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N개의 공론장] 당신의 어린이집은 안녕하십니까? 행사리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02-28
2018 N개의 공론장
행사명 당신의 어린이집은 안녕하십니까?
구분 2018 N개의 공론장
일정 2018년 11월 24일 (청년허브 다목적홀)
구성 총 1회 진행
진행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사)바꿈, 교사에관하여
참가자 80명
기획의도 ‘어린이 집’ 관련 사회적 논의 및 대화가  필요한 상황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집 ‘교사’를 중심으로 한 공론장 및 관련 주제 구축

 

이미지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어린이집’에 얽힌 사회적 논의는 이미 세력화된 원장과 사용자인 학부모의 갈등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작 교육의 주인공인 아이들과 교사의 목소리는 소거된 채 이슈화되는 현 상황에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사회 운동 프로젝트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하 바꿈)은 어린이집 교사들과 함께 공론장을 준비했습니다(공론장 운영자 인터뷰).

2018년 11월 24일에 열린 『N개의 공론장』의 10번 째 자리 「당신의 어린이집은 안녕하십니까?」에서는 전현직 어린이집 교사 및 관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영유아 교사에 관하여’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다수 참석했습니다.

영유아 교사에 관하여는 유치원, 어린이집, 아동보육 정책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입니다. 활동 교사들은 이곳을 발판 삼아 단체 조직을 모색 중입니다. 영유아 교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협회나 단체가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어린이집에는 문제가 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4명의 교사가 각기 다른 주제로 발제를 맡았습니다. 이들은 근무 환경과 정책의 문제를 살피고, 아동 및 유아 교육이 누구에게 왜 중요한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습니다. 아래 그 내용을 요약합니다.

교사를 바라보는 가혹한 시선

어린이집 교사 손여울

손여울 씨는 영유아 교사를 하대하는 사회적 시선이 왜 생겼는지, 개선책은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유아교육 전문가를 돌봄 서비스 노동자로만 인식하는 시선은 교사들을 힘들게 합니다. 손여울 씨의 한 동료는 고등학교 은사에게 “빨래하는 사람이 됐구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는 영유아 교사에 대한 하대일 뿐 아니라 어린이집이라는 기관 자체를 폄하하는 표현입니다.

유치원이 엄연히 유아를 ‘교육’하는 기관임에도 교육 기관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이러한 취급으로 받은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가 직무로 받는 스트레스는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영유아 아이들이 교사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진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CCTV에 갇힌 교사, 그리고 아이들

어린이집 교사 이재필

이재필 씨는 교사를 약자로 만드는 CCTV를 문제 삼습니다. 유치원 내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2015년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으로 통과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그러나 정작 CCTV는 교사의 자기검열 장치가 됐습니다. CCTV의 시선을 의식한 교사들은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아이들에게 소극적으로 응대합니다. “스킨십을 줄여야 해요. 마냥 예뻐할 수 없습니다. 행동하기 전에 감시 카메라에 어떻게 비춰질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때 사실상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쪽은 아이들입니다. 교사의 자기 검열로 인해 아이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행동이 제어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7 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은 부모(76.8%)입니다(데일리환경, 2018/11/20). 신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은 가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아동학대 가해 비율이 3.8%인 보육교사가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원인인 양 영유아 교육 시설에 CCTV를 도입합니다.

예방을 위한 장치라고 하지만 아동학대 발생은 증가 추세입니다. 이재필 교사는 묻습니다. “과연 CCTV는 예방으로 작용할까요? 교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아동학대 방지법이 필요합니다.”

사진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선생님, 퇴근 안 하세요?

어린이집 교사 이세리

2017년, 지진을 경험한 이세리 씨는 교사 1인이 담당해야 하는 아이들 수가 줄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한국은 OECD 기준 보육교사 대 담당 아동 비율이 무척 높은 편입니다. 보육교사 1명당 아동 6.12명을 돌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한겨례, 2018/07/20). 휴게 시간, 식사 시간마저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에 어린이집 교사에게는 업무 시간과 다름없습니다.

