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 공론장⑬ 「시각장애인 일상의 권리」사후인터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20-01-03

공감의 시작과 상상력의 출발

‘시각장애인 일상의 권리: 공감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공론장은 대화의 열기가 뜨겁고 생산적인 자리였습니다. 공론장 참여 인원의 1/3을 넘는 인원이 시각장애인이었고, 나머지 인원이 비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마리의 안내견이 함께했습니다. (공론장 리뷰 읽기)

시각장애인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던 정보나 이야기가 오갔지만, 이날 자리에서 나온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학습권, 노동권, 정보 접근성과 관련된 문제는 시각장애인보다도 비시각장애인들이 더 알고 있어야 할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비시각장애인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공감의 시작에 상상력이 있다면, 상상력의 출발에는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시각장애인의 일상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이들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길 바랍니다.


인터뷰이: 이가람, 정아영님
인터뷰어: 전소영 에디터(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서면 인터뷰 

Q. 이번 ‘시각장애인 일상의 권리: 공감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공론장을 준비하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큰 과제였나요?

가람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공감하고, 참석해 주실지, 이 부분이 가장 고민되었습니다. 행사 주 5일 정도 남겨두고 사전 모임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안 모여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제자분들과 조아라 매니저님이 열심히 노력해주셔서 행사 당일에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아영 : 제가 공론장 진행과 사회 병행하게 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우리의 권리를 지켜달란 식으로 사회에 호소하거나 일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보단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를 매개로 세상과 대화를 하는 것이 공론장 주최 목적이었습니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불편함만 강조했던 사회에 반해서 노동권, 자기 결정권, 여성권, 정보 접근성 등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함께 가는 것’이 공론장의 모티브라 생각해서 저의 목표는 세상에 말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또 발제자분들에게 처음 제안을 드렸을 때 다들 상기된 목소리였고,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과 준비를 많이 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Q. 여성 장애인과 관련된 통계는 가람 님의 말씀처럼 2019년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암담한 자료였습니다. 정아영 님의 발제를 살펴보면, 10년 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장애여성의 70% 이상이 중학교 이상의 학력, 중학교를 졸업했고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 장애여성의 50% 넘는 분들이 무학 또는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통계 결과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장애여성과 장애남성에 대한 통계를 보면 소득, 직업, 거주에 있어 모든 통계에서 장애여성이 장애남성에 비해 2배 이상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정에 대해 시각장애인 혹은 장애인 커뮤니티 안에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나요? 

아영 : 우선,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장애인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자리에 가면 여성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사회 리더의 자리를 남성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 편인데, 장애인 커뮤니티 안에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갈 수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남성중심의 사회다 보니까 여성의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고, 체감되지 않는 것 같아요.

