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N개의 공론장] 포괄적 성교육, 우리의 목소리로 고민하자! 행사리뷰

분류
행사리뷰
날짜
2019-03-04

✅ 건명: 포괄적 성교육, 우리의 목소리로 고민하자!
✅ 일시: 2018년 11월 10일 (토) 16:30-19:30
✅ 장소: 서울시 청년허브 다목적홀
✅ 협력주체 : 페미니즘 교육플랫폼 Be.Do
✅ 주요 내용 :

  • 부모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다
  • 보호자이자 연대자로서
  • 언제나 자식이 이긴다
  • 한마디의 힘, 교사의 역할
  • 인권과 젠더 평등에 기초한 포괄적 성교육
  • 성교육 폐지와 대안을 얘기하자
  • 현행 성교육은 규범화, 훈육의 교육이다
  • 교육은 차별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 우리의 목소리로, 우리의 입장으로, 우리의 경험으로
  • 제도를 넘어 문화로
  • 성평등한 학교가 되려면

이미지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2015년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생식 중심의 이성애를 모델로 삼아 금욕주의를 강조하고, 십대들의 성적 권리를 침해하고, 성차별 및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퇴보적인 수준으로 수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이후 한국 사회는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OO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미투 운동 등을 경험하며 각계가 ‘성평등’에 기초해 재정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력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퇴행적인 성교육에도 변화가 시급합니다. 2018 유네스코 성교육 가이드는 ‘포괄적 성교육’을 제시했습니다.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은 “청소년 복지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HIV 및 에이즈, 성병, 의도하지 않은 임신, 젠더 기반 폭력 및 젠더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에서,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생산적이며 충만한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 국제인권법 사회권 규약은 제13조 교육권 조항 등에 기반해 포괄적 성교육을 권고했습니다.

페미니즘 교육 기획자 모임인 Be.Do는 현재 한국 사회에 필요한 포괄적 성교육의 쟁점에 대해 모두 함께 궁리하고 발견하고자 대화의 장을 열었습니다(공론장 운영자 인터뷰). 『N개의 공론장』의 여섯 번째 시간 「NEW OPENING 포괄적 성교육, 우리의 목소리로 고민하자!」에는 성소수자 당사자는 물론 부모, 선생, 연대자들이 모였습니다.

부모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다

제1부 ‘따듯한 토크쇼’에서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가 위니와 지미 그리고 시민들이 주변의 변화를 도모하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서로를 격려하는 온기와 뜨거운 눈물이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열렬히 프리허그를 하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한 번쯤 봤을 겁니다(닷페이스 영상).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바꿔야 내 아이와 성소수자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한 두세 분의 어머니가 모인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모임을 엽니다. 얼마 전에는 성소수자를 인권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올바른 정보를 나누기 위해 «커밍아웃 스토리»(한티재, 2018)도 출판했습니다.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위니는 둘째 아이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많이 놀라지 않았습니다. 거주 지역인 대구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열릴 때면 아이 손을 잡고 함께 나갈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는 모부한테 알리는 걸 굉장히 망설였고, 심지어 죽을 때까지 얘기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때,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성소수자 문제와 당사자로 다가오는 문제는 아주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무리 자식이라 해도 다 이해할 수 없구나 느꼈지요.”

게이 아들을 둔 지미는 예측하지 못한 아이의 커밍아웃에 굉장히 놀랐다고 말합니다. 부정도 하고 죄책감에도 시달렸습니다. “너를 힘들게 낳아서 미안하다”고 했던 말이 아이에겐 굉장히 상처가 됐다고 합니다. ‘참된 용기’를 갖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하지만, 자신의 고민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힘이 되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보호자이자 연대자로서

