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N개의 공론장] 돈과 일 – 지역 청년들의 일삼기, 일거리, 일자리 행사리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02-28
2018 N개의 공론장
행사명 돈과 일 – 지역 청년들의 일삼기, 일거리, 일자리
구분 2018 N개의 공론장
일정 2018년 12월 1일 (청년허브 다목적홀)
구성 총 1회 진행
진행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플랫폼510협동조합, 삼선재단
참가자 60명
기획의도 ‘지역’, ‘일’을 키워드로 청년 삶의 다양한 경로 탐색 및 의제발굴을 통한 지역 살이를 위한 청년 당사자성 확보

이미지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지역에서 일하며 삶을 되살릴 수 있을까? 소득을 소비재가 아닌 다른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지역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협동조합 플랫폼510은 이러한 질문을 걸어둔 공론장을 준비했습니다(공론장 운영자 인터뷰). 『N개의 공론장』의 열한 번째 자리 「돈과 일: 지역 청년들의 일삼기, 일거리, 일자리」는 “나다운 삶, 나다운 지역살이”를 모색하는 대화로 채워졌습니다. 막막한 의구심을 차분하게 다듬는 과정이었습니다.

먼저, 지역에 사는 발제자들의 경험담을 나눴습니다. 다섯 청년들의 실제 사례를 들으니  지역 살이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들은 지역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일과 살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는 주거와 일, 활동에 필요한 제도안을 모색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삶의 반경에서 일거리를 발견하자

지역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일거리

“지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기” 홍성 심상용

치열한 경쟁 속 스타트업 4년차에 접어들던 2017년 무렵, 심상용 씨는 취미로 도시농부학교를 시작했습니다. 빌딩숲 옥상 텃밭에서 먹거리를 직접 기르고 수확하는 과정은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그 힘에 이끌려 홍성과 상주를 왕래하며 귀농귀촌을 준비했습니다. 2018년 1월에 퇴사해, 3월부터 아내와 함께 홍성군 대현리 신혼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충남 사군의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센터에서 청년들과 지역 어르신을 연결하는 청년마을조사단을 운영합니다.

그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지역과 관계 맺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인 것에 대해선 고민을 많이 하는데,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선 고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눈이 내리면 같이 쓸어야 하는 것처럼요. 지역 특산물이 무엇인지, 지역의 숨은 보석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토박이도 많아요. 지역의 자원과 이슈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면 일자리, 일거리도 따라 들어옵니다. 이장님과 말 한마디 더 한다거나, 다른 회사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건네받는 일자리들은 온라인에 올라오지 않는 것들입니다.”

심상용 씨와 아내의 한 달 생활비는 대략 160만 원 정도입니다. 음주와 대리운전에 쏟는 비용을 아끼고, 자연농법으로 논농사를 손수 짓는 등 생산 활동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청년 인구가 많지 않아 청년 문화를 어떻게 만들지 궁리 중이었는데, 홍성에서 창업한 청년들을 우연히 알게 되어 지역 청년들을 위한 고민을 나누며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역이라고 직장 생활이 편할까요? 사람과의 관계, 업무 욕심으로 인해 스트레스는 똑같습니다. 하지만 심상용 씨는 주변을 둘러싼 자연환경 덕분에 스트레스 해소의 질이 다르다고 합니다. “테헤란로에서 저는 빌딩숲에 둘러싸인 외로운 존재였습니다. 홍성에서는 차만 조금 타고 나가면 푸른색의 자연이 펼쳐집니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를 거두는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이곳에 사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결핍된 환경에서 나오는 새로운 일

“지역에서 새롭게 일을 구성하며 살기” 홍성 신소희

“일단은 그 지역에서 살아야 나의 자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서울 광진구에서 홍성으로 삶의 터를 옮긴 지 6년이 된 신소희 씨는 나의 속도대로 살 수 있는 삶을 상상했습니다. 여전히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 중이지만, 돌아보면 일자리를 통해 지역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자리에 들어가는 기회는 제한적입니다.

“도시에서는 만들어진 자리에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에서는 내가 만들어야 합니다. 3,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무엇이 지금 필요한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을 우리가 손수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홍성에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낸 곳이 많아요. 큰 제도도, 기관도 없지만, ‘필요한데 없으니까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도와줄게’ 해서 시작된 것이죠. 결핍되어 만들어진 여백이 가능성이 되는 곳입니다.”

