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프] ‘게릴라세션’ 현장스케치

분류
행사리뷰, 허브소식
날짜
2020-08-31

‘아시아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들이 모이고,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 아야프(AYARF)의 지향점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아야프는 액티비스트리서처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이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제2회 아야프는 1기 펠로우와 2기 펠로우를 연결하는 프로그램들도 준비했습니다. 2기 펠로우들의 서울 레지던시 일정이 시작되기 약 한 달 전부터는 매주 1회 1기 펠로우들과 2기 펠로우들이 온라인으로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었고, 2기 펠로우들이 서울혁신파크에 처음 모이던 날엔 몸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문현정(리조) 1기 펠로우가 굳어있는 몸과 함께 긴장된 마음을 여는 환영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30일엔 제1회 아야프에서 ‘환경’을 주제로 액티비스트리서치를 진행했던 노란불(노건우·채아람), 박지호, 박지원 펠로우가 직접 기획한 게릴라세션이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열렸습니다. 1기 펠로우 3팀이 그동안 진행해온 액티비스트 리서치를 2기 펠로우들에게 소개하고, 이어 다 같이 자유롭게 질문과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는데요, ‘오늘부터 시작하는 기후 프로젝트 – 무엇이든 해봐요!(a Climate Project Starting Today – Do something, anything)’를 공동으로 준비한 박지원 펠로우는 “레지던시 일정이 시작된 지난 일주일 동안 2기 펠로우들이 계속 강연이나 워크숍에 참여해왔기 때문에 여러모로 많이 지쳐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액티비스트리서처로 활동하며 품게 되는 질문과 겪게 되는 고충을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판단 아래 다 같이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라운드 토크 형식으로 게릴라세션을 준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각종 강연과 워크숍으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아야프 레지던시 일정을 경험한 ‘선배들’이기에 가능한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노란불이라는 팀으로 아야프에 참여했던 노건우·채아람 펠로우는 독일에서 각자 생태학과 공공미술을 공부하던 중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산에 나무라도 심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클리마발트(Klimawald)’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 클리마발트, 즉 ‘기후 숲’은 나무를 ‘목재’로 바라보고 단일 종을 빽빽이 심은 기존 숲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서로 다른 수종을 적절한 거리를 두고서 골고루 심어 기후 변화에 자생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건강한 숲을 뜻합니다. 친구 몇 명과 소규모로 진행하려던 프로젝트는 취지에 공감한 수 많은 사람을 불러모아 300명이 넘게 참여한 대규모 캠페인이 됐습니다. 독일에 머물고 있어 온라인으로 세션에 참여한 노건우 펠로우는 “큰 문제를 작게 만들어보는 것(downscale), 그래서 손에 잡히는 차원에서 간단한 작업부터 시작했으면 한다”며 “노란불이 독일 바이로이트(Bayreuth)에서 클리마발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사람들과 1헥타르(1만 제곱미터) 땅에 나무를 심는다’는 간단한 일에서 출발한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언가 해야겠다, 뭐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과 이 마음을 실천하기 위한 간단한 아이디어가 기후 숲의 씨앗이었던 겁니다.

 

박지호 펠로우는 체인지워크(Changewalk)란 팀을 꾸려 보행 문화를 바꾸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서울의 도로 체계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그의 액티비스트리서치 도전 과제인데요, 이날 세션에서는 체인지워크와 함께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청량초등학교 인근에서 진행했던 ‘도로전쟁’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저렴하고, 빠르고, 가벼운 방식으로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택티컬 바니즘(tactical urbanism)’ 또는 게릴라 바니즘(Geurrilla urbanism)’ 방식을 활용했는데요,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분식집-학교 사이 길에 로드 콘 대신 건널목 모양 매트 등을 설치해 보행자 도로의 경계를 확장하는 식입니다. 보행자 중심 도시를 만들기 위해 박지호 펠로우는 1기 아야프에 참여하며 ‘탈(脫) 자동차 도시(Car-free city)’라는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요, 아야프에서 진행한 연구활동을 토대로 차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의 참여와 지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차 없는 도시 – 시민 안내서 ver.1.0’을 제작했습니다.

 

도시계획자인 박지원 펠로우의 최대 관심사는 ‘지속 가능한 도시’입니다. 그는 학부 시절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는 정당 활동을 시작하며 액티비스트리서처로서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리고 액티비즘과 리서치를 동시에 실천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핵심 과제로 다루는 국제기구인 이클레이(ICLEI, International Council for Local Environmental Initiatives)에 합류해 자전거 중심의 생태적인 교통 체계를 설계·실험하는 ‘에코모빌리티(Ecomobility)’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박지원 펠로우는 아야프 활동을 마친 후 대학원에 진학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액티비스트리서처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카데미라는 전통적 기관 안에서 제한받지 않고 연구 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 ‘액티비스트리서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액티비스트리서처로서의 커리어는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등 고민이 많습니다.


리서치를 내놓는 것도 액티비즘으로 볼 수 있을까? 액티비스트리서치로 도출한 수행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실질적인 도구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함께 할 사람들은 어떻게 모을까? 필요한 자원은 어디서 구할까? 아카데미 밖에서도 연구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까?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연구 활동을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액티비스트리서처라면 누구나 품게 되는 질문들일 겁니다. 1기 펠로우들의 발표에 이어진 대화에서도 주로 이런 고민이 오갔습니다. 해답을 찾기보다는 액티비스트리서처로 살아가며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고, 서로 격려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답을 찾아 나가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재미있다고 느끼는 방법으로 풀어나가며 이들은 앞으로도 액티비스트리서처라는 아직은 다소 생소한 역할을 해나갈 겁니다. 수많은 고민을 안고 예측할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이들에게 아야프가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