위니: 트랜스젠더는 성별 정정이라는 문제가 있고, 원하는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 걱정했습니다. 제 아이는 18살 때 커밍아웃을 했는데, 20살까진 수술을 미뤄도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슴을 압박 붕대로 묶고, 대학도 재수도 포기하고,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질 않았습니다. 우울증도 심해졌고요. 어느 날 너무나 힘들다는 얘기를 간절하게 하더라고요. 굉장히 미안했어요. 그렇게 18살 가을에 가슴 제거 수술을 받았고, 공부든 아르바이트든 주민번호가 수정된 이후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그 이후에 자궁 적출 수술까지 받았어요. 그러면서 성별 정정에 필요한 절차나 서류를 알아봤는데, 어쨌든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는 생식 능력이 없어야 되고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증명해야 됩니다. 의료 보험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요. 모든 나라가 그렇진 않더라고요. 그런 문제들을 알게 됐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는 아이의 권유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부모가 나온 걸 보고는 위안과 힘을 받는 모습을 경험하면서 ‘이렇게 활동하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 수준에서는 큰 힘이 되는구나’ ‘어떻게든 부모가 여기 있다는 걸 보이며 버텨야겠다’ 생각했어요.

 

지미: 성소수자 부모모임에는 20-30명이 핵심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활동에 지원을 하는 분은 70-80분 있고요. 커밍아웃을 받은 한국의 부모 중 극히 일부만 함께한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 우리 나이 또래에게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겁니다. 저희 또래 성소수자 당사자는 대부분 커밍아웃을 하지 않고 이 나이가 됐기 때문이죠. 저희한테 자꾸 얘기를 들어야 또래 사람들이 ‘아 세상에 있구나, 내 친구 자식이구나’ 생각합니다. 그게 지금 당장 우리들에게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위니: 변호사들이 ‘나는 이 사람을 남성으로 인식하니, 남성으로 받아준다면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많이 받으면 유리할 거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적극적으로 커밍아웃을 했어요. 탄원서를 직접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 글을 써줘야 했어요. 친구들 중에는 정치적인 지향이 비슷해도 퀴어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른 이들이 있었는데, 내 아이가 성소수자라고 하는 순간 바로 바뀌더라고요. 부모로서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사람들 인식을 바꾸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언제나 자식이 이긴다

참가자B: 성소수자로서 듣고 싶은 위안이 있어요. 어머니한테만 커밍아웃을 했는데요. 인정해주고 이해해주는 것 같지만 제게 행하는 차별이 아직 있어요. “너는 머리가 짧아서 레즈비언이니?” “더 크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다른 가족이 알면 일이 커질 거야” 같은 말들이요. 그럴 때마다 애초에 왜 커밍아웃을 했는지, 내 정체성을 왜 이렇게 정한 건지, 죄책감과 회의가 들어요. 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요?

 

위니: 제가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몰라서 그런 부분이 있거든요. 부모님한테도 책으로든 영화로든 공부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해요. 또 늘 부딪힐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본인이 너무 상처받거나 힘들지 않을 정도로 장기적으로 생각하고요. 자기가 제일 중요하니까.

 

참가자C: 최근에 엄마한테 커밍아웃을 했는데, 굉장히 부정적인 반응이었어요. 어려서 그렇다고, 병원부터 가보재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성소수자 관련 책을 일부러 갖다 놓기도 하고 배지를 달고 다니는데, 엄마는 그걸 보면 무조건 없애려고 해요. 저의 성적 지향을 부인해요.

 

지미: 전형적인 반응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부모모임에서 대표격에 해당하는 분이 있는데, 자녀와 6년을 싸웠대요. 그리고 6년 만에 활동가가 된 거예요. 전환의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그야말로 경우에 따라 다르니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언제나 부모가 집니다. 언제나 자식이 이깁니다. 대부분 부모가 먼저 죽습니다. 6년간 거부했던 그분은 지금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하고 아이의 눈치를 봐요. 그게 모든 부모의 결론이에요. 부모가 폭력적이라는 건 본인이 나약한 상태라는 걸 증명해요. 심적으로나 여러 조건상 풍족하면 자녀에게 과잉 반응하지 않아요. 오히려 무관심하죠. 문제 해결에 앞서 부모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약하게 봐주세요. 세게 나가지 말고.

