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 공론장⑤] 「일회용품을 없애다」리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11-02

제로가 아니어도 괜찮아 2

‘환경보호’란 말이 캠페인처럼만 느껴지는 데는 여러 까닭이 있을 겁니다. ‘환경’이란 ‘자연환경’에 국한된다는 생각도 있겠고, ‘보호’란 것이 여유가 있을 때 꺼내들 수 있는 개념이라는 판단도 있을 테지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환경’은 자연뿐 아니라 사회와 동네와 생활을 감싸안습니다. ‘보호’ 역시 실생활로 비추어보자면 보호자와 피보호자가 고정되지 않은 상보적인 개념이고요.

그래서 ‘환경’과 ‘보호’라는 말을 빼고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문안이 태어났습니다. 너를 보호한다고 내가 감히 선언한다고 오해되지 않게, 또 이것이 국지적인 청결이나 생활습관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님을 감지할 수 있게요. 보틀팩토리에서 주관하는 보름 간의 유어보틀위크 <우리 동네에서 시작된 변화>는 욕심을 냈습니다. (사전인터뷰 보기)

일회용 컵과 빨대만 논하는 카페를 넘어서 ‘동네’가 되기로. 그리고 동시에 욕심을 내려놓았습니다. 강력한 캠페인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과 경험에 집중하기로요. 조금 어둑한 카페 한켠에 놓인 네 개의 테이블에서 오간 우리 동네의 대화를 들려드립니다.


공론장 일시: 2019.10.5 오후 6시-10시
공론장 주최자 : 보틀팩토리 이현철, 정다운

구성

    1.발표
<유어보틀위크에 대하여> by 이현철(보틀팩토리 대표)
<일회용품 없는 카페, 가능할까?> by 정다운(보틀팩토리 대표)
<페스티벌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by 정욱재(노리플라이)
라운드테이블: 보틀팩토리를 이용하는 세 명의 손님들
2. N개의 공론장
1번 테이블의 기록
2번 테이블의 기록
3번 테이블의 기록
4번 테이블의 기록


    발표 <유어보틀위크에 대하여> by 이현철(보틀팩토리 대표)

유어보틀위크는 카페에서  열리는 제로웨이스트 페스티벌로, 올해가 두 번째인데, 작년과 어떻게 바뀌었는지 소개하는 걸로 저희의 고민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우선 반경이 좁아졌고, 참여 공간이 다양해졌습니다. 일주일에서 보름으로 시간도 늘었고요. 홍대 전역을 무대로 삼던 작년에는, 텀블러 대여 서비스가 어려웠습니다. 텀블러를 세척하고 수거하는 것만으로 반나절이 지났고, 카페 간의 연결감도 희미했습니다. 올해는 ⅕ 정도의 좁은 반경에서 진행합니다. 카페뿐 아니라 동네분식집, 떡집, 델리샵 등 다양한 업종과 함께하죠. 텀블러를 세척해서 갖다드리고, 대여 후 반납은 어디서든 할 수 있도록 운영했습니다. 봄꽃김밥에서도 일회용품 대신 용기에 담아 가져갈 수 있게 했죠.

가장 호응이 좋았던 곳은 장손어묵입니다. 원래는 매장 내 그릇이 없어 일회용품만 있던 공간인데, 이제는 매장에서 드시는 분들을 고려해 그릇을 구비해두십니다. 포장해가실 경우는 용기도 신나게 빌려주신다고 해요. 경성참기름에서도 참기름이나 들깨도 테이크아웃할 때 용기에 담고 있고요. 흔치 않게 카레집의 포장도 용기에 담아갈 수 있게 했어요. 테이크아웃한 음식을 피크닉 분위기 내면서 즐길 수 있도록 보틀팩토리 뒷마당을 빌려드렸습니다.

