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 공론장⑤] 「일회용품을 없애다」사전인터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11-02

제로가 아니어도 괜찮아 1

<보틀팩토리, 카페 일회용품과 가정 분리배출 너머의 환경 이야기> 

가금류나 생선을 허용하는 세미베지테리언부터 계란이나 유제품을 허용하는 채식주의자, 육식성분 자체를 거부하는 비건까지 비건지향의 스펙트럼은 다양한 만큼이나 꽤 명확히 분류되어 있습니다. 대다수 비건지향의 신념이 동물보호라는 주제에서 시작하는 만큼, 식생활에 한정하지 않고 동물의 털로 만들어진 의류, 동물실험으로 만들어진 약품의 사용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죠. 그런데 어쩐지 환경보호에 관해서는 정리된 개념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vs. ‘버겁다고 느낄 수준까지’ vs. ‘극단적인 제로웨이스트’ 당신은 어디에 해당하나요?

연희동에 위치한 ‘보틀팩토리’는 작년부터 일회용 컵과 빨대를 쓰지 않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페 내에서만이 아니고 카페 바깥에서도 편히 이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민-손님들에게 텀블러를 빌려주지요. 그러면서도 가정용 쓰레기의 분리배출, 카페의 일회용품 사용에만 눈에 불을 밝히는 것으로 안도해서는 안 된다고 걱정합니다. 작년 이들이 시작한 페스티벌 유어보틀위크는 1회차의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에서 2회차 ‘우리 동네에서 시작된 변화’라는 조금 달라진 주제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인터뷰이: 보틀팩토리 이현철, 정다운
인터뷰어: 김미래 에디터(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인터뷰 일시: 2019.9.18 오후 2시

Q. 작년에도 ‘N개의 공론장’에 참여한 팀이지만, 생소한 분들을 위해서 ‘보틀팩토리’를 소개해주신다면요?

A. 현철 :  보틀팩토리는 일회용품 없는 케이터링, 텀블러 쉐어링을 하는 카페입니다. ‘N개의 공론장’이라는 프로그램은 보틀팩토리와 결이 잘 맞아 작년부터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페스티벌다운 경험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좀 더 콘텐츠를 풍성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카페의 특성, 운영자의 생각을 살려 바로 이곳에서 공론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희뿐 아니라 가까운 카페들의 생각을 아니까 함께 모여 좀 더 생각을 발전하고 펼치려고 해요.

Q. 2018년 5월, 보틀팩토리라는 공간을 열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현철 : 다운 씨는 환경 공부도, 관련 활동도 많이 했고, 저는 카페 운영에 관심을 두다가 우연한 계기로 다운 씨가 운영하던 공간 ‘하다’에 카페를 열게 되었어요. 카페 팝업을 하다 보니, 반나절만 지나가도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나오더군요. 팝업 카페를 서너 달 운영하는 동안, 유리병을 세척해서 빌려드리는 등의 작은 시도를 하다가, 아예 새로운 공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카페라는 여럿이 오가는 공간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동안 불편하거나 원칙을 지키기 힘들었던 순간이 있나요? 

A. 다운 :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할 뿐 완벽히 수행하지는 못합니다. 베이킹을 하는 동안에도, 불가피한 쓰레기가 나오거든요. 할 수 있는 만큼 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다만 이런 원칙은 있어요. 일회용품이 구비되어 있는 상황에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없는(없앤) 상태에서 대안을 새로 찾자고요.

Q. 딴말이지만 극단적인 제로웨이스트를 하고 싶어도 일터에서 먼저 ‘아이덴티티’를 시각화하는 매체를 실물로 만드는 순간, 패키지든 뭐든 절약하기 힘든 요소가 되잖아요? 좋은 의도로 만든 에코백도 판촉물로 쓰이게 된 순간, 가장 환경에 위협이 되는 물건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요.   

A. 다운 : 제로웨이스트보다는 역시 ‘레스웨이스트’가 실천하기 좋은 시작 단계일 거예요. 다만 대형폐기물과 같은 큰 요소들이 원천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니 위험하단 생각이에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카페 일회용품’과 ‘분리배출’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이 정도로 동참하니 좋지만, 여기서 만족하고, 할 만큼 했다고 안도하는 태도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리수거와 카페 테이크아웃 컵 바깥에 있는 것, 플라스틱이 왜 사랑받는지, 공장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비닐이 헐값에 유통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하는 것들에 대해 공론장에서 나누었으면 해요.

Q. 처음 ‘N개의 공론장’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요? 

A. 현철 : 관심 있는 주제가 많았기 때문에 단순히 참가자로서 자리해보기도 하고, 그러다 심의에 참여하기도 하다가 공론장을 직접 열게 되었습니다.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을 슬로건으로 삼은 첫 유어보틀위크는 홍대 반경 곳곳에 있는 좋아하는 카페 일곱 곳과 함께했던 제법 규모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카페들과 함께해서 페스티벌 노출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카페 사이 거리가 먼 탓에 그만큼 연결감이 희미하다는 아쉬움도 남았죠. 올해는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로 반경으로 좁힌 대신 카페/떡집/분식집 등 지역 내 다른 업종과도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그 밖에도 동네카페에서 열리는 다양한 공연, 워크숍, 공론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축제’란 말 그대로, 함께 보고 함께 즐기는 경험을 강화하고 싶으신 거군요. 그렇담 작년보다 축소되거나 확장된 부분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A. 현철: 우선 올해는 기간이 두 배(2주)로 늘었어요. 일주일만으로는 텀블러 대여의 주기/횟수가 아무래도 한정되니까 습관, 나아가 생활의 연습으로 삼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다운: ‘우리 동네에서 시작되는 변화’가 이번 유어보틀위크의 슬로건인 만큼 비교적 장소성이 강조되었죠. 기획자로서도 그렇지만 주민으로서도 흥미로운 점은, 공연 보려면 어디로 나가야 하잖아요? 영화제만 해도 그 지역을 찾아야 하고. 그런데 공연하는 팀이, 영화제가, 공론장이 동네로 찾아오는 느낌인 거예요. 동네 자체가 들썩이는 듯한 새로운 기분이 들어요.

Q. 로컬 공간으로 기능하는 만큼, 보틀팩토리를 찾는 주민-손님들과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이 잘 맞다고 느끼시겠군요?

A. 다운: 자주 느끼는 편이에요. 보틀클럽(보틀팩토리에서 텀블러를 대여하고 있는 멤버십 가입자)에 속한 멤버가 100명이 넘는데 그중에는 거의 매일 이용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가 참 궁금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언뜻언뜻 반응을 짐작해보지만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다면 재밌을 텐데 말예요. … 언젠가는 보틀클럽이 콘텐츠(구독) 멤버십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Q. 공론장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요?

A. 현철 : 각자가 가진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이 펼쳐지면 좋을 것 같아요. 옳고 그름을 가르는 공론장이 아닌 타인의 생각을 다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공론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공론장 이후에도 후속 모임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관심 있는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실질적인 생활, 실행 측면에 맞춰서 우리들이 일터에서 가정에서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나누어보았으면 해요.

다운 : 공간 거점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동네에 뿌리내린 공간에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더 좋은 다음이 계속 이어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사전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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