장곡면의 ‘마을학회’에서 포스터를 만들고 프로젝트도 기획하는 그는 “지역의 필요와 자기의 관심을 바탕으로” 일을 만들었습니다. 디자인 전공자가 아닌데도 할 사람이 없어 직접 하다 보니 흥미가 생겼고, 디자인 작업을 의뢰받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선생님도 학생도 아닌데 공부하는 게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을학회’는 연구자, 정책 입안자, 당사자가 참여하는 학회입니다. 첩첩산중인 농촌 문제를 다룹니다.” 학회를 통해 관계를 넓혀가고 새로운 일을 해나가기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의 결과나 과정에 대한 평가가 나 개인에 대한 이해로도 이어져 피곤할 때도 있지만, 지역살이는 생활에 힘을 불어넣습니다. “지역에 사는 것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자기가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같이 공유한 경험 등 사회관계자본으로 비로소 책임감을 배웁니다.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과정을 지역과 함께 하는 관계 안에서, 실력이 아닌 다른 가치가 활동의 의미를 지탱해줍니다.”

신소희 씨는 ‘살아남아야 하는’ 도시의 삶과 다른 지역에서의 삶을 이렇게 말합니다.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는 마냥 피하고 싶지만, 그래도 부딪치고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새로움이 생깁니다. 그 한걸음 한걸음이 연결될 때,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살아남아야 하고 성공해야 하는 도시의 삶과는 다른 일들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선배 농부들이 지원한 청년 농부의 미래

“청년 농부, 지역에서 자립을 고민하며 살아가기” 합천 김예슬(서와)

합천에서 농사를 짓는 서와는 흙을 만질 때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가장 너다운 모양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말씀처럼, 살아 있다고 느끼는 삶을 살고 싶어 농사를 짓습니다. 19살 겨울에 식구들과 시골로 거처를 옮기고, 다음 해 처음으로 농사를 짓고 상추 씨앗도 심었습니다.

농부들에게 ‘월급’이란 낯선 개념입니다. 농산물을 수확하고 유통해야 소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판매할 수 있는 농산물이 너무 적고, 시중 농산물 값이 해마다 차이가 나서 생활이 불안정합니다. 농산물 값을 식구들과 상의할 때 ‘우리가 농사를 짓는 일은 땅을 살리는 일이어야 함’을 유지하는 기준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서와네 식구들은 소비자들을 일컬어 ‘먹는 농부’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땅을 살리는 농부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서와는 청년 농부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해마다 농사가 시작되는 3월에 100만 원씩, 3년간 마을의 청년 농부를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마을의 농부 어르신들이 한해 농사 수입의 일정 비율을 적립해 지역에 터 잡고 농사짓는 청년을 위해 마련한 제도입니다. 마을 청년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에서 비롯된 지역 공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큰 돈은 아니지만, 그 돈으로 종자도 살 수 있고, 마음을 내서 그곳에서 잘 정착할 수 있길 바라는 어른들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됐습니다.”

그는 “농촌이 무모한 선택이 되지 않으려면 자기 모양대로 농촌에서 자립을 일군 사례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게 지금 서와의 꿈입니다.

일상의 작은 시나리오를 연습하기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 벌이며 살아가기” 남원 조아라

조아라 씨는 10년간의 서울 살이를 접고 남원 산내면에서 알아가는 책가게를 운영합니다. 6년 전, 남원 시내에서 할머니들이 자전거 타는 풍경에 안정감을 느껴 이주를 준비했습니다. 7년의 여정이 작년 9월 30일 책방 오픈으로 맺어졌는데요. 그 사이 6개월 동안은 서울과 남원을 오가며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산내에 먼저 간 지인들이 저에게는 비빌 언덕이었어요.(웃음) 어려우면 그분들에게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남원의 임대료가 싼 편도 아닙니다. 그는 남원시청 홈페이지에서 단발성 일거리도 찾아보고, 지역을 더 잘 알고 싶어 남원시 블로그 기자단으로 활동해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책을 판 돈으로 책을 사들이는 정도는 됐습니다.

