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N개의 공론장] 일회용 플라스틱의 ‘진짜 가격’은 얼마일까요? 행사리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02-28

[2018 N개의 공론장] 일회용 플라스틱의 ‘진짜 가격’은 얼마일까요?

–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회적 비용에 대하여

구분 2018 N개의 공론장
일시 2018년 12월 21일 오후 7시 – 10시
구성 총 1회 진행
진행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주)보틀팩토리
참가자 60명
기획의도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 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 따라 공론장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 논의 및 다양한 관점의 해결 방법 논의

 

✅ 장소 : 서울시 청년허브 다목적홀

✅ 발제 : 정다운(보틀팩토리 대표), 장한나(미술가), 여수호(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보증금제도개선TF 팀장), 황석연(행정안전부 정책협업팀 팀장)

✅ 주요 내용

  • 우리의 손을 떠난 플라스틱의 여정
  • 우리의 손이 미치지 않는 산업계의 논리
  •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 방안
  • 일상에서의 실천 사례

 

이미지출처 : 서울시 청년허브

 

생활용품으로 너무나도 친숙한 ‘플라스틱’은 이제 시대의 문제입니다. 2018년 4월 1일, 중국의 폐플라스틱·폐비닐 수입 금지 여파로 국내 수거 업체들이 수거를 전격 중단하며 이른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대두됐습니다. 환경부는 8월 1일부로 커피 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매장에서의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고, 사용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코에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의 2015년 소식도 한국에서는 뒤늦게 회자됐습니다.

2018년 12월 21일, 『N개의 공론장』의 열다섯 번째 자리로 카페 보틀팩토리의 대표 정다운·이현철 씨가 준비한 「일회용 플라스틱의 ‘진짜 가격’은 얼마일까요?」는 플라스틱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펼쳐냈습니다(공론장 운영자 인터뷰). 사용량을 줄이고 분리배출을 잘하는 데만 몰두할 게 아니라,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제어하는 근본적인 규제 방안을 상상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고민과 모색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은 네 명의 발제자가 전한 이야기와 모둠 토론을 통해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행위가 유발하는 어떤 폭력적인 세계에 대한 책임을 공유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따라서

네 명의 발제자가 전한 이야기는 우리의 손을 떠난 플라스틱의 여정, 우리의 손이 미치지 않는 산업계의 논리,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 방안과 일상에서의 실천 사례를 두루 아울렀습니다.

사진출처 : 서울시 청년허브

 

쟁점1: 재활용은 불가능하다?

보틀팩토리 대표 정다운

정다운 씨는 감당이 안 될 만큼의 많은 수의 일회용컵이 버려진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이렇게 대량이 어떻게 처리되는 거지? 너무 궁금해서 쓰레기차를 따라가봤습니다. 그가 만든 영상 ‹쓰레기 여행›에는 그 일련의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선별장에서 폭포처럼 떨어지는 쓰레기를 보고선 무조건 줄이는 방법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벨트 위의 재활용 품목을 손으로 골라내는 선별장 직원들은 선풍기 바람에 의존하며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음식물이 담긴 채로 버려져서 파리가 날리고 악취가 났으며, 소음도 굉장했습니다.

주로 페트병을 선별하는 공장이었기에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과정과 파쇄하고 세척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삼다수’ 통에는 물이 좀 더 신선하게 보이도록 파란색 염료가 들어가 있어 따로 분리해야 했습니다.

공장장과 나눈 대화는 ‘쓰레기를 버린 이후’에 대한 사유를 이끌었습니다. “공장장님은 자장면 시켜 먹고 그릇을 닦아서 내놓는지 물으며 말하셨어요. ‘나는 닦아서 내놓아요. 그럼 가져가는 사람도 기분이 좋고, 그런 마음을 가지면 재활용이 잘돼요.’ 쓰레기를 버릴 때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는데, 그 뒤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궁금해하고 염려한다면, 태도와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공장장님이 소개해준 테이크아웃 컵 전문 재활용 공장에 갔지만 외관상으로도 운영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테이크아웃 컵은 페트병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고, 똑같은 인건비를 들여도 수익은 반값에다 환경분담금도 없고, 재질을 선별하기 힘든 조건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6개월의 여정을 마친 정다운 씨는 자신이 ‘형편없는 살림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쓰레기 처리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눈에만 안 보이면 된다며 양탄자 밑으로 먼지를 치워 넣어버리는 형편없는 살림꾼처럼 행동합니다.”(레이첼 카슨 저, 김홍옥 역, «잃어버린 숲», 에코리브르, 2018)

