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프] ‘급진적 미래 콘퍼런스’ 현장스케치

분류
행사리뷰, 허브소식
날짜
2020-08-27

26일 오전 10시, 아야프(AYARF)의 유튜브 채널에선 실시간 중계방송이 시작됐습니다. 같은 시간 서울혁신파크 내 청년허브 다목적홀에는 2기 아야프 펠로우로 선정된 청년 20명이 2m 간격을 두고 앉아 대형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스태프들은 다목적홀 현장을 유튜브로 매끄럽게 중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2기 아야프 펠로우들의 연구활동이 시작됨을 알리는 ‘급진적 미래 콘퍼런스’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렇게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아야프는 ‘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 리서처 펠로우십(Asia Young Activist Researcher Fellowship)’의 줄임말입니다. 아야프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 청년허브와 서울연구원이 공동주관하고 있는데요, 현장 활동과 연구 활동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시아의 도시 문제에 대해 다양한 해결 방식을 제안하는 국내외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들을 지원합니다. 나아가 이들이 장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비전이죠. 이를 위해 아야프는 펠로우들이 서울에 머물며 필요한 현장 연구를 진행하고 서로 교류하며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엔 아시아 7개국에서 온 1기 펠로우 20명이 열흘 동안 서울에 머물며 액티비스트리서치 활동을 진행했고, 그로부터 약 7개월이 흘러 새로운 2기 펠로우 20명이 7박 8일간의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2m 거리를 유지하면서요.


이날 열린 급진적 미래 콘퍼런스는 전 세계가 직면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을 반영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환 도시를 위한 구상’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1부 ‘급진적 목소리’에는 시민 민주주의 사회, 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급진적 정책을 만들며 세상을 변화시켜가고 있는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특임장관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연사로 참여했습니다. 제1회 아야프의 패컬티를 맡기도 했던 탕 장관은 시민 참여가 만들어낸 집단 지성의 힘으로 대만이 어떻게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대처해왔는지를 ‘Fast(신속)’, ‘Fair(공정)’, ‘Fun(재미)’ 세 가지 키워드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시민들은 코로나19 발병 현황을 온라인에 빠르게 공유했고, 정부는 시민들의 제보를 중요한 정보로 수용하고 현황 조사에 나서는 등 초기 대응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했습니다. 또 시민들은 마스크가 제조되고 판매되는 현황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정부에 공공 데이터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어디서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지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마스크 판매 현황 온라인 지도를 시민과 함께 완성했습니다. 한편  코로나19를 둘러싼 각종 가짜뉴스와 음모론, 루머에는 ‘유머’로 대응하는 전략을 펼쳤는데요, 유머 코드를 가미한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가짜 정보의 확산을 막고 정확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탕 장관은 온라인 콘퍼런스의 특성을 살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슬라이도(Slido)’에서 청중들로부터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태도와 관점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리서치 과정에서 실패를 겪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커뮤니티에 이바지할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며 “제약이 많은 힘든 상황에서도 늘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탕 의원은 오는 29일 “장관이 된 천재 해커 오드리 탕이 꿈꾸는 ‘좋은 삶(the good life)'”을 주제로 공개 웨비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장혜영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민낯을 드러낸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생존 평등 원칙’을 제안했습니다. 장 의원이 속한 정의당은 지난 6월 우리 사회의 만연한 차별 문제 23가지를 열거하고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장 의원은 “무차별적으로 공평하게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차별과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며 “열악한 환경의 정신장애 환자 병동에서 환자들이 집단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성 소수자 클럽에서 확진자가 속출하자 코로나19와 관계없는 맥락의 차별과 혐오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평등의 원칙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 의원이 제안하는 3가지 생존 평등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우리는 여전히 차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입니다. 사실 우리는 차별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차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맥락이 변하면 어느 날 갑자기 누구든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차별을 완전하게 알 수 없기에 항상 차별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겁니다. 둘째는 ‘사람들이 자기가 받아온 차별에 대해 말할 수 있게 하기’입니다. 차별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차별 경험을 이야기해야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고 나아가 대처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차별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장 의원은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다양한 창의력이 발휘되어야 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셋째는 ‘눈앞에서 차별이 일어나고 있을 때 침묵하지 않기’입니다. 차별의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을 때 ‘너의 경험은 차별이 맞고, 이 상황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지지를 표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차별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차별에 대응할 수 있는 연대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 의원은 “겪어보지 않은 시대를 앞둔 지금,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바꿔나갈 각오가 되어 있는지, 변화를 실천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면서 “많은 용기가 필요한 시기인 만큼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두되 사회적으로는 계속 연결되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2부 ‘급진적 행동’에서는 두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 마유미 사토 기후 활동가와 진태양 코드포코리아 메인테이너가 연사로 나서 자신들의 활동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마유미 사토 활동가는 성 평등, 지속 가능성, 난민 이주 등 다양한 이슈에 관한 시민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현재는 기후 정의와 환경권을 중심으로 국제연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라오스에서 기후 정책의 효용성과 포용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기후 정책이 산림 황폐화와 불법 벌목을 실질적으로 방지하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계층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살펴보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는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의 역할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대신 전하는 것, 즉 이슈와 목소리, 지식을 전달하는 채널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연구에서 얻은 정보나 지식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개인 목적으로 연구 성과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이 자리에 모인 아야프 펠로우들 모두 서로 다른 교육 환경과 성장 배경을 갖고 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이슈를 알아가고 또 어려움을 공유하길 바란다”면서 “그러다 보면 협업이 가능한 지점들이 드러날 것이고,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습니다.

