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N개의 공론장③] 「우리가 먹는 사이」 사전인터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11-02

‘살’로 연결되는 우리 사이

소, 돼지, 닭 그리고 여타의 비인간동물이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그 여정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가려져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과 기계가 이들을 살찌우고, 감옥에 가두듯 감금하고, 강제로 출산을 시키고 죽이는 잔인한 현장은 인간의 일상 바깥으로 치워져있지요. 어쩌면 이 또한 공장식 축산업 시스템이 의도한 결과가 아닐까요. 내가 먹는 고기가 누군가의 ‘살’로부터 어떻게 가공됐는지 안다면, 마음이 고기를 거부할 테니까요.

“‘직접 죽일 수 없으면 먹지 마라’라는 비건 슬로건이 있잖아요. 외면할 수 없는 슬로건인 것 같아요. 모르는 상태로 먹는 건 부끄러운 일이니까요.” N개의 공론장 <우리가 먹는 사이>의 주최자인 카페여름 운영자 성원은 ‘부끄럽기 때문에 더더욱 공론장을 통해서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며 대화를 청합니다.


인터뷰이: 카페여름 운영자 성원
인터뷰어: 정아람 에디터(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인터뷰 일시: 2019. 09. 17. 오전 11시

Q: 카페여름은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는 카페며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전시나 독립음악가들의 공연이 열리는 곳이기도 한데요. 린넨, 나무 등의 소재로 생활 소품을 만드는 소규모 제작자들의 작업물을 전시, 판매하는 아늑한 곳이기도 하고요. 카페여름은 어떤 곳인가요?

 A: 기본적으로 작은 원두 가게입니다. 각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고 있고요. 익명으로 모인 각자가 잠깐 시간을 보내는 간이 휴게소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니까 거기서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다른 일도 일어날 수 있겠죠.

Q: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서의 카페의 가능성”을 실험하는‘유어보틀위크’의 취지에 걸맞게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네요. ‘유어보틀위크’를 기획한 보틀팩토리와는 어떻게 “N개의 공론장”을 열게 되었나요?

A: 보틀팩토리에서 먼저 제안을 해주었어요. 보틀팩토리 멤버들 대부분은 비건이거나 비건 지향이거든요. 가끔 만나면 채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제안을 받고 고민했지만, 우리가 좀 더 이야기해야 했던 것들, ‘목도’해야만 하는 현실을 다루고 싶어 N개의 공론장을 열게 되었어요. 공장식 축·수산 시스템 문제와 채식을 이미 잘 아는 사람보다는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했거나, 장벽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Q: <우리가 먹는 사이> 소식을 알리는 인스타그램 공지글에 “그동안 여러 이유로 유예하고 외면한 공장식 축·수산 시스템 문제”라고 쓰셨는데요. 그동안 공장식 축·수산 시스템 문제를 의도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무엇 때문에 말하기를 피해왔던 걸까요?

 A: 공장식 축·수산 문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을 착취하고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는 문제잖아요.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진짜 민낯을 들여다보진 않는 것 같아요. 관심이 있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제가 견딜 수 있는 정도에서만 그런 것 같고요.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지 않나 질문이 들었어요.

오랜 시간  비겁하다고 해야 하나, 모르는 사람들과 있는 어려운 자리에서 분위기 깨고 싶지 않아 한두 점이라도 억지로 먹거나 먹는 척을 했던 것 같아요. 불편하지 않는 선에서만 관심을 갖고 실천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을까. 이기적인 것 같아요. 어느 선 이상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최근에 더 많이 하게 되었어요.