‘쓰레기 여행’으로 그 양탄자가 살짝 들춰졌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사무실에서, 집 앞에서, 한국에서 눈에 안 띄게 치우기만 했을 뿐이죠. 더 이상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신호가 오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흡연이 주변에 피해를 끼친다는 인식인 ‘간접흡연’처럼 일회용컵의 사용도 불가피한 피해를 발생시킨다는 인식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 서울시 청년허브

 

쟁점2: 자생력을 갖춘 괴물의 탄생

미술가 장한나

미술가 장한나 씨는 정다운 씨와 함께 전시 «마이크로 플라스틱 카나페»에 참여했습니다. 플라스틱이 만들어진 과정을 리서치했던 그는, 전시 이후 최근까지 추가 조사를 진행하며 알게 된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플라스틱은 1860년 찰스 매킨토시라는 과학자에 의해, 원유를 증류할 때 추출되는 ‘나프타’의 분해물로서 발명됐습니다. 석유의 시대, 매일같이 정유 공장은 돌아갔고, 나프타가 만들어졌습니다. “굉장히 충격적인 사실은 플라스틱의 생산 규모가 인간이 얼마나 사용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채굴된 수송용 연료에 따라서 플라스틱의 생산 규모가 결정됩니다.”

장한나 씨는 플라스틱이 ‘자체 생산력’을 갖게 됐다고 전합니다. 석유의 부산물이었던 나프타가 수송용 연료의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김태영 국제에너지기구 연구위원은 2095년이 되면 수송용 연료로 사용되던 석유의 양보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석유화학용 석유가 더 많아질 거라고 전망합니다.”

정유 시설을 운영하는 한국의 기업들은 수송용 연료의 시장이 작아지고 있기 때문에 석유화학에 투자할 방침이고, 이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 등을 정부도 돕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석유화학계는 플라스틱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자생력을 가지려는 이때, 그런 것에 제재를 가하고 능동적으로 플라스틱을 대해야 될 때가 온 게 아닐까요?”

사진출처 : 서울시 청년허브

 

쟁점3: 버리는 데도 규제가 필요하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보증금제도개선TF 팀장 여수호

여수호 씨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가 왜 제한적인지를 설명했습니다.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는 생산 업체측이 생산 양의 목표를 줄이도록 도입한 제도입니다. 생산 목표율에 생산 단가를 곱해서 돈을 받아 회수하고, 재활용 업체에 돈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생산-회수-재활용 전 과정에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테이크아웃 컵은 회수되지 않는 걸까요? 모든 용기의 사용자들에게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소 3억에서 최대 10억 매출 규모의 사업장에만 적용됩니다. “2017년도에 조사된 커피나 음료를 파는 매장은 전국 14만 개, 이중 가맹점 형태가 약 2만 4천 개였습니다. 가맹점 사업자들은 개별 사업자죠. 그들이 연간 10억의 매출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개인 커피숍도 쉽지 않습니다.” 용기에는 재활용 표시가 붙어 있지만 결과적으로 EPR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사용자인 업체의 매출 기준이 부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활용 분리 마크가 붙은 용기여도 돈이 되는 대상이 아니면 선별장에서 폐기됩니다. “1인당 64kg의 포장재 폐기물을 쓰는데, 이중 EPR 대상이 아닌 것들이 상당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페트 재질은 돈이 되긴 하지만, 너무 많이 생산됩니다. 그러다 보니 원단이 너무 쌉니다. 유가에 따라 가격은 변동되는데, 그래서 페트가 그렇게 천대받고 있는 겁니다. 만약 석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페트도 비싸집니다. 플라스틱 컵도 찾아다니면서 수거할 거고요. 지금은 돈이 안 되니까 못 한다고 하는 거지요.”