올해에도 상영회를 열었는데, <파타고니아>, <잡식가족의 딜레마> 두 개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랩을 만드는 워크숍도 있었고, 목공소 칠공소에서 나무를 카빙해서 평소 쓸 수 있는 젓가락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안산 가는 길과 연결되어 있는 작은 카페에서는 산책하면서 주운 솔방울이나 이파리를 이용해 콜라주 그림 작업을 하는 워크숍도 열었습니다. 롯지에서는 헌 에코백을 비롯, 잘 안 쓰는 잡화를 소개하는 플리마켓을 열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습니다. 28일부터 두 개의 음악 공연도 열려 페스티벌 분위기를 돋우어주었죠.

N개의 공론장을 작년에도 한 번 치렀는데,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번에는 저희뿐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도 운영자의 생각과 가치관을 손님들께 전달하고 싶어, 카페 여름에서 동물권 관련 공론장을 진행했습니다. 공식적인 종료시각이 10시였는데 11시 반을 넘겨가면서까지 흥미로운 열띤 대화가 이어졌던 날입니다. 샘에서는 요즘것들의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공론장을 진행했는데, 젊고 활기찬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작년의 페스티벌이 페스티벌이라기보다는 캠페인에 가까웠다는 아쉬움이 있었기에, 메시지 이상의 경험 그 자체, 즐길거리에 주목한 올해였습니다.

      발표 <일회용품 없는 카페, 가능할까?> by 정다운(보틀팩토리 대표)

일회용품 없는 카페가 가능할까요? 힘들기는 하겠지만 불가능하겠어 하는 2006년의 호기심에서 저는 출발했습니다. 상수동의 ‘하다’에서 보증금을 받고 유리병을 빌려드리는 형태의 서비스를 운영했죠. 좀 더 확장해서 작년에 오픈한 공간이 보틀팩토리입니다. 여기는 없는 것이 많은 카페입니다.

우선 보틀팩토리는 필요할 때만 영수증을 출력합니다. 선택적으로 발행하지 않을 수 있는 포스기를 찾는 것부터 노력했죠. 일주일에 3~4번 정도밖에 출력을 안 합니다. 두 번째로는 일회용컵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테이크아웃하려면 본인의 컵이 있거나 이곳의 컵을 빌려갈 수 있도록 합니다. 보틀클럽이라는 텀블러대여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왜, 예전에는 도서관에서 대출카드를 만들어주었잖아요? 보증금을 받는 형태는 아니지만 대여에 관한 기록을 체크할 수 있는 카드가 있고, 무인반납함도 설치했습니다. 보증금 없이도 잘 운영되는지 궁금하시겠지만, 꽤 성실히 기록/반납해 주시고 계셔요. 세 번째로는 일회용 빨대가 없고, 네 번째는 부엌에서도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려고 신경 쓴다는 점입니다. 에이드를 만들 때 탄산페트가 굉장히 많이 나와서, 탄산제조기(리필)를 찾았고, 일회용 비닐이나 호일은 구비해두지 않았습니다. 또 천주머니에 장을 봅니다. 베이킹에서 정말 많이 쓰는 게 랩인데요. 지금은 반죽 등을 용기 안에 넣고 뚜껑으로 닫아둡니다. 채우장에서 리필할 수 있기 때문에 소금 패키지도 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요네즈는 기름기가 있고 잘 씻기지 않아서 재활용이 쉽지 않은 음식이다 보니, 만들어 씁니다. 커피 원두도 요즘은 통에 받아오고 있죠. 이렇듯 자그마한 노력들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제로웨이스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 필수적으로 소규모 생산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 이는 정말 큰 행운이라는 점입니다. <로컬의 미래>라는 책을 좋아합니다. 그 책엔 “전통과 현대의 차이는 규모입니다. 타인과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능력입니다. 우리 주변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고, 스스로의 행동에는 사회적 생태적 결과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규모를 줄인다는 뜻입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규모를 보통 키우려고 하지만, 규모를 줄인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채우장 같은 경우도 얼굴을 아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서 열리는 장터이니 마음을 열기가 쉽죠.