“하루 8시간 근무 중 거의 내내 아이들과 보내는데요. 수업이 끝나도 바로 퇴근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서류 업무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과를 서류로 만듭니다. 활동을 계획하고 평가하는 일지. 관찰 일지. 운영 일지. 교실 상태 등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합니다.”

더욱이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 때문에 서류 작성이 곧 원의 평가 기준이 됐습니다. 서류 양식이 통일되지 않고 절대적 기준이 없음에도, 평가를 잘 받은 이웃 유치원의 서류 표기 양식을 따라 다시 작성하라는 주문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인력을 보충해 2-3인이 교대하는 체제로 근로 및 휴게 시간을 확보하고, 서류 양식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하루 빨리 정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은 우리랑 같이 놀 수 있어요?

어린이집 교사 방현

유치원에서 공모전을 열심히 준비하던 방현 씨는 한 원생의 말을 듣고 근본적인 회의에 빠졌다고 합니다. “오늘은 우리랑 같이 놀 수 있어요?”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 꿈을 이미 이뤘음에도 그로부터 밀려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공모전 때문이라니. “왜 이런 말까지 들으면서 이걸 하고 있을까요?”

아이들을 만나는 행복을 지키기 위해 교사들이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혼자서 얘기하면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교사들이 모일 수 있을까요? 교사의 행복을 위해선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교사의 행복이 가져올 긍정적인 측면은 어떤 것일까요?”

 

사진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그렇다면 교사가 직접 말한다

2부에서는 앞선 발제에서 제시된 주제들을 바탕으로 조별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어린이집 교사, 학부모, 원장, 그리고 어린이집 문제에 관심을 둔 사람들로 고르게 구성된 8개 조는 각각 5개의 대안을 만들어내기로 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바꿈의 이사 김은희 씨는 “문제점보다는 해법이나 대안을 많이 이야기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숙의 토론과 대안 마련을 요청했습니다.

앞단의 발제를 맡았으나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교사 김예은 씨의 문제 제기를 토론 주제로 삼은 8조의 대화 내용을 아래 요약하겠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어떨까?

8조의 퍼실리테이터를 맡은 바꿈의 이사 김연수 씨는 먼저 4년차 어린이집 교사 김예은 씨의 발제문을 간략히 전달했습니다. 교육 대상인 아이들이 처한 요즘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꼽은 것은 어린이집 ‘특별활동’의 실태입니다. 특별활동의 여부가 원에 대한 평가로 이어져, 형식적인 활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의 발달을 고려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매년 활동 내용이 바뀌어 교사들에게도 부담이 가중됩니다.

부모의 과잉 보호도 문제입니다. 김예은 씨는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실패하는 경험, 성취하고 성장하는 경험을 보호라는 이름으로 박탈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습니다. 또한, 인터넷 ‘카더라’ 정보를 맹신하는 경향, 아이들을 유튜브 등 온라인 미디어에 내맡기는 경향 역시 문제입니다. 적어도 말 한마디를 통해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태도가 요구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8조의 참여자들은 ‘지금 아이들은 어떨까?’라는 질문에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키워드 하나와 그에 대한 한 줄 설명을 포스트잇에 썼습니다. 각자 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자율성 부재(“일과 중 실질적으로 아이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시간이 적어요”), 유튜브 의존(“아이들의 소통 방식도 달라졌는데, 말하기는 엄청 좋아하지만 듣는 방법을 몰라요”), 미디어 노출(“아이들의 언어 습관이나 행동이 많이 변하고 있다고 느껴요”), 미세 먼지(“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대처가 부실합니다”), 부모 교육(“사회 문화가 많이 달라진 만큼 부모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해요”), 부모 협력(“교사만 질책할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아이를 잘 키우는 쪽으로 공생하면 좋겠어요”)이라는 키워드가 제시됐습니다.

사진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무엇이 잘못됐나?

