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공론장⑯] 「퀴어-공간, 기록하기?!?」 사후인터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20-01-03

퀴어 공간 기록하는 사람들

이번 공론장에서는 퀴어와 퀴어 공간의 범주에서부터 퀴어 공간의 과거와 현재, 개인의 정체화 이야기까지 방대하고도 중요한 주제들을 다뤘습니다. (공론장 리뷰 읽기)  좋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나면 같이 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너무 기다려지잖아요,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퀴어콜렉티브(이하 :SQC)의 권욱님과 김정민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인터뷰이: 서울퀴어콜렉티브 권욱, 김정민님
인터뷰어: 금혜지 에디터(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Q.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와 팀에서 맡은 일을 알려주세요!

권: 저는 SQC의 권욱이라고 하고요, 저는 본의 아니게 팀장이에요. 총괄 기획을 하고 있고 같이 의견을 잘 모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영상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보니 업무는 좀더 전시 쪽에 치중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것저것 전부 다 하긴 해요. (웃음)

김: 안녕하세요, 김정민입니다. 저는 올해 3월에, 한 게이 커뮤니티에 퀴어 공간을 기록한다는 공지를 보고 합류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전체적으로 같이 기획을 하고 있는데, 크게 전시, 세미나, 웹, 출판으로 파트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책과 웹 파트에 좀 더 관심이 많고 나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어서 그쪽을 많이 맡아서 하고 있어요. 하려는 이야기는 같은데 어떤 형태로 보여주냐의 일인 것 같아요.

Q. 원래 공부를 했다거나 일을 한 분야는 어떤 것이었나요?

김: 저는 지금 건축사무소에 다니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책 만드는 작업을 좋아해서 학교 다닐 때부터 작품집 같은 거 편집하고 개인적인 책도 독립 출판하고 하면서 책 작업을 했어요. 웹은 전문적으로 할 줄은 모르지만, 제가 인터넷을 제일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웃음) 그런 작업들에 좀 관심이 많아 가지고, 웹 세상에 구현하는 것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현실에 건물을 짓고 디자인을 하는거다 보니까 한계가 많이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한계가 없는 곳에서 – 물론 다른 한계가 있긴 하지만 –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공간, 웹의 공간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Q. 지금 서퀴콜에서 관리하는 페이지나 외부에 공개한 기록들이 있나요?

김: 외부에 공개된 기록은 없고 저희가 지금 그 기록을 수집해서 담으려고 하는 페이지는 있어요. 미완인 상태, 베타버전인 상태죠. 거기서는 다른 사람들의 주거, 태어난 곳, 업무, 여가 생활을 기록하는데, 그것이 퀴어라고 해서 과연 다를까? 비퀴어들은 다를까 비슷할까, 그런 것들을 좀 보고 싶었거든요. 각자 클릭해서 내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 살고 있고, 어디서 논다 이런 정보를 지도상에 좌표로 찍어 가는 거에요. 그런 경험을 하는 사이트를 다 만들어서 데이터는 일단은 모두 있고요.

Q. 그럼 저도 거기에 맵핑을 할 수 있는 거에요?

김: 네. 그렇죠

권: 설명을 덧붙이자면 민달팽이유니온에서 마포구쪽에 퀴어프렌들리한 주거공간을 만든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나왔고 여기에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있어서 그게 무마가 됐어요. 후속적인 내용을 내용을 확인해보니 민달팽이 유니온 측에서는 그런 계획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고 해요. 이렇듯 오보가 흘러나오고 여기에 주민들이 단체 민원을 넣고, 이런 복잡다단한 과정에서 나온 인근 주민분들의 대표적인 민원을 문장 하나로 만들자면 “내 주변의 퀴어는 안 된다!” 이런 거였어요. 너무 얼토당토 않잖아요. 혐오 세력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 주변은 ‘청정구역’, ‘클린’할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인 것이란 게 저는 좀 충격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참여형 웹 페이지를 통해 개개인의 좌표를 짓게 되면은 단순하게 우리가 어떤 한 공간에만 존재하고 거기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말 내 옆집, 윗집, 아랫집, 혹은 같은 집안에 있지만 다른 방에 있던 그 사람도 퀴어일 수 있는 거죠. ‘아 정말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구나’라는 걸 좀 더 보여주지 않을까?