 Q: 앞에서 말한 ‘목도해야만 하는 현실’이 방금 말씀하신 ‘어느 선 이상을 넘는 것’과 연결되는 거 같은데,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A: 영화와 여러 책을 통해 공장식 축산이 얼마나 문제인지 좀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어요. <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2018)는 축사에서 일한 저자가 적당한 선에서 깊이 들어가서 축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 치킨전>(정은정, 2014)은 닭이 먹거리로 생산되고 길러져 도살되고 고기로 판매되는 시스템을 자세하게 다룹니다. 비건 지향은 동물권 측면에서뿐 아니라 자본에 의해 돌아가는 시스템, 인간의 노동, 땅 수탈의 문제와 연결된다는 걸 보여줘요. 축산용 동물의 먹거리인 옥수수 사료를 위해 토지를 수탈하는 과정에서 원주민이 배제되는 ‘랜드그랩(Land Grabbing·땅 뺏기)’문제도 있고요. 많은 것들이 같이 얽혀있어서 들여다보면 볼수록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비건을 지향하기까지 영향을 준 사건이 있나요?

A: 개인적으로 고기를 별로 안 좋아했어요. 단순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굳이 먹어야 할까 싶었어요. 구제역으로 가축 돼지를 살처분하는 현실과 공장식 축산의 현실을 보면서 ‘이건 아닌 것 같아. 나는 별로 안 먹고 싶다’ 정도의 마음만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책을 찾아 읽게 되었고요.

어느 날 ‘도대체 동물원이 왜 있어야 할까?’ 질문이 들었어요. 인간을 위해서 몸에 맞지도 않은 환경에 동물이 갇혀 사는 게 너무나 이상한 거예요. 크고 작은 다양한 것들이 꾸준히 쌓여온 것 같습니다.

Q: 황윤 감독과 숲이아 님을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한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A: 10여 년 전, 황윤 감독님의 로드킬을 다룬 다큐멘터리 <어느날 그 길에서>(2006)를 극장에서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이후에 <작별>(2001)도 인상 깊게 봤는데,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를 볼 때 (<작별>과) 같은 감독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비인간 동물에 관심 갖고 다양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사랑할까, 먹을까>(2018)는 감독님이 <잡식가족의 딜레마>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쓴 책이에요. 공장식 축산업에서 길러지는 돼지와 동물 복지 차원에서 사육되는 돼지를 교차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해요. 여러 가지 이유로 공장식 축사의 돼지를 촬영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기억에 남아요. 태어나 1년도 되기 전에 엄청 빠르게 발육시키고, 고기의 품질을 위해서 도살하기 때문인데요. 자연 태생의 돼지보다 짧은 시간 인위적으로 빠르게 키워져서 죽임을 당하는 거잖아요. 감독님도 돼지 살처분 소식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해요.

숲이아 님은 비건 친구를 통해 소개받았습니다. 채식 비건 베이커 ‘숲속과자점’은 실제로 있는 가게가 아니지만, 비건 베이킹을 하는 활동명이에요. 숲이아 님은 랜드그랩 문제 때문에 동물과 먹거리 고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시기에, 마다가스카르가 축산업의 동물을 먹일 용도로 국토의 3분의 1을 한국 기업(대우 로지스틱스)에 팔아 옥수수를 키웠어요. 인간이 먹을 고기를 기르기 위해 인간이 사는 토지를 수탈하고, 원주민이 밀려나게 되는 문제 때문에 먹거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먹거리로 동물을 사육함으로써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는 분들이, 먼저 고민하기 시작한 분들이 이야기를 시작해주시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우리가 먹는 사이>가 모두에게 어떤 시간으로 남길 바라나요?

A: 각자에게 시작이 되는 자리가 되면 좋겠어요. 덜 생각했거나 피해왔거나 유예했던 것을 외면하지 않고 용기 내서 직면하기 시작하는 것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 자신도 어이가 없고 부끄러운 것들임에도, 문제라고 생각만 한 채로 오래도록 적당한 선에서 들여다보지 않았거든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큰 문제중 하나인 공장식 축·수산 시스템 문제와 우리가 고기를 먹는 것이 왜 문제인지를 들여다보고 피하지 않는 출발선이 되길 바랍니다.

(사전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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