대화가 진행될수록 참여자들이 제시한 키워드들이 좀 더 심화됐습니다. 또한, 한두 개의 키워드가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교사S: 나는 아이들이 미디어에 중독된 게 아니라, 부모들이 미디어를 제시하는 행동에 중독됐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성인처럼 분별력, 제어력이 없으니 부모가 도와줘야 하는데, 부모들은 편의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 부모 교육을 통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교사A: 아동학대가 이슈화되고 ‘방치’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부모들의 행동도 어찌 보면 방치인데, 너무 교사에게만 책임을 무는 경향이 있다. 한편, 미세먼지 때문만이 아니라 요즘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 없다. 인식 자체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 ‘특별활동’이라는 틀에 갇혀서 친구들과 보낼 시간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교사P: 그래서 놀이터 대신 키즈카페에 가는데, 그마저 부모에게 시간이 없으면 못 간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유튜브를 보게 된다. 유튜브에 의존해 식습관과 언어 교육 발달 상태가 저하된 한 아이의 사례를 직접 경험하고 보니 그 문제에 대해 같이 나누고 싶어졌다.

교사S: 미디어의 긍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완벽한 차단은 어렵다. 하지만 부모가 자기를 제어하고 변별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생각을 먼저 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A: 매년 바뀌는 특별활동으로 교사 부담이 가중된다. 아이들도 특별활동 때문에 놀 시간이 없다고 한다. 원장의 판단력이 필요하다.

교사M: 아이들 발달 상황도 잘 이해해야 한다. 사립유치원에 근무할 때는 매일 특별활동을 했다. 아이들 성향도 수준도 제각각인데 똑같이 해야 했다. 놀이 시간이 항상 부족했다. 아동학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다니는 원은 아이들을 옭아매지 않는다. 놀이 시간도 충분하다. 실외 활동도 한 시간 이상이다 보니까 아이들 스스로 놀이를 창조하는 걸 본다. 나뭇가지 하나로 생각을 연장하더라. 부모교육을 통해 6세 아동에게 덧셈, 뺄셈이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알리면 좋겠다.

교사S: 연결지어 생각하면, 미세먼지가 심해서 밖에서 뛰어놀 기회가 줄었고, 부모들의 과민증 때문에 뛰어놀 기회가 줄었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자율성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키즈카페에서 하는 뻔한 놀이 말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나무토막 하나로 자동차도 하고 비행기도 하는 놀이를 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큰 놀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문제가 연결되고 있는 것 같다.

사진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부모의 문제는? 정부의 문제는?

아이들의 흥미와 발달 정도에 무관한 특별활동이나 수학 학습은 부모의 욕심으로 빚어진 것이라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참여자들은 어떤 점에서 부모의 인식과 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교사S: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고, 마치 아이를 낳으면 다 책임질 것처럼 얘기하지만, 절대 키워주지 않는다.

교사K: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키워주니까 낳으라고 하지 않나. 7시 반이면 애들이 대문 앞에 줄을 서 있다. 조조 간식을 먹고 오전 간식을 먹고 점심을 먹고 오후 간식을 먹고 석식을 먹고 집에 간다. 퇴원 시간을 연장 하는 아이들도 많다. 사회 정책 때문에 부모들 인식이 이렇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교사C: 정말 필요해서 시설을 이용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들이 많은 게 문제인 것 같다. 한편, 부모 입장에서는 현장을 모르기 때문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부모교육을 많이 하곤 있지만 너무 뻔한 내용을 다룬다. 또한 부모가 이미 문제 상황을 겪는 중에 교육을 들으면 그리 크게 와닿지 않을 거다. 정말 들어야 되는 부모들은 들을 시간이 없고. 부모교육의 방식도 시기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교사P: 최근에는 대학생들에게도 부모교육을 하고 있다더라. 사회 초년생에게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 좋겠다. 이런 인식이 결국 아이들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부모와의 경험이 없다 보니까 아이들은 행동을 조절하지 못한다. 문제 행동이 나온다는 사실은 방치됐기 때문이다.