한마디의 힘, 교사의 역할

참가자D: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50이 넘도록 왜 장애인을 보지 못하고 살았을까?’ ‘왜 성소수자를 만나지 못하고 살았을까?’ 돌아보면서 구조의 문제가 크고,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변화가 어렵겠구나 싶었습니다. 심지어 혁신학교에 있는데도 그런 얘기를 꺼내면 윗선에선 저를 혼내고 싶어 하고, 학부모들에게는 공격이 옵니다. 보수적인 교사들은 마치 빨갱이 보듯이 대하고요. 전략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 내부뿐만 아니라 탑다운 방식으로 교육청을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가자F: 저는 왕따 피해자였어요. 선생님들은 학생 일이라고 간섭을 안 하려고 해요. 지켜보거나 빠지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든요. 성소수자 정체성 외에도 ‘다름’이 존재하잖아요.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럴 때 누군가가 “아니야 그건 다른 거야”라고 말해주면 그 사람에겐 너무너무 응원이 되고 위로가 되고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이 돼요. 한마디면 충분하거든요. 너는 괜찮다, 이대로도 괜찮다, 너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 한마디가 정말 소중해요.

참가자M: 중학교에서 청소년 영화 수업을 하는데, ‘선생님 여자예요? 남자예요?’ 같은 질문을 많이 들어요. ‘선생님 여자 좋아해요?’라고 묻기도 하고요. 그런 상황을 집어넣어 성소수자에 관한 영화를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어요. 지난번에는 교복 얘기가 나와서 ‘불편하지? 이걸 왜 입게 됐을까?’ 얘기를 나누고 또 영화를 만들었어요. 어떤 주제가 나왔을 때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다른 작업으로 연결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수업을 통해 많은 변화를 이끌 수 있었어요.

 

참가자Q: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과 «학교에서 무지개길 찾기»라는 가이드북을 냈어요. 교사들과 학교 동료들이 실천해야 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어요.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권과 젠더 평등에 기초한 포괄적 성교육

2부에서는 아하!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 장애여성공감,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의 활동가들이 2015년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논점을 제시했습니다. 이어진 그룹 토론은 발제 내용을 참고 삼아 성교육 표준안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접근법을 모색했습니다.

성교육 폐지와 대안을 얘기하자

발제1, 아하!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 부장 박현이

박현이 부장은 ‘성교육 표준안’의 폐기, 평등과 인권에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 정책의 수립을 역설했습니다.

포괄적 성교육(CSE)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 측면에 대해 배우는 커리큘럼 기반 교육 과정으로서, 아동과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자신의 건강과 복지·존엄성에 대한 인식 능력, 존중하는 사회적 성적 관계 형성 능력, 자신 및 타인의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선택 능력, 자신의 삶 속 권리에 대한 이해와 보호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지식, 기술, 태도, 가치를 갖추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포괄적’이란 ‘섹슈얼리티에 대한 포괄적이고 정확하며 풍부한 자료와 연령에 맞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성과 생식의 해부학적 지식, 사춘기 및 생리, 현대적 피임, 임신 및 출산, HIV 및 에이즈를 포함한 성병(STIs)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것인데요. 복지와 건강, 성적 관계에서의 의사소통 등을 향상시켜 학습자의 역량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포괄적 성교육은 ‘아동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개인의 건강권, 교육권, 동등한 정보 접근권 및 차별 금지와 같은 보편적 인권’에 기반합니다. 또한 젠더 규범이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방식을 다루며, 이러한 불평등이 아동 청소년의 건강과 복지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합니다. 한국에서 성교육은 연간 15시간 이상이 의무임에도 충실히 실행되지 않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시행 중인 포괄적 성교육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제공되며, 학습자의 진학 단계별로 체계화된 것이 특징입니다.

