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 공론장⑫] 「2019년 여성의 사회적응기」리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20-01-03

맨얼굴로 대면하기 2

어느덧 2019의 숫자 두 개가 바뀌는 날이 멀지 않았네요. 코트를 입기엔 춥고, 재킷을 입기엔 아쉬운 늦가을의 하루, 짧은 머리와 맨얼굴로 백여 명의 여성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두려움이든 설렘이든, 공분이든 호쾌함이든, 이날의 에너지는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이 여러 가지 감정들은 ‘용기’라는 한 개의 낱말로 사이좋게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전인터뷰 읽기)

사회에서 주어진 여성상을 벗고 홀가분하게 모인 여성 여럿의 이야기를, 역시나 맨귀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론장 제목 : 짧은 머리와 맨얼굴 2019 여성의 사회적응기
공론장 일시: 2019.11.16 (토) 11:00 ~ 14:00
장소 : 청년허브 다목적홀 

[프로그램]

1부 발제
‘짧은 머리와 맨얼굴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사회생활이야기’
– 김수정(퓨즈서울 대표) : “차별의 의복에 대하여”
– 혼삶비결(페미니스트 유투버) : “스타일이 아니라 탈코였어?!”
– 오지혜(대기업 금융권 13년차 직장인) : “디폴트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 이초롱(한의사) : “의료인과 코르셋”
-이기(빅4 간호사) : “친절한 여성, 친절한 간호사”

2부 공론
‘우리는 파이 획득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억압과 돌파구의 발견
– 우리가 프로젝트를 만든다면?
– 나를 일으킬 새로운 습관만들기

3부 공유
‘아름다운 미래, 밝은 내일을 위한 아우성’
– 우리의 대안책을 제시합니다.
– 우리의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 저의 새로운 습관은 이것입니다.


#1부

발제 1 “친절한 여성, 친절한 간호사” – 이기(간호사)

저는 간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여성이자 간호사이기에 주어지는 여러 가지 차별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우선 간호사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미소, 친절, 여성, 선한 외모, 백의의 천사? 과거 모든걸 충족한 백의의 천사 시절 제 사진을 보면 간호사인  ‘여성’으로 인식되는 한 편, 코르셋을 벗은 사진은 여성이기보다는 전문적인  ‘의료인’으로 보이지 않나요? 친절하고 어려보이는 여성 간호사 라는 이유로 환자분들은 저를 무시하기도 하고 무례한 이야기도 거리낌없이 뱉었습니다.

하지만 탈코르셋을 한 이후 불편한 상황은 단언컨대 한 번도 겪지 않았습니다. 한 아저씨를 간호하며 저는 탈코르셋의 의미를 찾게되었습니다. 그 분은 나이불문, 모든 여자 간호사에게 반말을 했습니다. 전날 까지 저에게 반말을 하시던 아저씨께서  제가 투블럭으로 머리를 자르고 출근하자 갑자기 존댓말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거기에서 정말 형용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느꼈어요. 이제 사람 대접을 받는 건가 싶었습니다.

한 남자 간호사가 받은 친창메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남자라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사도 잘 놓고 싹싹하니 마음에 들었다.] 어떤가요? 바꿔서 생각하면 여자 간호사는 싹싹하고 주사를 잘 놓는게 기본 값이 되고 남자는 반대지만 그걸 이겨내면 칭찬을 받습니다. 저는 싹싹하지 않다고 욕을 먹은적이 있는데. 성별에 따라 싹싹함이 칭찬거리가 되기도 하고 싹싹하지 않으면 욕먹을 일이 되기도 하나봅니다. 우리는 여성이기에 간호사이기에 정말 많은 친절을 강요받고 있어요. 저는 이 친절은 성별이나 미소가 아니라 전문성에 있다고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전문적인 설명이 친절이라고요. 제가 머리가 짧아도 미소짓지 않아도 환자분들은 저를 굉장히 신뢰하고 좋아합니다.  제가 어느날 무표정하고 조금 격양된 말투로 아주 상세히 설명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환자와 보호자분은 저에게 컴플레인이 아닌 칭찬메세지를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그 분들이 원하는 것은 전문적인 설명이었고 그 것을 제공해주는 사람은 저 밖에 없었다고요. 그 이후로 저는 모든 환자분들께 상세한 설명을 드립니다.  그게 간호사로서의 저의 인기비결입니다.