또한, 저희 팀 명을 한국퀴어콜렉티브도 아니고 왜 하필 ‘서울’퀴어콜렉티브라고 했을지 역시 참여형 웹 페이지를 통해 저희의 고민이 드러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서울 내에서의 위계 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서울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참여형 웹 페이지의 결과값을 통해 그 질문과 대답에 접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얼마전 <레즈비언!> 전시에서 ‘읻다 ITDA’라는 팀의 ‘여기 레즈비언 있다!’ 프로젝트를 봤는데, 그 작업과 SQC에서 하는 맵핑이 공통점이 있다고도 느껴졌어요.

권: 그 작업 알고 있어요! 그런 방식으로 퀴어의 공간적인 존재감을 확장해나가는 것 같아요. 동시대적으로 비슷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Q. 그러면 공론장 얘기를 좀 해 볼까요, 테이블에서 나온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았던 것은?

권: 저희가 공론장에서 기대했던 것은 ‘도시 퀴어’라는 화두를 다루는 저희 집단에 필요한 사전 단계였어요. 보통 퀴어의 단어의 용례는 젠더로서의 퀴어이고, 이때의 퀴어는 ‘나는 이래!’라고 스스로 호명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SQC는 도시로부터 시작을 하거든요. 그런데 도시는 누군가를 분류하고 낙인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도시로부터 낙인된 모든 사람들을 도시 퀴어로 보고 있어요. 이건 자기 호명과는 반대로 외부에서부터 나로 들어 온 정의인거죠. 거기에는 당연히 저희같은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주거 빈민, 난민, 장애인, 어린아이, 여성도 포함될 거예요. 그렇지만 이번 공론장에서는 우리가 퀴어라는 단어를 보통 어떻게 사용해왔는지, 우리가 퀴어 공간이란 걸 얘기했을 때 보통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고민하고 있는지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촬영을 담당했던 테이블같은 경우에는 조금 독특하게 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분이 계셨어요. 물론 다른 분들도 퀴어라는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계시고 이에 관해 많이 이야기 나눠주셨는데, 그 분이 퀴어의 개념들에 관해 확장하려고 하셨던 시도들이 기억에 남아요. 퀴어라는 것이 단순히 섹슈얼리티로서의 퀴어가 아니라 다른 것들도 호명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하시더라구요.

또 재밌었던 것은, 저 역시 다른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그날 다같이 섞여서 이야기를 나눴을 때 ‘오 거기도 그렇나요?’, ‘저희도 그래요!’, 혹은 ‘아 이런 차이가 있네요’와 같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이야기가 오고 갔던 것이 재미있었고, 그런 교류를 했다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서로 이야기할 자리가 많이 없었다는 게 분명했던 것 같아요. 저희 공론장에 찾아와주시는 분들이라면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분들조차 이렇게 섞여서 이야기하는 기회는 많지 않았구나 싶었습니다.

김: 저는 오히려 ‘나는 안 그런데?’ 그런 식의 목소리가 많이 들렸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퀴어공간에 해당하는 공간이 배제가 있을 수 있는거죠. 예를 들어 게이 술집이 바이섹슈얼이나 다른 젠더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공간이 되는 것이잖아요. 그것을 퀴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퀴어’라는 이름을 붙인 단체나 공간이 사실은 게이 공간, 레즈 공간이면서 그냥 퀴어라는 말로 포장하면서 생색내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권: 저도 동의하구요, 그런 문제의식을 끄집어내는 세미나나 작업을 SQC가 앞으로도 하게 되지 않을까 해요.