EPR을 운영하는 수단으로 보증금(RTR: Return to Retailer) 제도가 효율적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보증금 제도는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제품 가격과는 별개로 돈을 부담하고, 구입한 곳에 폐품을 갖다 주면 돈을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2017년 1월 1일 보증금을 인상하면서 반환율이 50%까지 올랐습니다. 이 제도 덕분에 외국에서는 길거리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데요. 홈리스가 가져갈 수 있도록 문 앞에 공병을 내놓는 새로운 문화도 생겼습니다.

매장 내 페트병 사용을 단속하면서 폐트나 종이컵의 비율이 절반으로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양이 테이크아웃용으로 소모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62억 개가 일회용 컵으로 사용되는데, 이 중 종이컵이 25억 개, 페트가 37억 개입니다. 아무리 재활용을 잘해도 8%에 그칩니다. 회수율은 5%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쓰레기 선별장으로 가더라도 그 양은 상당히 적습니다.”

여수호 씨는 일회용품을 버리는 데도 종량제와 같은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포장재 용품을 너무 쉽게 버릴 수 있는 구조를 일관되게 지적했습니다.

“스타벅스 협찬으로 강남대로에 테이크아웃 쓰레기통을 설치했습니다. 며칠 전 조사하니 모든 쓰레기가 다 들어가 있더라고요. 테이크아웃 컵이 하나 있으면 나머지는 다 쓰레기입니다. 담당 공무원이 한숨을 쉽니다. 새로운 쓰레기통이 생겼다고. 개인적으로는 불편을 감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리하면 지킬 수 있는 게 없어집니다. 불편을 감수해야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출처 : 서울시 청년허브

 

쟁점4: 주민들의 참여가 빚어낸 재활용 정거장

행정안전부 정책협업팀 팀장 황석연

제도적인 해법이 우선은 아닙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생활 속에서 직접 처리 과정에 책임을 지는 일이 필요합니다. 최초의 민간인 출신 동장이었던 독산4동 전 동장 황석연 씨는 주민들과 함께 ‘재활용 정거장’을 운영한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지역 쓰레기 문제를 주민의 참여와 행정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독산4동은 마을회의에서도 주요 문제로 언급될 만큼 길거리 쓰레기 투기가 심각했습니다.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살 만한 동네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내 일이 아니다’라며 비협조적이었어요. 대한민국 대부분의 마을이 이렇습니다. 독산4동에도 쓰레기 처리 관련한 업무 분장이 없었지만, 우선은 길에 나와서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버려진 신발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꽃을 심어 골목에 놓은 걸 계기로 주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는 내가 만든다’는 주인 의식을 동력으로 재활용 정거장을 운영하기 시작합니다. 주민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에서 캠페인을 펼칩니다. 모두가 할 수는 없는 일이니, 슈퍼히어로인 ‘도시 광부’를 모집했습니다. 월 20~40만 원의 활동비도 지급했습니다. 도시 광부들은 세척이 안 된 플라스틱을 검수하고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니 관리와 운영이 자발적으로 일어났습니다. 황석연 씨는 비오는 날 재활용 정거장에 우산을 꽂아둔 사진을 보여주며 “당사자인 주민만 할 수 있는 태도”라고 말했습니다.

‘도시 광부’는 3년째 운영 중입니다. 주민들은 주인 의식을 몸소 체감하고 키워갑니다. 독산4동에서는 동을 ‘자원순환마을’로 만들어가기 위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바구니 생활화, 다회용 컵 사용 등. 행정 차원에서 알려주며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조금씩 인식하게끔 합니다. 환경부의 예산 편성으로 아파트에 재활용 정거장 제도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사진출처 : 서울시 청년허브

 

쓰레기 더미와 사려 깊은 살림꾼들

참여자들은 총 다섯 개의 조로 나뉘어 발제에 대한 소감과 함께 질문과 고민을 주고받았습니다. 그중 5조와 2조의 대화 일부를 전합니다.

생산량도 낮추고 소비량도 낮출 순 없을까?