저에게 탈코르셋을 이런 공론장으로 만들면서까지 알리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우선 대의적으로는 여성의 평등한 사회건설이라고 답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생산력과 건설적인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저는 저번 달만 해도 이직에 성공했고, 여성잡지 <우먼카인드>에 자그맣게나마 목소리를 실었어요. 그리고 소설 수기를 신문사에 제출했고 이 공론장을 만들었죠. 네트워킹을 형성해 운동도 하고 있어요. 정말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거든요. 그 원동력이 전부 탈코르셋이었어요.

발제2 “의료인과 코르셋” -이초롱(한의사)  

매번 진료실에서 환자만 보다 이렇게 많은 분 앞에서 이야기를 하려니 굉장히 떨립니다. 저는 한의사로 여러 병원과 한의원에서 일하며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오늘 저는 전문직 중에서도 의료인, 그리고 한의사와 코르셋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외적인 코르셋에 많이 신경 쓴 편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기도 했고 당시에는 소위 일진이라는 친구들만 화장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본격적으로 코르셋을 쓰기 시작한 것은 한의사로 취직한 후였습니다. 돈도 벌겠다, 비싼 브랜드의 화장품을 사 모으면서 스스로를 코덕이라고 자부하며 뷰티 유튜버를 하겠다고 영상도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비싼 브랜드의 화장품을 사모았던 데는 과시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대형병원에 있을 때는 하루에 3~4시간밖에 못 자는데도 그마저도 전화로 계속 깨고 할 일이 쏟아져 꾸밈노동을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대형병원에서 일을 할 때 한 사람이 일을 펑크 내면 전체 기수가 다 같이 일주일간 당직 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한 동기는 이러한 벌을 매번 받으면서도 화장을 하고 나타났어요. 손이 조금 느린 친구였는데 풀메이크업을 하고 나타나서 제 일을 다 못했다는 거예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한테 너 화장할 시간에 일을 해! 이렇게 말을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고 보면 비슷하게 손이 빠릿하지 못한 남동기는 일을 끝냈었는데 그 친구가 일을 끝내지 못한 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수행하기 위함이었구나, 돌이켜보게도 됩니다.

병원에서 언니나 아가씨라는 호칭을 많이 듣습니다. 한번은 제 친구가 담당하던 환자의 보호자한테서 “환자한테 문제 생겼는데 주치의가 왜 안 오세요.”라는 말을 듣고 “제가 주치의입니다.”라고 답했을 때 당황한 보호자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더군요. 친구가 “제가 처음에 주치의라고 설명도 드렸고 매번 상담해드렸는데 왜 제가 주치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셨죠?”라고 물었더니 그 보호자가 머뭇거리며 “아, 의사는 남자라고 생각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고 해요.

처음으로 모든 화장 코르셋을 벗고 출근한 날, 놀랍게도 사람들이 제 얼굴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어요. 내가 파운데이션을 발랐는지 커버쿠션을 발랐는지 선크림을 발랐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었는데, 저는 그 사실이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이후에 머리카락도 짧게 자르고 출근했는데요. 머리카락 잘랐다고 직장을 잃지는 않겠지만 그날 기분을 다 망치는 말을 들을까 봐 조금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날 들었던 말이 “머리카락이 점점 짧아지네요?”였습니다.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기분이 상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스스로의 병원을 갖는 것, 완전한 주도권을 쥐는 것,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안주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 역시 더 욕심을 내시고 본인의 능력을 알아보고 몫을 찾아나가면 좋겠습니다.

발제3 “스타일이 아니라 탈코였어?!” -혼삶비결(유튜버)  

    A: 얼굴이 알려진 페미니스트 유튜버나 사회생활에서 오는 불편에 대해 나눠보려 합니다.

    S: 우선 이런 말로 시작하고 싶은데요. 탈코르셋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고 빠른 여성해방운동이라고요. 여기 계신 분들은 탈코르셋을 완벽히 하신 분도 있고 진행 중인 분도 계시지만 탈코르셋이 편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님을 아실 거예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는 탈코는 용기가 필요한 행동입니다. A 씨는 어떻게 탈코하게 되었어요?

