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소식] 이 문제, 왜 문제인가…문제를 탐구한다(조선일보, 2019-06-11)

분류
허브소식
날짜
2019-06-11

일자리·환경·빈곤 등 해법보다 ‘근본 원인’ 집중
복잡하게 얽힌 사회문제 개별 기관 대처론 못 풀어 장기적 접근으로 해법 연구

‘해결책이 아닌 문제에 집중하라!’

사회문제의 해법을 찾기보다 사회문제 자체를 탐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제3섹터에 확산되고 있다. 청년들의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지원하는 ‘청년허브'(서울시 산하기관), 일자리·사회 혁신 분야를 연구하는 ‘LAB2050′(민간정책연구소), 다양한 분야의 사회혁신가들을 지원하는 ‘카카오임팩트'(기업재단) 등이 대표 주자다.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이를 공론화하는 과정을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청년허브는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환경·성차별 등을 주제로 시민과 전문가가 모여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N개의 공론장’을 진행했다. LAB2050은 전국 228개 지자체의 일자리 위기 발생 가능성을 보여주는 ‘우리 지역 일자리 위기 시그널 지도’를 만들었다. 카카오임팩트는 아예 ‘문제 정의가 해결보다 먼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카카오100UP’이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 사회문제가 일어난 이유나 현황 등을 연구해 웹사이트에 올리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들이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해법에만 관심을 갖다 보면 정작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숫자를 늘릴 방법을 고민할 게 아니라 근본 원인을 봐야 한다”면서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간의 노동력이 덜 들어가는 방식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상황인데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구호 분야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ODA(공적개발원조)의 효과성·적절성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발전대안 피다’의 한재광 공동대표는 “개발도상국 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학교를 지어도 여전히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그 지역 아이들이 교육받지 못하는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학교 건물이 없어서인지, 생계에 내몰려 일을 하기 때문인지, 학교까지 올 교통편이 없어서인지 등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그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법보다 문제를 먼저 탐구하는 접근법의 핵심은 ‘협력’과 ‘개방성’이다. 사회혁신가 육성 기관인 ‘아쇼카’의 김윤정 전략팀 디렉터는 “한 가지 사회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나 다른 사회문제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쇼카가 자체적으로 사회문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교육·환경 등 사회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들을 연결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다양한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문제의 조각을 모아 해법을 찾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자체적으로 ‘문제 탐구 모임’을 만들고 있다.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가 중심이 된 ‘쓰레기 여행’ 모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열린 청년허브 ‘N개의 공론장’에서 정씨가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이 정말 재활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각장과 매립지로 따라갔던 경험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모임이 생겨났다. 이들은 현재 ‘음식물 쓰레기’를 주제로 여행을 기획 중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면 환경오염이 줄어드는지 폐기 과정을 따라가며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정씨는 “분리배출이라는 편한 해법에 안주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면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더 나은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조선일보 지면 D4), 기사전문보기(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