  • Q: EPR을 적용할 수 있는 품종 외 쓰레기가 많은데, 그런 것에 사회적인 비용이 반영될 수 있는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충분하게 듣지 못한 것 같다. 나는 기숙사 생활하는 학생인데, 직접 밥을 해먹을 수 없다 보니 식당과 매점을 이용하면서 어쩔 수 없이 쓰레기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과자 봉지 하나에 100~200원의 환경분담금을 반영한다면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금액이 가능할지 궁금하다.
  • C: 환경분담금이 적용된 제품을 사느냐 마느냐 고민하기 전에, 그런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면 좋겠다. 포장된 과자가 있으면 포장이 안 된 과자도 마트에 있어야 한다. 토마토 한 개를 사고 싶어서 잠실의 대형 마트에 갔다. 포장이 안 된 토마토가 몇 개 있긴 한데, 대부분은 묶음으로 포장이 돼 있었다. 장바구니나 에코백으로는 고작 비닐봉투 한 장 아끼는 것 아닌가. 그걸로 만족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됐다. 더 작은 규모의 외국 마트에서는 포장이 된 것과 안 된 것이 같이 있어 낱개로 사고 플라스틱도 안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선택지가 늘어야 한다. 오직 플라스틱 포장 상품만 있다면, 환경분담금을 포함한 금액이 부담스러워도 어쩔 수 없이 사게 될 것 같다.
  • P: 영국에서는 일회용 커피잔에 ‘라떼세’를 부여하는 정책이 일고, EU도 ‘플라스틱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이든 포장재든, 사용자측에 세금을 부과해야 사용량 자체가 줄지 않겠느냐는 의식이다. 방금 말씀하신 소비자의 선택권과도 닿아 있다. 현재는 쓰레기를 안 만들고 싶은 선택을 할 수 없는 구조라는 문제 의식을 말씀해주신 것 같다.
  • A: 독일에서는 2020년까지 비닐봉투를 전면 폐기하는 법을 제정했다고 한다. 전국 마트에서 비닐을 없애고 무조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게 하는 거다. 그런데 이미 독일 국민들은 장바구니를 매일 들고 다녀서 비닐봉투가 아예 필요가 없단다.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 관리비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일부 주민들이 산에다 버리기 시작했다.(웃음) 3천 원을 내기 싫어서. 믹서기에 갈아서 하수구에 버리는 사람도 있다. 문화가 바탕을 이루지 못하면, 제도를 만들어도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람들이 문제점을 깨닫고 바꿔나가는 게 제일 중요한데, 알게 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
  • P: 참 양가적인 것 같다. 제도를 먼저 도입하면 당장 변화가 생기긴 하지만, 생태 감수성이 없으면 어려운 거다. 내가 쓴 일회용 컵이 바다거북과 고래 배 속으로 들어간다는 생태 감수성이 없으면 더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기가 힘들다.
  • M: 나는 독산4동 주민센터 마을팀장이다. 주민들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작다고. 전체를 놓고 보면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쓰고,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제도와 규제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용기를 제대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생산 과정에 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주민들은 환경부나 생산업체에 전화를 하자고 말한다. 어찌 보면 그런 민원이 훨씬 빠르고 큰 효과가 있다고 본다.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인식을 개선할 필요성으로 공론장도 펼쳐진다면, 생태 감수성을 깨우는 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A: 독일에서는 재활용이 돈이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쓰레기가 돈이 된다. 마트에 있는 회수용 기계에 재활용품을 넣으면 액수를 알려주고 돈이 나온다. 모든 쓰레기통 옆에는 노숙자들이 가져가 돈으로 바꿀 수 있게 안내하는 통이 따로 있다. 이러한 생각을 할 정도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 노숙자들의 인권을 위해서 가져가라고 배려하는 것까지 대단히 본받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P: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서 회수가 잘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천적인 소비와 생산을 줄이는 것도 큰 미션이다.
  • M: 수십 개의 플라스틱 종류 중 실질적으로 재활용되는 것의 비율이 높지 않고, 사업성이 없는 것들은 아예 수거조차 안 하는 문제가 있다. 이 또한 정책적으로 반영돼야 하지 않을까? 기왕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면 재활용되는 재질로 만들어야 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요소인 인쇄나 스티커 부착 등은 규제해야 한다.
  • P: 기업과 정부는 민원에 민감하니까, 적극적으로 소비자 운동을 개진할 수 있을 것 같다. 환경부에서는 생산 단계에서 폐트병의 재질을 투명하게 바꾸겠다고 개선안을 냈기 때문에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정말로 시행하고 있는지 아닌지 시민들이 모니터링을 하면 좋겠다. 정부가 홍보를 잘하는 것도 필요하다. 녹색연합에서 시민들과 함께 방송을 모니터링했다. 드라마에 생수가 너무 많이 나오더라. 백종원 씨가 진행하는 요리 프로그램에서도 생수를 뜯어서 요리하면 시청자들이 저게 더 좋은 건가 생각할 수 있지 않나? 미디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권장하는 것도 규제해야 한다.