A: 저는 최근까지도 화장하고 머리도 기르고 옷도 섹시한 것, 딱 붙고 천 없는 것을 입고 다니다, 어떤 여성 시위에서 앞서 나가는 분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었어요. 저에게는 굉장히 좋은 충격이었어요. 취업을 하고 나서 바로 머리를 잘랐습니다.

S: 전 엄청난 코덕이었기 때문에 코르셋을 하나씩 벗어서 1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저희는 비혼 여성들을 위한 유튜브 채널인 ‘혼삶비결’을 운영 중입니다. 그런데 이제 구독자가 늘면서 점점 알아보는 분들이 생기고 그러면서 직장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생길까 봐, 위기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할 때가 있어요.

A: 저는 사실 회사에 이미 들켰어요. 어… 많이 당황했고, 들키는 중에 실시간으로 S 씨에게 연락했죠. 나 어떡하냐, 큰일 났다. 땀을 흘리고 그랬는데, 들키고 나서도 그렇게 심한 외압은 없었어요. 괜찮게 회사 다니고 있고요. 그치만 한번은 남자 과장 정도 되는 분이 지나가며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A야, 너 사회에 불만 있냐?” 하며 껄렁껄렁하게 옆을 지나가며 말을 하셨어요. “적당히 해.” 하며 지나가시는 거예요. 그런데 이기 님 말씀처럼 이거구나! 남성사회에 타격이 있고, 남성 카르텔에서 반응이 나오는구나 싶었죠.

S: 저는 직장에서는 무해한 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 많이 하잖아요. 너 혹시… 그거야? 메갈? 너 요즘 페미니즘 그런 거 유행한다던데 혹시 관심 있니, 이렇게 할 때 있거든요. 그러면 저는 페미니즘? 그게 뭔데요? 이렇게 대답하길 추천드려요. 왜냐하면 저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은 이미 내가 페미인 것을 알고 떠보는 거예요. 스타일이라고 둘러대지만 속으로는 응, 사실 탈코임! 하는 거죠. 응, 탈코임. 스타일 아니고 탈코임. 제가 지방에서 살 때는 탈코르셋조차 없었어요. 지금도 가끔 고향 내려가면 서울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그런데 서울에서는 특히 탈코 대중화가 많이 된 편이고 사회적 이슈도 많이 돼서 예전보다는, 제가 처음 탈코르셋을 했을 때보다는 시선이 많이 완화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여기 오신 분들도 그런 긍정적인 역할에 한몫해주시는 것이고 그래서 점점 사회의 시선이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강연4 “디폴트 직장인으로 정년까지 살아남기” -오지혜(금융권)

일반 대졸자로 취업을 하고 직장에서 버티는 입장으로 제 이야기를 하고자 나왔습니다. 저희 집이 여남차별이 없는 집이었어요. 그리고 여중, 여고를 나왔거든요. 그래서 세상에 여남차별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어요. 학점도 3.8 정도로 맞춰놨고 대기업 인턴 경력도 2번이나 있고 토익도 900이 넘고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입사 원서를 냈는데 저보다 한참 스펙이 떨어지는 저희 학교 남자 2년 선배는 서류가 다 되는데 저는 50군데 정도 떨어졌거든요. 그때 아, 만만치가 않구나 처음 느꼈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취업의 문을 뚫고 금융권에 들어갔는데, 고난은 그때부터였죠. 일단 저희 동기 50명 중에 여자가 단 7명뿐이었어요. 직무를 배정받을 때도 또 한 번 성차별을 느꼈는데 대졸자 신분으로 입사를 했음에도 고졸 사원의 일을 물려받아서 일을 배우게 되더군요. 남자 동기는 법률, 사후관리 같은 난이도 높은 분야에 바로 배정받았고요.