재활용하기 위해 분리배출을 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한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재활용보다는 재이용, 줄이는 것, 아예 쓰지 않는 것이 더욱 좋겠죠. refuse > reduce > reuse > rot > recycle > landfill. 제로웨이스트라고는 해도 ‘제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지향하면서, 완벽한 솔루션보다는 작은 목표와 작은 실험, 작은 해결을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능성을 점검하는 공간’이라는 코멘트를 남겨주신 손님을 보았을 때 무척 감사했습니다. 오늘도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얘기 나누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발표 <페스티벌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by 정욱재(노리플라이)    

페스티벌에서는 쓰레기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당시 저는 환경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욱재가 해결해보면 되겠네’라는 이야기에… 십수년 째 노래하는 환경운동가로 역할하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잭 존슨을 주목했습니다. 환경 뮤지션의 심볼 같은 존재잖아요. 하와이 태생 서퍼로, 하와이 지역의 아이들 교육에 직접 참여하고 페스티벌을 기획합니다. 그가 직접 워터보틀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고, 카풀/리사이클 참여 멤버도 카운트해서 홈페이지에 공지했죠. 류이치 사카모토 등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AP Bank도 좋은 사례입니다.

모든 관객에게 일회용품을 주지 않으니 용기와 젓가락을 지참해 방문하라고 미리 알려줍니다. 세척하는 존도 마련되어 있죠. AP Bank에서 만드는 굿즈는 재이용된 플라스틱들, 즉 업사이클링 굿즈들이 대부분입니다.

저희 GMF 역시 리사이클존을 만들어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했습니다. 각 스톱마다 리사이클존을 만들고 분리수거를 유도하고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올림픽경기장 당국에서 마지막에 수거해가는 방법으로 처리했죠. 이틀 동안 전기차로 수거하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남습니다. 4만 명이 1리터씩 버린다고 가정해보세요. 실은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은 비교적 환경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많이 더럽혀지는 편은 아닌데도 쓰레기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제 첫 논문 주제는 페스티벌의 환경캠페인 강도에 따른 쓰레기배출량 비교였습니다. GMF는 1인당 1.8리터, 캠페인 강도가 낮은 페스티벌의 경우 1인당 4.3리터의 쓰레기를 배출한 것으로 기록됩니다. 페스티벌의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결국 푸드존의 협력이 절실합니다. 다만 푸드존에서는 “깨끗한 컵으로 먹어야 컴플레인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로고가 박혀 있는 패키지도 아이덴티티 홍보의 일부다.”라는 답변을 들려주시는데, 일리가 없지 않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현실적으로는 텀블러 이용 시 할인하는 등의 자연스러운 서비스가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다음 주에 열릴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서는 세척존을 만들어 재이용을 유도하려 합니다.

    라운드테이블: 보틀팩토리를 이용하는 세 명의 손님들

Q. 손님 입장에서는 보틀팩토리가 제공하는 ‘불편’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 손님은 하상원 님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셔서, 주로 텀블러를 지참하고 오십니다. 이 골목에 카페가 없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두 번째 손님은 채우장에 자주 오시는데, 채우장에서 장볼 용기들을 전날 열탕처리(소독)하는 ‘의식’과도 같은 사진을 올려주셔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예쁜 통에 누룽지를 담아 가시는데, 그 통을 꼬마와 함께 들고 돌아가십니다. 새벽 2시에 육아를 끝내고 열탕소독한 적도 있으시더라고요. 이렇게 할 수 있는 동력은 뭘까 궁금해지죠. 세 번째 손님 정민님은 동네에 살지는 않으시지만 단골이십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다니는 회사의 팀원분들, 팀장님까지 카페에 데려오신다는 거예요. 제가 회사 다닐 때를 기억해보면, 함께 바꿔보자고 사내에서 얘기하기는 굉장히 어렵거든요. 실패의 경험도 많고요. 그런데 주변분들에게 정말 효과적으로 안내해주시더라고요. 비결이 궁금합니다.

      정민: 가구회사에서 일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본업보다도 쓰레기 줄이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즐거운 쓰레기 생활이라는 계정을 운영합니다.