사진출처 : 서울시 청년허브

 

내가 사는 곳을 바꿀 수 있을까?

  • K: 독산4동 사례가 너무 신기했다. 시민들이 나서서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동기 부여가 어려웠을 텐데 월급 인센티브가 잘 작동한 것 같다. 금전적인 혜택 말고도 시민들에게 추진력을 준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처음엔 교육을 통해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던데, 과연 교육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지역에도 적용되려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
  • E: 사회자분이 ‘불편한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불편함을 감수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생활이 너무 바빠서 불편함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많다. 불편함이 자발적이면 좋은 건데, 누가 나에게 억지로 하라고 하면 힘들 것 같다. 독산4동은 이전부터 쓰레기에 대한 민원이 많은 등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노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수월했을 것 같다. (다른 지역에서도 실효를 거두려면) 노동 시간 단축이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T: 독산4동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지도력 있고 협력적인 공무원처럼 앞에서 이끌어주는 인적 자원이 중요한 것 같다. 중장년뿐만 아니라 청년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의식이 형성만 된다면 좋은 실험이 될 것 같다. 사는 곳에서 하자니 막연하지만, 자발적으로 즐겁게 하면 해볼 만하겠다.
  • D: 만약 독산4동 사례를 내가 사는 동네에서 한다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람을 모아서 시작할 수 있을까? 동네 차원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아이디어가 있나?
  • T: 젊은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면 좋겠다. 일단 3명만 모여도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소하게 내가 한 실천을 알리는 것. 청년허브의 ‘청년참’ 지원을 받으며 활동하는 분들이 있다. SNS로 활동을 항상 공유하고, 재활용 혹은 되살림 관련 단체들과 소통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있다. 내 삶 속에서는 소소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말씀하신 것처럼 지자체나 정부에 제안하는 것도 계속해야 될 것이고.
  • E: 얼마 전에 일본의 쓰레기 없는 마을에 관한 기사를 봤다(허핑턴포스트, 2015/12/15). 재활용을 굉장히 꼼꼼하게 한다. 거기에 맞춰서만 버릴 수 있도록 규칙이 있다. 거기 맞춰서 못 버리는 건 안 사게 된다고 했다. 선순환으로 재활용에 맞춰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재활용이 잘되니 수익이 발생해서 마을로 다시 돌아온다. 동네의 규모가 작다는 게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았다.
  • D: 지역의 규모가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독산4동 전 동장님 인터뷰 중에 “시나 구보다 동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었다(오마이뉴스, 2018/02/13). 시나 구 차원에서 와닿지 않던 게, 좁혀지고 좁혀져서 동이 되면 나도 뭔가 해볼 수 있다는 맘이 든다는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활동의 규모가 커질 수 있고. 아까 처음에 분리수거를 정교하게 잘하는 걸 말씀하셨는데, 가이드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 K: 분리수거 방법이 복잡하기 때문에 교육이 중요한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꼭 복잡해야 할까?’ 싶다. 정부 차원에서 포장재를 단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뚜껑만 해도 종류가 많은데, 시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알기 어렵고, 그러니 재활용이 안 된다. 정부가 나서서 단순화하고 성분을 통일하는 노력을 하면 이런 걸 해결하는 부수적인 에너지가 절약되지 않을까?
  • K: 기업이 나서서 해야 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 디자인해 봤자 당장 득 될 게 없으니 안 한다.
  • T: 소비자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식이 생기고, 말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들이 다른 선택을 하면 만드는 사람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까?
  • D: 분리배출에 대해서 더 알고 싶지만 정보를 구하기 힘들다. 이사 가면 더 어렵다. 누군가는 부동산에 가이드를 배포하자고 제안했다. 쓰레기차를 따라갔을 때, 청년 1인가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배달 음식을 막 버린다고 하시더라. 버리는 방법을 포장 용기에표기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셨다. 학생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하면서. 어떻게 보면 알려주는 사람이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다.
  • X: 1인가구가 많은 곳에 산다. 직장인이 많다. 분리수거 정거장이 각 빌라마다 있는데, 많은 양의 쓰레기가 금방 쌓이고, 대부분 씻기지 않은 상태다.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씻어서 버려야 한다. 분리수거함에 안내 문구를 써서 붙여볼까 한다. 한편, 집주인과 연계하면 새로운 방법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보통 그들은 직접 치워야 되는 입장이니까.
  • K: 결국 필요성이 있는 사람, 쓰레기로 불편함을 겪는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 D: 집주인, 주민센터 등과 작게 시작하고 동네에 있는 여러 세대와 함께하면 시너지가 날 것 같다. 오늘 나눈 얘기의 많은 부분이 정보에 대한 것인데, 실제적인 정보들이 정말 필요하고, 그게 잘 가닿아야 한다. 편의점에서 배포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건물주와도 협의한다면 뜻깊은 시도가 될 것 같다.
  • X: 모여서 포스터 같은 것도 제작해보면 좋을 텐데. 뭔가를 붙이고 변화가 생기면 건물주 등을 포섭할 여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E: 실제로 매번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이더라도, 그게 어떤 과정을 통해서 처리되는지 보여주고 확실히 알려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 D: 사실 나도 꼼꼼한 분리수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별장에 가보고는 소용없구나 생각했다. 안 하자는 게 아니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나 기업에 플라스틱 용품의 종류를 줄이도록 제안하고, 실생활에서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보면 좋겠다.