제가 각성하게 된 계기는 일단 트위터였어요. 전남친이 엄청난 트위터리안이었는데 연애를 하던 중에 트위터 계정을 하나 만들어주더라고요. 그 사람이 팔로우해준 스펙트럼은 다양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까 래디컬로 좁혀졌고, 크게 영향을 받아서 전남친과 미친 듯이 싸우고 헤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 덕분에 각성의 빨간 약을 먹었는데 너무 외로운 거예요. 왜냐하면 제 실친 중에는 기혼이거나 아니면 남자친구가 있거나 다들 코르셋을 차고 있고. 그러다 제가 떠올린 게 오픈카톡이었어요. 지역모임에 들어가야 되겠다! 그래서 그 모임날, 머리를 투블럭으로 치고 나갔습니다. 재미있게 놀고 다 좋았는데 그러고 다음 날 회사를 갔더니 분위기가 싸한 거예요. 저와 친하지 않고 서로 누군지만 알지 말 한마디 안 해 본 남자후배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째려보는 시선이 느껴지더군요.

저는 이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는 게 목표예요. 남자가 없는 조직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는 않고 게다가 성비조차 남자가 80% 이상인 조직에 저는 몸담고 있으니까요. 여성들끼리 살아갈 수 없다면 최대한 적을 만들지 않고 그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아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 내가 이렇게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복수일 거예요. 그래서 제 목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열심히 버텨서 후배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주고 언젠가 제 밑 부하직원들을 전부 비혼여성으로 채우는 겁니다.

    강연5 “차별의 의복에 대하여” 퓨즈서울 김수정(퓨즈서울 대표)

여남공용 브랜드, 퓨즈서울을 운영하는 김수정입니다. 패션업계에 종사한 지는 7년 정도 되었습니다. 디폴트룩을 판매했을 때와 코르셋룩을 판매했을 때를 비교해서 여성복을 왜 차별의 의복이라고 하는지 설명해드릴까 해요. 저는 여성복을 전공했기 때문에 남성복에 대해 공부 시작한 지는 1년 조금 넘었습니다. 그런데 그 1년 사이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복이 차별의 의복인 이유 첫째는 봉제에 있습니다. 여성복과 남성복이 같은 재봉틀로 제작되는 것은 맞는데, 봉제는 같더라도 박음질되는 수가 달라요. 입는 사람이 격한 움직임을 할 때도 차이가 있겠죠. 두 번째는 디테일의 차이입니다. 아시다시피 남성복은 불필요한 라인이 들어가지 않고 실용성 좋은 주머니가 들어가는데요. 반면에 여성복은 페이크주머니, 페이크포켓이 들어가죠. 그래서 많은 분이 여쭤봐요. 여성복에는 페이크포켓이 왜 많이 들어 가냐.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머니를 넣으면 공임이 올라가니 주머니를 없애고 싶은데 바지 뒤가 허전하니, 선을 하나 넣고 주머니인 척하는 거죠. 세 번째는 공임비 차이입니다. 퓨즈서울에서 진행되는 슈트 라인이 있어요. 슈트 라인이 사실 겉에서 아웃핏만 보면 남성복과 크게 다를 바가 없거든요. 그런데 여성의 신체와 남성의 신체가 다르기 때문에 카라의 너비나 각도, 들어가는 어깨 패드 두께가 다르게 제작됩니다. 당연히 공장 사장님도 이런 슈트는 남자가 입겠거니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처음 공장 가서 미팅하고 샘플을 봤을 때 예를 들어 단가가 5만 원이라면 5만 원, 이 정도 퀄리티에 이 정도 단가 지불할 의향이 있어, 싶어져 진행했어요. 그런데 공장 사장님께서 퓨즈서울을 서치해보셨나 봐요. 모델도 다 여자고 인스타그램에 있는 댓글 다는 여성 분들도 다 여자인 걸 알아차리신 거예요. 여성복 쇼핑몰이라면 이 공임으로 안 돼, 하시더군요.

여성복 자체가 저는 핑크택스라고 생각합니다. 워싱 처리를 한 옷들은 세탁기에 돌려도 변형이 없고 물 빠짐이 없어요. 그런데 여성복을 하며 워싱 처리된 옷을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래서 여성복이 이렇게 내구성이 낮고 기능성이 떨어지는 것은 내가 저렴한 보세옷을 구매해서 그렇구나, 더 많은 돈을 지불한 브랜드 옷을 입으면 이러지 않겠지, 생각해왔는데 말이죠. 여성복이 그저 남성복만큼만 편하고 주머니 많고 세탁기 사용이 가능한 옷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2부 공론

직군, 전공별로 조를 나눴습니다. 각자 종사하는 분야에서 느꼈던 장벽이나 유리천장이 있을 텐데 그런 것을 타파할 사회적 제도나 법안을 제시해보면 좋겠어요. 우리가 똘똘뭉쳐 발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도 좋고요.

