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프] ‘열린제안’ : <환경> 분야 아야프 펠로우의 제안

분류
행사리뷰, 허브소식
날짜
2020-09-07

‘급진적 미래 콘퍼런스’로 시작 아야프(AYARF) 펠로우들의 서울 레지던시 여정은 패컬티·펠로우들과 함께하는 세미나를 비롯해 다양한 액티비스트리서처들의 워크숍으로 채워지는 ‘열린탐구’, ‘열린세미나’, ‘게릴라세션’을 거치며 발전시킨, 연구 질문과 향후 계획을 소개하는 ‘열린제안’으로 일단락됩니다. 이번 2기 펠로우들은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많은 활동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레지던시 여정의 매듭을 짓는 ‘열린제안’도 청년허브 다목적홀이 아닌 온라인 화상 회의 플랫폼 ‘줌(Zoom)’에서 열렸습니다. 펠로우들은 20~25분 동안 발표 슬라이드를 띄워 자신의 액티비스트리서치 과제와 실행 계획을 이야기했고,  패컬티들은 펠로우들의 연구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3일과 4일에 걸쳐 진행된 열린제안에서 2기 펠로우 17팀이 어떤 도전 과제들을 제안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환경]

 

#황준서

: “대한민국 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청사진이 빠져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갈등에는 남북 간 갈등 외에 인간과 자연 사이의 갈등, 환경 불의(environmental injustice)의 개념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저는 군사 활동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하고자 하는데요, 이를 위해 ‘파괴의 수레바퀴(Treadmill of destruction)’ 이론을 중심축으로 삼으려 합니다. 군사 활동은 자연을 착취하면서도 이를 ‘국가 안보’란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그리하여 지구 생태계를 회복 불가능하게 만들며 파괴의 수레바퀴를 작동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녹색(green)’ 개념을 중심으로 국가 안보의 개념을 재편하고,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를 ‘녹색 평화(green peace)’로 재정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평화 문제에 대해 환경운동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반대로 환경 문제에 대해 평화운동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며 이 교집합 영역에서 ‘녹색 평화’란 개념을 중심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환경운동과 평화운동이 한반도의 녹색 평화를 실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예측해보고 싶습니다.”

#장윤석

“제 액티비스트리서치의 핵심어는 ‘생태학살(ecocide)’, ‘파괴의 수레바퀴’, ‘독점적 기업 지배구조’, ‘그린워싱(Green washing)’ 등입니다. 앞서 발표한 황준서 펠로우의 연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데요, 준서의 연구가 ‘군사주의’에 초점을 맞췄다면, 제 연구는 기업이 어떻게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가를 다룹니다. 기업이 생태학살을 저지르는 과정을 ‘파괴의 수레바퀴’ 이론의 관점에서 설명해보려 합니다. 또 생태학살의 정의를 확장하고, 이를 ‘생태 정의(ecological justice)’ 개념과 연결하고자 합니다. 이 밖에 삼성, 포스코, 코린도, LG화학, 한국전력공사 등 한국 기업이 해외 사업장에서 일으킨 생태학살 사례들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론 연구와 더불어 다양한 활동가들과의 인터뷰, 액티비스트리서처로서 실제 집회 활동에 참여했던 경험에서 얻은 교훈도 연구에 적용할 생각입니다. 아야프 레지던시 동안 새롭게 접한 ‘포렌식(forensic)’ 접근법도 활용해보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한국 기업의 생태학살 현장도 방문해보고 싶고요. 연구에 필요한 책들도 많이 읽을 계획인데, 격주로 스터디 모임을 운영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펠로우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샤를 오두앙

“교통이 우리의 사회·생활·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교통(sustainable transportation)’의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 제 액티비스트리서치의 목표입니다. ‘지속 가능한 교통’이란 표현을 ‘지속 가능한’과 ‘교통’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지속 가능한’에는 ‘녹색’, ‘포용적인’, ‘오래 가는’, ‘미래’ 등의 단어가 연결되고, ‘교통’에는 ‘이동성(mobility)’, ‘수단’, ‘기술’, ‘에너지’, ‘거리’ 등의 단어가 연결됩니다. 20여 년 전부터 전문가들은 지금의 교통 체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해왔고, 2016년 열린 국제 교통 포럼에서는 ‘지속 가능한 교통’을 ‘녹색’, ‘효율성’, ‘포용성’ 등의 단어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자칫 ‘지속 가능한 교통’은 유토피아적인 개념으로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지속 가능한 교통이 우리가 지금 안고 있는 교통 체계에 관한 문제들을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교통이 도시의 뼈대를 이루는 만큼, 미래 도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교통이란 개념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서울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교통의 개념을 제시해보려 합니다. 여기에 프랑스 파리의 교통 정책 사례도 참고할 예정입니다. 저는 제 액티비스트리서치를 ‘연구(research)’ 보다는 ‘프로젝트(project)’라 부르고 싶은데요, 결과물도 예술적인 방식으로 이미지, 사진, 영상 등 시각물에 핵심적인 문장들을 배치하는 식으로 도출해볼 예정입니다.”