이 교육안의 중요한 전제는 청소년 스스로가 ‘성적 주체’라는 것입니다. 포괄적인 성교육과 더불어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연애와 소통, 성 건강, 피임, 성관계 준비와 책임, 십대 임신과 양육, 임신 중단 등)에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에 성평등 전담관이 있어야 합니다. 십대가 자신의 성을 행복하고 안전하게 누리면서 성적 주체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2016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포괄적 성교육을 시행함으로써 청소년의 콘돔 사용 및 피임 증가했고, 임신이나 성병의 위험성에 대한 지식이 증가했으며, 성교 빈도수 및 위험 감행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 영향을 보였습니다. 또한, 성적 관계에서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고 대인 관계와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 성교육은 규범화, 훈육의 교육이다

사진 출처: 서울시 청년허브

발제2,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이진희

비장애인 중심의 ‘성교육 표준안’은 발달장애인의 입장에서 다시 쓰여야 합니다. 이진희 사무국장은 현행 성교육이 규범화, 훈육의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훈육에 익숙한 몸, 저항할 수 없는 몸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이죠. “시설에서 집단 불임을 받은 것이 발달장애인들의 성교육의 핵심이지 않았나요?”

국가 교육으로 제도화된 성교육은 ‘비장애인 이성애 시민’을 표준으로 삼았습니다. 정상적 생애 주기의 범주에서 벗어나 비이성애적 성적 실천을 하는 성소수자를 사회에서 일탈한 대상으로 취급하듯, 발달장애인은 인지와 학습 및 감정 감각을 통제하기 어렵기에 성적으로 과잉된 존재로 판단합니다. 장애인의 성적 경험 욕구를 반영하지 않고 이들을 탈성애화된, 성적으로 무지한 존재로 배제하며 성적 시민권을 박탈하는 격입니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나 장애인의 성교육, 시민권을 고민하는 것은 정상 규범의 생애 주기에서 이탈되는 즉시 수많은 차별과 힘든 상황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혹은 그 미션을 통과하지 못해 실패로 낙인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문제”라고 이진희 사무국장은 말합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성교육 사전사후 지표조사에서도 문제가 여실합니다. 발달장애인은 무지하기 때문에 반드시 지식과 정보를 주입해야 하는 대상으로 전제합니다. 성교육을 통해 본인이 느끼는 만족감과 공부한 지식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성취하는 학습자로 존중받지 못합니다. 교육의 내용을 만드는 전문가 집단도 자신들의 장애차별주의를 성찰해야 합니다.

교육은 차별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발제3,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활동가 류은찬

류은찬 활동가는 ‘성교육 표준안’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준거 모델로 하지 않으며, 더욱이 동성애 차별을 강화하는 교육이라고 비판합니다. 국가 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동성애에 대한 지도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성적 지향”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지하고, 성교육 표준안에서도 삭제하길 요구받은 상황입니다.

성차별을 방치하는 교실은 성소수자 학생들의 실존을 위협하는 공간입니다. 권위자인 선생이 쏟아붓는 혐오 발언은 청소년에게 잘못된 인식을, 성소수자 청소년에게 죄책감을 심습니다.

띵동이 진행한 성소수자 청소년 대상 인터뷰 결과, 약 80%의 학생들이 성소수자를 적대하고 모욕하는 교사를 목격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래 청소년이 성소수자 학생에게 혐오 발언을 하는 걸 들었다는 경우가 92%나 됐습니다. 학생들을 만나는 교사에게도 성교육이 꼭 필요한데, 그 내용이 제도적으로 잘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청소년에게 또래 친구, 가정, 학교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것은 삶의 기반 자체를 잃는 것이며, 친구를 잃는 것은 사회적 기반을 잃는 것과 같이 위급한 문제입니다. 류은찬 활동가는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고, 나아가 학교 현장 안팎으로 포괄적인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배포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로, 우리의 입장으로, 우리의 경험으로

발제자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청중들은 스스로 경험 중이고 또 경험했던 성교육을 돌아봤습니다. 혐오와 배제 없는 포괄적 성교육을 위한 질문들, 그 이야기를 일부 옮깁니다.

제도를 넘어 문화로

 

 

참가자Z: 문화적인 분위기를 바꿔나가기 위해 일종의 섹스 토크 같은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관계성에 대한 입장이나 감정이나 감수성을 나누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나는 성이 따뜻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각자의 생각과 마음을 공유해나가야 가능할 것 같다.

