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RF] 펠로우 인터뷰(Fellows Interview) : 환경 / “남서우”(Nam Seowoo)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20-01-17

남서우(Nam Seowoo)

? 무엇에 관심이 있나요?

남서우 : ‘인류세’* 라고 들어보셨나요? 지구의 지질학적인 시대를 구분하는 용어인데, 인간이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을 지목하며 제안된 지질 시대를 말해요. 인간 활동이 지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저는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인간 중심의 변화를 이어가는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어요. 기후변화나 지구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이런 시기에도 여전히요. 이런 문제가 집약되어 단적으로 표상되는 공간이 ‘도시’입니다. 저는 도시의 환경에서 인간만이 중심이 아니라, 지구의 다른 존재들까지 공생하며 살 수 있을지 궁금해요. 그래서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시의 요소들을 새로운 방법론으로 접근하고, 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려 합니다.

 

? 도시 문제해결에 디자인이 어떻게 작용하나요?

남서우 :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인간의 사고와 활동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즉 도시는 인간으로 인해 채워진 디자인적 결과인데, 이것들이 너무나 인간 중심이라는 겁니다. 다른 생명체를 포용할 수 없고, 유익한 혜택을 나눌 수 없어요. 여기 놓인 컵을 디자인한다고 해 볼게요. 컵을 만든다는 기획을 하고, 도자기를 구워서 제작하고, 컵이 완성되면 팔거나 사용을 합니다. 이 모든 과정과 결과에 비둘기나 나비는 관여하지도, 이익을 가져가지도 못해요. 이걸 도시로 확대해보면 지금의 도시 디자인은 사람이 개발한대로 이뤄진 것을 알 수 있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온 삶의 방식, 사회 관습과 시스템은 우리로부터 달라져야 하고, 그래서 미래의 대안적 도시 생활을 상상하고 구현하는 데 디자인이 필요한 겁니다.

 

? 이런 생각이 발전한 계기가 있나요?

남서우 : 사실 저는 디자이너로서, 그동안 아주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해왔어요. 또 서울에서 태어나 계속 도시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저를 둘러싼 환경은 너무나 평범하고 절대적이었죠. 그러다 밀라노에서 공부하게 되면서, 그곳의 도시가 완전히 다른 인상을 주었어요. 특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자연과 도시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고 온 것 같아요. 자연은 인간이 도구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고, 또 일방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도 아니에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안하고, 사람들이 도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그래서 어떻게 서로 다른 존재가 동등한 위치에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공존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그런 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적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 굉장히 깊은 연구가 될 것 같아요.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요?

남서우 :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어요. 우선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고 알려진, 디자인적 시스템 사고법을 이용해 접근합니다. 이런 사회 문제는 보통 시스템 자체에서 근본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스템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중요해요. 저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다중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 방법으로 리서치를 하고 있고요. 또 시스템에 관여된 이해당사자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대해 맵핑이나 층위 분석을 통해 파악하고 있습니다. AYARF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 소규모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려고 해요. 이후에는 서울의 특정 장소를 선정해서, 실질적인 실험을 해볼 예정입니다.

 

? AYARF에 참여하며 자신에게 변화가 있었나요?

남서우 : 여기서 만난 펠로우들이 각자 일련의 활동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뚜렷하게 전달하는 모습에서 사실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어요. 저는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편이거든요. 디자이너이면서도 액티비스트인 나의 모습은 어떤 것일지, 제 프로젝트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확산시킬지는 계속 가지고 나가야 할 고민인 것 같아요. 그리고 AYARF에서 연구를 진행할 시간이 짧다 보니, 혼자서만 몰두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펠로우들이 세 개의 주제를 가지고 모였지만, 아시아 도시 문제에 대해서는 시스템적으로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부분만을 보아서는 안 되더라고요. AYARF기간 내에 프로젝트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함께 의견을 주고받으며 많이 배우고 친구가 된 것 같아요.

 

?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남서우 : 디자인을 하다 보면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는데, 학교나 스튜디오 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밖으로 내보일지 고민하고, 현실적으로 실현해볼 기회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AYARF는 그런 기회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이런 사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또 이 인터뷰를 보실 여러분께는, 앞으로 제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중심이 아닌 도시를 상상해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지금껏 택해온 삶의 방식을 멈추고 미래로 흘러갈 수 있는 대안적 사고와 디자인을 계속 ‘액티비스트 리서치’ 할 것이니까요.

 

#인류세 #대안적도시생활

 

*)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는 인류로 인한 지구온난화 및 생태계 침범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의 지질학적 시기를 말한다. 대표적인 특징으로 플라스틱 등의 인공물 증가, 이산화탄소와 메탄 농도의 급증, 육류 소비 등가 등이 꼽힌다. (출처 : “인류세”, 네이버 지식백과, 2020년 1월 17일 접속, URL)

 

**) 특정 집단 구성원의 삶의 방식, 행동을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기술하는 연구 방법. 문화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연구대상이 어떻게 지각하고 행동하는가를 그들이 속한 일상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파악한다. (출처 : “에스노그라피”, 네이버 지식백과, 2020년 1월 17일 접속,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