Q. 발제 얘기를 해볼까요. 저는 우야님 발제 진짜 재밌었어요. 타임라인으로 정리된 걸 보니까 진짜 남다르게 느껴졌어요. 

권: 진짜 좋았어요.

김: 저도 세분의 발제 다 너무 좋았지만 우야해영님 발제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루인님은 정말.. 너무 정확한 문제의식을 공유해주셨고. 박의석 단장님의 발제가 끝나고 음악감독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낙원동을 어떻게 게이 공간이라고 부르겠냐, 그런데 게이들 말고는 아무도 거기에 있는 게이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잖아요. 익선동은 그냥 핫플레이스일 뿐, 남들은 계속해서 게이의 존재를 지우니까요. 낙원동에 익선동에 우리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권: 보통 레즈비언 기록이라고 하면 구술사가 많잖아요. 그렇게 연대가 정리된 표로 만들어 주셨다는게 일단은 시각적으로 되게 뜻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건 진짜 갖고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았고. 되게 여러가지로 관통했던 것 같아요. ‘나는 어렸을 때 이랬어’ 같이 독단적으로 자기 주체로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나는 이런 환경 속에, 이런 대통령과 정책 법안들 사이에서 상호작용하면서 교차되는 지점에서 자랐어’라고 이야기 하는 거죠. 그러면서 우리가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게 아니라 분명히 사회 안에서 엮여있는 사람들이구나, 하는걸 느꼈어요. (금: 저는 특히 미디어와 엮인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맞아요. 종종 우리는 사회구성원이라는 것을 체감하기 어려울 때도 있잖아요.

그리고 루인님 발제는 솔직히 좀 감동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답을 내려주셨다기 보다는 좋은 질문, 저희가 놓치고 있었던 질문들을 많이 해주신 것 같아요. 퀴어 공간은 무엇이며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고민하고 반성할만한 지점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김: 정말 퀴어 공간을 어떻게 기록할지에 대해서 진심으로 고민하는 분이시구나라는 게 느껴졌어요. 그런 이야기 하셨잖아요, 간판 사진으로 다 찍으면 기록인가? 영상으로 찍으면 기록인가? 맵에다가 표시만 하면 기록인가? 퀴퍼 때 반대세력까지 기록을 해야하는가? 이런 게 본인에게 평소에 하는 질문처럼도 느껴졌고, 약간 혼내신 건 아닌데 혼나는 느낌도 좀 들었구요(웃음). ‘너네 이렇게 할 건 아니지? 설마, 이거 지루해~’ 이러시는 것 같고.

권: 맞아요. 정말 경각심을 가지고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반성했어요.

Q. 아쉬운 점이나 보완하고 싶은 점이 있나요? 

김: 테이블별로 발제하고 질문하긴 했는데, 이건 사전에 합의한만큼만 기록하기 위한 제약 때문에 생긴 일이기도 하지만 공론이라고 하면 좀더 다같이 얘기하는 기회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전체적으로 공론보다는 소규모 토론 후 발표가 된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요.

Q. 다음에 공론장을 연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으세요?

김: 아 여기서부터 벌써 부담돼… ‘연다면’에서부터 약간 막혀.. (웃음) (금: ‘아, 진짜 열어야되나?’)

권: 공론장으로 다시 연다면 더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서 정말로 난장토론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서로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겠지만.

김: 그건 한번 해보고 싶어요. 퀴어 내에서 나이에 따라 되게 달라지잖아요. 다 구전이고, 전설이고.. ‘그랬대’, ‘그랬다더라’이런 얘기가 많잖아요. 다양한 세대가 모여서 같이 얘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권: ‘구전대회’이런 식으로 얘기 나누는 자리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공론이라는 게 별건가요. (금: 진짜 재밌겠다..)

(공론장 이후 인터뷰 끝)

*글 : 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금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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