8조: 여성임원 비율을 의무적으로 증가시키고 블라인드 채용, 즉 성함과 성별, 사진을 가리는 안이 나왔으면 합니다. 여성의 경우 여초 회사이든 그렇지 않든 노조 가입하듯이 여성커뮤니티에 무조건 적으로 가입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남자들은 여초든 남초든 간에 똘똘 뭉쳐서 다니거든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게 연봉테이블 공개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 남자는 더 많이 받는다, 여자는 덜 받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드러내야겠죠. 또 담배시간을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것.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담배를 태우면서 남성카르텔이 공고해져요. 그렇게 쓰는 시간에 돈도 받습니다. 교정이 필요하겠죠.
저희가 생각한 프로젝트는 비혼이나 IT 커뮤니티 모습 자체를 미디어를 통해 전시하는 것입니다. 가장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미디어는 유튜브가 있겠죠. 유튜브 채널에서 우리 이런 식으로 모여서 이러한 프로젝트를 한다, 광고하고 전시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6조: 애초에 유리천장을 느낄 수 없이 여자들을 안 붙여준단 말이에요. 유일한 해결책은 블라인드 채용인데 여기에는 허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성별, 나이를 가려도 군필 항목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미필, 그러니까 아예 항목을 삭제하고 미필인 경우를 따로 표기하는 식으로 하기를 제안합니다.
프로젝트로는, 여성이 작은 데서부터 권력을 잡는 것을 연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친구들 또는 커뮤니티 같은 데에 사람들끼리 모여서 1박 2일의 일정을 돌아가며 한 사람씩 여행계획을 하는 거예요. 그 계획에 따라 사람들은 여행을 같이 가면서 기획자/리더로서 연습하는 거지요. 두 번째는 직군별 프로젝트인데 저 같은 경우에는 전공, 직업이 헬스트레이너예요. 저를 예로 들면 같은 전공자들인 트레이너들이 모여서 이러한 요즘 이슈가 되는 운동 또는 여성분들에게 좋은 운동 등 주제를 정해서 같은 전공자인 여성들이 모여서 발표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여성들이 자기가 몸담은 분야에서 여성 카르텔을 만들고 권력을 잡는 연습을 하면 좋겠습니다.

    10조: 저희는 예술 분야를 중점으로 이야기해봤어요. 그래서 다양한 동아리부터 시작해서 실제 현장에서도 공연 기획을 하거나 애초 관리자 최종 역할을 하는 사람이 남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너무 크므로, 그것을 바꾸고 여성들이 관리자의 자리로 올라가야 된다, 그렇게 성 역할을 전복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출이라든가 각종 공연 분야의 감독들을 여성 직업인으로 정해야겠지요. 성비에 대한 고용 제도, 그리고 블라인드 제도 활성화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대학 전공에서의 젠더 교육은 물론 사회에 진입하는 초등학교 시기부터 젠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 많이 공론화 되었던 성희롱, 성추행의 법안을 더 세세하게 정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5조: 교육 분야에서 모여서 이야기해봤는데요. 사회적 제도나 법안 측면에서는 익명성을 철저히 한 학과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기업문화가 바뀌듯 교육분야의 인사평가에서도 인사가 철저히 보장되어 조금 더 고발하기 쉬운 환경이어야겠죠. 두 번째로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 대한 성교육이 정비되어야 해요. 특히나 남교사의 경우에는 강제성을 줄 수 있을 만한 제도가 보완되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교육과정 안에 페미니즘 교육을 추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론장을 연 이기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언급하며 이날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돈과 방을 얻기 위한 첫걸음을, 바로 그날 내딛게 되었다고요. 그러나 기록자로서 보기에 이날 만들어진 것은 자기만의 방만은 아니었습니다. 자기만의 방을 각자 가진 여성들이 함께하는, “우리들의 집”이었죠. 이 집을 채워갈 이야기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봅니다.

 (짧은 머리와 맨얼굴 2019 여성의 사회적응기 살펴보기_끝)

*글 : 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김미래 에디터
*사진 : 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전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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