 

참가자T: 포괄적 성교육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니 단순하게만 여겼던 성행위가 심각한 사안으로 다가오더라. 성적 관계를 억압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낙태 문제나 미혼모 문제가 발생하겠구나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포괄적 성교육 취지에 공감한다.

 

참가자Y: 학교 선생님들이 성차별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교사에겐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하는 질문에 관심이 갔다. 성교육 이수를 받는 데 40분도 안 걸린다고 하는데,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교사가 받아야 할 성교육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제도로 강제할 수 있을까?

참가자L: 제도화하는 게 옳을까?

참가자H: 제도가 긍정적인 기반을 만드는 거라면, 문화를 만들고 언어를 구성하길 시도하면 좋겠다. 공론장도 그 언어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미디어나 문화로 접근해 다양한 경로를 내가 먼저, 우리가 먼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성교육을 제도로 만든 권력체의 언어나 방향으로 가지 않고.

성평등한 학교가 되려면

참가자X: 고등학생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받아온 성교육을 얼마 전에 정리해봤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내용들은 나오지 않는다. 성교육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성평등 교육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기본적으로 LGBTQIA+가 들어가지 않으니까. 나를 포함해 여러 친구들이 성적 다양성과 관련해 무지한 편이다. 그런 상태에서 게이나 레즈비언에 대한 정보들을 재생산하니까 내 또래에서 퀴어 혐오 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참가자U: 성교육이 특수한 시간으로 배정되어야 할까? 고민이다. ‘성교육’은 민주주의 토론 과정을 수반하니 기본 교과나 다른 교과들과 통합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교육 과정 개편에 대한 논의가 교육부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그 안에 페미니즘과 성평등 관련 과목을 넣으라는 제안이 실제로 있다. 그런데 결국은 ‘일반 시민 교양’이란 명목으로 세 개 교과를 편성했다. 그중 하나나 둘을 페미니즘 혹은 성평등 관련 과목으로 선택하게 되는데, 필수가 아니다. 과목을 따로 편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평등과 연결지을 수 있는 기존 과목을 통합해 수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E: 피임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 피임은 여성이 당면한 문제인데, 여학교를 다녔음에도 피임에 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대학교에서 성교육을 안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아는 언니들, 친구들한테 배우고 많이 분노했다. 이전에는 성교육에 대해 그다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필요하다는 걸 깨달아 찾아봤지만 잘 정리된 정보가 없었다. 공신력이 없어 보이는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통해서 학습을 하게 되더라.

 

참가자P: 공교육이 약해서 경험을 공유하는 식으로 필요를 채우고 있다는 말 같다. 그런데 각자 경험의 결이 다르지 않나? 나는 파트너와 섹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최근에 와서야 즐길 수 있게 됐다. 현재 피임 교육에 대한 것도 강화되어야 할 측면은 있다. 하지만 동시에 성을 즐겁게 대하는 것도 이야기될 필요가 있다.

 

참가자G: 지금까지의 성교육이 책임론적으로만 진행돼온 것 같다. 피해자 관점에서만 다룬다든지, 책임을 지는 논점만 강조된다든지. 앞으로는 즐기는 성에 대해, 젠더퀴어에 관해 말 그대로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콘텐츠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데, 홍보가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전파시킬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손경이 강사도 유명하고, EBS에도 성과 관련된 콘텐츠가 있다.

참가자O: 발제자 중 한 분이 인터넷을 통한 교육에 대해 논의해보고 싶다고 했다. 계속 공교육만 생각하게 되는데, 접근성을 따져보면 인터넷을 통한 교육이 효과적일 것 같다.  

 

‘탈학습’의 자리로!

학생, 교사, 부모 세 주체가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1조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성적 호기심과 실천을 억압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훈육과 전혀 다른 성교육을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청소년, 보호자, 교사가 함께 성에 관한 지식을 배우고 나누는 워크숍은 어떨까요?