      슬기: 아이 둘을 키우며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상원: 영화 기획 일을 하는, 근처 사는 주민입니다.

Q. 일회용품이 없는 불편을 권하는 카페잖아요.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보틀팩토리의 첫인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슬기: 근처에 살다 보니까 우연히 지나가다 들어왔어요. 테이크아웃하러 들어왔었는데 테이크아웃잔이 없다며 빌려주셨어요. 첫경험이었는데 좋은 인상이었어요. 한 가정을 꾸리는 주부이기도 하니까, 살림의 주체로서 재활용 같은 부분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곳을 만나고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상원: 커피숍은 한국에 너무 많잖아요. 강남의 커피숍보다도 이런 곳이 좋습니다. 다들 뉴스 보시겠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 알려주지만 구체적으로는 알기 힘듭니다. 소비자들로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죠. 물건 사는 걸 자제하고 아끼고 재활용하는 정도인데요.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여러 제안을 주시니까 반가웠습니다.

      정민: 저는 제로웨이스트 같은 키워드를 팔로우업하다가 오픈을 준비 중인 보틀팩토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오픈 때 왔어요. 쓰레기를 줄이는 데 혼자만의 노력으로 한계를 느끼던 참이었거든요. 저만의 파종으로 공감시키기에는 제한적이었는데 공간에 함께 오는 것만으로도 큰 설득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피곤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얽매이지 않고 즐겁게 하고 싶어요. 1년 이상 조용히 해보니까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유대관계도 늘어나서, 삶이 더 즐거워진다고 느꼈고, 그만큼 더 주변에 권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설득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이 좋은 걸 왜 같이 안 해?’ 하는 괴로움이 가득할 때도 있었지만, 주변을 하루아침에 개선하겠다는 마음을 줄이고, 내 스스로의 행동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

    N개의 공론장 <1번 테이블의 기록>

종이나 휴지를 많이 쓰던 참이었는데, 손수건을 많이 들고 다니는 동료가 있어 관심을 보이니, 유어보틀위크를 소개해주더군요. 요즘에는 저부터도 지인에게 선물할 때 손수건을 건넵니다.

 핸드타월 같은 게 훨씬 편한데도 손수건을 가지고 다녀보시니까 어떤가요?

죄책감을 덜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동물원을 즐겁게 봐왔던 예전 시절도 분명히 있지만, 요즘은 조금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아이들을 볼 때도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이 듭니다. 스스로에게 편하기 위해서 손수건도 쓰기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피곤이 죄책감보다는 한결 낫죠.

저는 연희동에 사는 대학생입니다. 텀블러를 사용한 것은 오랜 일상인데, 도시락통을 항상 들고 다니며 김밥 포장할 때 쓰기도 합니다. 대학 시험기간에 휴지통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걸 보면서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동기들과는 막상 깊은 대화를 못 나누고 있어 여기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돌이켜보면 (잠재적) 쓰레기를 만드는 직업이었던 것 같아요. 소비와 자본주의의 중심에 있던 셈이죠. 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살다가, 신념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어졌어요. 어른들이 계속 살아왔던 패턴을 이제는 끊고 싶어서, 제 작업도 대량생산보다는 수공예, 폐품, 업사이클링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리산에서 왔습니다. 도시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고, 직장생활도 힘들던 차에 시골살이를 결심했거든요. 생명평화대학이라는 곳에서 공동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커리큘럼이랄 건 없지만 평생 고민해야 하는 주제, 이를테면 사람들과의 관계, 사람과 환경의 관계 같은 것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저도 쓰레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2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요. 예전부터 사람보다는 동식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환경에 죄책감이 있었어요. 회사동기였던 정민의 활동이 자극이 돼서, 일상 속에서 죄책감을 덜 수 있는 방법들을 같이 찾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권장을 하는 정도까지는 되지 못했고 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주된 목표입니다.