직접 경험한 바가 없다 보니 사회적으로 전달도 잘 안 되고, 정책에도 반영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여성만 장애여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단지 이야기의 출발점이 당사자의 목소리면 어떨까 싶어요. 그리고 시각장애인 커뮤니티 안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아요. 몇 년 동안 여성장애인지원법에 관심이 많아서 논의를 하고, 의제를 하고, 법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여성가족부에서도 이야기가 없다고 합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이 문제를 아직도 보건복지부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Q. 장애인의 학습권, 정보 접근성, 노동 문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 같아 보입니다. 이동권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들은 서로 꼬리의 꼬리를 물어 해결되고 또 그 반대로 흘러가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서, 대중교통 이용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었지만 장애인 콜택시 이용마저 이렇게 불편한 상황인 줄은 몰랐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몇 년 동안 정책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가람 : 행사 당일 발제자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무리 정책이 변해도 (장애인 콜택시 등) 절대량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행사 당일에 함께 뒷풀이를 하고 택시를 잡으려는데, 거의 30분 동안 안 잡혀서 결국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럼에도 한 분은 몸이 안 좋아서 택시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후에 들은 이야기인데 택시 잡는데 1시간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많이 춥지 않았냐고 여쭤보니, 1시간 정도는 예삿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영 : 많은 노력이 있겠지만, 저희가 실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보통 장애인 콜택시를 잡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평균적으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는 생각해요. 친구랑 만나기 위해 외출을 해놓고, 만나자마자 집에 어떻게 갈지 고민할 때가 많아요. 반대로 갑자기 예정보다 빨리 잡히는 경우에는 일정을 바꾸어야 하고요. 지방은 며칠 전에 예약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예정된 시간대로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밖에 나간다는 건 여러 의미를 갖고 있잖아요. 예상치 못한 일에 대응해야 할 때도 있고요. “장애란 단지 ‘불편’일 뿐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불편’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정말 불편해요. 그리고 이 맥락에서 장애인을 불편을 극복한 ‘희망’으로 보는 시선도 불편합니다. 불편은 사회에서 공감하고 개선 방향을 찾아 나서야 하는 문제지 개인이 무조건적으로 감수하거나 극복해야할 문제가 아니라 생각해요. ‘단지 불편할 뿐’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당연시 되거나, 폭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시각장애인 커뮤니티 안에서 ‘시각장애인의 일상의 권리’와 관련해서 최근 들어 가장 중요하게 떠오른 새로운 문제가 있을까요? 기존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가람 :  제가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상의 권리 중, 제도적으로 가장 빠르게 손볼 수 있는 부분은 정보 접근권입니다. 이건 시스템만 갖춰놓으면 스마트폰이 있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예요.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교재 등도 모두 시각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파일을 제공해야 햐는 의무를 출판사에 부여하고 정부가 이를 보조한다면, 시각장애인들이 걱정 없이 책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온라인 홈페이지 같은 경우는 플래시 형태가 아닌 문자인식이 가능한 형태로 모두 바꾸면 시각장애인들의 접속이 더 수월해질 거예요. 그리고 아파트의 월패드나 키오스크를 점자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다면, 집에 못 들어가거나 음식 주문을 못 하는 시각장애인도 없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아영: 키오스크 문제인 것 같아요. 이전에는 주문을 받는 분에게 여쭤보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키오스크가 늘어나면서 이런 부분이 어려워졌어요. 지금의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인식했으면 좋겠어요. 정보 접근성에 대해 발표해주신 김동현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요. 현재 ATM 기기에는 이어폰을 사용할 수 있게끔 되어있는데, 에어팟이나 블루투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이것도 복잡한 문제가 되었어요. 다양한 사용자가 존재하고, 장애인을 소비자로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Q. 공론장 자리에 비시각장애인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던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비시각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려면 제도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가람 : 어릴 때부터 장애인/비장애인 통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대학교 들어와서야 시각장애인과 처음으로 이야기해보게 되었어요. 함께 이야기하고, 공부하고, 과제를 하다 보니 시각장애인에 대한 막연했던 편견들이 사라지더라고요. 시각장애인들이 초/중/고/대학교를 비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다니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좀 더 많은 사람이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거라 생각합니다.

아영 : 먼저 서로 많이 친해져야 해요. 일상 속에서 접점이 많았으면 합니다. 공론장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이 주제에 대해서 ‘우리의 일이다’라는 생각이 있어야 할 거 같아요. ‘탈코르셋’ 관련 공론장 신청자 수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그게 ‘우리’의 이야기라 생각해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들 환경도 다르고, 다양한 장애가 있는데 잘 모르잖아요. 그리고 시각장애의 유형도 굉장히 다양하고요. 늘 뭔가에 대해 안다고 말하기가 어렵지만, 알아가고자 하는 태도가 중요하고 생각해요. 또 서로 다가가는 게 조심스럽겠지만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합니다.

Q. 공론장 현장이 굉장히 열의가 넘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패널분들은 물론이고 자리에 함께 해주신분들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 주셨고요.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코멘트나, 이야기가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가람 : 정보접근권을 발제하신 김동현님은 자신의 노트북을 활용해서 발제를 하셨습니다. 평소에도 PPT 파일을 활용해 기업 출강이나 프리젠테이션을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 컴퓨터를 시각 중심의 기계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청각 중심으로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노트북 내 음성기능도 직접 들려주셨는데, 말이 너무 빨라서 저는 못 알아들었지만 동현 님은 그걸 다 듣고 이해하시더라고요.

아영 : 공론장에 참석해주신 대학생 어머니께서 “제 아이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해야겠다. 이 부분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물론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엄마는 많이 인정해주고 있다.”고 이야기했고, 저도 그런 인상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을 때 엄마의 노력을 많이 요구하는 편이기 때문에 어머니에게는 아마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생각할 기회가 없으셨을 거예요. 장애인을 환대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녀분을 사회 구성원으로 키우기 위해 많은 고민하셨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위 이야기가 매우 인상 깊었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매우 만감이 교차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공론장 이후 인터뷰 끝)

*글과 사진 : 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전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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