#콜렉티브 뒹굴

“저희는 기후위기 시대에 정의가 실현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 대신 창조, 노동 대신 예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입장에서 예술의 방법론을 적용해 기후위기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보고 싶은데요, 두 가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순수예술가가 기후정의 활동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전시회의 폐막과 함께 배출되는 예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예술 재료 교환 플랫폼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예술가를 기후정의 활동가로 전환하는 시도는 예술가를 ‘다원화된 가치를 확산하는 핵심 주체’로 재정의하고, 정부와 예술가의 관계를 공공의 지원을 받는 시혜자-수혜자 관계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문화와 사회를 함께 만드는 동반자적 관계로 재편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예술가를 비롯해 큐레이터, 학자 등 예술계 구성원들과 세미나와 강의를 진행해왔고 앞으로 꾸준히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밖에 아야프 패컬티로부터 추천받은 기후정의 분야 연구자들을 만나 연구 방법론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예술 재료 교환 플랫폼은 예술 자원 마켓으로 구체화됩니다. 지역 커뮤니티 중심 온라인 중고물품 교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기에, 저희가 생각하는 플랫폼을 미술 재료 교환에 특화된 일종의 당근마켓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네요. 예술 자원 플랫폼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됩니다. 재료를 교환하는 플랫폼, 예술 창작과 전시 과정에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약을 공유하는 플랫폼, 그리고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플랫폼입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예술가들이 창작 비용과 더불어 폐기물을 줄이고, 이런 실천이 습관이 되어 ‘전시장은 깔끔해야 한다’, ‘예술 활동에서 폐기물이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는 식의 관습적 규범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뤀 롸이드아웃

“폐기물(waste), 쓸모없음(uselessness)이란 개념은 한물간 구식의 것이 되었습니다. 폐기물을 쓸모있는 자원으로 활용하는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를 구축하는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 중요합니다. 바로 사회적 결합(social cohesion), 물질적 효율성(material efficiency), 경제적 안정성(economic stability)입니다. 우리는 소비자가 된 시민을 다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시민으로 되돌려놓아야 하며, 인간과 물질이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동등한 존재임을 인식함으로써 인류 중심의 평등이 아닌 모든 존재의 평등을 추구해야 합니다. 또 경제 구조 안에서 인간이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소유권 중심이 아닌 책임감 중심의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 세 가지 중 ‘사회적 결합’을 연구 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야프를 통해 일상 속 생활 쓰레기를 줄이거나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커뮤니티 활동 사례들을 접했는데요, 앞으로 서울에서 자원 순환 활동을 하는 다양한 주체들을 인터뷰할 계획입니다. 또 콜렉티브 뒹굴의 예술 자원 마켓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일상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발자국을 기록하고, 그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들이 가진 기술(skill)은 무엇인지, 폐기물을 자원으로 순환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지역 자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마이크로 리빙랩 프로젝트도 진행해보려 합니다.”

#이소연

“제 문제의식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열심히 분리 배출해도 실제 재활용되는 쓰레기는 많지 않다는 것, 이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것,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문제의식이 3가지로 나뉘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는 작업도 3가지로 나눠 진행하려 합니다. 첫 번째 문제, 즉 분리 배출된 쓰레기가 재활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는 민간 영역, 시민 의식, 정부 정책 등 세 가지 영역에서 원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한편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제는 좀 더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해 연구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으로써는 정부가 쓰레기 분리배출과 재활용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도록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문제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질문을 더 명확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작은 실험도 해보려고 하는데요, 사람들에게 분리 배출과 재활용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고 관련 정책이나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게 목적입니다. 실제 분리배출이 이루어지는 분리수거장과 분리배출 행위와는 무관한 지하철, 엘리베이터 같은 장소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QR 코드를 붙이고, 어느 장소에서 더 많은 사람이 QR 코드에 반응하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실험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환경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아쉬 다드왈

“저도 이소연 펠로우와 마찬가지로 ‘쓰레기 분리 배출’을 주제로 액티비스트리서치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제 고향인 인도에는 아예 쓰레기 분리 배출과 재활용을 위한 모델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실천하는 시민도 없고요. 한편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인도의 대도시들이 안고 있는 쓰레기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모두 쓰레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어요. 

저는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도록 하려면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관심사도 바로 이 인센티브 제도를 인도 사정에 맞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인도는 정치·지리·사회적으로 다양한 배경의 집단이 모여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각 집단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단일한 인센티브 제도를 적용하면 효율도 없을뿐더러 부작용이 일어날 위험도 있습니다. 또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거나 반대로 배출량을 줄였을 때 세금을 절감하는 식으로 세금을 활용한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들도 있는데, 인도 국민의 2%만이 세금을 내기 때문에 이런 세금 연동형 제도는 인도에서 효과가 없을 겁니다. 

저는 쓰레기 분리 배출 제도가 다른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다층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해요. 예를 들면 쓰레기와 식량을 교환하는 메커니즘을 설계해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죠. 이런 식으로 쓰레기 분리 배출 제도를 통해 공공과 시민이 상호 이익을 얻어 공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접근 방식의 프로젝트들이 인도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쓰레기를 줄인 만큼 아이의 학비를 삭감해주거나,  농업 폐기물을 에너지로 교환해 주는 식입니다. 이런 사례들을 유형별로 비교해볼 생각입니다. 

아야프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방법들을 접했는데요, 이런 방식도 적용해볼 수 있겠습니다. 디지털 기술 접근이 가능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나누어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에요. 제 액티비스트리서치를 통해서 인도 사회에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고,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책을 찾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