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 공론장④] 「‘요즘 것들’의 커뮤니티」사전인터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11-02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하고 있습니다.

이 신기한 동네에서 샘은 매일 새로운 일을 벌이고, 사람들을 불러들입니다. 고양이 연주회 <밤 하늘 별>, 샘 클래스 <3분 소설>, <우리 동네 작은 영화관>, <취중토론회>, 시와 술이 흐르는 <시술의 밤>. 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보면 웬만한 유튜버 뺨치는 콘텐츠와 신난 사람들, 나른한 고양이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될 거에요. 그리고 놀랍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 모든 일이 이뤄지기까지 누구도 ‘오더’나 ‘컨펌’을 내리지 않았다고 해요.

카페 <샘>은 지도에 ‘연희동 카페’라고 검색했을 때 빨간 핀들이 표시되는 구역과는 조금 먼 곳에 있어요. 연남동과 가좌동 사이, 홍제천과 궁동공원 사이에 섬처럼 ‘연희 재개발지구’가 있습니다. ‘유사 홍대’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에서 살짝 벗어나서 조용한 이곳에 카페 <샘>이 있어요. 버스 몇 정거정만 더 들어갔는데도 마치 다른 지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거에요.


인터뷰이: 카페 샘의 기획자 예은, 혜진과 최경민 사장님
인터뷰어: 금혜지 에디터(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인터뷰 일시: 2019.9.25 오후 1시

Q. 먼저 카페 샘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A: 예은: 저는 평일 낮 시간에 카페 업무를 하는 샘 매니저이고, 저녁에 행사나 공연이 있을 때는 기획과 운영을 하고 있는 임예은이에요.

혜진: 정혜진이라고 하고, 토요일에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예은과 함께 행사 기획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있어요.

사장님: 최경민이구요.. 사장…(웃음)이구요. 특별히 하는 역할은 크게 없어요. 주로 기획은 두 친구가 하고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Q. 세 분은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해요.

 A: 사장님: 7년 전에 회사 동료들과 퇴사후 채소가게를 오픈했어요. 원래 이쪽만 카페였고 저기는 야채 파는 곳이었거든요. 야채 가게, 카페, 식자재 유통업을 같이 하다가 동업자들이 떠나고 4~5년 전에 혼자 사업을 하게 돼서 공간 전부를 카페로 쓰게 됐어요. 원래 저는 이 공간을 사무실이나 쉴 공간으로 썼는데,  제가 좋아하는 공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서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예은: 사장님과 저는 페이스북으로 알게 됐어요. 제가 미대를 다녔는데, 졸업전시를 할 때쯤에 친구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경쟁심리가 생기는 거에요. 한 번이라도 심사, 경쟁, 평가 없이 전시를 해보고 싶었어요.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 7명을 모았고, 공간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사장님과 연락이 닿은거에요. 무료 대관을 제안하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2주 정도 전시를 했어요. 그 기간 동안 여기가 7명의 지인들로 북적북적했고 전시를 한 사람이나 보러 온 사람이나 너무 좋아했어요. 사장님이 보기에도 좋았던 거죠. “계속 이런 식으로 공간을 써줄 수 있겠냐”고 또 제안을 주셨어요.

이 친구(혜진)는 사장님과 같은 공동체에 있었는데,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 어깨 너머로 보다가 18년도 3월에 저한테 그림을 배워보겠다고 연락을 했어요. 혜진이는 사회학 전공인데 그림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봤는데, 너무 잘하는 거에요. 가르칠 게 없어서 그냥 같이 전시를 하자고 제가 제안했어요. 그 때부터 조금씩 같이하다 올해 초부터 완전히 같이 일하게 됐어요.

고양이 이름 : 밤 


Q. 고양이가 정말 귀여워요! 여기에서 지내는 고양이인가요? 이름이 뭐에요?

 A: 예은: 얘는 가게 옆에 사는 길냥이 밤이에요! 카페에 자유롭게 드나들곤 해요. 카페 옆 공터에 갓난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가 버려져 있었거든요. 어미가 있는 줄 알고 두었다가 두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너무 안돼서 남은 셋에게 밥도 주고 화장실도 치워주고 정성을 쏟아서과 여태 함께 지내고 있어요. 세 고양이 이름이 밤, 하늘, 별이에요.

아이들을 돌봐주다보니까 정이 들었는데 저도 알바생이다보니 사료값이나 여러가지 비용이 부담이 되었거든요. 그러다 여기를 매일 왔다갔다하던 예술가 언니들이 고양이 연주회를 열자고 제안한 거에요 요즘 다 고양이 좋아하니까 행사를 열면 사람들이 많이 올거다, 거기서 모인 돈으로 사료도 구입하자면서 기획을 했어요.

일이 진행되는 방식이, “뭔가 해볼까?”, “뭐하지?”, 얘기하다가 누군가 “예은아, 너가 밤이는 어떤 고양이인지 얘기해봐” 이러면 제가 “밤이는 첫째야. 왜냐면 용감해서 어디든지 먼저 들어가보고 다치기도 하는 고양이거든”하면서 얘기를 해줘요. 그러면 옆에서 피아노 작곡가인 오빠가 “이 노래 밤이랑 어울리지 않아?”하면서 노래를 만들어 주더라구요. 그런식으로 살이 붙는거에요. “진짜 잘어울린다, 그거 밤이 노래로 하자”이렇게 하면서. 이게 밤이 노래에요. (영상 링크)

밤이 노래에서 ‘야옹’소리가 들리시나요? 완벽한 타이밍을 각 재고 있는 트라이앵글 연주자는 사장님네 집 아가라고 합니다

혜진: 이렇게 밤하늘별의 이야기와 노래를 하다가 마지막엔 생명에 대한 영상을 5분정도 틀어놓고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우리 고양이들만 얘기할 게 아니라 길에 버려진 모든 생명들을 생각하고 위로하는 명상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식으로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어요.