그는 지역에서 맺은 관계에서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한 사람을 통해 한 사람이 얘기되고, 재미있는 일로 돈을 법니다. 고작 1년밖에 살지 않아 서울과는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작은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연습하는 기간이었습니다. 내가 어떤 특정한 곳에 산다고 인생이 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제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자리, 나, 생계 규모를 생각하기

“지역에서 느슨하게 관계 맺으며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완주 강소연(설레)

일러스트 및 디자이너로 일하는 6년차 완주 거주자 설레는 일거리의 80%를 친구들로부터 받습니다. 친구들이 설레의 작업물을 접하고 외부로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지역으로 따지면 완주군 내에서 50%의 일감을, 그외 다른 지역에서 나머지 반을 의뢰받습니다. 그의 일에는 지역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2017년도에는 가이드라인을 세우면서 단가를 상향 조정하고, 일을 쳐내며 주도적으로 작업했습니다. 그 결과 2018년도에는 수익이 줄었고, 홀로 지역에서 일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설레는 지역살이를 꿈꾸기 이전에 좀 더 자신과 일의 관계를 정리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일자리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기에게 맞는 일자리를 고민하면서 전전하게 되는데요. 그 전에 나와 일자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지역을 탐방하면 좋겠습니다. 내 생활이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이상, 지역과 도시에서의 삶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삶의 비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이어진 모둠 토론에서 “고정비를 제외하고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춤추는 걸 좋아하는데, 지역에 마땅한 곳이 없으면 서울에서 놀고 다시 옵니다. 우선순위가 무엇이냐에 따라 지출 금액의 규모는 크게 줄지 않습니다.” 지역에 사는 친구들의 생계 비용을 조사해보니 월세, 교통비, 통신비 등 기본적인 항목 말고는 모두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수입과 지출 전략도 다릅니다. 지출 목록을 써서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한다면, 무리해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지역 공동체에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자

모둠 토론, 무엇이 필요할까?

일거리와 생태계의 양상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나의 경우로 시나리오를 써볼 차례입니다. 토론을 통해 구체적인 상상을 펼쳐봤습니다. 개인의 관심과 제도적 측면에서 지역살이를 모색하는 질문들이 한두 개씩 조별로 주어졌습니다.

  1. 살고 싶은 지역에 필요한 기반(주거, 토지, 교통)과 제도(정책, 사업) 그리고  생태계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2. 사는 지역에 따라 생계 비용이 달라질까? 살림살이를 재구성하는 데 안전망이 되는 생태계는 무엇일까?
  3. 주거, 교통, 사업, 안전망 등 좋은 제도가 갖춰진 지역에서 내가 벌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그 일을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귀촌 청년에게는 어떤 공동체가 안전망이 될까요? 귀촌한 비혈연 여성들의 연결망과 지원 정책도 고민한 7조의 토론 내용 일부를 전합니다. 이 조에는 남해와 홍성으로 귀촌한 분들이 다수 참여했습니다.  

지속성 있는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참가자P: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살고 있다. 지역살이를 고민할 땐 소위 귀농·귀촌 메카라 불리는 곳, 갖춰진 인프라와 자리 잡은 선배가 오히려 싫어서 그런 곳을 배제했다. 그러다가 남해로 이주를 결정한 거다. 완전 시골 바다 마을이다. 월세 집 창고를 개조해 무허가로 식당을 운영하다가 얼마 전 문을 닫았다. 지금은 플랫폼 공간이 필요해서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그런데 돈이 안 된다. 귀농·귀촌에 대한 공론이 형성되지 않고 발언이 없다 보니 남해군 정책이 뒤떨어져 있는 형편이다. 지방선거 공약도 노인 정책이 많았다. 반면 청년에 대한 혜택은 전혀 없다. 선배가 있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싶다. 그런 선배 노릇을 하는 데 관심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다.

참가자H: 나는 도시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삶에 치이고 쉬고 싶어서 내려가는 게 귀농이고 귀촌인 줄 알았는데, 오늘 들어보니 오히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A: 내 경우 지역 이주 후 첫 1년 동안은 청년들끼리 지냈다. 단체를 만들었는데, 반 년도 안 돼서 싸우고 해체했다. 키워드만 공유해서 모이다 보니 믿음이 부족했다. 지금은 처음과 다르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쌓인 경험들을 바탕으로, 다른 방식으로 푸는 힘을 기르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인프라가 있어 보여도 실제론 없는 곳이 많다.

참가자C: 홍동면에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셰어하우스가 생겨서 내려갔다. 사업비로 운영되다 보니 내년에 어떻게 될지 불분명했다. 그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4년간 머문 친구가 나가야 했다. 지속성이 있는 지원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늘 나온 일자리 이야기와도 긴밀히 연결되는 것 같다. 그 일자리가 자기와 맞는지도 중요하고. 내 경우, 지역에 있는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일자리를 찾아 지원한다.

여성 귀촌자를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

참가자Q: 여성 귀촌에 대한 괴담이 많다. 실제로 경험한 분이 있나? 여성 귀촌자를 위한 안전망이 있는지 궁금하다.