사진출처 : 서울시 청년허브

 

‘생태적인 종말’을 상상할 수 있을까?

총 다섯 모둠을 통틀어 일회용 및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에 대한 구체적이고 꼼꼼한 정보를 알고 싶다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도 떠올랐습니다. 텀블러를 세척하기 쉽고 얼음을 넣기 편리한 구조로 제작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자. 하루에 세 끼를 먹듯, 30분씩 3회로 나누어 하루에 1시간 반씩을 지구를 살리는 활동에 나서자. 후자를 제안한 참여자들은 이후 보틀팩토리에서 1시간 반씩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이어갔다는 소식입니다.

3조는 “쓰레기 문제에 있어서도 타인과의 관계망 회복이 필요하다”며, 새벽 시간에 이뤄지는 환경 미화 일을 낮 시간대로 이동하길 제안했습니다. 재활용 정거장처럼 쓰레기장이 각 동네마다 있다면, 쓰레기의 양을 실물로 볼 수 있으니 경각심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한 번 쓰고 버린 폐품을 가장 가치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인식은 그 처리 과정에 연결된 사람과 노동 환경 또한 돌보지 못합니다.

우스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어쩌면 쓰레기야말로 오래도록 인간의 무책임한 침묵을 지켜본, 인간이 만든 또 하나의 인공적인 생명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일회용품 생산과 소비 과정에 부여하는 만큼, 이들이 좋은 종말을 맞이하도록 돕는 것 또한 인간의 책임입니다. 그들의 종말이야말로 다른 생명체뿐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변화시킵니다. 일본의 쓰레기 없는 마을처럼, 독산4동의 경우처럼, 개개인의 생활 습관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 변화는 하나의 도전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해양 쓰레기의 70%가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30%의 쓰레기는 무엇이고, 왜 생겨야 했을까요. 쓰레기의 생태적인 종말을 맞이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길이 우리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