 오늘 자리에서는 다들 해야겠다는 의식은 공유되고 있는 것 같은데, 많은 주변 사람들을 동참하게끔 하는 방법이 뭘지 나누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동네, 즉 본인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손수건을 선물할 때 주변사람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텀블러도 마찬가지죠. 아름다움이 더해져야 좀 더 수월하게 동참할 수 있겠다 싶기는 해요.

저도 다회용빨대를 선물하곤 해요. 회사 내에서 선물하면, 모르는 분들도 관심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선물이 가장 효과적이고 은근한 압박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분별한 선물은 쓰레기를 만드는 셈이니까, 꼭 해야 하는 기회를 잘 잡았으면 해요. 받는 사람에게 사용법도 안내해주면서 말이죠.

소속되어 있는 집단마다 나름의 노력이 있을 거예요. 회사나 동네에 좀더 와닿는 효과적인 슬로건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공기업에 다니기 때문에 아예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강제성이 있는 편이 사실 제일 좋죠. 다만 개인컵을 쓰더라도 믹스커피 등 패키지나 비닐이 쌓이는 건 막을 수 없더군요.

단시간에 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시스템의 변화는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믹스 일인분 대신 병에 담아둔다든지 하는 노력을 할 수도 있겠죠. 저는 시골에 있다 보니까 환경운동을 하기도 쉽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원해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을에서 텀블러 대여는 기본이고, 10명 이상이 살고 있는데 음식물쓰레기를 모아서 분해해 텃밭 거름으로 사용합니다. 도시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들이 쉽게 이루어집니다. 또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칫솔을 많이 씁니다. 어쩐지 좀 더 힙해보이기도 합니다.

저도 대나무 칫솔을 선물하면서, “대리님, 여섯 살 때 썼던 칫솔이 아직도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소름 끼치지 않아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개인에서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건 분명 필요해요. 저는 조직 내에서 아군을 찾는 편이에요. 가구 회사는 이미 환경을 많이 훼손하고 있는데, 회사 내에서 무분별한 문화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리스크일 수도 있다고 홍보팀에 알리는 식으로, 공감해줄 만한 이해관계자를 찾는 거죠. 학교 내에도 이런 방법이 있을까요?

모든 학생들이 관심이 없을 뿐 알고는 있죠. 저는 컴퓨터전공인데요. 학교 앞 가게들과 협업해서 텀블러 사용을 장려해서 적립하는 어플을 만들려고 했는데 팀 회의에서 묵살되었습니다. 공감보다는 유난스럽다는 반응을 샀어요.

저는 얼마 전까지 스타트업에 다녔는데 거의 모든 게 구비되어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커피머신 옆에 일회용컵이 놓여 있다는 사실이었죠. 라면을 바로 끓여먹을 수 있는 기계도 있었고.

이해관계와 연결해서 이야기를 해서 경각심을 자연스럽게 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사는 곳은 아직 공실이 많은 오피스텔인데, 분리배출 장소가 지저분하고 쾌적하지 않아서 입주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부동산중개인이나 관리인에게 말할 수도 있을 테고요. 회사에서도, 내 가족은 아니지만 일하는 분들이 어떤 환경을 마주하는지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움직이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아침마다 새벽4시에는 출근해야 쓰레기를 다 치울 수 있는 환경에 처해 계시더라고요.

우리는 하나의 장면만 소비하게 되는데, 전체의 맥락을 알게 되면 무신경해질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쓰레기가 처리되는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이에요. 유대, 환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사람들을 위해 환대해주어야 할 거고요. 마음 맞는 사람들 몇 사람만 서로를 발견하고 유대하는 것만으로도 조직에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겁니다.

보틀팩토리가 생기고 나서 진짜 많이 느낀 게 연대의 힘이에요. 플랫폼처럼 기능하는 거점이 생긴 셈이니까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운을 얻었어요.