진태양 메인테이너는 지난 2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던 무렵 시민 해커(civic hacker)들과 함께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팀’을 꾸리고, 사람들이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정부에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미 몇몇 개발자와 스타트업들이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을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상황이었지만,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팀의 노력 끝에 정부는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했고, 이때부터 사람들은 신뢰도 높은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 확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진태양 메인테이너는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정부, 공적 마스크를 판매 데이터를 실시간 입력하는 약국, 안정적인 서버를 제공하는 IT 대기업, 그리고 앱을 만들어 보급하는 시민 해커라는 4개 주체의 협업이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약국에선 실시간으로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를 입력하고, 정부는 이 데이터를 수집·관리해 공개하고, IT 대기업은 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안정적인 서버를 제공한 덕분에 해커들이 더욱 효율적인 앱을 개발해 사람들에게 공급할 수 있었단 겁니다. 현재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팀은 코드포코리아라는 조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는 “해커, 정부, 기업, 시민을 연결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서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꿈을 실현하는 방법이 쉬워지고 저렴해지고 있는 만큼, 꿈을 가진 이들이 몽상가가 아닌 혁명가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아야프 펠로우들을 응원했습니다.


2부 후반은 2기 펠로우 17팀이 각자 걸어온 길과 아야프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질문들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현장 활동과 연구 활동을 넘나드는 액티비스트리서처답게 모두들 다양한 경험들을 발판 삼아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구체적인 연구 대상과 방법론을 염두에 둔 펠로우가 있는가 하면 좀 더 포괄적이고 개념적인 문제에 파고들고자 하는 펠로우도 있었습니다.

제2회 아야프에서는 각각 청년과 ‘환경’, ‘기술’, ‘도시 디자인’ 등 총  3가지 도전 과제를 다루는 액티비스트리서처를 펠로우로 선발했습니다. 먼저 ‘환경’ 분야에서는 ‘폐기물이 인도 사회에 야기하는 환경·경제·보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폐기물 처리 모델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아쉬 다드왈, 인도),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를 만드는 지속 가능한 교통 시스템이란 무엇인가'(샤를 오두앙, 프랑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의 해외 사업장에서 어떤 ‘생태 학살’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가'(장윤석, 한국)가 발표되었습니다. 

이후 ‘기술’ 분야에서는 ‘개인 데이터가 높은 금전적 가치를 갖게 된 사회에서 개인 데이터에 대한 자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박정우, 한국), ‘전자 정부 시스템 서비스 이용에서 젠더 간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 격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쇼크루크 아바조프, 우즈베키스탄), ‘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십바차이 쿤누웡, 태국)의 발표가 이어졌고요.

 ‘도시 디자인’ 분야에서는 ‘서구 선진국 중심으로 논의된 ‘도시 권리’와는 다른, 아시아 신흥 도시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한 도시 권리란 무엇인가'(박준영, 한국), ‘과거의 홍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홍수 피해를 예방하는 도시를 설계하기 위한 구체적인 미래 시나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가'(아그로 알리 베쉬르, 에티오피아), ‘경제 성장과 도시 개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도시의 모든 거주자가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택 공급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다이안 엔제린 플로레시, 필리핀) 등의 문제의식들이 제기됐습니다. 2기 펠로우들의 액티비스트리서치 이야기는 오는 9월 3일과 4일에 걸쳐 진행되는 ‘열린제안’ 프로그램에서 더 자세히 소개됩니다. 

※ 펠로우들의 이름을 클릭하면, 아야프 홈페이지에서 펠로우의 상세 소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연정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센터장은 “팬데믹을 비롯해 기후위기, 디지털 주권 침해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기성세대와는 다른 관점과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들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아야프는 이들이 도시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진단하고,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실험하며 더 많은 사람과 협력할 수 있도록 ‘사람’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2기 펠로우들이 서울에서 어떤 실험을 해나갈지 무척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