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 공론장⑩]「누가 청년에게 과일을 뺏어갔나」 사전인터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11-02

잘 먹고 있나요

얼마 전 배달음식 어플에서 근 5년간의 총 주문 금액을 알 수 있는 탭이 생겼습니다. 저도 확인을 해봤는데 음.. 하여튼 뭘 해도 했을 돈이더라구요… 친구들과 스크린샷을 공유하며 ‘현타 온다’고, 좋은 것 먹고 살찌는 건 억울하지라도 않지 배달음식에 돈은 돈대로 쓰고 건강도 상하는 게 싫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도 냉장고를 청소하며 남은 음식들과 포장재를 분류하며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어플을 지웠어요. 그다지 맛도 없고 영양가도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을 먹고 배가 부른 그 느낌이 싫으면서도, 일상이 너무 지치고 밥은 먹어야겠으니 습관처럼 배달어플을 사용하곤 하죠.

비건 지향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나마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요리도 해먹고 과일과 야채도 꽤나 먹게 됐지만, 그 전까지는 정말 마트나 편의점의 레토르트 식품, 배달음식, 외식 외에는 다른 식사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청년들에게 과일을 뺏어갔나’라는 주제를 보고서는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었어요. 저는 여태껏 그 음식들이 맛있어서, 어떤 면에서 합리적이어서 먹어온걸까요. 어쨌든 먹고는 살아야되는데, 어떻게 하면 잘 먹을 수 있을까요. 공론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이 주제를 꺼내 주신 박은주님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인터뷰이: 박은주님
인터뷰어: 금혜지 에디터(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인터뷰 일시:전화인터뷰 

Q. 안녕하세요, 공론장을 개최한 은주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19개월 아기 엄마이자 서울에 사는 펑범한 청년 박은주 입니다.  맞벌이 부부로 육아와 사회활동을 병행하느라 치열하면서도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Q. 반갑습니다!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바쁜 와중에 “N개의 공론장”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A. 페이스북 친구가 어느날 저에게 이런 사업이 있는데 공모해보면 어떨까 하고 소개해주어서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슈로 공모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먹방, 먹스타그램, 편의점음식, 배달의민족… 청년들의 먹거리가 신선식품으로부터 멀어진지 너무나도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일을 안 먹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청년들의 일상을 진단하고 싶었습니다.

Q.  저도 안 건강하게 먹기라면 자신 있는데, 이게 혼자 살면 정말 어렵더라구요. 은주님은 언제부터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나요? 원래 관심이 있었는지, 그렇다면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A. 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신지 20년 정도가 됐어요. 그래서 저도 채식을 한지 8년정도가 되었죠.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다른 사람들은 암에 걸리는 건 운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암에 걸리는 원인이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열심히 노력해야 걸리는 것 같아요. 잠을 안 자고 건강하지 않은 걸 적극적으로 먹어야 병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도 암에 걸린 젊은 사람들이 많고요. 예전에는 나쁜 습관이 몇십 년간 축적되어야 걸리던 암이 요즘에는 발병 속도가 엄청나게 앞당겨진 걸 보고 ‘뭔가 문제가 있긴 하구나’라는게 느껴졌습니다.

Q. 식생활이라는 게 개인 차원의 취향이나 습관 문제라기에는 사회적인 연결고리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공론장에서 함께 이야기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먹거리 문제를 사회적인 맥락에서 다루고,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5년 전, 누구보다 열심히 살던 제 친구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편의점 야간 알바로 등록금을 버느라 휴학을 반복하며 8년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역사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시민단체에 취직했던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던 어느날 배가 아파 쓰러졌는데, 그 길로 위암 2기 선언을 받게 된 거에요. 그 친구는 항암을 하다 1년도 채 못 채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친구를 그리워하던 어느날, 그 친구가 페이스북에 남긴 흔적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오늘도 야근이네 (삼각김밥과 과일음료사진).”

“출장 가는길, 바쁘다 바빠.(컵라면 사진) “

그의 바빴던 나날 중 많은 끼니가 편의점 음식으로 채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그를 더 지켜줄 수는 없었을까? 하는 물음을 그 때부터 가지게 됐어요. 지하철 하도급으로 고용되어 스크린도어를 혼자 고치다 세상을 떠난 청년, 공장 알바로 일하다가 사고로 죽은 청년 … 그들의 가방에서 발견된 먹거리는 컵라면같은 저렴한 먹거리였습니다. 더이상 제 친구에게 벌어진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바람에 이 공론장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이 자신의 식생활을 진단했으면 좋겠고, 또 건강한 먹거리로부터 청년들을 멀게 하는 사회에 문제의식을 가졌음 좋겠어요. 청년 당사자가 발언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Q. 당일에는 어떤 분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게 되실까요? 발제 내용을 먼저 살짝 알려주세요.

A. 처음에는 시민단체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를 이끌고 계신 조길예 교수님이 왜 청년들이 과일을 안 먹게 되었는지 인문학적으로 분석해주실거에요. 먹방부터, 먹을 것을 카메라에 클로즈업한다던지. 쩝쩝거리는 소리를 ASMR로 듣는 미디어 현상은 전에 없었던 것이잖아요. 저렴한 음식이 계속 더 화제가 되고 배달 음식 문화도 엄청나게 발전했죠. 배달 음식을 먹는 것도, 배달하다가 사고 나는 것도 청년이고. 채식하는 의사단체 베지닥터 이의철선생님은 한정된 청년의 예산으로 어떻게 하면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를 의사 입장에서 말해주실거에요.

유재인 작가는 예전부터 과일을 못 먹는 현상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던 분이에요. 3개월간 망원시장 앞에서 과일을 한개씩 따로 판매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죠. 그 후에도 과일과 관련된 작업을 했고, 이번에도 이와 관련된 문제점에 대해 발제해주실 예정입니다.

Q. 아무래도 먹거리가 주제이다보니까, 간식이 조금 기대가 되는데요. 당일에는 어떤 음식이 준비될 예정인가요?

A. 과일과 녹말식을 사회자와 함께 직접 준비할 예정입니다. (*녹말식: 정제된 탄수화물이 아닌 전분기 있는 자연식) 고구마도 삶아서 갈거고, 과일 파티를 할 거에요. 그동안 과일을 많이 못 먹었던 사람들을 위해 과일이 끊이지 않도록 할 거에요. 어떤 가게에 가서 비건 카레, 짜장같은 비건 식사를 하려면 힘이 드는데 막상 기초적인 식사 1차가공식은 좀더 접근이 쉽잖아요. 고구마를 삶는다거나 귤을 까먹는다던지, 가공을 최소화하는 자연식물식이니까요.

다들 어떻게 먹고 있는지, 어떻게 먹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개인의 건강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에서 내 식사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사전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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