참가자C: 내가 지내는 셰어하우스의 경우 여성들이 모여 있어서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 외부에 노출된다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도시에선 아니다 싶으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곳은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 보니, 마을 어른들께 내 관점을 주장하기가 어렵다.

참가자P: (C에게) 홍성 정도면 외지에서 들어와서 판을 벌리는 선배 귀촌자들이 많아서 어느 정도 소통이 될 거 같은데 아닌가?

참가자C: 선배 귀촌자와 교류하는 풀과 마을 어른과 교류하는 풀은 완전히 다르더라.

참가자Q: 우리 마을은 되게 작고, 주민 대부분이 노년 여성들이다. 소통할 일이 많지 않고 선을 유지하려 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사이 군 내에서 알려지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사람 만날 일이 생기고 있다. 공무원이 우리 얘기를 궁금해하면 괜히 무섭다. 한번은 남해에서 문화 기획 일을 하는 회사와 접촉할 일이 있었는데, 곤란한 일을 방어하기 어려웠다. 서울에서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최저선이 있었는데, 시골에선 외지인으로 기댈 곳이 없어 힘들다. 친구들과 의논할 수 있긴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참가자A: 선배 귀촌자와의 교류 문제는 자기 선택인 것 같다. 내 경우, ‘협업농장’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물론 분명히 곤란할 때가 있다. 밤에 불쑥불쑥 찾아올 때도 있고, 옆 마을 누군가를 이어주려 할 때도 있다. 하지만 협업농장이 일종의 방어벽이 됐다.

참가자C: 비혼여성 1인 가구이다 보니 안전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다. 여성 친구들과 공동체를 꾸려서 내려가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온전히 내 힘으로 지역에 살러 갔을 때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지역이 없다. 그런 문제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고, 그와 관련한 페미니즘 전시도 많은데,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다. 실제로 여성에 대한 지원은 어떤가?

참가자Q: (지원 대상은) 주로 4인 혈연 공동체 위주다. 그걸 알고 나서 기대감이 깨졌다. 우리 같은 비혈연 청년 공동체는 환대받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서울에 청년 정책이 훨씬 많다. 남해의 경우, 귀촌한 청년들은 많다. 주로 30대 중반 순수예술 작가 그룹인데, 레지던시 사업을 하거나, 서울에 살다가 유턴해서 돌아와 자기 가게를 하는 경우다. 아직 연차가 많이 쌓인 편은 아니다. 귀촌 청년들을 위한 제도나 공론장은 부실하지만,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참가자P: 귀농·귀촌 센터가 생긴다거나 마을 활동가가 생길 정도의 인력은 아니다. 판을 벌리고 싶었던 거지, 가게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다 자기 가게를 운영하며 각자도생 하더라. 귀촌 인구가 더 있거나, 공론화될 만한 계기가 있거나 연결해줄 욕구를 가진 분들이 있긴 하지만,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판을 벌리는 건데. 자기 돈보다 같이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게 지역 전체를 위해서 좋은 건데, 지금은 다 자기 가게를 하다 보니까 만날 수가 없다.

사진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함께할 청년들이 필요하다!

참가자Z의 말입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같이 할 사람이 없어요. 무급으로 착취당할 게 뻔하니 기존 그룹에는 가고 싶지 않고요.” 참가자K의 말입니다. “가장 단점은 인프라가 없는 거예요. 뜻이 맞는 청년들이 없는 거죠.” 참가자S의 말입니다. “귀농·귀촌인을 위한 제도는 껍질만 있고 속이 없어요. 청년을 위한 제도가 많이 만들어져야 활발한 생태계가 유지될 것 같아요.”

참가자들은 앞으로 지역에 더 많은 청년들이 유입되어야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지역은 청년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농사를 짓는 청년에 대한 정책은 다른 업종에 비해 강력한 편이지만, 그 외 다른 일거리를 시도하고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지원 정책은 부실한 실정입니다.

반대로 청년에게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지역이 환경의 혜택을 줄 순 있지만, 지출 규모를 조정하고 적합한 일을 찾는 등 스스로 삶의 방식을 조정해나가야 합니다. 나다운 삶, 나다운 지역살이에 정답은 없는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이날처럼, 도시와 지역의 청년들이 만나 서로의 환경에서 공통 조건을 살피고 차이를 발견한다면, 더 나은 바탕을 함께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과 도시의 청년이 교류하는 대화의 자리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