    2번 테이블의 기록

일상이나 일터에서 어떻게 나의 삶을 바꿀수 있을지에 대한 팁, 일터나 일상 바깥으로 범위를 넓혀서 환경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전 일회용 플라스틱사용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고, 최근에 좀더 표현을 하고 액션을 취하고 있어요. 주변에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회용용기에 담아주는 것이 매뉴얼로 되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슈퍼에서 다회용 보자기를 사용하려고 하는데 마트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무엇을 사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불안해하시는 것 같았죠.

저는 생협에서 일을 하는데 생협물품을 주문할 때 대용량으로 주문을 하고 소량을 소분하여 판매합니다. 비닐을 제공하지 않고 아이스팩이나 스티로폼은 마을에서 돌려가며 다시 쓰고 있어요.

생협에서는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생협박스를 통째로 두었다가 회수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계신 걸로 알아요. 플라스틱박스의 순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놀랐어요.

요즘에는 마켓컬리도 패키지를 변경 중인 모양이더군요. 종이박스에 종이테이프와 친환경접착제를 사용하는 식으로요.

일터에서 쓰레기를 줄이자는 얘길 혼자 하면 유난떠는 걸로 비치는 것 같아 의지가 약해지는 느낌입니다. 개인의 변화에는 한계가 명확하고, 기업이나 정부의 조력이 절실하지만, 개인이 기업이나 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페스티벌에서 캠페인을 계속하다 보니 실천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기업 차원의 후원이 가장 효과적이죠. 종이박스의자가 가장 큰 쓰레기가 되는데, 바꿔보자고 요구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관객의 실천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은 일부에 그치기에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페스티벌에서 이용객이 만 명 단위를 넘어서면 세척 시 상하수도 설비가 필요해집니다.

주변에 분리수거에 불참하는 사례를 발견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제주도의 관광업이 발달하면서 발생하는 여행객 쓰레기가 굉장한 양에 달합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다수인 상황에서는 국가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하죠.

아프리카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광활한 평야에 쓰레기 비닐봉지가 떠돌아다니고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덜 발달된 곳에서 더 친환경적인 생활을 할 것 같지만 발달된 국가에서 환경문제를 삼고 친환경활동을 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3번 테이블의 기록  

생태환경 단체에서 일을 하다가, 활동을 개별적으로 하기 위해 창업했습니다. 지역에서 생태를 중심으로 하는 청년사회주택을 운영하게 되었고, 청년들이 그 집에서 생태적인 커뮤니티를 이루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전 카페 샘의 지킴이로 일하고 있습니다. 채우장을 같이 기획하면서 환경에 대해 점점 알아가고 있습니다.

전 환경친화적인 스타트업을 하고 있습니다. 생태, 되살림에 관한 주제인데요. 지구를 위한 책이나 손편지를 교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비건으로 생활하며 환경과 맞닿은 지점이 많아 제로웨이스트를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여름의 공론장도 참여했지요. 비건지향이 된 데는 도축영상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고, 내가 동물성을 안 먹는다 하더라도 자연환경을 파괴하게 되면, 아무 소용 없지 않겠나 싶어 환경에도 관심이 옮아왔습니다. 저는 쓰레기통을 두지 않고 자취를 하고 있는데요. 쓰레기통이 없으니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소비단계에서의 고민이 커진 것이죠. 특히 플라스틱패키지를 가져오고 싶지 않아요.

저도 ‘잘 버리면 되지’에서 ‘잘 소비해야지’ 하는 삶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대형마트를 가는 대신 생활용품 대부분과 식재료를 한살림에서 구매하고, 웬만해선 제철음식 위주로 먹습니다. 2+1행사상품이나 샘플, 사은품을 주는 대형마트의 물건들 중 상당수는 결국 버리게 되니까요.

저도 일상에서의 습관으로, 재래시장을 이용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고민이 가장 깊습니다. 웬만하면 음식을 남기지 않고 과소비를 않으려고 해요. 가열하지 않은 음식물이 흙과 만나면 자연퇴비가 된다고 해서, 텃밭에 버리고 있습니다. 작물을 키워 이웃과 나누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생일선물 받지 않는 것을 실천했습니다. 함께 만나는 모임들은 매년 서로 생일을 챙겨주는데, 포장도 부담되고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친구는 돈을 쓰고 나는 그것을 처리해야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되니까요.

