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 공론장⑬] 「시각장애인 일상의 권리」 사전인터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11-30

모두의 정의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이름 아래 설계된 공간과 인프라, 제품 등은 과연 ‘모두’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요? 여기서 실제로 ‘모두’를 포괄했다 하더라도 ‘모두’ 중 다수들은 본인들이 사용할 기능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그렇습니다. 시각장애인 인권, 문화와 관련된 공론장에 앞서 인터뷰를 공개하고, 소개글에 아영 님의 답변 한 줄을 그래도 옮겨봅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아이폰 기능 중 하나였던 보이스 오버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비시각장애인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아이폰을 이용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모두 기억하길 바랍니다.”


인터뷰이: 이가람, 정아영님
인터뷰어: 전소영 에디터(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인터뷰 일시:  이메일 인터뷰 

Q. 공론장 또는 시각장애인 인권, 문화와 관련하여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영 : 시각장애인 권리보장연대에서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와 또한 여러 단체와 위원회에서 장애인의 인식개선, 권리정보 접근, 문화권에 대해 활동하고 있는 정아영이라고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가람 : 아영 님과 함께 이번 공론장을 준비하고 있는 이가람입니다. 위 이슈는 대학생 때 아영 님의 추천으로 장애학생 수업 도우미를 하면서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정부의 장애정책이 어떻게 바뀌어 나가고 있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Q.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시각장애인들은 정말 앞으로 하나도 못 볼 거라는 편견부터 시작해서 맹인견에 대한 부분까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 중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아영 : 매우 진부하고 당연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장애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 사람들은 병원이나 은행, 음식을 주문할 때 등 아주 기본적인 부분에 있어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보통 사람들이 질문하지 않고, 장애인과 동반한 가족, 친구, 활동을 보조해주는 사람들에게 질문하곤 합니다. 이건 상당히 기본적인 권리인데 말입니다. 또한 안내견에 대한 부분도 우리는 흔히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사이의 파트너쉽에 대한 관심보다는 안내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안내견을 신기하게 바라보거나 그리고 안내견이 길을 다 안내해주는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 모든 것은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의 이해에 대한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람 : 저는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이 혼자 여행을 다닐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외국에서는 블라인드스퀘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시각장애인들이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걸 (이번 공론장의 발제자 중 한 분이신) 김동현 님이 알려주셨습니다.

Q. 시각장애인들도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장치가 알려지면 이들의 활동, 직업 선택 반경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장치의 종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영 : 저는 지금까지 메신저 네이트온, 카카오톡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늘 듣던 질문이 “너도 이용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늘 “우리도 사용 할 수 있다”라고 수십번도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한글책도 한글 파일만 있다면 비장애인과 똑같이 독서하고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해왔지만, 사람들은 거기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핸드폰을 샀을 때 문자를 주고받았던 일과 컴퓨터에 음성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책을 읽고 숙제를 했던 순간들을 잊지 못하는 순간들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아이폰 기능 중 하나였던 보이스 오버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비시각장애인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아이폰을 이용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모두 기억하길 바랍니다. 장애인을 위한 정보 기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기술과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가장 중요할 것 입니다.

가람 : 이번에 정보접근권에 관한 발제를 맡으신 김동현 님은 ‘행복 ICT’라는 기업에서 근무 중이시고, 이런 장치와 관련해서 전문가이십니다. 공론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시연해주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많이들 오셔서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장치들과 앞으로 어떤 부분들이 더 개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Q. 최근에 안내견 출입 거부와 관련해서 여러 논란이 있었습니다. 음식점부터 공공시설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안내견의 출입을 금지하면 벌금이 부과되지만 당장 현장에서의 당혹감은 벌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 같습니다. 안내견과 관련해서 비장애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사항이 있을까요?  

아영 : 우선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파트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음식점이나 특정 장소에 안내견들이 갔을 때 일반 사람들이 싫어할 거라는 인식이 있는데, 시각장애인 또한 여러 가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이용자라는 인식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람 : 발제를 해주실 김동현 님과 조은산 님은 각각 몽실이, 세움이라는 안내견과 함께 생활하고 계십니다. 사전 모임 때 두 분 모두 안내견과 동행했는데, 안내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내견을 보며 놀라시는 분들, 이것저것 질문하시는 분들 정말 각양각색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저는 당황스러웠는데, 두 분은 담담해 하셨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겪는 일이라면서요. 하지만 음식점에서 출입 거부당할 때는 정말 화가 난다고 말씀하셨어요. 법적으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어디든 출입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입장 자체를 제한하는 업소가 많다고 합니다.

Q.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국립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진로를 안마 쪽으로 권유한다고 들었습니다. 직업 선택권에 있어서 성인이 되기 전부터 폐쇄된 환경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현재 이 부분이 ‘이전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는지, 앞으로 나아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동시에 이미 많은 시각장애인 분들이 ‘헬스키퍼’로 일하고 계십니다. 직업 선택권 확장도 중요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직업군의 환경 개선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헬스키퍼’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영 : 시각장애인들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위협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는 시각장애인들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정해진 일들 헬스키퍼(안마사)를 하기를 강요합니다.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꼽히는 교사와 공무원도 그것들 중 하나입니다. 어떤 직업이 좋거나 좋지 않음에 상관없이 시각장애인이 무엇을 하기 원하는지 어떻게 그 일을 해나갈지,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교육 및 제도가 필요한지 고려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헬스키퍼(안마사)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한, 교사와 공무원도 시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그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지원체계와 인식의 부족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의무고용률이 잘 지켜지지 않는 지금의 사회에서 이 모든 것들을 요구하는 것이 과하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공론장에서부터 시각장애인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직업 선택의 권리가 논의되었으면 합니다.

가람 : 사전 모임 때 들었던 충격적인 내용으로,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이 복지관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데요. 복지관에서 제공해주는 정보가 ‘사업장의 위치’와 ‘급여’ 정도라고 합니다. 그 회사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지원서를 쓰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채용 관련 정보가 좀 더 자세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발제를 맡으신 채윤지 님이 말씀해 주신 부분인데요, 헬스키퍼들은 대부분 계약직인데 재계약을 할 때 노동자 본인과 하는 게 아니라 복지관을 통해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재계약과 관련하여 노동자 측에서 낼 수 있는 의견을 사전에 차단해 버리는 체계이고,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공론장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반대로 가장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영 : 전달하고 싶은 것과 얻었으면 하는 메시지가 같습니다. 저는 여러 경험을 통해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사회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늘 깨닫습니다. 반면 비장애인들 또한 함께하고 싶어도 몰라서 조심스러워서 다가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이 공론장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점과 공통점에 대해 인식하고 접점을 찾아가는 좋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람 : 제가 살면서 만나본 장애인은 얼마 안 되지만, 장애인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게 디자인된 주변 환경들, 즉 ‘사회적 장애’로 인해 불편함이 극대화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 사회적 장애를 하나씩 제거해 가는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공론장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이 메시지에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공론장에서 얻어갈 수 있는 부분 아닐까요.

(사전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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