교사S: 시간 연장반, 유튜브 노출 같은 문제들은 사실상 아이가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적은 탓에 발생한다고 본다. 부모가 아이와 시간을 갖는 게 부담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부모 개인이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우선 직장들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부모가 마음껏 일하도록 기관이 아이를 돌봐준다는 개념이 굉장히 강한데, 그게 아니라, 교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가 돌봐줄 테니 부지런히 일하고 빨리 와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인 것 같다.

교사M: 일방적으로 맡기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교사P: 그런데 부모도 안타깝다. 내 직장은 공무원으로 일하는 부모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들은 육아휴직이나 탄력근무제로 자유로운 편임에도 회사에서 나오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교사의 인식 개선, 학부모의 인식 개선 외에 또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는 것 같다. 제도가 필요하고, 문화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교사S: 그래서 어느 정도 강제성이 필요한 것 같다. 자율에 맡기다 보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대로 쭉 갈 수밖에 없다.

교사A: 정부가 공공형을 강조한다. 지금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서비스가 상당히 다른 것으로 인식된다. 사실상 사립이 더 많은 서비스(특별활동, 버스 등)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교사P: 그래서 공립에서도 버스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버스를 제지하려고 했던 이유는 버스 기사 고용, 버스 임대 등의 업무를 결국 교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교사A: 정부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교사와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처우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사진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대안은 무엇일까?

지금 원생들의 교육 환경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지금까지 8조의 대화를 통해 공유된 문제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립돼 보이지만 사실 연결돼 있는 부모에 관한 문제들. 아이를 신경 쓰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의 육아 조건, 아이에 대한 과잉 보호와 과잉 의탁, 부모교육의 필요성 등이 많이 거론됐습니다. 둘째, 미디어에 관한 문제들. 구체적으로는 유튜브 등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 미디어의 장점을 살리는 지도의 필요성, 사람 대 사람의 소통 방식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 등이었습니다. 셋째, 사회 조건에 관한 문제들. 부모와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문화적 변화의 필요성, 교사와 아이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정책의 필요성 등이 논의됐습니다.

8조의 참가자들은 이야기 도중 슬쩍슬쩍 나온 대안들을 좀 더 깊이 파고들어 이 문제들의 해결책을 강구해보고자 했습니다. 역시 포스트잇에 자신의 의견을 적은 뒤 돌아가며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교사S: 첫 번째로 부모교육 의무화가 필요하다. 남자들이 예비군 훈련을 너무 당연하게 가는 것처럼 예비 부모에게 유급 휴가를 지급하고 교육에 참여하도록 하면 어떨까? 직장에게도 부모에게도 강제적이지만, 다가올 미래에 대한 문제를 예상해보고 좋은 부모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러면 아이들이 지금처럼 힘들진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 대해서, 그리고 아이를 존중하는 방법에 대해 강조해서 다루면 좋겠다. 방임은 아이를 존중하는 방법을 몰라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교육의 강제성을 위해서 부모교육 미(未)이수 시 국가 제공 바우처가 지급되지 않는 방안을 생각해봤다. 두 번째로 놀이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자연물이나 다양한 재료를 자발적으로 찾아서 놀게 하면 또래 관계가 형성되기 쉽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또래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미세먼지 탓에 실외 활동에 한계가 있으니, 정부에서 지역별로 큰 규모의 실내 놀이 공간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교사K: 나도 대안은 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교육은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결혼 전 혼인 신고 시, 임신 후 부모교육을 받아야 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또한 출산 후에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미이수 시 패널티를 부여하는 게 맞다고 본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면 정부에서 지원받는 돈을 제재하는 것, 아이사랑카드를 지원하지 않는 것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두 번째 대안으로는 ‘전문가 서비스’를 적었다. 독일에서는 발달심리 전문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가정으로 방문하는 제도가 있다. 친구의 아이가 분유 알러지 때문에 산양1등급 우유를 먹어야 하는데, 그게 비싸서 부담이 되니, 전문가가 집에 와서 체크하고 신청하면 국가가 지급해준다. 이처럼 발달심리 전문가의 가정 방문 서비스도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교사D: 아이는 원이 키우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키우는 것도 아니고, 국가가 키우는 것도 아니다. 이 셋이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배웠다. (국가 차원에서) 현대 사회에 맞는 교육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방법을 교사나 부모들에게 재전달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좋겠다. 그리고 부모교육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면, 한 공간에 모으는 일이 사실 되게 어렵다. 보건소,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도 잘 안 온다. 우리 구의 부모들은 하원 후 반딧불센터에 자주 가는데, 부모끼리 만나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아이들은 놀 수도 있는 곳이다. 차라리 그런 공간을 만들어 한쪽에서는 애들이 놀고, 한쪽에서는 교육이 이뤄지면 어떨까? 한편, 교사에 대한 교육도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로 2년 전에는 교육을 들으러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2년 전에 맡았던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그땐 내가 진짜 잘했구나’ 한다. 요즘엔 일이 많기도 하고, 열정도 식었고, 아이들을 의무적으로 대하는 것 같아서 힘이 든다.

