과 연구 활동을 넘나드는 액티비스트리서처들을 찾던 중, 지인이 추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Chasing Coral)’을 보게 된 것이 안연정 센터장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바닷속 산호 생태계가 처참히 망가져 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에, 잭커리 라고는 소셜미디어로 전 세계 잠수부들에게 ‘바닷속 산호 생태계 상황을 기록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들의 연대에 힘입어 과학자들과 함께 전문적으로 파괴되는 산호 생태계 현장을 기록해 직접 다큐멘터리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현재 그는 심각한 해양 생태계 파괴 문제를 아이들에게 알리는 교육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연정 센터장은 “잭커리 라고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연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그가 문제를 발견하고,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해법을 찾는 과정이 아시아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를 모으자는 기획에 큰 힌트를 줬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청년들을 모아 연결하고, 이들이 자유롭게 연구활동을 지속하며 급진적인 상상과 실험을 통해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아야프의 밑그림은 이렇게 조금씩 완성되어갔습니다.

한편 이제 막 실험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고, 꾸준히 격려하고 응원하며 이끌어줄 ‘선배’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꾸려진 게 바로 패컬티입니다. 아야프 프로그램 전반을 설계한 강은지 수석연구원은 “아야프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런던에 있었다”며 “새벽에 전화로 아야프 이야기를 나누며 ‘액티비스트리서처’라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이 낯선 개념을 아시아 맥락에 맞게 잘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권오현 대표는 “패컬티 구성원이 훨씬 많을 줄 알고 큰 부담 없이 ‘하겠다’고 했는데 셋 뿐이어서 당황했다”면서도 “패컬티로 참여할 때 ‘이런 주제들까지 다루는 건 어렵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제안했던 개념들, 이를테면 ‘디지털 주권’, ‘시빅해킹’ 같은 것들이 실제 2기 아야프 때 연구 과제로 다뤄졌다”며 뿌듯해했습니다. 이유진 연구원은 “나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비슷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참여했다”면서 “1기 때 프로그램이 예상보다 훨씬 빡빡해서 상당히 힘들었는데도, 2기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나도 모르게 기획 욕심이 생겨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고 있더라”며  아야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3명의 패컬티는 아야프 펠로우들의 관심 분야인 ‘환경’, ‘기술’, ‘도시 디자인’ 영역의 전문가들입니다. 이유진 연구원은 환경 분야, 권오현 대표는 기술 분야, 강은지 수석연구원은  도시 디자인 분야의 펠로우들의 액티비스트리서치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유진 연구원은 “펠로우들은 생각이 유연하고 나와 다른 관점과 의견을 수용해서 자신의 관점과 의견에 연결하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아야프 펠로우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여 내 것과 연결하거나 결합할 수 있는 역량의 폭이 넓은 사람들, 그래서 전혀 다른 관심 분야를 가진 사람들과도 쉽고 빠르게 교류할 수 있는 사람들, 갇혀있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칭찬했습니다. 강은지 수석연구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경계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렇게 해서 생각의 각(edge)을 더욱 날카롭게 조각해나가며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펠로우들을 설명했습니다.

열흘에 걸친 아야프 레지던시 여정에서 성장하고 깨달음을 얻는 건 비단 20명의 펠로우만이 아닙니다. 패컬티도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연구 질문을 함께 고민하면서 액티비스트리서처로서의 태도를 되새기거나, 사고의 틀을 확장하거나, 관심사를 넓혀갑니다. 권오현 대표는 “앞으로 이들이 할 일들이 지금 내가 하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들이 변화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환경, 이들이 원하는 미래를 제안했을 때 그 제안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강은지 수석연구원은 “액티비스트리서처로서 자신이 하는 연구활동이 기존 사회의 규격으로는 정의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텐데, 펠로우들은 자신의 연구활동을 설명하는 틀 자체를 다시 디자인하기 위한 질문들을 던지곤 했다”며 “이런 펠로우들을 보며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패컬티가 구상하는 아야프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권오현 대표는 “아야프란 플랫폼이 좀 더 커지고 넓어져서, 문제의식을 혼자 고민하는 더 많은 사람이 아야프를 통해 질문을 가다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강은지 수석연구원은 “아야프 펠로우들이 제안한 미래 구상 중 일부는 실제 공간에서 작은 규모의 실험으로 연결되고, 그 실험의 결과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자산으로 확장되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이유진 연구원은 “아야프의 큰 자산은 아야프를 거쳐 간 펠로우들이 각자 서로 어디서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서 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이 연결의 에너지로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오는 11월, 레지던시 동안 연구 질문과 활동 계획을 다듬은 펠로우들이 두 달 동안 실행한 액티비스트리서치 성과물을 발표하는 ‘프로보케이션(Provocation)’이 열리게 됩니다. 이 자리에서 안연정 센터장과 패컬티는 아야프를 통해 모인 급진적 미래를 위한 제안들이 현실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넥스트 아야프’의 구상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안연정 센터장은 “더 많이 상상하고 또 실패하는 시간과 장소, 이를 위한 기회와 자원을 연결하는 게 아야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이라면서 “아야프 펠로우들의 실험이 실행될 수 있는 현장을 찾고, 그 현장과 펠로우를 연결하고, 필요한 자원을 재배치할 수 있는 넥스트 아야프를 본격적으로 구상해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부디 11월 프로보케이션은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펠로우와 패컬티가 눈을 맞추며 진행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