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공론장⑭] 「공론장을 위한 공론장」 사전인터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11-30

건강한 공론장은 무엇인가?

사회혁신해봄 협동조합은 사회 변화의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려는 단체입니다(이하 ‘해봄’). 경직된 탑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 결정 프로세스가 사회 변화를 향한 시민의 의지와 욕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청년 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민주적이고 구성원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문제 해결 방식을 고민하는 이들이 「공론장을 위한 공론장」이라는 제목의 공론장을 열고자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로 보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건강한 공론장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나누려는 것일 테니까요.

32명의 청년 활동가로 구성된 해봄은 플랫폼 형식으로 실태 조사, 콘텐츠 발행, 연구 학습 등 조직 내 팀 단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해봄 내 이번 공론장 프로젝트 팀의 일원이자 해봄의 조합원인 강준원 씨를 만나 위 질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이: 사회혁신해봄협동조합 강준원님
인터뷰어: 김홍구 에디터(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Q. 이 질문을 얻은 계기가 무엇인가요?
A. 내면적인 동기와 외재적인 동기로 나눠 말할 수 있습니다.

강준원 씨는 ‘건강한 공론장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해봄의 시작과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해봄은 수평적인 조직과 민주적인 운영에 대한 고민 차원에서 ‘홀라크라시(Holacracy)’라는 방법론을 차용해왔습니다. 홀라크라시는 공통 목적을 공유하는 프로젝트 팀 단위로 이뤄진 조직을 말하는데, 각 팀의 구성원은 각자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동시에 전체 조직 목적에 의존합니다. 기존 조직 구조에 대한 청년 활동가 개인의 경험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실험인 셈이지요.

조직 문화 자체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는 자연스레 모든 구성원이 자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에 대한 공부로 확장됐습니다. 또한,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다발적으로 열리는 실제 공론장에서 느낀 한계와 문제점이 이들의 활동에 촉매로 작용했습니다. 시민과 활동가의 관계가 생기고, 함께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과 기반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점진적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 시민이 ‘주인’인 공간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동기에서 출발해 학습 모임이 많이 생겼어요. 하버마스, 헤겔 등 공론장 관련 철학을 체계화시키고 사회학 공부도 하면서요.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으며 자기 고유성과 잠재성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대화하길 원하는데, 공론장에선 그게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기능적으로 퍼실리테이션이 일정 부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느꼈고, 그 기능을 뒷받침하는 이론과 논리를 활동에서 찾고 있는 겁니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에게도 참여의 기회를 넓히는 방향이 무엇일지 고민하면서요.”

Q. 어떤 대화의 공간을 계획하고 있나요?
A. 현재 공론장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안한 뒤, 그에 대해 대화해보고자 합니다.

강준원 씨의 진행으로 문을 여는 「공론장을 위한 공론장」은 “동원에서 참여로, 정보에서 지식으로”라는 부제를 가지고 세 가지 세션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세션인 ‘동원에서 참여로’에서는 먼저 은평협치지원관 원유준 씨가 다양한 섹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론장에서의 현상과 문제점을 짚어줄 예정입니다. 그 뒤엔 참여자가 조별 토론에서 그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각 조의 퍼실리테이터는 그것들을 유형화시켜 문제점을 표출합니다. 강준원 씨는 “사람들이 어떤 리터러시를 갖고 공론장을 바라보고 있는지 같이 나누기 위한 것, 그리고 막상 문제나 한계점을 얘기할 만한 자리가 별로 없다는 것”이 이 작업이 필요한 이유라 말합니다.

두 번째 세션인 ‘정보에서 지식으로’에서는 현재 공론장의 문제에 대한 해봄의 실마리 혹은 답변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우선 해봄의 조합원 민경인 씨가 공론장의 네 가지 전제와 원리에 대한 발제가 앞섭니다. 네 가지 관점별로 ‘공론장’을 구조화시킨 다음, 앞단에서 정리된 문제들의 원인을 그에 비춰 현실로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추상화된 고민이 아니라 디테일한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해서 참여자의 컨텍스트를 이끌어내 자기 질문으로 만들게끔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건강한 공론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이어갈 해봄의 공론장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해봄의 조합원 황지성 씨가 해봄에서의 활동 경험을 공유할 텐데, 조직 문화 및 의사소통 체계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활동이 “어떻게 청년 활동가의 삶에 안전망이 됐는지, 자기 활동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는지 설명하”는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참여자들의 소감도 들어보고요.

Q.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요?
A. 자기 고민을 즐겁게 털어놓고 실마리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강준원 씨는 ‘이런 모델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으로 시작한 사회혁신해봄 협동조합이 우여곡절을 거치며 확신을 얻게 된 과정을 들려줬습니다. 해봄의 구성원은 각자의 의견이 존중되는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하며 앞으로 활동의 방향성과 주안점을 점검했습니다. “중요한 건 역량, 사회적 가치에 대한 윤리적 추구, 그리고 배제되는 사람들을 향하는 것.”

이 공론장과 공론장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대화 또한 그러한 인식 위에서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해봄의 공론장 프로젝트 팀은 「공론장을 위한 공론장」을 시작으로 두 갈래의 작업을 진행하려 합니다. 하나는 데이터 축적하기, 다른 하나는 관계 만들기.

“공론장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 이곳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그들을 참여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죠. 또한, 공간적인 의미에서의 공론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만 해도 굉장히 다양한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이들과 관계해야 되는데, 핵심은 윤리성이죠. 이 헤게모니를 우리가 쥐고 가지 않겠다. 오픈소스화 하겠다.”

해봄은 이 두 작업을 콘텐츠를 발행하는 일로 엮어나가고자 합니다. 공론장 관련 이론과 실제를 뒷받침하는 논리를 만드는 콘텐츠, 퍼실리테이션 관련 콘텐츠. 강준원 씨는 공론장을 구조화시키는 방법론이나 퍼실리테이터가 가져야 할 윤리성에 대한 이해만 있어도 작금의 문제가 많은 부분 해결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공론장이 ‘동원에서 참여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보기엔 어려운 건 ‘정보에서 지식으로’, ‘지식에서 지혜로’ 가는 거예요. 사람들이 대화할 때 그저 데이터를 나누는 게 아니라, 그 데이터를 바라보는 서로의 관점이 교차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되잖아요. ‘저런 생각을 해? 그럼 내 거랑 붙여서 이런 대안이 나올 수 있겠네’가 지식이라면, 서로 충돌하는 사적 이익 사이에서 최대의 공공선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이 지혜의 차원이라고 봐요.”

강준원 씨의 답변은 ‘건강한 공론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고민과 해결책 사이의 선순환을 만들어가보자는 메시지로 들립니다. 다시 말해, 각자의 경험에서 현재의 문제를 도출하고, 그것을 타개할 실마리를 세우고, 그것을 지지할 이론을 학습하는 과정을 함께하자는 제안으로요. 그 자체가 어쩌면 ‘공론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공론장을 위한 공론장. 그 안에서 어떤 대화가 펼쳐질지 무척 기대됩니다.

(사전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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