내가 실천하는 것을 주변과 동네의 변화로 확장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카페에서 빨대 안 쓰기를 제안하려고 하니, 우선 빨대 사용에 관해 관찰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음을 걷어낸다든지, 컵이 가벼워야 한다든지 등의 디테일들이 보였죠. 컵의 크기, 얼음의 양을 조절하여 사용자들로 하여금 빨대를 사용하지 않도록 조금이나마 이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동네 사람들을 동참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테이크아웃 할 때 꼭 용기를 챙겨서 가져가거나 포장 없이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정말 많이 듣는 말은 “정말 괜찮아요?” “왜 그렇게 하는 건데요?”인데, 설명해드리고 나면 무척 놀라십니다. 이 용기가 자그마치 500년간은 썩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면 말이죠. 항상 보는 가족, 동료, 친구들에게는 더욱더 티를 많이 내고 자세히 설명하려고 합니다.

    

4번 테이블의 기록  

일회용품을 극단적으로 사용하지 않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가끔 라면을 사먹고 풀어주는 기간이 필요해요. 분리수거나 재활용에 대한 맹신이 있었는데 다운 대표님의 플라스틱 쓰레기 여행을보고 믿음이 깨졌습니다. 분리수거 이전에 소비부터 점검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죠.

전 집밖이 바로 텃밭인 시골 생활을 했었는데요. 서울에 올라와보니 처음 마주한 게 ‘쓰레기’였습니다. 식재료를 배달받으면 오는 비닐들을 함에 모아놓았다가 다시 사용하는 식으로 작게 실천합니다.

자취를 하면서 물건을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가에 가면 마음이 복잡해져요. 냉장고만 봐도 집에는 작은 것을 하나만 쓰지만 집에는 양문 냉장고 1대, 김치냉장고 2대가 있거든요. 냉장고에 들어 있는 어마어마한 음식들… 부모님의 습관이라 설득이 어렵더라고요.

다들 텀블러 쓰시나요?

다양한 텀블러들을 사용하다가 잘 맞는 텀블러를 만나게 됐습니다. 지금 들고 다니는 텀블러는 도자기 재질인데요, 마음에 드는 힐을 신은 것처럼 꼭 맞습니다.

저는 텀블러를 잘 안 들고 다녀요. 위생도 걱정이 되고, 어떤 게 맞는지도 모르겠어서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활동 반경이 정해져 있어서, 사무실에 제 전용 컵이 있고요, 가까운 카페를 갈 때는 그 컵을 가져가기도 해요.

개인적인 생활에서 리퓨즈, 즉 거절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거절하는 스티커를 자주 쓰는 신용카드에 붙여두었어요. 많은 점원분들이 미리 영수증이나 빨대를 빼고 주세요. 자동으로 발행되는 영수증 기기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요.

빵집에서 비닐 포장해주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런 경우 스피드가 필요한 것 같아요. 빵집에서는 유산지에 돌돌 말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고요.

사실 지하철에도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의 아쉬움은 텀블러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에코백도 그렇고요.

주호민 작가가 그랬잖아요. 텀블러가 2개 이상이면 오히려 환경 파괴자라고.

분리수거 종량제가 생겨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처음 쓰레기 종량제가 생겨나면서 쓰레기 양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책상은 책상이다.” 쓰레기통을 쓰레기통으로 부르기로 한 약속, 가끔은 깨보면 어떨까요? 하루는 쓰레기통을 깨끗이 씻어 화분으로 만들고, 좋아하는 꽃을 심어보는 거예요. 없어진 쓰레기통을 생각하며, 버려질 예정이었으나 내것이 되지 않은 상점의 반짝이던 물건을, 아깝지 않게 추억해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평생을 실천해도 ‘요요’가 돌아오지 않을 만한 ‘변화’가 지금 막 우리 동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회용품을 없애다 살펴보기_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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