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청년허브 9월 특강] 청년, 앎의 기초체력을 기르다 9월 Day. 2 “박물관 보는 법”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10-21

청년, 앎의 기초체력을 기르다 9월 Day. 2 "박물관 보는 법"

구분 사회적자원연계 - 인적자원연계 사업
일시 및 장소 2019년 9월 25일 19:00 - 21:00 / 청년허브 다목적홀
강연자 황윤 (도서 저자)
협력 유유출판사
참가자 40명
구성 대중강연 4회
기획의도 당장의 취업과 승진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새로운 삶의 경로를 모색하는 청년을 위한 기초 교양 강연입니다. 도서관 / 미술관에서 앎을 탐구하는 방법, 읽고 쓰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특강 주요 내용

✅ 근대국가의 신전, 박물관
✅ 한국의 박물관사
✅ 한국 박물관의 그림자
✅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안목

 

근대국가의 신전, 박물관

“박물관이라고 단어의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사전적으로는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 보존하는 곳. 하지만, 박물관의 의미를 더 깊게 보려면, 근대사를 알아야 합니다. 박물관과 도서관은 근대에 영국, 프랑스와 같은 급성장한 나라가 근대의 과학적, 논리적 사조로 자신들이 일구어낸 역사를 보여주고 알려주는 공간입니다. 박물관은 대부분 옛날의 왕들이 궁으로 사용했던 궁궐, 이런 데를 많이 썼어요. 그래서, 박물관을 단순한 전시/학습공간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 근대국가의 힘, 교육과 문화 수준을 과시하는 공간, 근대의 신전이라고 보면, 박물관의 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근대국가는 왜 박물관을 큰 돈을 들여 만들었을까요? 저는 박물관을 나라의 족보라고 생각해요. 18, 19세기 조선에서도 상인 계층이 성장하며, 족보를 사서 양반이 되는 이야기와 마찬가지입니다. 국가도 선진국, 소위 강대국이 되면 자기 역사를 바꾸고 싶어요. 그런데 너무 대놓고 바꿀 수는 없잖아요. 논리적으로 세련되게 바꿔야 해요. 세계 지도를 보면서 이야기 해 봅시다.”

“이 지도를 보여드리는 이유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문명이 발상되었을 때,  영국이나 프랑스는 그야말로 변방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대역전이 되었죠. 강대국이 박물관을 통해 어떻게 족보를 바꾸는 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1830년에서 자유의 여신이란 그림이 나오죠. 근대 민주주의의 상징입니다. 왕정을 깨부쉈고 민주주의를 만들었고, 현대 민주주의의 대부분의 국가가 이 시스템을 갖고 있잖아요. 그런데 프랑스인들은 이런 정신의 발상지를 찾았습니다. 바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로 시작된 인본주의입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유물을 박물관에 가져온 겁니다. 자연스럽게 프랑스가 발전시킨 혁명 정신이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서술이 되는 거죠.

한발짝 더 나가서, 그럼 르네상스는 어디서 발상되었을까요? 고대 그리스이죠. 자연스럽게 그리스에서 시작된 고대 민주주의 / 인본주의는 어디서 가져왔을까요? 그리스 문명의 진수도 실은 메소포타미아에서 문명의 진수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더 깊게 파고들면, 이집트 문명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죠. 이 논리를 따라가면, 현재 프랑스의 위대한 성취는 이탈리아도 아니요, 로마도 아니요, 그리스도 아니고,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 프랑스의 족보는 2, 300년 전에 갑자기 발전한 신진국가가 아니라, 기원전 4000년의 어떤 문명의 진수를 받아들이면서 성장을 한 하나의 일류 국가이다. 라는 서사가 가능합니다. 그게 박물관이 이야기하고 싶은 거예요.

더불어, 강대국의 힘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 한편, 식민 교육, 제국주의적 논리라는 비판을 피하진 못하고 있지만요.”

 

한국의 박물관사

“한국의 박물관도 일제시대 때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박물관은 순조가 자발적으로 자금을 출원하여 유럽의 박물관처럼, 조선 왕조의 신전이자 왕권을 상징하는 궁궐인 창덕궁, 덕수궁에 이왕가 박물관을 세웠습니다. 일제는 세자궁을 개조하여,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만들어 힘을 과시했습니다. 이 두 박물관이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전란을 겪으며 박물관이란 개념이 사라졌습니다. 가난한 나라에겐 너무 큰 사치였죠.

그 동안 유물들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규모의 여러 박물관을 전전합니다. 아시안게임이 열린 86년을 기점으로,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지정하면서, 그나마 다른 나라에 자랑할 만큼의 박물관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조선총독부를 철거하면서, 유물들은 경복궁에 있는 시설물로 옮겨졌다 드디어 2005년,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박물관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설립됩니다.

이 박물관의 설계가 나오고 예산이 편성되었을 때, 과거 박물관장들이 굉장히 반대했다는 후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이 이 규모의 박물관을 채울 수 있는 역량이 될까?’ 라는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여러나라의 특별전을 수시로 열고, 관람객 수도 아시아 3위를 기록할 만큼 성공적인 박물관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높은 수준의 문화적 소비가 가능한 선진국의 대열로 올라섰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한국 박물관의 그림자

“여태까지 국가 주도로 설립한 박물관 위주로 얘기했다면, 이제 사립 박물관으로 갑니다.

국가가 어느 규모의 박물관을 만드는 건 할 수 있지만 사립박물관은 고도의 문화가 배어있는 나라에서만 가능합니다. 미국에는 게티미술관이란 박물관이 있습니다. 석유재벌이었던 장 폴 게티가 자기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여 설립한 박물관입니다. 놀라운건 이 박물관이 무료로 운영되고, 홈페이지에 가면 박물관의 관장 및 주요 직책자들의 연봉까지 공개될만큼 투명하게 운영됩니다.

getty museum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반면 한국의 사립박물관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요? 아직은 부자들이 재산상속의 수단으로 쓰거나, 투기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장품들이 사업주 개인의 명의로 되어있죠. 반면 호림박물관은 제가 가장 추천하는 사립박물관 중 하나인데요. 이 곳은 소장품을 모두 재단으로 명의이전을 하여 운영하고 있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립박물관도 선진국의 반열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안목

박물관은 단순히 옛것들을 진열해놓는 공간이 아닙니다. 박물관이 세워져있는 지역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우리나라도 높은 수준의 문화수준을 즐길 여건이 많이 마련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맥락으로 박물관을 다시금 방문해주시면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춘 관람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