예은: 여기 걸려 있는 연주회 포스터 그림도 인스타에서 알던 분에게 부탁해서 받은 거거든요. 인스타 친구의 친구였는데, 저희가 행사에 대해 설명하니까 너무 흔쾌히 알겠다고 해주셨어요. 그리고 길고양이들 아팠을 때 데려갔던 동물병원 원장님에게도 “저희 이런 행사를 하는데 혹시 오셔서 길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해주실 수 있겠냐”고 여쭤봤거든요. 원장님도 정말 흔쾌히 수락하셔서 길고양이에 대한 큐앤에이 시간을 가졌어요. 그런 식으로 하나씩 행사의 살이 붙어가요.


고양이 : 밤 – 하늘 – 별 


Q. N개의 공론장을 신청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근처 카페들과 함께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어보틀위크에 참여한 카페들은 어떻게 커뮤니티를 이루게 됐나요? 

 A: 예은: 혜진이가 환경에 관심이 많아요. 보틀팩토리가 환경 문제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고 알려줘서 같이 들렀죠. ‘이 친구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로 말을 걸어서 카페 분들과 친해졌어요. 보틀팩토리 사장님이 ‘채우장’이라는 일회용품 없는 플리마켓을 기획했는데, 저희와 함께 기획을 제안하셨거든요. 그걸 계기로 친해지고 얘기도 많이 하게 됐어요. 공론장도 보틀팩토리에서 먼저 제안을 주셔서 저희도 “오 재밌겠는데?” 하고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Q. 공론장 주제에 ‘요즘 것들’이라는 키워드가 흥미로워요. 만약 기획하신 예은, 혜진님이 ‘요즘 것들’이라면, 반대항이 될만한 ‘기성세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A: 혜진: 처음에는 ‘세대론적인 이야기를 해야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이런저런 자료를 들춰보면서 <청년팔이 사회>라는 책을 되게 인상 깊게 읽었거든요. 그런데 ‘요즘것들’이라는 말을 쓰긴 했지만 이 용어를 우리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쓰는게 아니에요.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이미 ‘지난 것들’이 아닌가 해요. 번아웃이나 사람을 부품처럼 이용하는 예전의 방식이 가지고 있는 폐해가 있잖아요. 이런 ‘지난 것들’에 대항하는 다른 방식으로서의 ‘요즘 것들’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여러 곳에서 대안적인 생각과 방식이 발생하고 있으니까요.

예은: 사람들은 자꾸 “요즘것들은 이래”라고 하는데, 우리의 삶은 너무 다양하잖아요. 자꾸 그렇게 하나로 묶어서 말해버리면 각자가 수동적인 객체가 되는 것 같아요. 세대론을 나누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세대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살아온 삶의 맥락을 고려해야하는 거잖아요. 하나로 싸잡아 묶는 방식은 저에게도 적용되어서 어떤 틀 안에 저를 가둘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Q. 사실 커뮤니티라는 것은 개인들이 연결돼서 하나로 묶이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잖아요, 그 안에서 개인이 수동적인 객체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예은: 커뮤니티에 대해 냉담했던 제가 “오 여기서는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개인이 존중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장님과 혜진이와 제가 한 배를 탄 이유는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 꿈을 혼자 이루기 힘드니까 서로 돕는 거거든요. 그게 가능한거죠.

Q. 이번 공론장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요?

 A: 혜진: 커뮤니티라고 해서 갔는데 결국에는 시키는 것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기존의 조직에서처럼 지시사항을 수행하다 끝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있지 않을까요? 이런 경험을 나누고 공감하면 빨리 다음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예은님과 혜진님에게는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미리 살짝 공유해주세요.

 A: 혜진: 저는 사장님과 함께 마을공동체에 있었는데요, 이 공동체는 자녀를 둔 가정으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비혼 청년 여성으로서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어떤 일이 정해지면 “네가 디자인 해봐”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거죠. 이게 착취나 강압이 아니라 그냥 제가 수동적으로 활용되는 것 같은 경험이었어요. 많이 관여해서 기획을 하고 싶었거든요.

예은: 저는 커뮤니티에 대한 니즈가 처음부터 있지는 않았어요. “나는 나의 속도가 있는데 속한 집단의 속도에 체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게 됐네요. 재밌었던 게, 제가 여기서 막 이것저것 열의를 가지고 하니까 어떤 어른들이 저를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여성으로 인식한거에요. ‘우리 회사에 오면 자기 일처럼 할 것 같다, 디자이너로 올 생각이 있느냐’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런 기성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어느 환경에서나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게 주체적인 기회가 주어진 맥락이 있으니까 가능하다는 거에요.

Q. 공론장에는 어떤 분들이 오셨으면 하나요?

 A: 기존의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다루는 방식에 염증을 느꼈던,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이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요!

(사전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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