교사P: 나는 정책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상교육도 별로고, 맞춤형보육도 별로다. 정부는 “그냥 낳아라 알아서 키워주겠다” 하는데, 사실 육아는 가정에서 하는 거다. 교사 입장과 예비 부모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정책을 꾸려가면 좋겠다. 앞서 나온 이야기처럼 유치원, 어린이집뿐만이 아니라 심리센터, 발달센터, 언어센터 등 다양한 센터를 유아 교육 기관으로 삼고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도 결국 부모교육의 한편인 듯하다.

교사M:  부모교육의 내용을 생각해봤다. 의도적인 자리이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경험으로 놀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습득하게 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미디어로 해결하는 방법에서 나아가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하는 부모교육이 있으면 좋겠다.

교사A: 부모교육을 해보면, 항상 듣는 분만 듣는다. 아이들을 너무 잘 키우는 분들만 듣는다. 인터넷 강의로 한 달에 한 번은 꼭 듣도록 정부가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 이수하지 않으면 정부 보조금이 나오지 않게. 우리처럼 끝날 때 퀴즈도 풀어야 한다.(웃음) (교사S·K·M: 속 시원하다!) 내용은 유아 상황에 따라 구성하면 좋겠다. 다수의 부모들이 아이 기질조차 잘 모른다. 그런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현 교사들이 내용 편성에 참여해도 좋겠다.

사진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메가폰을 들고서!

8개 조에서 5개씩 취합한 총 40개의 대안을 두고 전체 참가자는 모바일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이렇게 최종 선발된 10가지 대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누구도 아닌 교사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요?

1위 아동 대비 교사 수 비율 높이기

2위 시스템의 일원화 – 전국적인 서류 양식 일원화

3위 보육교사를 대변할 단체 혹은 협의회 필요

4위 보육교사 자격 부여 관련 역량 강화 및 조건 강화 필요

5위 돌봄노동과 행정 업무의 구분으로 아이들과의 시간을 늘릴 필요

6위 보육교사 대변 단체를 통한 언론 홍보

7위 문제 행동(학대와 훈육 사이)에 관한 기준과 매뉴얼 필요

8위 어린이집 원장의 조직 문화 및 리더십 교육 강화

9위 보육교사들이 사회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통 창구 필요

10위 관할 부처 일원화를 통한 영유아 교사 자격 요건 강화

“속 시원하다”는 어느 교사의 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원장들의 감시와 부모들의 무시 속에서 잔뜩 움츠러들었던 그들이 팔다리를 쭉쭉 뻗어 활개를 펼친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다시 유치원에 돌아가고 싶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교사의 감정도 그랬을 겁니다.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공간이 잘 없더라고요. 다른 이의 생각을 듣고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이를 토대로 좋은 정책들이 펼쳐져서 선생님 처우가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의 더 나은 처우는 더 나은 교육에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바꿈에서는 이날 나눈 이야기를 포함해, 어린이집 교사들의 목소리를 모은 책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바꿈, 2018/11/26). 교사들의 독립된 외침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근미래를 상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