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 공론장⑮] 「청소년은 미성년자일까?」 사전인터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11-30

성숙의 지표 혹은 미성숙의 좌표

청소년은 미성년자인가?

여러분은 이에 어떻게 답하실 건가요. 저라면, 글쎄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네요. 그렇다고 길게 풀어 설명하기 쉬운 것도 아니고요.

나이에 따른 법적인 기준 역시 분명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민법상 미성년자는 만 19세에 달하지 않은 자를 말합니다. 형법상 미성년자는 만 14세 미만이고,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은 만 9세 이상 24세 이하입니다. 이밖에도 청소년보호법, 근로기준법,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률마다 제각각입니다.

자, 그렇다면 다시, 청소년은 미성년자일까요?

열다섯 번째 공론장의 기획자 이소연 씨가 던진 질문입니다.


인터뷰이: 이소연님 

인터뷰어: 김홍구 에디터(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인터뷰 일시: 2019년 11월 4일 

이 질문을 얻은 계기가 무엇인가요?

우연한 만남 덕입니다. 몇 달 전 청소년 인권 단체 탁틴내일에서 포괄적 성교육 강사 커리큘럼을 수강한 것이 그 계기가 됐습니다. ‘포괄적 성교육’은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생산적이며 충만한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교육 과정을 말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2018 N개의 공론장「NEW OPENING 포괄적 성교육」을 참조하셔도 좋습니다.)

내가 왜 청소년인지, 계속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대학에 진학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청소년을 만나며 이소연 씨는 과거를 떠올렸습니다. 오직 좋은 성적만을 목표로 하는 주입식 교육을 견디는 동안 머릿속을 굴려다녔던 질문을요. 뭘 배워야 할까? 나는 뭘 배우고 싶은 걸까? 학교란 무엇일까? 왜 청소년은 성관계를 하면 안 된다고만 할까? 그에 대해서는 왜 더 이상 알려주지 않을까?

포괄적 성교육 학습 과정에서 마주한 타인의 질문이 해결하지 못한 채 묵혀뒀던 자신의 고민과 이어져 다시금 물음표가 달렸습니다. ‘청소년은 미성년자인가?’ 이때, 이소연 씨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대화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나요?

이소연 씨는 어쩌면 대단히 폭넓은 화제일 ‘청소년은 미성년자인가?’라는 질문을 두 가지 갈래로 좁혔습니다. ‘청소년 포괄적 성교육’과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입니다.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대해 의구심을 갖다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내쳐지는 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중 여성 청소년에 관심이 갔어요. 열악한 경제 사정으로 인해 성매매 같은 길을 가게 되는 여성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게 여겨졌어요. 안전망이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되짚어보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거잖아요.”

포괄적 성교육은 인생 계획을 배우는 과정에 비유되곤 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해가는 과정, 타인을 대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 등 삶의 면면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다각도에서 생각하게끔 하니까요. 이소연 씨의 말은 청소년 개개인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포괄적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됐습니다.

첫 번째 주제 토론 ‘청소년 포괄적 성교육’에 앞서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네트워크 위티의 양지혜 대표가 논점의 개괄을 안내해줄 예정입니다. 이소연 씨에 따르면 포괄적 성교육에 대한 유네스코의 가이드라인을 한국 상황에 어떻게 접목시킬지가 큰 쟁점이라고 합니다. 청소년 당사자는 물론,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비청소년을 설득해야 지금 여기에 맞는 교육 제도로 개편할 여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의제와 자연스레 연결되는 두 번째 주제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는 성년과 미성년의 의미에 대한 이소연 씨의 견해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입니다.

“자기 의사가 분명하고, 그것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다면 성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미성년이 스스로를 표현하지 못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자기 인식은 하지만 표현력이 더 필요한 상태인 것 같아요. 어떠한 자격이나 지위를 막론한 성년과 미성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학교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공간이 돼야 한달까요. 한국에서 자란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학교에서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지 묻는 말에 쉬이 긍정할 수 있는 이가 주변에 몇이나 될까요. 이소연 씨는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고 위 세대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요?

이소연 씨는 그에 관해 걱정이 많지만, 하나의 문제를 두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고민해나간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본인이 만들었던 페미니즘 모임이 그것입니다.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학내 모임을 만들었는데, 서로 어긋나는 지점이 생기는 거예요. 처음에 ‘특정 대상을 비하하거나 혐오하지 말자’는 원칙에 다들 동의를 했지만, 서로의 운동 방향을 터놓고 이야기 하지 못했던 것이 개인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이것을 말하면 서로 방향이 다르다고 모임을 나가지는 않을까 혼자 고민했었어요. 제가 모임을 이끌어가야 하는 사람이라서 부담이 컸죠. 차이를 인정하는 것도 힘들었고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과정에서 생각의 풀을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연장선에서 청소년 문제도 생각하게 됐고요. 그게 아니었다면 고민해볼 시도조차 안 했을 거예요.”

이번 공론장 또한 위 모임에서 만난 두 동료와 함께 회의를 진행하고 방향성을 논의하며 꾸려가는 중입니다. 이소연 씨는 학내 페미니즘 모임과 공론장 준비 모임을 진행하며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만 생각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고,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기회였어요.”

제도권 학생이든 비제도권 학생이든 청소년이든 비청소년이든 누구든 공론장을 찾아줄 것을 이소연 씨는 희망합니다. ‘청소년은 미성년자인가?’라는 질문에 귓등이 간지럽다면 망설이지 말고 들어오시길.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사회를 상상해봅시다. 우리는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사전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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